김치찌개가 특별히 맛난 집
가끔 사람들이 물어봅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뭐예요?'
그런데 그런 질문을 받으면 선뜻 "이거다!" 라고 답할 수 있는 게 사실 없스니다.
골고루 다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정말 뭐지?'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숯불에 익혀먹어도 좋고, 복어나 도미, 가자미, 민어 정도의 회를 좋아합니다.
산나물도 아주 좋아합니다.
그렇다면 365일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만큼 편하고 부담 없는 음식은 무엇일까요?
김치찌개가 가장 만만합니다.
쉽게 접할 수 있고 아주 형편없는 수준만 아니라면 별 투정 없이 즐겁게 먹을 수 있습니다.
굴김치, 동치미, 묵은 김치, 갓김치, 젓갈김치 등 지난겨울은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넉넉하게 들어있는 것이 김치입니다.
요즘은 잘 숙성된 김치를 잘게 썰어서 비빔국수에 얹어 먹는 게 낙입니다.
하지만 '김치' 하면 가장 만만한 요리가 김치찌개입니다.
오미(五味) 그 이상의 맛이 김치찌개에는 있습니다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맛은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짠맛[鹹]·쓴맛[苦]·신맛[酸]·매운맛[辛]·단맛[甘]입니다.
그렇다면 김치는 과연 어떤 맛에 속할까요?
김치라는 게 모르긴 해도 담는 사람에 따라 그 맛이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한 마디로 정의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김치의 매력은 발효 숙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곰삭은 맛입니다.
발효되는 과정에서 생성된 깊은 맛, 톡 쏘는 맛, 새콤한 맛, 시원한 맛이 두루 어우러져서 절묘하게 삭은 맛입니다.
음식 만들 때 주재료로 사용하는 간장, 된장, 고추장 등도 다 발효에 의해 숙성된 삭은 맛인데 이것으로 만든 음식들은 평생을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것을 보면 분명 느끼는 오미(五味) 이상의 깊고 깊은 맛이 우리 김치에 들어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한 겨울을 다 보내고 익을 대로 익은 김장 김치를 한 포기 꺼내 멸치나 콩나물, 비계가 적당히 붙은 돼지고기를
넣고 푹 끓인 김치찌개 한 냄비에 온 식구가 즐거운 것을 보면 말입니다.
신김치를 대충 썰어 두고 돼지고기는 약간 기름기가 있는 것을 골라 한 입 크기도 썰어둡니다.
파는 4~5cm 길이로 자릅니다.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돼지고기를 넣고 볶아 색이 변하면 김치를 넣고 다시 볶습니다.
물을 잘팍하게 붓고 고춧가루를 넣고 조금 더 넣어서 끓입니다.
배추김치는 약간 신 것을 준비하여 대충 썰어 둡니다.
그리고 돼지고기는 약간 기름이 있는 것을 골라 한 입 크기로 납작하게 썰어둡니다.
파는 다듬어 반으로 갈라 4~5cm 길이로 자릅니다.
그런 다음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돼지고기를 넣고 볶아 고기 색이 변하면 김치를 넣어 다시 볶습니다.
그 다음에는 물을 붓고 고춧가루를 조금 더 넣어서 끓입니다.
김치가 알맞게 물러진 듯 하면 파와 마늘 등을 넣어 잠깐 더 끓여냅니다.
간단하지만 환상적인 김치찌개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가끔 나중에 은퇴해서 내 김치찌개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조그만 가게를 갖고 싶은 꿈을 꾸기도 합니다.
김치찌개 맛집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
먼저 서울시 중구 주교동 방산 시장 골목에 위치하고 있는 <은주정>이 떠오릅니다.
낮 시간에는 김치찌개만을 팔고 저녁에는 삼겹살만 판매하는데 삼겹살을 주문하면 김치찌개는 무료로 제공합니다.
김치찌개에 고기도 알차게 들어있지만 무엇보다 쌈 채소를 함께 내주는데 만족도가 아주 높습니다.
푸짐하게 들어있는 고기를 건져서 쌈을 싸먹고 어느 정도 먹은 후에는 밥에 얹어 먹는데 맛이 일품입니다.
서울시 마포구 신공덕동의 <굴다리식당>도 좋습니다.
김치찌개집으로 내공이 보통 수준을 넘습니다.
가마솥에서 끓인 김치찌개를 낡은 대접에 퍼주는 점이 매력입니다.
대부분 김치찌개와 제육볶음을 함께 주문합니다.
달걀말이와 같은 반찬도 수준급이고 특히 무한 리필에 고객들이 감동합니다.
서울시 중구 순화동의 <장호왕곱창> 역시 김치찌개 마니아들에게는 아주 사랑 받는 곳입니다.
곱창 간판을 내건 집이지만 김치찌개 손님이 많습니다.
40년 이상 역사 있는 이곳은 이름처럼 곱창전문점으로 시작했다가 훌륭한 김치찌개 맛으로 김치찌개전문점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약간 불친절하다는 평도 있으니 친절 정도에 너무 민감하지 않은 무던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 외에도 수원시 만석공원 앞의 <신사강식당>도 가볼 만합니다.
오래된 정육식당인데 수원에선 최고의 김치찌개집으로 소문나 있습니다.
점심시간에만 김치찌개를 판매하는데 많은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질 좋은 돼지고기를 넉넉하게 넣어주고 잘 숙성된 김치 역시 일품입니다.
특히 '특' 이라고 불리는 메뉴가 있는데 그건 단골들만 압니다.
평소 가격에 1000원만 더 지불하면 구수한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