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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최고의 지식 강연 EBS 클래스ⓔ ‘명강연’ -- 고대근동학자 주원준 『구약의 사람들』
인류의 고전이자 서양 예술의 원형
구약성경 속 인물과 서사에 대한 현대적 고찰
고대근동학자 주원준은 첫째성경(구약성경) 속 인물들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이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대근동 세계의 맥락에서 다른 신화들과 병행해 살펴보는 동시에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이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새로운 성찰과 해석을 감행한다. 무엇보다 이를 통해 신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무엇인지 현재적 의미를 되살려내고 있다. 최초의 인간 ‘아담과 하와’에서 복종의 아이콘 ‘욥’까지 구약의 가장 유명한 인물들은 물론, 창세기 가정의 여성들과 약소국을 구해낸 ‘유딧’, 그리고 이스라엘이 참조한 도시국가 우가릿의 서기관 ‘일리말쿠’를 통해 펼쳐지는 이야기는 하나 하나 다채로우면서 전체적으로 큰 그림을 완성한다.
성경은 빈구석이 많다. 공백과 생략, 비약을 읽어내는 것은 읽는 이의 능동적 참여다. 이를 통해 수많은 예술가나 철학자들이 새로운 의미를 길어올렸다. 저자는 “이런 ‘빈구석’이야말로 첫째성경이 지닌 가장 위대한 점”이며 “신이 당신을 초대하는 자리”라고 거듭 강조한다. 인류사에서 수없이 호출되어 되살아났던 첫째성경 속 사람들. 그러나 이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미완성인 채로 남아 있다. 검은 표지를 열고 다가가 말을 걸 때 이들은 잠에서 깨어나 종교적이고 신화적인 인물을 넘어 지금 여기 우리 삶 속으로 성큼 걸어나온다.
“작은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고 소외된 변방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전복의 시선을 권한다.” ―〈본문〉 중에서
🏫 저자 소개
주원준
서강대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 가톨릭 신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가톨릭 평신도 신학자로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이며, 서강대학교에서 구약성서, 고대근동의 종교, 히브리어, 고대근동어, 유다교 등을 가르친다. 한국고대근동학회(KANES: Korean Association for Ancient Near Eastern Studies) 초대 회장이다.
주요 저서로 『구약성경과 신들-고대근동 신화와 고대 이스라엘의 영성』, 『우리 곁의 교황, 파파 프란치스코』(편저), 『신명기-거룩한 독서를 위한 성경 주해 5』, 『신학의 식탁-세 종교학자가 말하는 유다교 이슬람교 그리스도교』(공저), 『구약성경과 작은 신들』 등이 있고, 『우가릿어 문법』, 『우가릿어 사전』, 『마테오 리치-기억의 궁전』, 『How to Read 성경』, 『우리 인간의 종교들』(공역), 『고대근동문학 선집』(공역), 『추기경 마르크스의 자본론』, 『고대근동의 신화와 성경의 믿음』 등을 번역했다.
📜 목차
책을 내며
1 아담과 하와 ―인간과 신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2 카인과 아벨 ―우리는 용서받은 죄인의 후손이다
3 노아 ―오직 의인이 살아남았다
4 아브라함 ―성 밖의 신, 성 밖으로 나간 사람들
5 창세기 ―작은 가정의 큰 할머니들
6 요셉 ―잃어버린 동생이 희망이다
7 모세 ―나의 밖을 향한 시선
8 삼손 ―영웅은 전복한다
9 다윗 ―실수를 딛고 일어서라
10 유딧 ―나라를 구한 여성 영웅의 이야기
11 일리말쿠 ―이스라엘이 참조한 도시국가 우가릿
12 엘리야 ―아래로부터 유일섬김이 시작되었다
13 예레미야 ―저항 예언자의 절묘한 역사
14 요나 ―소명이란 무엇인가
15 욥 ―고통받는 의인은 누구인가
📖 책 속으로
인간은 신이 아니고 신은 인간이 아니다. 그래서 조금 안심도 된다. 인간과 신이 다르다는 말은 모든 인간은 같다는 말이다. 신과 인간 사이에 반신적(半神的) 존재란 없다. 그래서 창세기는 보편과 평등에 대한 책이다.
