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50 고등훈련기. 공군에서 너무 높은 작전요구성능(ROC)을 원하면서 훈련기치고는 너무 많은 기능이 들어가는 바람에 ‘훈련기 분야의 벤츠’라는 별명을 얻었다. |
천안함이 두 동강 나 침몰한 원인이 어뢰로 인한 사고로 잠정 결론이 나면서 우리 안보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은 군(軍)의 위기관리능력을 질타한 후 5월 9일 대통령 직속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장 李相禹 국방선진화추진위원장)를 설치하고 이희원(李熙元)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안보특별보좌관으로 임명했다.
이번 천안함 사건에 대해 안보전문가들은 “우리 군의 무능한 위기징후 분석능력, 미숙한 현장 대응, 지휘보고체계의 붕괴 등 위기대응능력에 총체적인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고 직후 천안함장이 사고 상황을 군 통신망이 아닌 휴대폰으로 2함대에 보고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도대체 지금까지 군 통신망 현대화에 쏟아부은 예산이 얼마인데…” 하는 탄식이 쏟아졌다.
군은 지금까지 C4I(Command, Control, Communication, Computer, Intelligence의 약자로 첨단 장비와 컴퓨터, 통신이 결합된 지휘자동화체계)의 구축으로 확고한 대북(對北) 우위를 실현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위기가 발생하자 해군은 KNTDS(전술지휘통제 시스템)에서 천안함이 사라진 현황을 제때 추적해 내지 못했고, 합참의장과 국방부장관은 사고 상황을 대통령보다 뒤늦게 보고받는 등 지휘 자동화체계는 무용지물이었다.
현재까지 천안함 공격이 북한 측 소행이라는 결정적 증거는 없지만 사고조사 관련 전문가들은 여러 정황을 분석한 결과 북한 측 소행이 거의 확실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추정대로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도발임이 확실하다면 어떤 결과가 도출될까.
두 동강 난 천안함. 천안함 사건은 우리 군의 총체적인 경계작전 실패의 참혹한 결과다. |
총체적인 경계작전임무 실패
천안함은 각종 함포 이외에 잠수함을 탐지 공격하는 각종 무기체계를 탑재하고 있다. 이런 전투함이 접적(接敵)지역에서 경비작전 중 적국(敵國) 잠수함(혹은 잠수정)이 발사한 단 한 방의 어뢰에 피격돼 침몰했다면 한국군은 총체적으로 경계작전에 실패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북한 잠수함(혹은 잠수정)이 야간에 적국 해안에 은밀히 침투, 매복해 있다가 경비 항해 중인 초계함을 공격했다면 적극적인 작전을 전개했다는 뜻이 된다. 우리 군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구축한 대북(對北) 도청, 감청, 암호해독, 위성감시, 전파감시체계 등 정보수집 시스템을 통해 이런 위기징후를 사전에 입수 분석하여 위협에 대비했어야 정상이다.
불행하게도 천안함 승조원들은 어떤 위기징후도 사전에 인식하지 못한 채 당직자를 제외한 요원들은 운동복을 입고 운동 중에, 혹은 휴식 중 어뢰에 피격돼 초계함 한 척과 46명의 고귀한 인명이 희생당하는 비참한 패전(敗戰)을 했다.
송영무(宋永武) 전 해군참모총장은 “우리 해군 지휘부는 대청해전 이후 북한의 보복공격을 우려하여 접적지역에서 작전 중인 함정들에 고속 기동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안다. 이 와중에 천안함이 접적지역에서, 그것도 백령도에서 불과 1.6km 지점까지 바짝 접근하여 시속 5~6노트의 저속으로 항해한 것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동해안에서는 어선까지 동원해 대잠훈련을 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 왔지만, 백령도 주변에선 적 잠수함이 활동하기 곤란할 것이라는 예단하에 대잠훈련을 전혀 하지 않았다”면서 “적에게 우리 허점을 찔려 기습을 당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어떤 변명과 현란한 수사가 있더라도 이번 천안함 사건은 우리 군의 경계작전 실패라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2함대로부터 넓은 경비구역을 할당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백령도 가까이 접근하여 저속 항해를 하도록 한 천안함장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 예비역 해군 수뇌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군 세계에서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을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을 수 없다’는 내용은 누구나 알고 있는 잠언(箴言)이다. 6·25 당시 미(美) CIA 국장이었던 로스코 힐렌쾨터는 CIA가 북한의 기습남침을 예측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6·25 휴전 이래 북에 가장 비참한 패전을 당한 우리 군 수뇌부가 경계실패에 대해 국민들에게 참회나 반성, 사과를 했다는 소식은 아직까지 들은 바 없다.
북한의 비대칭전 전력 완성단계
북한의 장사정포. 여기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전력은 무엇일까? |
북한은 잠수함 자체의 성능은 우리 해군보다 뒤처지지만 한국군보다 운용 역사도 길고 척수도 월등히 많다. 수중전 능력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최근 들어 북한이 비대칭전력(핵·생화학무기·미사일이나 그 투발체계 등을 이용해 재래식 정규전이 아닌 비정규전을 수행하는 능력) 건설이 완성단계에 들어섰음을 공공연하게 대내외에 천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천안함의 건조가격(탑재 무기 가격 포함)은 약 1400억원으로 추산되는 반면 천안함을 한 방에 침몰시킨 어뢰는 국제시장에서 10억~15억원 정도면 구입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격이 북한 측 소행이 확실하다면 북한은 우리 전투함에 대해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으로 비대칭전력을 행사해 큰 전과를 올린 셈이다.
북한이 건설 중인 ‘비대칭전력의 정점(頂點)’이 핵과 미사일, 생화학무기와 사이버전 능력이다. 한국전략문제연구소의 권태영 박사는 “핵무기도 문제지만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의 질과 양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도 큰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신형 대함(對艦)미사일(KN-01)과 지대지(地對地)미사일(KN-02)의 능력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