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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기교의 본보기 된 작품집 -강소천의 동요동시집 < 호박꽃초롱>을 읽고 이준섭 1. 강소천의 동요 동시 세계 강소천의 작품은 교과서에 나오는 "닭" "그리운 언덕" " 태극기 " 등 작품을 읽고 아, 좋은 작품이구나! 했을 정도였다. 본격적으로 작품 세계를 살펴본 것은 2015.5.28일 한국 어린이 청소년도서관 대강당에서 아동문학가 강소천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식 및 2015년 소천아동문학상 시상식에 갔을 때였다. 뜻밖에도 시상식에 온 사람들에게 『 호박꽃 초롱』이란 강소천 동요 동시집을 선물로 주고 있었다. 본격적인 평론가가 아닌 사람으로 이처럼 좋은 동요동시집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다. 시상식에 간 난 나도 모르게 시상식보다는 호박꽃초롱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동안 교과서를 통해 몇몇 작품을 읽고 있어 알고는 있었지만 이처럼 선집을 본격적으로 읽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그만 작품 속에 잠겨들게 된 것이다. 어쩜 동요 동시를 이처럼 나를 잊고 빠져보기는 드믄 일이어서 마냥 행복했다. 강소천 선생은 1915년 함경남도 고원군 수동면에서 태어나셨다.1930년 어린이 잡지 "아이 생활"에 동요 "버드니무 열매" 발표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셨다. 일제시대였지만 조선중앙일보, 매일신보, 만선일보 ... 등 창작활동을 왕성하게 하시다 1941년 동요시집 "호박꽃 초롱" (500권 )을 박문사에서 발행하셨다.부끄럽게도 "호박꽃 초롱"을 접해보지 못하고 있었다. 강소천 선생의 탄신 100주년을 맞이하여 선생의 "호박꽃 초롱"과 9권의 동화집이 대산문화재단의 도움으로 옛모습 그대로 태어났다니. 아동문단의 큰 경사이다. 도움을 주신 대산문화재단, 만드신 서석규 선생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다.후학들이 아동문학 공부에 지침서가 될 것이다. 2. 『호박꽃 초롱 』의 작품 감상 교과서에 나온 "닭"을 다시 읽어 보자 물/ 한 모금/ 입에 물고//하늘/ 한 번/ 쳐다보고// 또/ 한 모금/ 입에 물고// 구름/ 한 번/쳐다보고. 이 작품은 닭의 일상생활을 통해 사람들이 검소함 속에서 행복을 찾는 삶을 제시해 주고 있다. 물 한 모금 입에 물고 하늘 한 번 쳐다 보는 것은 물한 모금 마시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행복해 하는 닭의 삶을, 또 한 모금 마시고 구름 한 번 쳐다보고 2연에 등장하는 구름은 꽃구름일 것이다. 물 마시고 꽃구름을 타고 멀리 여행이라도 떠나가는 것일까? 뀿구름을 타고 떠나는 닭의 행복을 생각만 해도 읽는 이를 행복하게 한다. "보슬비의 속삭임"을 읽어 보자 나는 나는 갈 테야 연못으로 갈 테야 동그라미 그리려 연못으로 갈 테야 1연에서는 봄비가 동그라미 그리려 연못으로 가고 싶다는 말인데 이는 봄비(화자)의 동그라미를 그리고 싶은 마음을 재미있게 잘 표현하고 있다. 봄비는 연못에 내리면서 수많은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봄꿈을 그리고 있다. 봄비 속엔 수많은 새싹들이 움을 틔워 연두빛 봄꿈을 피워 올릴 것이다. 