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스티앙 살가도 성남아트센터 전시기간은 11. 23 (수) - 12. 11 (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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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영섭(김영섭사진화랑 대표)
1. 20세기 최고의 다큐멘타리 사진가로 추앙받는 세바스티앙 살가도 사진이 지난 7월 서울전에 이어 성남에 있는 성남아트센터에서 개최된다.
성남문화재단은 2005년 10월 14일에 성남아트센터를 개관하여 국내외적으로 많은 관람객들이 다녀간 문화예술의 산실이 되고 있다. 이러한 정황속에서 20세기 최고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세바스티앙 살가도 전시를 유치하여 미술관의 이상을 높임은 물론 시민에게 품격높은 전시를 통하여 성숙한 이미지를 제공하고 또한 성남유일의 복합문화공간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세바스티앙 살가도 전시회를 김영섭사진화랑 협력으로 개최하게 되었다.
이번 전시는 살가도가 1977년부터 2001년까지 24년간 찍은 방대한 분량의 사진 중에서 회고전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살가도가 심혈을 기울여 선정한 오리지날 프린트로 1.라틴 아메리카 2.노동자들 3.이민,난민,망명자 4.기아,의료 등 4개의 섹션, 총 173점으로 살가도가 직접 사인한 베스트 중의 베스트 사진으로 살가도 에이전트인 아마조나스 이미지에서 한국의 팬들에게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사진의 저변 확대가 한창 무르익는 한국사진계에 커다란 원동력이 될 뿐만 아니라 현대 다큐멘타리 사진의 진정한 전형을 제시하여 다큐멘타리 사진의 나아갈 바를 제시해 줄 수 있는 전시라는 점에서 향후 한국 사진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규모 기획전이라고 할 수 있다.
2 살가도는 브라질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경제학을 공부하기 위해 도시로 이사했다. 69년 브라질 정부의 압력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한 그는 프랑스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커피 재배 현황을 조사차 방문한 살가도는 극심한 가뭄과 기아로 고통 받는 아프리카를 보고 이 참상을 경제학 보고서가 아니라 사진으로 세상에 알리는 일이 더욱 유용하다고 판단하여. 경제학 박사에서 사진으로 인생의 방향을 전환한 살가도는 1979년 매그넘 사진의 회원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다큐멘타리 사진의 길로 접어 들었다.
- 라틴 아메리카 - 살가도가 70년대 중반 사진 찍기로 마음먹고 첫 번째 프로젝트의 주제로 자신의 고향인 라틴 아메리카를 선택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살가도는 1977~83년까지 부유한 북아메리카 미국과는 대조적으로 육체노동으로 삶을 살아가는 인디언 농부들의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7년 동안 중남미 지역을 돌아 다녔다. 며칠씩 걸어서 벽지의 산 속 마을들을 찾아 다니며 작업한 끝에 그는 가난과 고립된 환경 속에서도 금욕적이고, 위엄있고, 힘이 넘치는 인디언 농부를 담은 사진집 <다른 아메리카인 Other Americans>을 출판했다.
사진집 <다른 미국인들>에 담겨진 그들의 삶은 말그대로 전 세계에 걸친 이동 그 자체였다. 어디로 이주하고 정착하였든지 인간애의 근본은 가난한 브라질을 강타한 자본주의 물결의 사회적 격동의 영향에서이다. 그들은 정든 집을 버려야했고 정든 고향을 떠나서 빈 몸뚱아리만으로 여러 도시로 떠밀려 가야만 했다. 살가도는 자신도 사진의 본질을 절망과 희망의 복잡을 심경을 동반하는 이주의 풍경에서 찾고 있다.
포토 저널리스트로서 살가도의 근본은, 그 실제 풍경을 이제는 찾아 볼 수 없다 해도 여전히 브라질 내 원초적이고 소박한 삶에 놓여 있다. 섬유질 중심에 물을 저장함으로서 가뭄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가시 맣은 선인장, 그 등 뒤로 빛을 떨구는 거룩한 아침, 날개달린 하얀 천사 옷을 입고, 첫 번째 성찬식에 참가할 준비가 되어 있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소녀들의 꼭 다문 입술, 세르탕 황무지에서 생명을 다하고 가혹한 태양에 말라붙은 채 내버려진 당나귀나 들소의 뼈를 블록처럼 가지고 노는 벌거벗은 아이들, 살가도는 이렇게 단순하고 황량한 풍경들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묵묵히 이야기 하고자 한다.