---「아담과 하와 : 인간과 신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27쪽」중에서
이 세상에서 고통과 부조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태초의 죄로 이미 그런 세상이 열렸다. 낙원으로 귀환하는 길은 막혔고 카인의 후손인 우리는 이 세상에서 다른 카인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 신은 우리 모두에게 죄의 사슬을 끊어낼 기회를 주었다. 고통은 신이 인간에게 주는 가르침의 도구일지 모른다. (…) 고통을 직시하면서 그 앞에서 무너지지 않고 함께 넘어서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카인과 아벨 : 우리는 용서받은 죄인의 후손이다, 60쪽」중에서
성경은 저 멀리 떨어진 곳의 먼 과거 이야기인 듯 보이지만 지금 여기서 내 이야기를 전하는 책이다. 노아의 이야기는 용서하는 신이 의인을 살려준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의롭게 살기란 쉽지 않고 그런 삶의 조건도 과거와 지금이 다르지 않다.
---「노아 : 오직 의인이 살아남았다, 86쪽」중에서
고대근동의 수많은 신들 가운데 성 밖의 작은 신이었던 야훼만이 현대로 전승되었고 다른 신들은 모두 잊혔다. (…) 생각하면 할수록 인류 종교사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거대한 신전에 정주하여 큰 백성을 거느리던 신들은 전부 잊혔지만 변방을 떠돌던 작은 백성을 선택한 신만이 후대에 크게 확산된 것이다. 작고 가난한 이들을 선택하고 그들과 동행한 것이 야훼와 예수의 공통점이다.
---「아브라함 : 성 밖의 신, 성 밖으로 나간 사람들, 103쪽」중에서
모세의 방식은 참여적이고 실천적이었다. 그는 인식이나 깨달음에 머무르지 않았다. 백성들을 모아 파라오에 대항했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당당하게 요구했다. 정치적 갈등을 일으키는 선택이었다. 그리고 백성들에게도 과감한 결정을 요구했다. 개선하고 조금씩 고치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새로운 차원의 질서, 신적인 해결책을 상상하고 수용하기를 원했다.
---「모세 : 나의 밖을 향한 시선, 153~154쪽」중에서
지상의 삶을 사는 모든 이들 중 완전한 사람은 없다. 제아무리 대단한 영웅이라도 신의 힘을 얻어야 한다. 오직 신의 힘을 따르기 위해서는 인간적으로 대단해 보이는 것, 이를테면 거대 자본과 권력 등도 상대화해서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자본과 권력이 만든 세상의 질서에 몸을 맡기느냐, 아니면 신을 섬기고 모든 인간적 질서에서 자유로워지느냐는 갈림길에 서게 된다.
---「삼손 : 영웅은 전복한다, 186쪽」중에서
다윗의 위대함은 그가 쌓은 훌륭한 업적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번도 좌절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쓰러졌다가 일어서고, 마음을 다잡았다가 또 잘못을 저지르고, 실패하고는 다시 세상과 싸우기를 반복했다. 그는 상처를 겁내지 않고 도전하는 일에 삶을 바쳤다.
---「다윗 : 실수를 딛고 일어서라, 205쪽」중에서
유딧 이야기가 침략 당한 경험이 있는 약소국의 서사라는 점을 놓친다면 유딧은 그저 치명적 팜므 파탈에 머문다. 하지만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임진왜란 중에 행주치마에 돌을 날라 산성을 쌓은 아낙네들이 겹치기도 하고, 진주 관기(官妓)로서 왜군 장수를 안고 남강으로 투신한 논개가 엿보이는가 하면, 일제강점기 열일곱의 나이로 독립운동을 주도했던 유관순 열사가 떠오르기도 한다. 거대한 적이 쳐들어왔지만 우리나라는 너무나 약하고 어지러워 바람 앞의 등불 같았다. 그때 그 사회에서 가장 약한 존재로 생각되던 여성이 상황을 역전시켰다. 여성이 제국의 의지를 꺾고 공동체를 구한 것이다.