나는 나는 갈 테야 꽃밭으로 갈 테야 나비 꿈을 엿보러 꽃밭으로 갈 테야 2연에서는 나비 꿈을 엿보러 꽃밭으로 가겠다는 말인데 이는 봄비를 머금은 꽃의 아름다움을 상상하면 저절로 즐겁고 행복해지는 것이다. 더구나 꽃봉오리 속의 나비를 보면 누구나 향기롭고 아름다움 속에서 마냥 행복해질 것이다. 나는 나는 갈 테야 풀밭으로 갈 테야 파란 손이 그리워 풀밭으로 갈 테야 3연에서는 파란 손이 그리워 풀밭으로 가고 싶다고 한다. 파란 손은 희망과 꿈이 있는 행복의 세상일 것이다. 이 어린이( 봄비 )는 철이 없는 듯 좀 모자란 듯 하지만 새봄을 맞이해 희망과 꿈을 그리고 꿈꾸면서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의 소망을 노래하고 있다. 적절한 반복법을 사용하며 몇 번만 읽어도 저절로 노래가 되는 절묘한 동요이다. "호박꽃 초롱"을 다시 읽어 보자 호박꽃을 따서는 무얼 만드나 무얼 만드나 우리 애기 조그만 초롱 만들지 초롱 만들지 반딧불을 잡아선 무엇에 쓰나 무엇에 쓰나 우리 애기 초롱에 촛불 켜 주지 촛불 켜 주지. 1연에서 호박꽃 초롱은 우리 애기에게 왜 만들어 주려 하는가? 아마 그것은 애기의 꿈을 밝혀주고 싶은 화자의 마음일 것이다. 어둠을 밝혀주는 초롱은 우리 애기의 희망과 미래의 꿈을 밝혀주는 화자의 꿈이다. 2연에서 반딧불 잡아서 초롱에 촛불 켜 주는 일도 우리 애기의 밝은 미래를 위해 꿈을 밝혀주고 싶은 꿈의 세계이다. 역시 반복법이 저절로 노래부르게 하고 있다. 소천님은 애기에게 꿈과 희망을 밝혀주고 싶은 마음을 호박꽃과 반딧불을 소재로 저절로 이뤄질 수 있게 노래하고 있어 감동을 주고 있다. 다음엔 " 순이 무덤 " 읽어 보자 금잔디 파래진 순이 무덤에 오늘도 찾아와 보았습니다 - 순이는 잠을 잘까? - 순이는 꿈을 꿀까? 꽃 하나 아니 핀 순이 무덤이 어쩐지 쓸쓸해 보였습니다 - 민들레 심어 줄까? - 할미꽃 심어 줄까? 저녁 바람 스산한 순이 무덤에 고운 꽃 꺾어다 심어 놓고는 "순이야! " 가만히 불러 보았네. 무덤으로 누워 있는 순이는 누구일까? 같이 학교 다니던 마을의 동무일까? 아니면 같은 집에 살던 여동생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한 마을에 살던 집안 여동생일까? 나도 날마다 만나 소꼽놀며 같이 자라던 우리 집안 당숙 딸인 요숙이가 갑자기 죽어 마을 뒷산에 무덤이 되어 누워있었다. 나도 한동안 날마다 무덤에 가서 풀잎을 씹으며, 꽃잎을 따서 뿌리며 놀곤 했다. 4한년때 너무도 충격적인 추억이라 늘 가슴 속에 살아 있다. 아직도 내 가슴속에 살아 있는 요숙아 너무도 그립다, 그리웁다 ! 순이가 누구든 화자가 날마다 같이 만나 놀다 보니 정이 들대로 든 소녀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비록 얼굴은 못 보아도 잠을 자거나 꿈을 꾸고 있다는 마음이 마음 속에 살고 있는 순이는 죽었어도 죽지 않고 살아 있디. 민들레를 심어주기도 하고 할미꽃을 심어 주기도 하며 " 순이야 ! " 불러보곤 하는 마음속엔 죽었어도 살아 있는 처절한 그리움의 세계이다. 죽은 순이를 살려내고 있다. 2행의 짧은 동시 " 달리아" "소낙비" 짧은 만큼 깊이 있고 재미나는 동시이다. 그 가운데 " 소낙비"를 읽어 보자 장난꾸러기 소낙비가 길 가는 사람들을 뛸내기를 시켰습니다. 여름날 길 가던 사람들이 갑자기 소낙비를 만나 허둥지둥 뛰어가는 모습이 떠올라 저절로 웃게 만들고 있는 작품이다. 장난꾸러기로 비유한 소낙비도 재미 있다. 소낙비 피하여 달려가는 사람의 모습이 더 재미있다. 