-노동자들 - 살가도의 노동자 시리즈는 150년 전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끝나게 되고 전형적인 육체노동자들은 사라지게 될 것이므로 그전에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었다. 즉 ‘고대 산업이라고 불리는 대규모 수공업자의 모습, 로봇이나, 전자컴퓨터가 이어받기 이전의 생산의 협동작업 등 노동자에 대한 기록이다.
브라질 금광에서 천 한 조각만을 몸에 두르고 금을 캐기 위해서 하루 3만명이나 되는 인간군상들이 생존의 치열함을 느끼게 하는 노동자들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진흙 속에서 일 하고 있는 수백 명의 사람들 사람뿐만이 아니라, 사탕수수 농장에서 힘들게 일하는 노동자, 제철소에서 위험한 작업을 하는 사람들, 아무것도 없는 허허 벌판에서 거대한 배를 만들고 있는 노동자등은 사라져가는 다양한 육체 노동현장 생생하게 보여준다.
살가도는 이 계획을 위해 1987년부터 1993년까지 7년이란 긴 세월의 열정을 보였으며, 중국,인도,소련,방글라데시,쿠바,프랑스,브라질,미국등 세계 26개국에 흩어져 있는 40-50개의 작업현장을 방문하여 촬영하였다. 이 사진들을 통해 육체 노동의 신성함과 원초적 삶의 건강함을 보여줌과 동시에 인간이 자신의 근원적 모습인 자급자족의 삶의 방식을 스스로 폐기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육체 노동자들은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는 고사하고 자신이 생산한 생산품조차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살가도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이들은 노동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질 육체 노동을 기록함과 동시에 현대 문명이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과 병폐를 고발하고 있다.
-이민,난민,망명자 - 이민,난민,망명자 시리즈는 1993년에 시작하여 7년이란 기간에 걸쳐 세계43개국을 돌며 매년 9개월 동안 그들과 함께하며 이 사진들을 완성 하였다. 20세기는 전쟁과 피난의 세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특히 마지막 10여년은 더욱 그러했다. 여러 갈등 속에서 피난민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많은 이민,난민,망명자들이 생겨났다. 전 세계에 걸쳐 난민수는 4억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고슬라비아와 체첸의 독립전쟁, 르완다의 민족분쟁, 이라크 걸프전등 강대국들의 이익에 따라 지배되는 아프카니스탄 문제 등 이루 말할 수 없다. 보스니아에서는 이슬람 교도들과 세르비아인 그리고, 크로아티아인들이 모두 함께 살고 있다. 세르비아인들은 독립을 넘어 다른 민족들을 깨끗이 제거 하기위해 민족 정화 운동을 시작했고 이로 인해 세 민족 간에 전쟁이 일어남으로서 대량학살이 차례로 이어졌다. 살가도의 사진은 전쟁의 최대 희생자인 민간인들의 참상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분쟁이 가득한 아프카니스탄에서 폐허가 된 도시를 목발을 짚은 채 걸어가는 한 남자의 실루엣을 보여주는데 이는 전쟁의 비극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사람들은 고향을 버리고 안전한 은신처를 찾아서 떠나면서 난민이 된다. 베나코 탄자니아 캠프의 아침을 찍은 사진을 보면 비극으로 슬픔에 쌓인 캠프의 모습이 아침 햇살에 비춰져 아름다운 희망이 샘솟는 모습으로 느끼게 한다. 살가도는 자신의 사진은 예술도 인간의 비극을 기록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의 사진은 단지 최악의 조건에서도 끊임없이 투쟁하는 인간 존재의 존엄성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다시 말하자면 살가도의 사진은 휴머니즘 자체인 것이다.
- 기아, 의료 - 기아, 의료는 1984년부터 1985년까지 찍은, 사헬Sahel은 사헬의 기아로 알려진 아프리카의 참혹한 상황을 다루어, 저널리스트로서 그의 지위를 확고히 해주었으며, 그곳에서 살가도는 국경 없는 의사회 회원들과 더불어 가뭄이나 홍수 같은 자연재해나 내전으로 고통 받는 아프리카를 촬영하여 책으로 출판하였다.