---「유딧 : 나라를 구한 여성 영웅의 이야기, 229쪽」중에서
엘리야는 유일신론의 핵심을 소박하고 근본적으로 지적한다. 다른 신의 존재를 논구하는 것이 유일신론의 핵심일까? 어쩌면 다른 신의 존재를 따지기보다 지금 몸과 마음을 다해 하나뿐인 하느님을 따르라는 것이 유일신 믿음의 핵심일 것이다. 어떤 존재를 그저 믿는 것(believe)이 아니라 한 존재를 향해 몸과 마음을 다해 섬기는 것(believe in)이 믿음이다. 엘리야는 가장 핵심을 파고든다.
---「엘리야 : 아래로부터 유일섬김이 시작되었다, 282쪽」중에서
말은 실천보다 가벼울 때가 많다. 요나는 신의 말을 안고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지는 일인지 알고 있었다. 신의 뜻을 전하는 중재자는 세상의 고통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고통과 맞서는 운명을 살아야 한다.
---「요나 : 소명이란 무엇인가, 325~326쪽」중에서
🖋 출판사 서평
성경의 빈틈,
상상력과 성찰이 꽃피우는 생성의 공간
고대근동학자 주원준은 첫째성경(구약성경) 속 인물들을 한 명 한 명 호명해내어 이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대근동 세계의 맥락에서, 다른 신화들과 병행해 살펴보는 동시에,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또한 텍스트 자체에 집중해 이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새로운 성찰과 해석을 감행한다. 무엇보다 이를 통해 신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무엇인지 현재적 의미를 되살려내고 있다. ‘아담과 하와’에서 ‘욥’까지, 창세기 가정의 여성들과 약소국을 구해낸 ‘유딧’, 그리고 이스라엘이 참조한 도시국가 우가릿의 서기관 ‘일리말쿠’를 통해 펼쳐지는 이야기는 하나 하나 다채로우면서 전체적으로 큰 그림을 완성한다.
저자는 우선 ‘구약성경’을 에리히 쳉어(Erich Zenger) 신부가 고안해 사용했던 용어인 ‘첫째성경(Erstes Testament)’이라 부르자고 제안한다. 구약(옛 약속)은 신의 ‘첫 약속’, ‘첫 사랑’을 담은 책이며 “쓸모없고 빛바랜 약속이 아니라 인류를 구원하시려는 하느님의 ‘초심’을 담은 경전”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그 첫째성경 속 사람들은 고대근동인들이었다. 아담과 하와, 카인과 아벨, 바벨탑, 노아 이야기 같은 원역사 또한 고대근동인들에 의해 수집되고 기록, 편집되었으므로 그들이 주인공인 것은 마찬가지다. 첫째성경은 고대근동 세계의 문학인 셈이다.
성경 속 인물들의 이야기에는 빈구석이 많다. 이것은 신화적인 이야기의 특징이다. 저자는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봐도 성경에서 논리적 허점을 찾아낼 수 있”으며 “그런 일은 하나도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성경의 공백과 생략, 비약을 읽어내는 것은 읽는 이의 능동적 참여다. 이를 통해 수많은 예술가나 철학자들이 새로운 의미를 길어올렸다. 저자는 “이런 ‘빈구석’이야말로 첫째성경이 지닌 가장 위대한 점”이며 “신이 당신을 초대하는 자리”라고 거듭 강조한다.
성경의 빈구석은 약점도 아니고 실수도 아니다. 오히려 이런 빈 공간이야말로 신이 우리를 초대하는 자리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인간의 상상력과 성찰이 꽃피우기 때문이다. 빈틈은 언제나 새로운 의미가 돋아나는 생성의 공간이다. (19쪽)
첫째성경은 한 종교의 경전을 넘어 보편성과 확장성을 지닌 인류사의 보물창고였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림과 문학, 음악, 영화 등 수많은 예술작품의 소재가 되었고, 이들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변형된 서사들도 흔히 접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종교의 유무와 상관없이 첫째성경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얼핏 알고 있다.
