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우수한 번역사로 인정받기 위해 악전고투했던 나는 7개월전 한국행을 택하였다.
처음에는 벼룩시장 구인정보를 보면서 전화도 많이 걸어보았고 직업소개소도 찾아가 보았지만 마땅치가 않았다.
어느날 서울 대림에 있는 한일취업정보라는 직업소개소에 가서 일하는데 거부감이 생기면 안되니까 무보수도 괜찮으니 가장 간단한 일부터 해보겠다고 했더니 담당자가 신도림역부근에 있는 찜질방 홀의 청소 주말알바를 해보라고 했다.
찜질방은 꽤 컸고 주말이라 손님들이 많았다.
나는 시키는대로 수면실, 소금찜질방, 휴게실을 드나들며 베개를 주어놓기도, 묻혀나온 소금을 털어놓기도, 다 마신 음료수병을 줏기도 했는데 전쟁에 나선 병사처럼 1초도 해이하지 않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여유롭게 휴식을 즐기는 손님들과는 완전 딴판으로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는 내 모습이 기특했던지 경리가 찰떡을 들고나와 먹으라면서 좀 쉬라고 했고 홀 청소아줌마가 다리 아프겠다며 걸상에 앉혔으며 손님이 커피를 타먹으라면서 호주머니에 막 넣어주었다.
그렇게 한참 지나니 홀 청소아줌마가 막 웃으시면서 《일을 정말 요령없이 하네》 하더니 휴지통에 비닐봉지 씌울 때 가급적이면 예쁘게 씌우고 밀걸레로 홀 청소할 때는 허리를 굽히고 천방지축 막 밀어가는것이 아니라 허리를 쭉 펴고 자연스럽게 걸레대를 잡고 쭉쭉 밀어나가야만 힘도 덜 들고 보는 사람들이 편안하다는것이였다.
참 닦고 쓸고 간단해 보이는 일에도 요령이 있었다. 10시간을 쉴새없이 돌아치고 6만 5000원(한국돈)을 받아쥐고 집으로 가는 길에 번역하는 일을 할 때처럼 열정과 성심을 다해 책임감 있는 태도로 림한다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인정받고 환영받는 사람이 된다는 사실을 실감하였다.
집에 오니 남편이 끙끙 앓고있었다. 체력로동을 별로 해보지 못했던 남편은 한국에 왔으면 힘든 일이든 궂은 일이든 가리지 말아야 한다면서 무거운 문짝을 7층까지 메여나르는 건축현장일을 한지 사흘만에 포기하고말았다.
그때 마침 리력서를 넣었던 곳에서 련락이 와서 우리는 짐까지 챙겨 구미시로 내려가기로 했다. 구미 아포에 위치한 큰 전자회사, 내가 하는 일은 기계에서 나오는 뜨거운 캐리어를 날라와 PCB를 장착한 후 다시 기계에 넣는 일이였는데 장착이 느리면 기계가 공운전하고 생산성이 떨어진다.
기계 3대가 동시에 가동할 때는 빠른 속도로 장착하여 기계에 투입시켜야만 납땜, 세척 등이 차질없이 이어질수 있었다.
나는 세줄로 놓여있는 PCB를 한꺼번에 잡고 캐리어에 놓는 단순동작을 남들보다 몇초라도 빨리 하기 위해 시간에 맞춰 여러 가지 손동작을 련습해 보았다. 두주일만에 속도가 가장 빠른 애를 초과할수 있었다.
뜨겁고 무거운 캐리어를 나르는 일은 녀자애들이 기피하는 일이였기에 내가 주동적으로 담당하고 나섰더니 주변의 눈길이 달라지는것이였다.
이렇게 매일 12시간 캐리어를 나르고 장착하다 보면 온 몸이 땀에 흠뻑 젖는 다이어트(숑肥) 효과로 두달만에 살이 10킬로그람이나 빠졌다. 대신 심한 변비가 생겼고 입에서 냄새가 나 옆사람과 가까이서 말하는것도 두려울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날 반대조 사원이 조장에게 욕을 먹고 회사를 때려치운 후 선후로 세명이나 채용했지만 모두가 입사 하루이틀만에 그만두는 바람에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때 조장이 나를 찾아 신입사원이 들어와서 안정될 때까지 반대조에 지원을 갈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명쾌히 대답하고 바로 반대조 야간근무에 나갔다.
반대조 녀자애들이 나를 보자 반색하는 표정이였다. 나는 삶의 희열같은것을 느꼈다. 입국 3개월만에 벌써 한국사람들과 무리없이 융화된것일가?
생산이 가득 밀린 상태에서 세명이 부지런히 해야 완수할수 있는 일을 신입생이 올 때까지 두 사람이 억척스레 완수하니 조장과 차장의 눈길이 또 달라졌다.
기업도시 구미에서 30대후반인 내가 20대 위주의 손놀림이 빠른 애들과 별 차이없이 일을 완수할수 있는것은 책임성, 도전정신, 나의 피타는 노력이라고 볼수 있다. 애사심을 갖고 일하는 마음가짐이 바로 이런 결과를 낳은것이다.
회사일을 무난히 할수 있게 되자 반복되는 단순작업으로부터 오는 허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현재 나는 경남 양산시에 있는 자동차부품회사에 근무하고있다. 이 회사에서도 나는 열정과 책임감, 애사심을 갖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인간성을 갖추고 열심히 일하다보면 한국인과 똑같은 정신적대우를 받게 되고 지어 한국인들보다 더 배려받고 환영받을수 있다는것을 느끼게 된다!
/ 전향미
첫댓글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이에게 기회는 자주 주어지고 남들보다도 성공이 먼저 옵니다. 당연한 듯한 이 진리를 의외로 실현하는 이들이 없습니다. 돈 많이 버시고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나니...저두 헤이해진 나의 마음은 다시 고쳐 잡아야겠습니다.한 수 배우고 갑니다.^^
사람의 인간성이나 능력이 우선합니다. 정상적인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라면, 결코 동포하고 차별받는 일은 없어야하고,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혹시, 특허(전리) 쪽으로 번역(기술/법률 지식이 있다면 더욱 hao)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제게 연락을 부탁합니다.
아름답게 살아가는 이는 타인에게 감동을 준답니다.....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