이런 동시가 어린이처럼 신나는 동시가 아닐까? " 엄마 소 "도 읽어 보자 아가가 엄마 보구 " 엄마" "엄마" 그런다두만 우리 집 어미 소는 아가 소 보구 " 엄마아" "엄마아" 그래요. 이 동시는 발상이 재미 있어요. 아기가 멈마 보고 엄마 엄마 부르곤 하는데 거꾸로 엄마가 아기 보고 엄마 엄마하는 재미 있는 소의 부름이 신나고 재미 있다. 역시 읽을수록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다. 이처럼 웃음꽃이 피어나는 동시가 최고로 좋은 동시가 아닐까? “ 눈 내리는 밤 ”도 읽어 보자 말없이 소리 없이 눈 내리는 밤 누나도 잠이 들고 엄마도 잠이 들고 말 없이 소리 없이 눈 내리는 밤 나는 나하고 이야기하고 싶다. 누나도 잠들고, 엄마도 잠들고, 나는 나하고 이야기하고 싶은 밤, 이렇게 함박눈이라도 소복소복 쌓이는 밤엔 내가 나하고 이야기하고 싶은 밤은 섬탄절보다 더 거룩하고 아름다운 가운데 내적 성장이 이뤄지고 있는 날임에 틀림 없을 것이다. 아마 어렸을 적 이런 추억을 안고 자라나지 않는 어린이는 없을 것이다. 홀로 잠 못들고 쌓이는 눈은 하늘의 꿈이 쌓이는 밤일 것이다. 너무 깊은 꿈 속에 파묻혀 잠 못 들고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을 것이다. “ 가을의 전신줄” 가을의 전신줄은 우리 누나 풍금 책 제비들이 전신줄에 와 앉았다 갈 때마다 노래 노래 곡조는 자꾸자꾸 변한다 가을의 전신줄은 우리 누나 풍금 책. 이 작품은 비유가 매우 우수한 작품이다. 가을의 전신줄을 오선지 그려진 음악책으로 상상하다니. 흥순 누나는 풍금을 잘 연주하는 음악을 좋아하는 누나이다. 가을의 전신줄은 왜 가을이어야 하는가? 가을은 먹을 것이 풍부하고 햇살이 유난히 낭창낭창할 것이다. 이런 날 울려퍼지는 흥순 누나의 풍금소리 얼마나 신이 나고 행복할 것인가. “ 조그만 하늘 ” 읽어 보자 들국화 필 무렵에 가득 담았던 김치를 아카시아 필 무렵에 다 먹어 버렸다 움 속에 묻었던 이 빈 독을 엄마와 누나가 맞들어 소낙비 잘 오는 마당 한복판에 내 놓았다 아무나 알아 맞혀 보아라 이 빈 김치 독에 언제 누가 무엇을 가득 채워 주었겠나 그렇단다 이른 저녁마다 내리는 소낙비가 하늘을 가득 채워 주었단다 - 동그랗고 조그만 이 하늘에도 제법 고운 구름이 잘도 떠돈단다. 늦가을에 담근 김치를 먹을 것이 다양하지 못한 가난한 집이라서 다음 해 아카시아꽃 필 때 다 먹어 버렸다. 마당에 내 놓은 김칫독엔 한여름 소낙비로 하늘이 가득 찼다. 이 하늘엔 꽃구름이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으니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늘을 마당에 모시고 살게 되었으니 얼마나 행복할까 강소천 시인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아름다움이요, 행복일 것이다. “ 가을 하늘 ” 도 읽어 보자 한.....번 두....번 세....번 네....번 ........... ........... ( 나는 그만 쓰러졌다 ) 마당이 돈다 집이 돈다 조선이 돈다 지구가 돈다 .................. .................. ( 슬며시 멎었다 ) - 엄마는 왜 상기도 안 돌아오누? 가을 하늘은 파랗기도 하다. 가을날 혼자서 집을 보면서 엄마를 기다리고 기다리며 지루해서 혼자 뱅뱅 빙 돌고 있는 어린이를 만나고 있다. 어린이는 조금만 지루해도 가만히 있질 못한다. 마구 움직여야 한다. 빙빙 돌다 보니 마당이 돌고, 집이 돌고, 조선이 졸고, 지구도 돈다. 