얼핏 알았던 성경 인물들
이들의 진짜 이야기
에덴에서 쫒겨난 최초의 사람 ‘아담과 하와’, 동생 ‘아벨’을 살해한 최초의 살인자 ‘카인’, 홍수에서 살아남은 의인 ‘노아’, 형들에 의해 팔려 가 이주민의 삶을 살았던 ‘요셉’, 이집트를 탈출해 약속의 땅 목전에서 죽음을 맞았던 ‘모세’, 히어로처럼 힘이 셌던 ‘삼손’, 거대한 장수 골리앗을 쓰러뜨린 어린 목동 ‘다윗’, 적장의 목을 자른 여성 영웅 ‘유딧’, 큰 물고기 배 속에서 사흘 만에 살아 나온 ‘요나’…….
이들에 대해 그리고 이들의 진짜 이야기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첫째성경의 기록자이자 주인공이었던 고대근동인들은 신과 함께 살았으며, 고대 이스라엘인들은 그 중에서도 특별한 독특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저자는 “그들의 독특함을 알기 위해서는 고대근동 세계에 깊이 들어가 성경 본문을 읽고 해석할 수 있어야” 하며 “그동안 축적된 성찰”도 함께 종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들이 믿었던 신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고대근동 세계에서 인간과 신은 매우 밀접한 인격적 관계였으므로 어떤 사람에 대해 파악하려면 그가 어떤 신을 섬기는지를 알면 되었다.
저자는 우선 첫째성경의 특징으로 고대근동 신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반인반수나 괴수 같은 초인적 존재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꼽는다. 이집트의 파라오나 아카드의 나람신처럼 신의 후손이라거나 스스로 신을 자처하는 존재가 없었다. 저자는 이를 통해 “인간과 신이 다르다는 말은 모든 인간은 같다는 말”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창세기는 보편과 평등에 대한 책”이라고 말한다. 또한 야훼 하느님은 성 밖의 무리와 함께한 성 밖의 신이었다. 아브라함에게 모든 것을 버리고 우르에서 나오라고 했던 것처럼 끊임없이 ‘아래’와 ‘변방’을 향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작고 가난한 가정과 함께하면서 창세기 12지파 여성들과 함께한 신이었다. 유독 ‘의로움’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신이기도 했다. 노아가 홍수에서 살아난 이유, 곧 그가 신으로부터 선택된 이유도 ‘의로운 사람’이어서였다. 성경 전체는 의로움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인생 말년에 성 밖으로 나가 광야를 떠돈 ‘아브라함’, 창세기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던 ‘12지파 여성들’, 이집트를 탈출해 약속의 땅 목전에서 죽음을 맞았던 ‘모세’, 유일섬김 개혁자 ‘엘리야’, 저항 예언자 ‘예레미야’, 하루아침에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은 ‘욥’……. 이들이 일생은 다름 아닌 신과 이웃과 세계와 동행하며 써내려간 서사였으며 ‘함께 가는 길(synodos)’이었다.
좌충우돌하고 갈팡질팡하고 찌질한,
문제적 인물들의 반전과 전복의 서사
구약성경 속 주요 인물들과 이야기는 흠결 없이 완벽할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존경과 사랑을 받는 이들 성인들은 영웅이라기보다 다크히어로에 가까우며 때로는 빌런이 될 때마저 있는, 불완전하고 단점투성이인 우리네와 같거나 비슷한 인간일 뿐이다. 영화 속 히어로와 비슷한 삼손은 타고난 힘을 지녔고 끝내는 자신의 백성들을 구해냈지만 그야말로 문제아였다. 용감하고 다재다능했던 다윗은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지만 남의 여자를 강제로 탐하고 증거인멸까지 시도했으며, 예언자 요나는 신의 명령을 받자마자 대놓고 정반대 방향으로 도망치다가 큰 물고기에게 먹혀야만 했다. ‘믿음의 조상’으로 불리는 아브라함도, 이집트 탈출의 역사를 쓴 모세도 갈팡질팡하고 때로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유약한 인간이었다.