극심한 가뭄과 식량과 식수의 부족, 청결하지 못한 위생 상태는 아프리카인들의 생존 자체를 위협한다.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지만 극심한 가뭄으로 식량을 생산해 낼 수 없고, 찾아내었다 하더라고 청결하지 못한 위생상태에 놓여 있던 물과 식량은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인 독약으로 작용한다. 세계적인 구호물자와 대대적인 방역, 예방 접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의 상황은 악순환을 되풀이하며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 놓인 그들은 쉽게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가벼운 전염병이나 질병으로도 고통 받는다.
이런 아프리카의 생활을 몸소 겪으며 그 모습을 촬영한 살가도의 사진은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어려움, 기아, 질병으로 고통 받는 그들의 모습을 가감없이 전달해 준다. 살가도의 사진집 중 “사헬”은 “사헬의 기아”로 알려진 아프리카의 참혹한 상황을 다루고 있는 시리즈 사진집이다. 풀 한 포기 찾아 볼 수 있는 황량한 모래벌판을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지나가는 한 아이는 손에 쥔 마른 나뭇가지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야위어 있다. 전쟁이나 질병이 아니라 단지 굶주림만으로 죽어가고 있는 아이들은 몸은 앙상하지만 눈망울만은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살가도의 사진에서 드러나는 피사체의 존엄성은 이 작업 태도에서 알 수 있다. 다른 매체들은 아프리카의 사헬의 기아를 취재하기 위해 짧게는 두 시간에서 길게는 2일 정도 머물렀던 것에 비해 그는 몇 주씩 그곳에 살면서 현지 사람들을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단 한 순간의 보도나 잡지 몇 쪽을 장식하는 기사거리 용도로 생각하지 않았고, 그들의 힘든 삶을 피부로 느끼고 체험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피사체와의 교감을 통해서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는 좋은 사진이 나왔던 것이다.
3 살가도의 사진은 한 장의 사진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승부하는 사진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살가도는 자신이 직접 필름을 감아서 쓰고, 하루에 16시간 동안 직접 수천 장의 작은 시험 인화지를 만들고, 그렇게 하여 살가도는 사헬지역, 샤드, 에티오피아, 말리, 수단에서 장기간에 걸쳐 촬영하며, 그 지역의 사람들에게 위압감이나 거리감을 주지 않기 위해 자가용이 아닌 대중 교통을 이용하여 언제나 홀로 촬영을 다녔다. 살가도의 사진은 그 지역의 사회, 문화와 역사 전반의 이해를 바탕으로, 그들의 삶을 진정으로 공유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살가도의 부단한 노력으로 탄생한 사진으로 전체가 하나의 메세지를 담고 있는 장엄한 서사시와 같다.
살가도의 사진은 이 땅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질문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현대화라는 미명하에 우리는 좀 더 안락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가난한 자들은 그 이익을 얻지 못하며 그들의 상황은 점점 더 악화 되어만 간다. 이 세상에는 여전히, 어떻게 하면 좀 더 풍요롭게 살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 생명을 하루만이라도 더 연장할 수 있을까라는 원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의 모습은 한없이 비참한 것도 아니며 단순한 동정이나 연민을 불러 일으키지도 않는다. 살가도는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 또한 우리와 마찬가지로 존엄한 생명을 가진 인간임을 깨달았고 가장 극한 상황에서도 생존을 위한 투쟁을 벌이는 그들의 숭고한 몸짓을 극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살가도의 사진은 현대 사회의 가장 진실한 보고서임과 동시에 20세기 가장 감동적인 다큐멘터리 사진가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살가도의 사진은 미국 29, 프랑스 18회, 독일 14회, 스페인 13회, 브라질 12회, 이탈리아 10회 일본, 중국 등 전 세계 29개국에서 총 154회 전시를 통해 수백만의 관람객을 사로잡았다.
이번 전시는 완벽한 미학적 구도 속에 현대 삶의 모습을 진실하게 기록하고 있는 살가도의 20여년에 걸친 사진세계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될 것이다. 또한 살가도의 오리지날 작품 173점 보여준다는 의의를 넘어, 현재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고 ‘인류애’라는 보편적 감성을 불러 일으켜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촉구한다는 점에서 사회, 문화적으로도 의미 있는 사진전이 될 것이다.
