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듯한 더위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지만, 여름이라 더욱 맛있는 계절 음식이 있어 무더위가 그저 싫지만은 않다. 곱디고운 초여름 열매로 만든 새콤달콤한 별미와 여름이라 더 맛있는 차가운 계절 별미까지 여름이 즐거워지는 풍류 밥상.
갈증 해결사, 보리수에이드
기본 재료 보리수액 6큰술, 탄산수 800㎖, 얼음 적당량
보리수액 재료 보리수 1㎏, 설탕 300g
만드는 법
1 보리수액을 만든다. 보리수는 깨끗이 씻어 바닥이 두꺼운 냄비에 담아 끓인다.
2 뭉근하게 끓인 보리수를 으깬 다음 체에 밭쳐 씨를 걸러낸다.
3 씨를 걸러낸 보리수액을 냄비에 담고 설탕을 넣어 저어가며 모두 녹을 때까지 끓인다.
4 열탕 소독한 유리병에 ③의 보리수액을 담아 차게 보관한다. 5 컵에 보리수액을 담고 탄산수를 부어 섞은 다음 얼음을 띄운다.
얼려 먹는 열매, 앵두와 오디 아이스케키
앵두아이스케키 재료 앵두 200g, 우유 1컵, 연유 3큰술
오디아이스케키 재료 오디 100g, 우유 1½컵, 연유·레몬즙 2큰술씩
만드는 법
1 앵두는 깨끗이 씻어 체에 으깨어 내린 다음 우유와 연유를 섞는다.
2 오디는 블렌더에 갈아 우유와 연유, 레몬즙을 섞는다.
3 아이스몰드에 ①과 ②를 각각 부어 얼린다.
신부꽃, 산딸나무 꽃이 피었습니다
올해도 산딸나무 꽃이 풍년이군요. 멀리서 보면 나풀나풀 나비가 내려앉은 것 처럼 보여요. 꽃 이름을 미처 알기 전에는 나비꽃이라고 임의로 불러주었어요. 가까이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치 우아한 신부의 드레스 자락 같습니다. 지금은 ‘신부의 꽃’이라는 별칭을 부여했고요. 가을의 붉고 둥근 열매를 보게 되면 꽃 이름의 의구심이 단박에 풀린답니다. 딸기 같은 동그랗고 빨간 열매가 귀여운 방울처럼 열리거든요. 산딸나무 꽃 한 가지를 뚝 꺾어 와 대바구니에 담았어요. 푸름이 가득한 마당의 뒷배를 믿고 우아함을 기탄없이 뿜어내는군요. 지난 명절에 친정의 찬장 구석으로 밀려나 있던 밀크글라스 잔을 모두 데려왔어요. 백합이 그려진 달걀색 찻잔은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사용하던 그릇인지라 우리 아이들보다 훨씬 많은 나이를 가졌네요. 마치 시집보내는 딸에게 차려주는 티타임처럼 아련하고 애틋해지는군요.
헌신한 헌 신에게 바치는 꽃
참 이상하죠. 장화를 신으면 어느 자리를 디뎌도 과감해져요. 물기가 발에 닿는 걸 싫어하는 성미인데, 비가 오거나 긴 비가 머무는 장마철에는 두말할 필요도 없고 풀섶이나 발목이 예사로 푹푹 빠지는 눈 속에서도 거침없이 진격하게 해주거든요. 장화는 질고 험하고 거친 자리를 무법자처럼 누비게 해주는 들판의 방패입니다. 굽이 달린 노란 장화는 잔꽃 무늬가 새겨져서 사랑스러워요. 마치 멋 내는 아가씨 같아서, 비가 오는 날 외부에 볼일이 있을 때 외출용으로 신고 나가는 신발이고요. 딸기가 조랑조랑 달린 초록장화는 들살림의 제1호 장화입니다. 신기하게도 이 장화만 신으면 아이의 마음처럼 팔랑팔랑 명랑해졌어요. 호기심으로 가득한 시골살이에 호위무사처럼 동행해주었지요.
복더위도 싸고 복도 싸고, 생강나무 잎 복쌈
이젠 누가 뭐라 해도 여름입니다. 차갑거나 시원한 음식을 본능적으로 찾게 될 테고요. 주변에서 거둔 열매와 채소들은 어김없이 계절의 먹거리로 우리에게 다가올 겁니다.
생강나무는 나뭇가지를 분질러보면 생강 향이 은은하게 나서 얻은 이름이래요. 물론 산수유와 흡사한 생강나무 꽃에서도 생강 냄새가 나고요. 생강나무 잎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고기의 쌈채소로도 먹고 가을에 노란 단풍이 들면 장아찌를 담아도 독특한 맛이 납니다.
