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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경지(久而敬之)
사람을 사귄 지 오래되어도 공경으로 대한다. 공자가 제자들에게 제나라 안영(안자)을 칭찬하여 한 말이다.
久 : 오랠 구
而 : 말 이을 이
敬 : 공경할 경
之 : 갈 지
출전 : 논어(論語) 공야장(公冶長)
오래되어도 공경한다는 뜻으로, 친구를 사귀임에 있어 서로 존중하며 공경해야 오래도록 우의를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사람은 훌륭하다는 의미이다. 이 성어는 논어(論語) 공야장(公冶長)편에 연유하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子曰; 晏平仲善與人交, 久而敬之.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안평중晏平仲; 晏嬰)은 다른 사람과 사귀기를 잘하여, 오랫동안 왕래하면서도 공경하는구나.”
안평중(晏平仲)은 제(齊)나라의 재상이었던 안약(晏弱)의 아들로, 이름은 영(嬰)이다. 제(齊)나라의 재상으로 40년에 걸쳐 3대의 왕을 보좌했던 춘추 시대의 정치가이자 사상가다.
중국 최초의 언행록인 안자춘추(晏子春秋)는 안평중(晏平仲)의 언행을 기록한 책이다.
평소 절검(節儉)을 주장했던 그는 제(齊)나라의 재상이 된 후에도 고기반찬을 먹지 않았고, 부인은 비단옷을 입지 않아 백성에게 존경을 받았다고 한다.
久而敬之는 오래 사귀어도 타인에 대한 공경을 잃지 않는다는 말이다. 황간(皇侃)본에는 “오래되어도 사람들이 그(晏平仲)를 공경하는구나 久而人敬之(구이인경지)”로 돼 있고, “이것은 사람을 잘 사귀는 것의 효험이다. 晏平仲은 사람과 잘 사귀었으므로 오래 사귀더라도 사람들이 더욱 그를 공경한 것이다. 만약 人자가 없으면 久而敬之는 晏平仲이 사람과의 사귐을 잘한 것이 되어, 앞에 있는 善(선)은 사족이 된다.”고 해석한다.
주자는 이 구절에 관해 “사람들과 사귐이 오래되면 공경함이 작아지는데, 오래되어도 공경할 수 있으니 훌륭하다.”고 했고, 논어정의(論語正義)는 “사람들은 가볍게 사귀고 쉽게 절교하는데, 晏平仲은 오래될수록 공경했으니 그래서 훌륭하다.”고 풀었다.
'공자성적도'에는 안영저봉(晏嬰沮封), 즉 안평준(안영)이 공자의 등용을 막았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안평중(안영)은 공자의 선배에 해당된다. 공자는 세상을 구할 기회를 찾는 사람이었고, 안평준은 제나라에서 탄탄한 정치적 기반을 갖춘 사람이었다. 공자가 제나라를 찾았을 때 경공이 등용하려고 하자 안평준이 이를 반대한 적이 있다.
'공자성적도'에서는 이를 ‘안영저봉(晏嬰沮封)’으로 그렸다. 공자는 이러한 악연에도 불구하고 선배 안평중이 사람을 사귀는 ‘교제’를 높이 평가했던 것이다.
구이경지(久而敬之)
오래 사귀었지만 처음처럼 존중하다
사람은 가족과 사회에서 수많은 타인을 만난다. 하지만 그런 타인이 모두 나의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 다닐 때 학기 초에 교실 안의 모든 사람이 나의 친구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두세 달이 지나면 낯선 이에 대한 경계를 풀고 나와 시간을 함께 나누는 친구는 몇몇으로 한정된다.