휴머니즘에 바탕한 살가도의 사진은 인본주의적 사진에 수여하는 유진 스미스 상을 수상하였고,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스페인, 스웨덴, 미국, 일본 등의 여러 사진 협회로부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중요한 사진상을 모두 수상했다. 그는 올해의 작가상, 올해의 보도 사진작가로 선정되었으며, 다른 나라의 언론 협회에서 수여하는 해외 보도 사진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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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티앙 살가도 한국전을 준비하며... 글 : 최유진(김영섭사진화랑 디렉터)
살가도의 사진은 무엇인가? 살가도의 사진 속에서 말하는 언어는 무엇인가? 또한 그의 사진적 언어가 어디까지 인간과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일까?
1.
위의 질문들은 살가도 한국전을 준비하게 된 1년 반 전부터 전시 오픈을 얼마 남겨둔 지금까지 내 자신에게 계속 되어온 질문이다. 그리고 이제 조금씩 그 해답과 명확한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살가도 오리지날 프린트 150여점을 처음 보게 된 1년 반 전에는 시선을 잡아두는 진한 감동과 너무나 낯선 세계에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진 속 인간들의 모습이 현실감을 주지 못한 채 때론 동정으로, 때론 슬픔으로 다가왔었다. 하지만 지금은, 살가도 사진 속 인물들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될 수 없는 나와 동등한 인간들이며 이들이 삶을 바라보는 그리고 삶에 투쟁하는 모습은 오히려 숭고하고 진지하다는 것을 가슴 깊이 느끼게 되었다.
나는 아직도 일본 살가도 전시 때 전시장을 찾아온 수많은 관람객들의, 동정심과 연민 그리고 진지함이 섞인 얼굴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참으로 천천히, 천천히 전시 관람을 하던 그들의 모습은 살가도 작품에서 느끼는 감동만큼이나 나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들의 시선을 하나같이 잡을 수 있는, 그리고 그들에게서 어떠한 형태로든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살가도의 작품 속에는 과연 무엇이 있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을 시작으로 살가도 한국전의 준비는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의 작품은 나의 모든 감성에 자극적인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 중 한 작품은 “into the hell” 지옥으로 향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수없는 죄악과 거짓으로 물든 삶을 살아가는 이들, 돈과 명예를 위하여 모든 인간애를 버리고 살아가는 이들이 결국 가는 곳은 바로 “hell"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든 작품은 브라질 금광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담은 그 유명한 노동자 시리즈 <The Workers> 중 한 작품이었다. 자세히 들여다보기 두려울 정도였던 그 이미지, 그것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수많은 인간들이 하나의 목적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담은 그 이미지 하나로 이런 삶, 이런 모습이 불과 10 여 년 전, 지구저편 어딘가에서 실제로 일어난 상황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의 또 다른 형태일 뿐이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도 같을 수 있다는 생각은 충격적인 메시지였다.
또 다른 작품은 얼마나 이와 대조적이었나! 이곳은 하나님이 보여주려는 천국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환상을 주는 작품. 따뜻한 빛이 스며드는 숲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천사들의 모습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이주민(Migration) 시리즈 중 하나인 난민촌의 모습이었다. 그렇다. 이들은 모두 죽어 천국에 가고, 그곳에서 지상에서는 누리지 못한 안락함과 행복을 누리고 있으리라! 배고픔과 질병에 안식처 없는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에서 천국을 본 것은 다분히 나의 시각적 환상이었을까? 작가는 도대체 사진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일까? 이러한 강한 의문이 개인적인 질문일지도 모르겠으나 작가에게 접근하는 나의 방식이었나 보다.
살가도 사진의 특징은 작가가 카메라 앞에 벌어지는 인간들의 삶을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아무런 편견 없이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살가도가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것은 그저 그들을 만나보고 온전히 이해하기 위함이다. 살가도는 단지 최종 목적인 사진만을 만들기 위해서 작가의 사진 속 인물들을 소재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아래의 짧은 살가도의 말이 이 사실을 대변해 주고 있다.
