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잘 나가던 경기도 용인 수지지역 아파트 분양시장에 요즘 바람 잘 날이 없다. 올 들어 이 일대에서 아파트 분양에 나선 건설업체들이 아파트 계약자들의 분양조건 완화 요구 등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미분양 물량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가운데 계약 해지 요구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올 초 분양가 책정을 둘러싸고 용인시와 줄다리기를 벌였던 건설업체들이 이제는 아파트 계약자들과의 신경전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분양가 낮추거나 중도금 무이자로 돌려라”
지난해 9월 성공적으로 분양된 용인 수지구 동천동 래미안동천 아파트. 이 단지 시공사인 삼성건설은 아파트 계약자들의 분양가 인하와 쓰레기 집하시설 및 실내 수영장 등 단지 시설물의 추가 설치 요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아파트 계약자 동호회인 ‘래미안동천 입주예정자협의회’는 요즘 연일 삼성건설 측에 분양가 인하 등을 요구하고 있다. “분양가가 너무 높으니 깎아 주거나, 그렇지 않으면 중도금 대출을 무이자로 돌려달라”는 것. 래미안동천 분양가가 3.3㎡당 평균 1726만원 선으로 인근 신봉지구나 성복지구의 평균 분양가(3.3㎡당 1500만원대 중반)보다 높은 만큼 중도금 납부 조건 등을 완화해 달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또 일부 계약자들은 삼성건설이 분양조건 완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올 9월로 예정된 3차 중도금 납부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앞서 래미안동천 계약자 100여명은 이달 초 삼성건설이 있는 서울 서초동 삼성물산 사옥 앞에서 분양 조건 완화와 단지내 시설 추가 설치 등을 요구하며 집단 시위를 벌였다.
래미안동천 입주예정자협의회는 또 이 아파트 분양승인을 내준 용인시에 대해서도 거세게 비난을 퍼붓고 있다. 이들 계약자는 오는 27일 용인시청 앞 광장에서 집회를 갖고 ‘고분양가 묵인한 용인시장 퇴진과 기반시설부담금 사용 내역 공개’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신봉•성복지구 분양업체들, 낮은 계약률에 울상
지난 4월 아파트 공급에 선 용인 신봉지구 분양업체들은 요즘 저조한 계약 성적 때문에 울상이다. 미분양 해소책으로 옵션가를 낮추고 중도금 납부 조건 등을 완화했는 데도 계약률이 좀처럼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신봉지구에서 분양 중인 동일하이빌은 당초 분양가의 10%인 계약금을 일괄적으로 1000만원으로 낮추고 159,193㎡의 경우 중도금 30%를 계약자가 내면 나머지 30%는 이자후불제로 빌려주고 있다. 성복지구의 성복 힐스테이트•성복 자이 단지도 계약금 10%, 중도금 60%는 이자후불제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신봉지구 아파트 실질 계약률은 현재 단지별로 50~60% 선이다. 이달 초 분양한 용인 성복지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소형 아파트는 계약률이 70%를 웃돌지만 대형 아파트는 30%를 밑돈다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다보니 아파트 분양자 가운데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용인 집값 하락으로 같은 크기의 인근 기존 아파트 평균 시세가 신봉.성복지구 분양가보다 3.3㎡당 200만~300만원 가량 낮아지면서 향후 시세 차익은 물론 입주 후 되팔기도 곤란할 것으로 여기는 계약자들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신봉지구 분양업체 관계자는 “일부 계약자 중에는 위약금을 물지 않는 조건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게 어떻겠냐고 문의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며 “용인 기존 주택시장이 살아나야 계약자들의 불만과 요구도 수그러들 것 같다”고 말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08. 6.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