그들의 이름을 따서 아들딸에게 붙여주기도 하는, 우리가 존경해 마지않는 위대한 성인들도 한 명의 인간이었을 뿐이다. 첫째성경은 신의 부름을 받은 사람들의 잘잘못을 가감 없이 그리고 상세하게 기록한다. 저자는 삼손의 이야기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영웅이 가진 힘은 바로 자기 안에 존재하는 신의 힘이었다. 영웅도 한 명의 인간일 뿐이다. 인간의 위대함에서 신이 빠지면, 곧 성스러움이 빠지면 힘을 잃는다. (184쪽)
특별한 힘을 빼면 이들 영웅들도 나약하기 그지없는 평범한 인간이다. 사실 특별한 재능이란 것도 모든 사람이 하나씩은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인간이 지닌 위대한 힘은 곧 신의 힘이라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신의 힘이라는 것은 다름 아닌 성스러움이 지닌 힘이며 의로움이 지닌 힘, 믿음이 지닌 힘, 공동체적 가치가 지닌 힘이다.
저자는 “삼손 이야기에는 눈먼 영웅이 비로소 내면을 성찰하면서 세상을 뒤집는, 그런 전복적 서사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이집트 탈출이라는 해방의 역사를 써내려간 모세도, 카르멜 산에서 바알 예언자 450명을 홀로 상대한 엘리야도, 약소국의 여성이으로서 적장의 목을 벤 유딧 이야기에도 통쾌한 전복의 서사가 담겨 있다.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여기 우리 삶에서 무엇을 성찰할 것인가이다.
종교적 신화적 인물을 넘어
우리 삶 속으로 성큼 걸어나오는 살아 있는 인물들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첫째성경의 인물들을 지금 여기에서 “입체적으로 소개하고 성찰하려는 시도”에서 쓰였다. 삼손 이야기를 통해 세상의 질서를 전복해 도래할 세계, 다른 삶을 지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읽어내듯이 인물들이 지금 여기에서 발화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르네 지라르(Rene Girard)의 ‘희생양 메커니즘’을 언급하며 우리 사회의 ‘대체 폭력’ 현상을 우려하고, 노아 이야기를 통해서는 내면에서 싹트는 ‘의로움’이 세계 속에 투신할 때 그 가치가 더 살아남을 강조한다. 또 이주민의 삶을 살았던 요셉을 통해서는 이런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는 더 높고 더 중심에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기 위해,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무한경쟁에 휩싸여 있다. (…) 성경은 밖과 아래로 시선을 향하라고 말한다. 위와 중앙만을 볼 것이 아니라 작은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고 소외된 변방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전복의 시선을 권한다. (141쪽)
모세 이야기를 통해서는 식민의 상태에서 탈출을 감행한 모세의 방식이 “참여적이고 실천적”이었으며, “개선”이 아니라 “새로운 차원의 질서”를 상상하고 수용한 것임을 강조한다. 특별히 이 시대 청년들에게는 다윗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윗의 위대함은 그가 쌓은 업적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번도 좌절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며 실패를 겁내지 말고 도전하기를 당부한다. 마지막 욥의 이야기를 통해서 다시 한번 ‘의로움’에 대해, ‘고통받는 의인’에 대해서 말을 건넨다.
세상에는 옳은 일을 하고도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 작고 약한 존재들, 세상에 이해받지 못하는 존재들, 억눌린 존재들, 부조리와 고통으로 신음하는 존재들이 있다. (…) 세상 모두가 이들을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신은 이들을 끝내 안아주신다. (353~354쪽.)
인류사에서 수없이 호출되어 되살아났던 첫째성경 속 사람들. 그러나 이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미완성인 채로 남아 있다. 검은 표지를 열고 다가가 말을 걸 때 이들은 잠에서 깨어나 종교적이고 신화적인 인물을 넘어 지금 여기 우리 삶 속으로 성큼 걸어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