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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진 귀촌칼럼니스트
달리기 경주에서 한 줄로 뛰다가 뒤로 돌아 뛰게 되면 꼴등이 일등으로 뛰게 된다. 중앙집권체제 속 산업화, 도시화의 혜택을 받으며 맨 앞자리를 차지했던 서울특별시에서 나고 자라, 경기도에서 가장 고령화돼있고 저소득, 과소화의 어려움마저 겪으며 소멸 위기에 처해있는 가평군에 왔을 때 난 일등 지역에서 살다가 꼴등 지역으로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을 규정하고 있는 메가트렌드가 인구소멸 위기고, 이미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가평군은 서울보다 먼저 인구소멸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구소멸이라는 경주에서는 마치 뒤로 돌아 뛰었을 때 꼴등이 일등 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게 촌에서 나는 본의 아니게 대한민국이 가게 될 미래를 먼저 겪으며 살고 있다.
가평군을 통해 보는 10년 후 대한민국
대한민국은 2017년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15세 미만 유소년인구보다 많아졌다. 가평군은 11년 앞선 2006년 이를 경험했다. 대한민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평군은 12년 앞선 2013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가평군은 대한민국보다 대략 10년 정도 앞선 인구 구조 변화를 겪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평군의 65세 이상 비율은 29%다. 도시에 청년들이 몰려있을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 10년 뒤면 촌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두 명 중 한 명 정도는 65세 이상이 될 것 같다. 나도 거기에 해당이 되고. 이런 인구 구조는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까? 현재 가평군의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들로 추측을 해보려 한다.
아래 표는 경기도 31개 시·군 중 노령화지수(65세 이상 인구 수 / 0~14세 인구 수 ☓ 100)가 가장 높은 6개 시·군의 현황이다
경기도내 노령화지수 1~6위 시군 현황
65세 이상 주민 3백 명쯤은 봐야 어린이 한 명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지금의 가평군이고 10년쯤 뒤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이런 높은 고령층 비율은 당연히 소멸위험지수(20~39세 여성 인구 수 /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에도 영향을 미친다. 태어날 아이의 수보다 돌아가실 어르신의 수가 더 많을 가능성이 높은 곳, 그래서 자연적인 소멸의 가능성이 높은 곳들. 아래 표는 경기도 31개 시·군 중 가장 소멸위험지수가 높은 지자체 현황이다.
역시 가평군이 소멸위험도가 가장 높다. 여주시와 포천시의 순위가 바뀌었지만 노령화지수가 높은 6개 시·군이 역시 소멸위험도 높은 지자체에 그대로 이름을 올렸다. 이런 인구 구조는 지역발전의 큰 저해요인이기도 하다. 아래 표는 경기도가 개발한 지역균형발전지수 최하위의 지자체 현황이다.
경기도의 지역균형발전지수는 인구 분야를 비롯해 5개 분야 10개 지표를 넣어 개발한 지수지만 인구 구조가 열악한 6개 시·군이 고스란히 지역균형발전지수에서도 하위권을 차지한 것을 보면, 저출생 고령화된 인구 구조의 규정력이 다른 지표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의 인구 구조보다 10년을 앞서 살고 있는 가평군의 열악한 지표를 보고 있자면 K-pop을 필두로 대한민국이 지금 누리고 있는 “K 프리미엄”을 10년 뒤에도 누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2005년 <저출산ㆍ고령사회기본법>이 제정되고, 대통령 직속으로 '저출산ㆍ고령사회위원회'가 만들어져 지난 17년 간 수백 조의 예산이 사용됐다고 하지만 나는 정말 제대로 된 노력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소멸 위기는 더욱 심화됐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논의되는 이슈 중에서 기후위기와 함께 가장 본질적인 위기를 가져 올 위기가 인구소멸 위기라고 난 생각한다. 그렇지만 기후위기가 전 지구적인 해법이 필요한 문제라면 인구소멸 위기는 우리나라만의 특화된 해결 방법이 필요한 문제라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책임과 역할이 더 크다. 정권의 명운을 걸고 전력을 기울여도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말까 한 이 문제를 윤석열 정부가 해결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결국 10년 뒤 우리는 축 처져 운신조차 힘든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게 되진 않을지…
위기 심화시킬 독선적 관치 행정
여기에 더해 내가 더욱 걱정하는 것은 바로 독선적 관치 행정으로 인한 민주주의의 후퇴다. 고령화, 저소득, 과소화의 상황은 필연적으로 복지행정 수요를 늘리고 그로 인해 공무원의 수도 늘고 관련 예산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미 그 현상이 생기고 있음이 통계로도 확인이 된다. 아래 표는 2020년 경기도 시·군단위 경제활동별 지역내총생산(GRDP)의 ‘총부가가치(기초가격)’ 중 ‘공공 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부분의 비율이 높은 지자체의 현황이다. 이 부분의 산출액은 정부의 각종 서비스에 들어가는 보수, 연금, 사업비 등이 계산된다.
