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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산을 걸으니.
발밑에서 서걱서걱 슬픈 소리가 난다 낙엽이 지르는 비명소리다 그 찌는듯한 여름은 어느새 가 버렸는가
허전한 옆구리를 다독이며 발목이 푹푹 묻히는 담벼락을 지나 인적 드문 오솔길로 나선다 괜히 뭔가 잃어
버린 것 같은 것은 나이가 주는 상실감 때문일 게다
불같은,
열병을 앓던 사랑이란 용광로는 이제 없는가 가을 남자는 무쇠솥도 뚫는다던데 물오르는 봄 여자 란 말처
럼 봄이 여자의 계절이라면 기을은 남자의 계절이다 겨울은 음(陰)의 계절이고 여름은 양(陽)의 계절이다
새삼스레 무슨 캐캐 묵은 음양 같은 소리냐고 실없이 웃지 말거라 환갑 진갑 고희 다 지나도 기운만 정정
하면 그옛날 불같은 용광로가 오지 말란 법 왜 없겠느냐.
여자는 음기운이.
충만한 겨울에 강하고 남자는 여름에 강하다 그러므로 겨울에 넉넉한 음기운에 젖어있던 여자들은 봄이되
면 그 기운을 덜어내야만 한다 안절부절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속이 들썩들썩 바람이 들게 된다 반면 남자
들은 가을이 되면 양기운이 남아돈다 싱숭생숭 음기운의 빈자리를 찾아 방황하며 딱히 이유도 없이 코드
깃을 세우고는 낙엽 떨어지는 거리를 걸으면서 시몬 너는 아느냐 낙엽 밟는 소리를 어쩌고 하면서 시구를
업 조리고 싶고 동떨어진 포장마차에 홀로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싶어 진다 가을은 남자가 바람나는 계절
이 맞다고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지 안느냐.
연애라는,
애정행각이 옛날에라고 없었을 소냐 시인 이철(李喆) 은(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 라는 책에서 연애
논쟁만을 놓고 보자면 단연 1920~ 1930년대가 연애시대였다고 선언한다 서양문물의 영향을 받은 신여성
과 모던 보이 들이 유교적 규범이 수그러든 자리에 사랑과 연애를 적극 받아들였던 것이다 외모와 능력을
따지는 계산적 연애를 앞세우는 요즘과 달리 당시 연애는 목숨까지 바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른바 정사情死
사건이다 이중 절세 기생 강명화의 음독자살은 조선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표적인 사건 이었지요.
부호의 아들.
장병천을 사랑한 강명화는 기생이라는 이유로 손가락질을 당하자 자신의 사랑에 대한 순수성을 증명하
고자 단발(斷髮) 에 단지(斷指) 까지 서슴지 않았다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한 강명화는 약을 먹고 자살했
고 죽은 애인의 뒤를 따라 장병천도 음독을 하고 만다 돈 때문에 열일곱 나이에 마흔이 넘은 남자에게 시
집을 갔다가 이혼한 뒤 여급이 된 김봉자와 경성제대를 졸업한 유부남 의사 노병운의 비극적 정사는 1934
년 인기 가수에 의해 노래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사랑에 미쳐 죽는 것을 절대미의 극치로 칭송했기 때문이
다 그런고로 김우진과 현해탄에 투신자살 직전남 겼던 윤심덕 의 사의 찬미 음반은 최초로 10만 장을 돌파
할 만큼 사람들은 사랑을 위한 정사에 열광했다.
이토록 자유,
연애론을 부르짖는 신여성들의 대담한 선언은 정조는 육체가 아닌 정신에 있다는 신 정조론을 외친 시인
김원주를 비롯해 정조란 오직 취미에 불과하다는 정조 취미론을 내세운 나혜석 성적 만족을 위해서 라면
사랑 없이 육체적 결합이 가능하다는 연애 자유론을 주장한 허정숙 등의 자유 여성들이 나와서 당시의 세
태를 흔드는 풍조를 만들었다니 과히 대단한 연애관이 아니냐 그래 좀 발칙함이 없진 않지만.
어떠냐 불같은.
이런 연애 얘기를 듣는 그대 가슴에 조그마한 사랑의 불씨같은 거라도 생기느냐 뭐 이 나이에 한다면 임자
는 이미 북망산천(北邙山川)에 입적원서를 제출한 거와 마찬가지 위인이다 한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재혼은 남성이 전년보다 17% 여성이 25%로 늘었다 한다 통계청 발 표니 당연히 신뢰성이 있는데 그 원인
으로 는 우리 사회의 가족 주위가 해체되고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좀 더 긴 여생을 행복하게 보내고
싶어 하는 노인들의 욕구가 분출되었기 때문이라드군요 ㅎ
배우자와,
사별한 노인들의 사망률이 같은 연령대의 일반 노인보다 7 배라는 조사 결과는 황혼 로맨스(romance)가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삶을 상징함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로맨스그레이(romance grey) 가슴 설레지 않느
냐?오래전 종영한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 에서 70대 할아버지 충복(이순재 분)과 60대 할머니 안 여사(전양자)
의 늦깎이 사랑을 나는 분명히 보고야 말았다 주위의 시선도 아랑곳없이 열렬히 키스하는 장면을 보고 나도
모르게 흥분 하여 야 멋지다 했다가 아차 싶어 옆에 앉은 마누라를 쳐다봤더니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해
갔고선 흥 좋겠구려 왜 당신도 해보지 하고선 횅 하니 나가 버리는 사건이 있었지만 이 얼마나 가슴 벌렁
벌렁한 일이드냐~~푸하하
오솔길은.
