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차 대신 호프로
철마다 지역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거제에 머물면서 향토 축제가 있음을 알게 된다. 지난 봄 죽순이 나오는 즈음 하청에서 맹종죽 축제를 열었다. 하청 일대는 맹종죽이 많이 자랐다. 초여름 옥포에는 옥포대첩 축제가 열렸다. 임진왜란 당시 최초 승전이었다. 연이어 남부면 저구에는 수국 축제가 지나갔다. 여름을 대표하는 꽃인 수국이 해안 도로변 가득 피어났다.
가을이 오는 길목 장승포에서 맥주 축제가 열린다는 것을 거제시청 누리집에서 알게 되었다. 주중 저녁 시간대 장승포 수변공원에서 열린다기에 퇴근 후 들리면 좋을 듯했다. 낮에는 비가 간간히 내리다 저녁이 되니 그쳐주었다. 동행이 있으면 좋으련만 혼자서도 잘 다닌다. 연사삼거리에서 능포로 가는 10번 버스를 탔다. 송정고개 너머 옥포에서 대우조선소를 지나 장승포로 갔다.
아주를 지나면서 대우조선소 서문과 정문과 동문으로 돌아갔다. 두모고개를 넘자 장승포였다. 축제 행사장인 해안 수변공원은 지심도 유람선이 떠나는 선착장과 인접한 곳으로 평소는 주차장을 겸한 공간이었다. 장승포는 고현과 옥포의 조선소가 들어서기 전부터 형성된 도시였다. 장승포는 거제가 시로 승격하기 이전 유일한 읍 단위 행정구역으로 규모가 큰 어업 전진 기지였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속에 행사 주최 측에선 진행 요원들이 장내를 준비하고 있었다. 중앙은 야외무대가 설치되고 객석으로 둥근 테이블에 간이 의자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행사가 시작되기 전이라 일반인의 입장을 받지 않았다. 여남은 사람이 입구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다. 무대에서는 댄서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정한 시각이 되자 행사장 입장이 가능했다.
낮부터 비가 내렸다 그치길 반복해 행사가 순조롭지 못할 듯했다. 날이 저무는 하늘엔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1인 입장료는 1만원이었다. 행사 주최 측에선 비옷을 나누어 주었어나 후줄근히 내리는 비가 아니라 나는 입지 않았다. 무대 좌우엔 생맥주와 안주를 공급할 여러 부스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무대에선 출연진들이 율동을 연습하고 있었으나 내 관심사는 아니었다.
생맥주는 무한 공급되기에 나는 부스에 진열된 안주가 무엇인지 둘러보았다. 통닭이나 닭강정을 팔았다. 새우튀김과 피자도 보였으나 내 마음을 얻은 것을 김부각이었다. 줄을 지은 객석에는 예약석도 있었다. 그 가운데는 지역 기관 단체장이나 정당 인사들의 이름이 부착된 좌석도 보였다. 타지의 군의원이나 구의원들의 좌석도 보였으나 비가 오는 관계로 나타나지 않을 듯했다.
정한 시각이 되자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속에도 무대에서는 사회자가 등장해 행사 분위기를 띄웠다. 많지 않은 입장객이 무대 가까운 객석에서 비옷을 입은 채 않기도 하고 우산을 받쳐 무대를 쳐다봤다. 나는 그들과 달리 밤바다를 응시했다. 장승포 포구 양안의 방파제는 청색과 홍색의 등대불이 깜박거렸다. 어둠이 짙어지기 전까지는 포구 바깥 멀지 않은 곳에 지심도가 보였다.
나는 입장 시 나누어준 플라스틱 컵으로 생맥주를 공급하는 부스로 가 거품 술을 채워 받았다. 최근 출시된 타르였다. 안주는 아까 점찍어둔 부각 봉지를 샀다. 의자는 노천이라 빗물이 젖어 앉기가 불편했다. 나는 행사장 가장자리를 서성이며 선 채로 잔을 비웠다. 비가 계속해 내리고 방송에서 나왔을 법한 가수가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춤을 추자 행사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어둠이 짙어 밤이 되었는데 비는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리자 그렇게 많이 준비한 객석은 텅 빈 채였다. 행사 주최 측은 내리는 비가 야속하기 할 듯했다. 그나마 행사가 하루가 아닌 닷새이기에 다음 날부턴 기대해도 될 듯했다. 나는 부스로 가 생맥주만 두세 잔 더 받아 마셨다. 나는 일탁(一濁), 이소(二燒), 삼맥(三麥)인데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탁주와 소주는 행사장에 없었다. 19.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