“... 나는 브라지리아에서 멀지 않는 브라질의 들에서 일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그곳에서, 개처럼 나무에 쇠사슬로 매여 있는 한 남자를 보았다. 그 남자는 윗도리를 벗고 있었는데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 그가 매어 있는 나무는 환상적으로 보였고, 광선도 굉장히 아름다웠다. 하지만 나는 나에게 몹시 무섭게 보이는 그 친구의 모습을 찍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의 창피스러운 상황을 이용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 사진을 찍는 것은 그것을 훔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하지 않았다.”
이 말은 살가도가 피사체에서 고결함과 존엄성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 피사체들은 사진가들에게 사진을 만들어 주기 위해 카메라 앞에 있는 것은 아니다. 또 한 가지, 살가도는 사진이 사람들 사이에서 의사소통하기 위한 도구라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에 경제학자에서 사진작가로 직업을 바꾸었다. 그는 장기간 여행하며 온전히 많은 것을 흡수하고 이해하기 위해 늘 홀로 떠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것이 바로 그가 존재하는 삶의 방식이다. 작가 정신은 이런 부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살가도는, 작가란 자신보다 다른 이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야 함을 사진을 통해 호소한다. 무엇을 우리는 인간이라 말할 수 있는가? 또 한번의 본질적인 질문은 바로 살가도의 사진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과 다르지 않다.
2.
갤러리에서는 “아트 다큐멘타리”라는 새로운 언어를 만들었다. 그래도 살가도가 가장 많이 팔리는 유일한 다큐멘타리 작가라는 사실에 그 이유를 살펴본다. 개별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작가의 작품 중 유독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사진은 시리즈에서 따로 나와 아름다움과 환상적인 이미지를 만든다. 수많은 개인 콜렉터들은 참혹하지만 또는 비참하게까지 느껴지는 그의 작품 중(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그리고 빛과 어둠의 강렬한 콘트라스트가 두드러지는 그 흑백 톤의 매력에 빠지곤 한다.
살가도의 사진 중 특징적이라 할 수 있는 view의 구도는 인간을 중심으로 배경을 뒤에 두고, 특정 오브제를 크게 잡아 원근법적으로 작아지게 인간들을 배치한다는 점이다. 부분적인 결정적 순간은 늘 이미지 곳곳에 숨어 있으며 우연히 이루어진 사진은 단 하나도 없다. 특히 그의 사진 속 피사체는 늘 작가와 교감하고 있으며 렌즈 속 작가의 눈을 통해 교감한다. 이것은 사진을 보면 볼수록 느껴지는 그만의 예술적 작품의 결정이다. 그렇게 때문에 장시간 걸친 그의 노력이 보는 이들에게 사진 속 인물들이 그저 단순한 피사체 정도로 느껴지지 않게 하여 진한 감동을 전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가 만들어낸 다큐멘타리 사진을 예술적 영역에 당당히 올려 놓은 위대함이다.
살가도 전시를 준비하면서 나는 거대한 기업을 만났다. 한 사람의 작가를 위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그의 에이전시 회사 아마조나스 이미지Amazonas Image는 나에게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어느 대기업보다 더 거대하게 느껴졌다. 촬영지 섭외 팀, 프린트 전문팀, 회계팀, 저작권 관리팀, 책 출판님, 전시기획팀, 해외전시 관리팀 등 무수히 구분된 각 팀들과 일하는 것은 한 회사가 아닌 팀별로 나뉜 전문회사들과 개별적으로 접하는 느낌을 주었다.
작가를 위해, 그의 작품의 보존과 의미 전달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현재 한국 다큐멘타리 작가들의 어려운 상황이 되물어졌고, 아무런 지원 없이 묵묵히 작업하는 그들 모두에게 갤러리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리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그들은 모두 개인적 목적을 떠나 사회와 문화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는 이들이 아닌가!
3.
이번 한국전에 작가를 초대하기 위하여 오래전부터 스케줄 조정을 해왔지만 아쉽게도 취소되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나의 작품 전시는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촬영은 늘 보여지는 것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촬영팀이 결정한 그리고 내가 가야 할 곳에서 작업을 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다음 기회에 만나자는 작가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작가로써의 프로 기질을 살가도에게서 발견하게 된다. 존경할 수밖에 없는 그의 정신적 깊이에 놀라는 것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계속 떠나지 않는 여러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각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살가도의 작품과 작가에 대하여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보는지 알리기 위하여 나는 전시 도록 디렉팅을 하게 되었다. 살가도의 축사 그리고 고창수 시인이 작가에게 선사하는 아름다운 시로 도록은 시작된다. 서문은 사진가 홍순태, 문화인류학자 조관연, 예술경영학을 전공한 김종호의 글로 그들은 살가도의 작품 세계와 의미를 나름의 관점으로 해석한다.
