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유자청 담그느라 하루종일을...
2023년 11월 26일 일요일
음력 癸卯年 시월 열나흗날
11월도 어느새 막바지,
어제보다는 훨씬 덜하지만 여전히 춥다.
이른 아침의 기온은 영하 5도에 머문다.
내일은 눈소식도 있어 제대로 된 겨울속에
빠져들 것 같은 산골이다. 하긴 그럴 시기가
될 때도 되었다. 예전 같으면 이미 눈이 내려
사방 하얗게 쌓여있고 모진 한파에 고생을
했을 시기이지만 요즘은 그때 보다는 훨씬
따뜻한 겨울이다. 우리네 서민들은 이렇게
따스한 겨울이 좋지만 기후적, 환경적으로는
그렇게 좋은 현상은 아니라고 하는데...
머잖아 12월이고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다가온다고 하면서
아내가 현관문에 장식을 만들어 달자고 했다.
해마다 달았으나 지난해는 엄마가 별세하셨고
이어 식구들이 코로나19로 고생하여 만들지
못했다. 우리가 만든 장식은 리스(wreath),
알기로 리스는 고대 로마시대부터 시작되어
유래된 전통이며 승리를 의미한다고 한다.
영원함을 상징하는 동그랗게 만든 원 형태의
리스는 행운, 행복을 염원하는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크리스찬도 아니면서 리스를 만들어 다느냐?
종교와 상관없이 연말 분위기 내보려는 것이
아내의 생각이다. 종교가 다르면 뭐 어떤가?
내가 믿는 종교가 소중하면 남들이 믿는 종교
또한 소중한 것이라 존중해야 하지않을까 싶다.
어찌되었거나 특별함이나 큰 의미를 두지않고
현관문에 장식을 해보았다. 종전과는 조금 달리
올해는 붉은 열매가 달린 노박덩굴을 추가하여
만들어 보았다. 그런대로 괜찮은 분위기라 좋다.
어제는 아내와 함께 하루종일 유자청을 담갔다.
전날 고향 남해에서 죽마고우가 보내온 유자가
싱싱하여 곧바로 담그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하여 아내를 도왔다. 친구가 엄청 많이 보내주어
아내와 둘이 유자청 담그느라 하루종일 바빴다.
아내가 유자를 손질하여 반을 갈라주면 촌부는
먼저 껍질을 까놓은 다음 과육과 씨를 분리했다.
그리고 아내는 껍질을 채썰고 속은 다져서 다른
대야에 담았다. 그렇게 시작한 일을 반복하기를
오전 10시반에 시작하여 점심시간에 잠시 쉬고
오후 5시반에 마무리를 했다. 처음에는 별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시간도, 힘도
많이 드는 일이었다. 그동안 아내가 혼자 했는데
그 고생을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었고 미안했다.
이렇게 많은 유자청을 어떻게 하겠다고 하루종일
고생을 했을까? 촌부야 의자에 앉아서 하다가 또
일어서서 하다가 이따금씩 밖에 나가 바람도 쐬곤
했다. 그러나 일을 시작했다 하면 끝장을 봐야하는
성격의 아내는 종일 서서 일하느라 힘들었을 게다.
그런데도 연신 조잘거렸다. 누구누구도 줘야하고
어디도 보내야 하고 하면서... 결론적으로 유자청
만드는 일은 나눔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어쩐지
엊그제 다이소에서 자그마한 병을 사길래 이 병을
다 어디에 쓰려고 살까 했는데 다 생각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나저나 이 많은 양을 담아서 나눔을
하려면 아마도 용기가 꽤 많이 모자랄 것 같은데...
다이소에 가서 조금 더 사오라고 할지도 모르겠네.
힘은 들었지만 일을 마치고 뿌듯해 하면서 흐뭇해
하면서 웃는 아내의 모습이 너무나 보기가 좋아서
함께 따라 웃었다.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첫댓글
그윽한 유자향과
유자차가 연상이되어
입에 한가득
침이 고이네요.
유자향 가득한
실내에서
오손도손 리스도
만드시고
행복이 가득 넘실 거려요. ㅎㅎ
미리 크리스마스^^
유자향이 정말 기가 막힙니다.
특히 고향의 향기라서 더 좋네요.
또한 우리의 마음을 전해받은
분들이 감기없는 겨울을 나게
될 것 같아 더 좋습니다.
미리 크리스마스~♡
감사합니다.^^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가족들 생각하시며
담그시는 손길에 정이 담겨서
겨우내 감기 없이 잘 지내시겠어요
촌부님 오늘도 파이팅 입니다
하루를 유자청 담그느라
소일했지만 뿌듯합니다.
그래서 나눔은
하기전에도 그렇고
한 후에도 흐뭇하지요.
늘 감기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