친구는 나의 한계를 벗어나서 다른 세계로 나아갈 수 있게 권하는 초대장을 보낸다. 할까 말까 주저하던 일도 "해봐!"라는 친구의 말 한마디에 스스럼없이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류는 출현 이래로 나를 넘어 짝을 찾는 여정을 계속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노동시간이 길고 취업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취업한 사람은 실업으로 내몰리지 않기 위해, 실업자는 취업을 하기 위해 자기 착취에 가까운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친구를 사귀라'고 권하고 우정을 이야기한다면 너무 한가한 소리로 들릴까? 즉 과연 현대 사회에서 오랜 친구를 사귀는 것이 가능할까? 논어 속 안영의 이야기를 통해 친구를 오래 사귀는 법을 살펴보자.
1. 논어 공야장(公冶長)편 18장
子曰: 晏平仲善與人交, 久而敬之.
(자왈: 안평중선여인교, 구이경지)
- 논어(論語) 공야장(公冶長)
문법 설명 및 어휘 풀이
1) 晏平仲善與人交(안평중선여인교): 안평중이 다른 사람과 잘 사귀다.
• 晏平仲(안평중): 공자와 같은 시대 사람으로 제(齊)나라의 대부였던 안영(晏嬰). 平(평)은 시호, 仲(중)은 항렬. 그의 언행을 기록한 안자춘추(晏子春秋)가 있다.
• 善(선): '잘'이라는 뜻의 부사.
2) 久而敬之(구이경지): 오래되어도 남을 존경하다.
• 而(이): 역접관계를 표시하는 접속사.
• 之(지): 人(인)을 가리키는 인칭대사.
통해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안평중은 다른 사람과 사귀기를 잘하여 오래되어도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존경하였다."
참고 : 안영(晏嬰)
제(齊) 나라의 대부(大夫). 자 평중(平仲). 안자(晏子). 검소하기로 유명했고 사람들과 잘 사귀었음. 그리고, 안영은 제의 경공(景公)이 공자를 중용하려는 생각에 반대했지만, 공자는 그가 30년 동안 옷 한 벌로 산 검소함에 감복하여 칭찬하는 말을 남겼음.
공자 가로되, "안평중은 착하게 남과 사귀었다. 오래 공경할진저(子曰 安平仲 善與人交 久而敬之)" 하셨다. 또 안영의 수레를 모는 하인이 재상의 어자(御者)라고 우쭐대는 것을 어자의 아내가 보고 훈계하여, 그 남편이 근신해서 후에 안영의 추천으로 대부가 되니, 이 고사를 '안자어(晏子御)'라 함.- 사기(史記) 관안전(管晏傳)
큰 욕심이 음식에 있다 하나, 안자는 세 접시의 고기를 거듭 놓지 않았네(大欲在食 晏子無三豆之重 /대욕재식 안자무삼두지중) - 무명씨(無名氏) 기욕개동유현자절지부(嗜欲皆同惟賢者節之賦)
2. 안평중, 제나라의 등불
안평중이 누군 줄 모르면 인용문의 내용이 추상적으로만 전달된다. 안평중의 사람됨을 알려면 '사기'의 열전 중 두 번째에 나오는 관안열전(管晏列傳)을 살펴봐야 한다. 관안열전은 공자의 선배 격에 해당되는 정나라의 현자 정치인 관중과 제나라의 현자 정치인 안평중을 다루고 있다.
안평중은 춘추시대에 제나라의 재상이었지만 국제적으로 명망이 높았다. 이러한 명망은 약육강식의 시대 상황에서 다른 나라가 제나라를 침범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안평중이 국정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이상 제나라의 지도력이 갑자기 나빠져 혼란으로 빠져들 수 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제나라의 건재를 안평중 한 사람의 공로로만 볼 수는 없다. 그렇게 보면 당연히 영웅사관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그만큼 안평중의 영향력이 국내외적으로 무시할 수 없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사마천은 사기 관안열전에서 안평중의 이러한 사람 됨됨이를 보여주기 위해 무척 고심했을 것이다. 그는 안평중의 사람됨을 나타내기 위해 서두에 절약하고 절제하는 삶을 간단하게 언급하고서 말미에 일화 하나를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안평중은 재상이 된 뒤에 마부가 딸린 마차를 타고 출퇴근을 했다.