이번 전시는 라틴 아메리카, 노동자들, 이주자들, 기아 의료, 이렇게 4가지 섹션으로 나뉘어지는데 각 섹션별로 라틴 아메리카-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송하춘 교수, 노동자-동아일보 이광표 기자, 이주자-배우 김혜자, 기아, 난민-의사 이제호에 의해 그 이야기가 전해진다. 전시도록에 이처럼 많은 글을 볼 수 있는 것도 드문 경우이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일제히 말하는 살가도 작품의 공통점은 그의 작품이 아름다움, 장엄함, 그리고 인류애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 문화인류학자인 조관연의 글은 정리되지 않던 시대적 배경이나 흐름을 정확히 인식시켜 주었다. “어느 누구도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총체적인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로 시작되는 그의 글이 꽤 오랜 시간 마음속에 남는다. 많은 이들이 살가도의 한국 도록을 통해 더욱 깊이 작품 세계를 이해하고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다.
4.
전시의 마지막 과정은 바로 작품을 배치하는 디스플레이이다. 과연 어떻게 이 모든 것 즉 작가 정신, 작품, 그것의 의미 전달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인가!
먼저 이번 전시 ESSAYS는 4가지 작가의 시리즈를 보여준다. Amazonas Image에서 엄선해 고른 주옥같은 작품들인 이 시리즈는 전 세계 유수의 뮤지엄에서 수없이 전시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4가지 시리즈를 각 개별 전시처럼 보여주면서도 살가도의 작품 전체의 맥락을 짚어볼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를 하려고 한다. 그 결과 하나 둘 머릿속에 떠오른 색상들에 가슴이 벅차오르기 시작한다...
라틴 아메리카는 적갈색이 강렬하게 와 닿는다. 그들이 사랑하고 살고 있는 토양의 색에서 영감을 얻었다. 가족적이고 종교적이고 폐쇄되어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이러한 순서로 디스플레이 하되 조금은 군집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
노동자 시리즈는 늘 나에게 무채색의 무거운 회색을 연상시킨다. 길고 고단한 노동의 시간은 늘 역동적으로 움직이지만 정지해 있는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지만 전시장에서는 공간을 두고 그들을 자유롭게 배치한다.
이주자 시리즈에는 이주민들의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과 희망, 그리고 좌절이 담겨져 있다. 고향을 잃고 난민이 된 이들의 모습에는 너무나도 절실한 희망과 삶에 대한 욕구가 전해짐을 본다. 스카이 블루. 그들에게 하늘처럼 맑은 스카이 블루를 선물한다. 가장 많은 작품이 있는 이주자 시리즈는 보는 이들에게 과연 어떻게 다가올 것인가!
마지막으로 사헬 시리즈는 살가도 마지막 부분을 완벽하게 감동으로 응축시키는 힘이 있다. 외국에서는 블랙보다 더 검은 색을 보라색이라고 한다. 죽음보다 더 어두운 세계를 표현할 때 짙은 보라색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밝고 환한 보라톤으로 현실에서 보이는 절망이 다가 아니며 많은 이들의 극복과 사랑으로 충분히 그 상황은 변화될 수 있음을, 또 그들이 원하는 것처럼 언젠가는 굶주림과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담아주고 싶다. 이들에게는 죽음마저 무색한 삶에 대한 사랑이 있지 않은가? 비참함이란 단어는 정신적인 문제이지 현실적으로 보여지는 것만으로 표현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모든 색의 톤은 일정하게 낮추고 살가도 전시 전체의 통일감을 위해 액자색은 흑백 프린트의 깊이와 힘을 보조할 블랙으로 선택했다. 사진 디스플레이의 흐름은 공통된 주제와 개인, 단체, 환경의 순으로 배치한다. 한 개인의 생활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환경이 그들에게 줄 수 있는 막강한 힘을 풀어서 설명해 줄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