점층법의 묘미를 누구나 쉽고도 재미 있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어린이들은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고 움직인다. 이 동시는 눈이 시리게 푸른 가을 날 혼자 엄마를 기다리며 돌고 있는 햇살보다 밝고 눈부신 어린이를 만나보게 하고 있는 작품이다. “ 겨울밤 ∏ ” “그림자와 나 ” “전등과 애기 별 ” 등의 작품들은 동화시라고 할까? 이야기 시라 할까? 재미 있는 이야기가 있는 - 인물, 배경, 사건이 있는 동시이다. “ 전등과 애기별 ”은 전등들이 하늘로 올라가 만나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 놀고 싶은 것 ... 등을 어린이 시각으로 상상해서 잘 표현하고 있다. 또한 하늘의 애기별들이 이 땅에 내려와서 듣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만나보고 싶은 것 ... 등을 재미있게 상상해서 그려놓고 있다. 대조법의 본보기가 되는 작품으로 두고두고 읽고 싶은 동시이다. 3. 마무리하며 강소천 시인의 “ 호박꽃 초롱”은 시상식보다는 동시 읽는 행복에 빠져들게 한 동시집으로 행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속에서도 읽는 행복에 빠져들어 있었다. 집에 도착해서도 반복해서 읽는 행복에 젖어 배고픈 줄도 모르고 있었다. 동시집에 빠져 생활의 리듬이 깨져 책을 덮어 치워두었다. 보름쯤 지났을까? 생각이 나서 다시 꺼내들고 반복해서 또 읽다가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끝에 같이 수록한 중편 동화 돌멩이 Ⅰ, Ⅱ 의인법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동화를 재미있게 읽었다. 강소천 시인의 작품들은 후대 사람들에게 다 본보기가 될 작품들이었다. 이처럼 좋은 동시를 읽게 해주신 대산문화재단, 서석규 작가님께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다. 이 좋은 동시 선집을 많은 어린이들, 많은 학생들, 많은 노인들도 꼭 읽어 보시길 권장하고 싶다. * 약력 * 1977;월간문학 시조 당선. 1979: 시조문학 추천완료. 1980: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81: 광주일보 창간기념 현상공모 동시 당선,1987: 한국방송대학교 학보사 현상공모 시 당선. 한국아동문학상, 전라시조문학상 한정동아동문학상 방정환아동문학상, 등 수상 1986: 동시집 “대장간 할아버지”외 4권 발간. 1988:시조집“새아침을 위해”외 3권 발간. 수필집“ 국화꽃 궁전” 장편동화집“ 잇꽃으로 핀 삼총사” 발간. 전자책시집 “ 장미원에서” 발간 김포시 문협 초대회장 역임, 지금은 한국동시문학회 회장으로 일하고 있음. * 전화: 010-8467-9915,02-2687-87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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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진솔한 감상평 감사드려요. 저는 1998년 읽고 강소천론 여기 저기 여러 편 ~썼지요. 지난 해에 걸쳐 요즈음 일본에 강소천( 외) 동시 몇 편과 동화 몇 편들 소개하고 해설 쓰느라 고생 좀 하고 있어요.
정선혜님, 일본에 소개글 더욱 빛나시길 바랍니다. 2월27일 한국동시문학회 총회엔 곡 뵙길 바랍니다. 이준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