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는 집에 들렀다 출근하겠다 하고 나간다.
민수가 더 자고 9시쯤 나가 아침을 먹자고 한다.
회정국밥에서 아침을 먹고 그의 25인승 버스를 타고 순천터미널에 내린다.
어제보다 일찍 왔다.
빵 두개와 막걸리 한병을 사 배낭에 넣고 돌산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향일암쪽 버스는 많지 않다.
109번을 탔는데 진남관을 지나 서시장 부근을 지나자 나이많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탄다.
자리비켜주기도 어중간하여 창밖만 내다보고 그들의 이애기를 듣는다.
나오지 않은 무슨 댁이 아팠다느니 대통령이 왜 그모양이냐 지는 안죽을 줄 아느냐고
맘 아는 사람들이니 편히 애기한다면 웃는다.
할아버지들은 말이 없고 할머니들은 말 끊기지 않는다.
구비를 길게 돌아내리니 향일암쪽과 돌산읍으로 가는 길이 나뉘는 죽포마을이다.
건너 봉황산이 보이는데 진입로를 모르겠다.
느티나무 동산을 돌고 나오는데 한 어른이 배낭을 매고 전화기를 들여다보고 있다.
봉황산 가시느냐 하니 그렇다며 섬앤 산 100으르 진행중이란다.
아침에 서울에서 와 오늘은 이 산만 들러 다시 가신댄다.
그와 함께 논밭사이를 지나다 갓밭의 일꾼들에게 길을 물으니
저쪽 하얀 집쪽으로 콘테이너 쪽에서 올라가라고 하신다.
날이 포근해져 입구에서 옷을 벗어 배낭에 넣는다.
그분은 먼저 가라며 뒤쳐진다.
직선의 꾸준한 오르막이 연속이다. 나도 지난밤의 술독이 땀으로 빠져나온다.
돌계단에 앉아 쉬어도 보이지 않는다.
소사나무 능선을 조금 걸으니 밋밋한 정상이다.
주변을 두리번 거려도 꽃은 보이지 않는다.
더러 복수초며 바람꽃이 올라오던데 내 눈엔 안 보인다.
전망데크가 있어 배낭을 벗어놓고 조금 더 가 본다.
돌산도 종주길이 이어진다.
돌아와 빵을 꺼내놓고 있으니 그분이 올라 오신다.
18년 무렵 모든 일을 두고 목표를 갖자고 100대명산을 돌고 섬산 100을 다니신다고 한다.
전직 군인으로 폰을 보여주시며 산행 준비를 충실히 하신 걸 자랑하신다.
내게 섬산을 전해주시며 벽에 붙여놓고 어린아이처럼 숙제를 하라고 하신다.
그러겠다고 하지만 벽에 붙여놓을 자신은 없다.
그분은 고구마를 먹고 내게 과자 두개를 주신다.
막걸리를 권해도 술을 마시지 않으신댄다.
산악회 술마시는 사람들께 번거로워 산악회는 따르지않은다 하신다.
이름을 나누고 악수를 하고 난 더 걷겠다고 종주길을 따라 율림치 쪽으로 걷는다.
오던 길로 내려가 두문포를 들어가 볼까 하는 맘도 있는데 3월초에 해찬솔을 따라 보기로 한다.
임도를 만나고 작은 바위조망대를 넘어 임도를 또 만난다.
아직 율림치는 아닌 듯한데 시내 나가는 버스시각을 모르니 임도를 따라 내려간다.
임도는 금성으로 넘어가는 아스팔트를 만난다.
그 윗쪽에 율림치 정자가 보이는데 바로 마을쪽으로 내려간다.'
긴 구빗 찻길을 내려간다.
안내판 111번 버스 도착시각은 모두 비었다.
걷기 시작한다. 정류장마다 뒤돌아본다.
백포를 보고 부지런히 걷는데 산구비를 돌아가는 길이 멀다.
다행이 버스정류장이 보여 쉬는데 빈 택시가 온다.
여수시내까지 얼마냐니 메터기에 나오는대로 받는댄다.
겁이 나지만 탄다. 이야기를 나누다 나더러 터미널까지 태워주겠으니 2만원만 내라하신다.
고맙다며 카드를 드리니 중간에서 2만원을 결재한다.
4시 35분 동방교통을 순천까지만 산다
순천에서 내려 기다리는 그 버스를 두고 광우고속에 올라 벌교에 내리니
입석을 들러 온 바보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