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인상 당근에도 건설사들 시큰둥 재건축 글쎄요.
매일경제,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2022. 12. 9.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시공사를 구하지 못하면서 사업 지연이나 좌초 우려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과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경색 등으로 주택 사업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예전 치열한 수주전을 펼쳐왔던 건설사들마저 재건축 시공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12월 9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일부 조합들이 공사비를 증액하거나 입찰 보증금을 낮추는 등 조건을 완화하면서까지 시공사 구하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불과 3~4년 전 주택시장이 뜨거울 때에는 건설사가 입찰에 여럿 참여해 조합의 힘이 셌지만 최근 사업성이 높은 곳에만 선별 수주에 나서면서 조합이 ‘시공사 모시기’에 나서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작년 주택 경기가 좋을 때는 다른 건설사가 공을 들인 사업지라도 출혈경쟁을 마다하지 않고 수주전에 뛰어들었다”면서 “지금은 확실하게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사업지도 여러 번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액 현금을 요구하던 관행과 달리 이행보증보험증권으로 내도록 하거나 병행하도록 하는 조합도 있다. 이행보증보험증권은 추후 조합이 정한 시일 내에 해당 금액을 내고 보증을 받은 증서를 말한다.
서울 중구 신당8구역 조합은 책정한 입찰 보증금 350억원을 현금 200억원과 이행보증보험증권 150억원으로 나눠내도록 했다. 하지만 여러 대형사가 참여하면서 관심을 보였던 현장 설명회와는 달리 본 입찰에는 포스코건설만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결국 유찰됐다.
서울 영등포구 남성아파트는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위해 공사비를 기존보다 올렸다. 1차 입찰 당시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는 1051억원이었으나 2차에서 1261억원, 3차에서 1441억원으로 인상했다. 처음 제시한 공사비에 비해 37%나 오른 셈이다.
입찰보증금도 1~2차 때 90억원이었던 것을 50억원으로 낮췄다. 이에 따라 지난달 28일 진행한 현장설명회에 롯데건설·현대엔지니어링·DL이엔씨·대방건설·효성건설이 참석하면서 관심을 보였다. 남성아파트는 내년 1월 4차 입찰을 진행하고 시공사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수의 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는 조합이 늘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분양 시장 위축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의 치열한 수주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시공사를 선정한 전국 도시정비사업장(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120곳 중 88%(105곳)는 업체 단독 응찰에 따른 수의 계약으로 체결됐다.
현행 도시정비법에 따라 시공사 입찰에 2곳 미만의 업체가 참여하면 유찰된다. 또 유찰이 되면 같은 조건을 1차례 더 입찰 과정을 진행하고, 두 번 입찰에도 단독 입찰일 경우 조합이 수익계약을 맺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 단독 입찰로 유찰된 재건축 사업은 영등포 남성아파트를 비롯해 노원 주공5단지, 방배 신동아아파트, 송파 가락상아1차, 광진 중곡아파트 등이 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15년에 맞붙을 것으로 예상됐던 울산 중구 B-04구역 재개발 사업도 두 건설사 모두 불참하면서 두 차례 유찰됐다. 이에 따라 조합은 당초 내걸었던 ‘단독 입찰’ 조항을 없애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을 허용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한 정비업체 대표는 “작년까진 일반 분양이 워낙 잘되니까 건설사 간 경쟁이 치열했는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특정 건설사가 이미 공을 들인 사업장에는 굳이 뛰어들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 노른자 강남 정비사업에서도 시공사 선정에 애를 먹고 있다. 송파구 가락상아1차 아파트는 올해 2번 시공사 선정 공고를 냈으나, GS건설이 단독입찰하면서 선정이 무산됐다. 조합은 GS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기 위해 총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반기 최대어로 꼽혔던 흑석2구역도 두 차례 입찰에서 삼성물산만 단독 참여하면서 유찰했다. 결국 흑석2구역 조합은 삼성물산과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금리 인상의 여파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며 정비사업 수주 열기도 식었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이 안되고 현금 유동성이 떨어진다”며 “미분양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미분양이 많이 있는 지역은 앞으로 시공사 찾기가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일경제 조성신 기자의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