중앙정부 청사가 있는 과천시, 경기도청이 있는 수원시와 의정부시를 빼면 역시 소멸위험지수가 높은 지자체가 ‘공공 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분야의 지출이 지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천군의 경우는 군부대가 있어 그 비율이 더욱 높게 계산된 것으로 보인다. 네 개 시·군의 데이터를 2015년 데이터와 비교하면 네 지역 모두 그 비율이 높아졌음을 아래 표로 확인할 수 있다.
위 네 지역 중 연천군, 가평군, 양평군은 ‘공공 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분야의 부가가치 비중이 농·임업, 제조업, 도소매업, 숙박 음식점업, 부동산업, 건설업 등 다른 15개 경제활동의 부가가치를 제치고 가장 높다. 지역 내에서 만들어지는 부가가치 중에서 행정을 통해 지출되는 공적이전소득이나 보조금 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 주민이나 사업체들은 행정에 더욱 의존하게 되고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각종 인허가권으로 인해 큰 영향력을 가진 행정이 직접적인 경제활동에서도 큰 비중을 갖게 된다면 그 영향력은 가히 슈퍼 갑 수준이 될 것이다. 과소화된 지역을 살려야 하고, 한정된 예산을 써야 한다면서 ‘선택과 집중’, ‘생산성과 효율’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꺼내 들며 예산을 관리하게 될 행정은 주민의 시간에 맞추기보다는 행정의 시간표에 맞춰 예산을 쓰게 될 것이다. 법으로 정해진 모든 민관 협치적 제도들은 지금보다도 더 장식품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서 풀뿌리 주민자치가 고사될 위험도 커질 것이다. 지금 가평군에서 사는 내가 느끼는 민주주의의 위기다.
옛 촌 행정을 그대로 닮은 윤석열 정부 ‘공직 카르텔’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 보듯 이미 우리나라 공직 사회의 힘은 막강하다. 과거 조직화된 엘리트 집단인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민정을 뒤엎었던 것처럼 지금 정부도 역시 조직화된 엘리트 집단인 공직사회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절단내고 있다. 그나마 합법의 울타리 안에서 교활하게 힘을 키웠던 공직사회의 카르텔은 이제 합법의 선마저 넘나들며 힘을 과시하는 위험한 상황에 대한민국은 처해있다. 이러한 윤석열 정부의 모습은 내가 가평군에 와서 느꼈던 촌 행정의 모습을 닮았다.
지역에 사는 주민들보다도 학력이 높고, 정보가 많고, 공공적 판단력과 애향심도 많다고 자신하며 지역의 일은 행정이 책임지고 해야한다는 선민의식으로 무장한 행정의 모습. 여기에 비합리적이거나 탈법적인 특혜나 실책을 학연, 혈연, 지연의 고리로 또는 또 다른 사업의 기회를 주면서 은근슬쩍 넘어가는 그들만의 카르텔 속에서 집행됐던 행정의 모습과 닮았다. 그 속에서 주민들은 생존을 위한 비겁과 아부, 그리고 체념에 익숙해져 왔고, 주민들은 파편화되고 기회주의자들이 득세해 왔다. 그 와중에 사용된 수백 조의 저출산 고령화 대응 예산들은 마치 쌓다가 부수는 모래성처럼 사라져 버렸다.
고령화, 저소득, 과소화가 심화하면서 복지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행정의 역할이 커지고 그러면서 그 힘도 커질 것이다. 그 커진 힘이 어떻게 행사될 것인지의 미래 모습을, 대한민국의 메가트렌드가 먼저 나타나는 촌에서 원치 않는 선진지(先進地) 체험을 한 꼴이 됐다. ‘오래된 미래’는 이런 모습으로도 경험하게 되는 모양이다. 이 선진지가 절망의 선진지가 아닌 희망의 선진지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공정귀촌’을 얘기하며 살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은 우울하다.
출처 : 촌에서 먼저 겪는 우울한 미래 < 민들레 광장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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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쩌면 '15분 도시"로 가는 것이 더 빠르겠네요.
지금 시범 사업을 제주, 부산에서 진행중입니다.
그런데 궁굼한 것은 지방 소멸로 남은 거대한 토지는 누구 몫으로 갈까요?
대기업 법인과 정부 소유로 귀납되겠네요.
주택연금, 농지연금, 임야 연금 등으로 사망후 정부 나 금융권에게.
그러면 사유화된 자산들이 없어지고 사회주의 전제 국가로 가며
기본소득제,편리?한 15분 도시로 개인들을 몰아 넣어 배급시키고 자유 제한, 통제화.
민주주의 붕괴가 진행중입니다.
정보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