오이와 양파, 참외, 땅콩 등을 얹어서 쌈을 싸보았어요. 복더위까지도 쌈에 오므려 잊어보려고요. 쌈 속의 재료들이 어우러져 시원하고 달콤하며 고소하고, 생강나무 잎의 향이 각각의 맛과 향기를 내치지 않고 결집시켜주네요. 흩어진 기운을 지긋이 감싸줄 것만 같은 복쌈이에요.
기본 재료 생강나무 잎 20장, 깍뚝 썬 오이·깍뚝 썬 참외·깍뚝 썬 양파 3큰술씩, 마른 새우·볶은 땅콩·다진 풋고추 2큰술씩, 꼬치 10개
쌈장 재료 된장 1큰술, 플레인 요구르트 2큰술, 올리고당 1작은술
만드는 법
1 생강나무 잎은 보드라운 잎을 골라서 딴 후 살랑살랑 씻어서 물기를 거두어둔다.
2 준비한 채소를 모두 콩알보다 조금 큰 크기로 깍뚝 썬다.
3 분량의 재료를 섞어 쌈장을 만든다.
4 생강나무 잎 위에 ②의 채소와 마른 새우, 볶은 땅콩, 다진 풋고추를 골고루 얹고 잘 오므린 다음 잎이 벌어지지 않도록 꼬치로 꿴다.
5 쌈장은 재료 속에 넣어 먹거나 따로 찍어 먹는다.
톡 쏘아야 맛이죠, 총각무 물김치 국수
총각무 물김치가 사이다처럼 맛이 들었습니다. 국수를 말아보라고 부추기는 것만 같지 뭐예요. 예산의 손국수집에서 사 온 국수가 ‘나는 국수다!’라고 뽐을 내볼 기회이기도 하지요. 총각무 물김치는 톡 쏘는 탄산미 때문에 부엌에서 불 쓰는 일이 호랭이보다 무서운 여름에 국수를 말아 내기 적격이에요. 국수만 탄력 있게 삶아 김칫국물을 부어 내면 그만이니까요. 물김치 국물을 얼려 띄우면 맨얼음이 녹으면서 국물이 맹맹해지는 점도 보완이 되니 조금 번거로워도 보탤 만한 수고입니다.
기본 재료 국수 480g, 쑥갓 한 줌
총각무 물김치 재료 총각무 1단, 절임 소금 2줌, 실파 1줌, 설탕·소금·멸치 액젓 3큰술씩, 마늘즙 2큰술, 생강즙 1작은술
밀가루풀물 재료 물 15컵, 밀가루 ½컵
만드는 법
1 총각무는 억센 겉줄기는 떼어내고 무의 머리 부분을 다듬은 뒤 소금을 뿌려 절인다.
2 밀가루풀물을 만든다. 냄비에 분량의 물을 담고 밀가루의 멍울을 푼 다음 팔팔 끓여서 식힌다.
3 풀물이 식을 동안 실파를 다듬어 씻은 뒤 돌돌 감아 만다.
4 총각무가 절여져 뻣뻣한 기운이 누그러졌으면 깨끗하게 헹구고 물기를 뺀 다음 십자로 칼집을 낸다.
5 식은 풀물에 마늘즙과 생강즙, 설탕, 소금, 멸치액젓을 넣어 간을 맞춘다.
6 김치통에 총각무와 감아둔 실파를 담고 ⑤를 부어 하루 동안 실온에서 익힌다. 가장자리에 보글보글 거품이 올라오면 냉장고에 넣어 이틀간 더 숙성시켜 먹는다.
7 냄비에 넉넉히 물을 붓고 펄펄 끓으면 국수를 넣어 삶는다. 찬물에 바락바락 주물러가며 충분히 헹군 후 사리를 지어 그릇에 담고 물김치 국물을 부은 뒤 쑥갓을 곁들인다.
솔솔 솔향기, 송화밀수
지난봄에 갈무리해둔 송홧가루를 드디어 먹어보는 날입니다. 송순에 포진한 송홧가루를 털 때 탑탑한 가루가 목과 코를 연신 막는 바람에 괜한 일을 벌였나 짧은 후회를 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곱고 화사한 밀수 한 잔을 대하니 귀밑머리에 맺히던 땀도, 가루를 받을 때의 지루함도 싹 가시네요.
송화밀수는 이보다 더 고울 수가 있을까 싶게 내밀하고 향기롭고 호사스러운 음료입니다. 더위가 치달을 무렵에 어울리기도 하거니와 자주 접하는 음료가 아니기에 더 특별하고 귀해요.
기본 재료 송홧가루 3큰술, 생수 4컵, 꿀 4큰술, 잣·얼음 약간씩
만드는 법
1 볼에 생수와 꿀을 넣고 섞어 꿀물을 만든다.
2 ①에 송홧가루를 넣고 곱게 푼다.
3 ②에 잣을 띄우고 취향에 따라 얼음을 띄운다.
/ 여성조선 (http://woman.chosun.com/)
진행 강부연 기자 사진 이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