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흐르는 곳이, 사람이 머무는 곳이다
생각을 정돈해 문자로 엮어내고 두터운 표지로 마무리해 책이라는 형태로 엮어내면,
활자의 마력에 빠져 문명의 일부가 되는 듯 한 착각이 든다.
서점 매대에서 바라보는 일은 뿌듯함을 넘어선 미묘한 감정으로 다가온다.
많은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며 쌓인 수만 권의 다양한 생각들 중
궁리를 들춰보며 관심을 가지는 것을 조심스레 지켜보노라면,
처음 학교에 입학한 아이의 서투른 홀로섬을 뒤에서
응원하는 부모처럼 설렘과 작은 두려움이 동반된다.
너른 사회에 나선 후 성장과 더 큰 도약을 응원하는 마음처럼
이제 세상의 공명을 희망하게 된다.
눈이 머무는 관심을 넘어 찬찬히 정독하신 분들과의 만남은 더욱 소중하다.
다행히도 적지 않은 분들이 책의 내용이나 그 뒷 이야기들을 전달하는 독서회
삶의 어려움에 지쳐 있던 많은 분들이 책을 통해 용기를 얻었음을 토로해 주시며
현장에서 함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함께 모여 생각을 키워 가는 경험
제 자리 지키는 점주들에 감동
책을 읽고 깊은 고민을 하는 분들을 만나뵐 수 있다.
우리의 삶 속 문화와 예술에 대한 조예는 필수가 되며,
기회가 풍족하지 않아 갈증이 해소되지 않음을 토로한다.
책은 간편하고 소박한 매질이라 그 전달과 누림에 상대적 열위를 가지기 어렵지만,
온라인 서점의 확장과 학령기 인구의 급감으로 제한된 구매력은
책을 파는 곳들이 줄어들게 하여 신간을 다채롭게 만나는 것도 특권처럼 되고 있다.
이런 어려움 속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는 서점은 더욱 정주자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소중히 선별하여 고른 곳이라 더욱 특별했던 것도 있었겠지만,
자신의 일을 하나의 사명처럼 생각하며 소중히 여기는
서점 주인들의 모습에서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대를 이어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경산의‘동아서점’
그 다음 대를 이을지도 모르는 아이와 함께 미래의 추억을 이어준다.
멋진 자연 속 방문자와 토착민의 문화에 기여하고 있는
한림의 ‘책방 소리소문’에서는 섬과 뭍을 교차하며
새로운 삶이 실험되고 있는 현장을 만날 수 있다.
다른 분야의 성과를 이룬 후에 지역의 문화적 토양을 위해 과감히 투자한
구미의‘삼일문고’는 산업의 건재함으로 상대적으로 젊은 시민들이 많은
도시의 열망에 부응하고자 하는 미래의 시도를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자본으로 문화의 지킴이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대구의‘교보문고’는 팬데믹을 거치며 무인 환경에 적응하는
청년 대표의 분투기에 박수를 보내게 한다.
한 분 한 분 모두 열정과 자부심으로 굳건히 지켜온 서점을 보면
존경의 마음이 절로 우러나온다.
정제된 문자보다 좀 더 풀어진 이야기로 설명을 듣고,
각자가 읽은 후의 느낌과 자기 삶의 관여된 바를 솔직하게 묻는
질의 응답을 통해서 책이라는 형식을 떠난 대화는 더욱 확장되고 발전된다.
자연스레 미처 담지 못했던 이야기나 새로운 생각의 착점을 얻을 수 있기에,
독서회는 많은 만남을 갖게 한다
동굴 속에서 깊은 생각을 한 자 한 자 깎아내며 채워 놓은 페이지의
조각들이 묶여져 각자의 마음으로 전달된 후,
다시 그어진 밑줄과 작은 생각의 편린들이 다양한 매질을 통해 돌아오는
아름다운 윤회를 경험한다.
물리적으로 혹은 연결망으로 촘촘하게 이어진
우리의 모둠은 생각을 주고 받으며 더욱 커지는 뜻 속에서
저마다의 성장을 만들어 나간다.
얼굴을 보건, 차를 마시건, 깊은 토론을 하건,
모든 것은 우리 마음의 주고받음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군중 속의 고독을 거리에서 절감한다.
시대의 삶과 현실을 주된 테마로 다루고 있는 권갑하 시인의 시조 한 수를 더 읽는다.
간절히 기댈 어깨 한 번 되어주지 못한/빈 역사(驛舍) 서성이는 파리한 눈송이들/
추스린 가슴 한 쪽이 자꾸 무너지고 있다.-‘세한(歲寒)의 저녁’ 셋째 수
이 고독한 거리에서 우리는 누군가 기댈 수 있는 어깨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나무들이 모여 숲이 되는 이치다.
그런데 끝내 어깨를 내어주지 못하고 돌아서는 가슴이 무너져내린다.
그러나 우리에게 숲의 나무가 되라 하고,
서로 기댈 어깨를 내어주라고 하는 시인의 호소가
세한의 겨울에 눈송이 되어 빈 역사에 서성인다.
그러는 한 우리에게 아직 희망은 있다.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도약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의 모든 삶은 지극히 사소한 일들을 얼마나 잘해냈느냐에 따라 평가된다.
인생은 그런 일들의 최종 결산인 셈이다.
이제 우리를 지켜보는 눈도,
우리를 흥분시킬 일도 없는 그저 그런 날들 속에서 어떻게 먹고 마시고 잠자면서,
두서없는 시간들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권위와 능력이 주어질지가 결정될 것이다.
작은 독서회는 가슴을 추스르게 한다
생각의 폭을 넓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