한참이나 길어도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의 비명은 끝없이 따라온다 왜 가끔씩 지나가는 길손도 없을까 나이
가 들었어도 남자는 남자고 속내는 속내다 무쇠솥을 뚫는 열정을 나눌 동반할 이 오려나 짧은 스커트에 맨
다리 콘셉트(kənsént)를 하고 들장미 꽃술을 한병 들고 (속내 감추고 말하자면) 그저 조명 어둑한 곳에서
아무 말 없이 가볍게 술잔이라도 함께 기울여 주면 그걸로 족하지 않을까요.
가을남자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고독을 함께 지켜봐 줄 사람이면 되니까 쪼끔 더 나아간다면 창밖에는 낙엽 지는 소리
들리고 어둑해지는 실내엔 장미향이 은은한 어느 오두막에서 횡설수설 들장미 술에 취해가는 거라면 더욱
좋으리 다만 그녀에게도 필히 석 잔 이상은 권하지 말 것.전통처방에 따르면 들장미 술은 강력한 여성 최음
제라니까 흘흘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중얼중얼~~~ 푸하하하
~단 결~!!
첫댓글
오늘은 겨울을 재촉하는 듯
차가운 바람이 가슴팍에 스며들군요
마음도 싱숭생숭해서 몇 자 끄적인 것이니
재미없더라도 나무라지 마십시오.
여기에 오시는 선후배(先後輩) 제위님들은
과묵하고 너무 양반스러워서 오히려
부담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무게 잡는
댓글보다육담풍월(肉談風月) 이
오히려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지요
~단 결~!!
남자구실은 끝난거 같아요.훌쩍..
그래도 남녀의 오묘한 관계는 조물주의 섭리 겟지요
역시 마초님이 글을 올리니 집중해서 읽게 됩니다
모르는거 빼고 다 아는 마초님의 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큼
빼어난 문장입니다.아무나 흉내낼수없는 글 앞에 한참을 머물다 갑니다
형님 ! 올만에 잡썰 읽어보네요 ㅎㅎ
늘 마초님 글을 대할 때면 맛갈스런 한정식쯤을
받아 든 느낌입니다.보글보글 청국장도 있고 신선로에
따끈한 국물도 있으며 시원한
연포탕으로 목을 추기는 느낌인걸요^^
그렇지요, 늙었다고 콩 싫다 할리 있겠습니까ㅋㅋ?
늘 느끼지만 글 참 수려하고 구수하게 잘 쓰십니다
콩도 잘 익혀서 드셔야 합니다 국산 콩(?)이
한국 馬의 체질에 맞습니다ㅋㅋ
우리 세대들이 이론이 길수 밖에 없나 봅니다 간추린
한국연애사를
멋지게 엮어셨군요
그렇지요, 늙었다고 콩 싫다 할리 있겠습니까?
들장미 꽃술은 또 어떤 맛일까? 되게 궁금해집니다
내년 들장미 꽃필 땐 열심히
꽃 따러 다녀야겠습니다ㅋㅋ
글 속에 취해보며 잠시 쉼 해봅니다~^^*
내내 건 행하시고요~^^*
신중년이란 자기 자신을 가꾸고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며 젊게 생활
하는 중년을 이르는 말 이라지요
제가 아직은 73개 밖에 안먹었지만 자칭
신중년이라고 느끼먀 또 그리 살고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엔 연애는 한사람이면 충분하니
다른 운동이나 배움을 더 선호 하지요
그래서 이나이에 고등학교 2학년에 다니고
있으며 수영이던 인라안 스케이트전 야구든
웬만헌것은 젊은 친구들 한테 뒤지지 않는
답니다. 또 지구력도 키우기 위해 매일 수리산에
오르거던요 결국 마음 가짐에 달렷다고 봅니다
여자는 봄에
남자는 가을에...
오랜만에 잘 쓰신 글에 머무르고 갑니다.
님들의 주신 댓글이 옥구슬을
꿰듯이 미끈미끈 잘도 역여 있군요
여기를 방문하신 선후배 여러분의
가정에 만복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微賤 한 小人輩 한테 오랜만에
졸작(拙作)을 올렸는데 여기에 오신
선후배 님들은 과도한 찬사(讚辭)를
보내시어 황황( 遑遑)한 심정으로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感謝)를
드립니다
~단 결~!!
선배님 옛날에는 남자 들의 전성시대 였지요 처 첩도 거느릴 수 있었고
기방을 드나 들며 풍류 라며 읊을 수 있었고 남자들의 천국 이었다 여겨 집니다요 ㅋ
사랑은 끝나지 않았네
불현듯 조용필 노래가
생각이 납니다
나이가 들어도
마음은 청춘 끝없는
사랑을 갈구하지예
사랑은 아름다운 것
퍼낼수록 샘솟는
사랑..
사랑은 나이도 없고
국경도 없다 앙캅니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