오늘날 같으면 기사가 모는 관용차를 제공받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어느 날 마부가 집으로 퇴근을 하니 아내가 갑자기 ‘이혼’을 요구했다. 마부는 아내로부터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맞는 꼴이었다. 마부는 이혼을 하든 말든 일단 이유라도 들어 보자고 말했다.
아내는 마부가 재상 안평중을 수행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안영은 6척의 단신이고 남편은 8척의 장신으로 키 차이가 많이 났다. (당시 주(周)나라의 일척이 22.5cm이므로 안영은 키가 140cm 남짓 된다)
남편은 의기양양하게 수레에 올라 채찍을 힘차게 휘두르며 말을 몰았다. 안영은 말하는 태도며 움직이는 자세며 어느 하나 가볍지 굴지 않았다. 즉 마부는 재상의 수레를 몬다는 역할에 도취해서 재상보다도 더 우쭐거렸다.
아내는 두 사람의 차이를 간단하게 정리했다. 안평중은 늘 '스스로 낮추는(自下)' 반면 남편은 '스스로 뽐내며 만족했다(自以爲足)'. 아내는 우쭐대는 남편이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고 그렇게 되면 자신이 어느 날 과부가 될 수 있으니 이혼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마부는 아내의 말을 듣고 나니 몽둥이에 맞은 양 정신이 뻔쩍 들었다. 그 이후로 마부의 행동이 180도로 달라졌다. 안평중이 달라진 마부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마부가 사실대로 아뢰자 안평중은 그를 고위 공직자인 대부(大夫)로 천거했다. 이렇게 보면 괜히 안평중이 장기간 재상으로 있었고, 또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것이 아니었다. 안평중이 경(敬)으로 삶을 일관했기 때문에 이 모든 일이 가능했던 것이다.
3. 경(敬), 중독을 막는 거리감
경(敬)은 일관성과 진실성을 나타내는 성(誠)과 함께 동아시아 사상 문화의 자아 수양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개념이다. 그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 의미가 확 다가오지 않는다. 일단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를 살펴보자.
경(敬)이 들어가는 낱말이 많다. 예컨대 경건(敬虔), 경계(敬啓), 경례(敬禮), 경의(敬意), 공경(恭敬), 존경(尊敬) 등이 있다. 경계와 경의는 내가 상대에게 함부로 다가가지 못하고 일정한 절차를 지키는 것이다.
공경과 존경은 내가 상대가 성취한 것에 대해 인정을 하는 것이다. 경건은 내가 나의 요구대로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상대의 의지를 더 우선시하는 것이다. 경(敬) 자가 들어가는 낱말들을 살펴보면 모두 나와 상대 사이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엄연한 거리(거리감)가 있다.
다시 사마천이 소개하는 안평중의 언행을 살펴보자. 그는 한 사람의 제후를 모시기도 어려울 터인데 40여 년에 걸쳐 오랫동안 영공(靈公), 장공(莊公), 경공(景公) 세 제후를 모셨다.
그는 평소 절약하고 검소한 생활을 했고 재상이 되고 난 뒤에 고기 반찬을 한 가지 이상 하지 않았으며 부인이 비단 옷을 입지 못하게 했다. 조정에서 나가서 임금이 물으면 올바른 말로 대답하고, 묻지 않으면 나서지 않고 올바르게 처신했다. 우리는 안평중이 재물과 권력을 소유한 인물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안평중은 재상이 되었지만 재물을 마구 쓰지도 권력을 맘대로 휘두르지도 않았다. 그는 어떻게 재물을 아끼고 권력을 공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을까? 그는 재물과 권력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거리를 둘 수 있기 때문에 재물을 쓰는 쾌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또 권력을 영역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 휘두르는 도취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경(敬)은 '나'를 어떤 것(재물, 게임 등)으로부터 떼어놓아 중독을 막을 수 있는 힘이다. 이것이 바로 안평중이 사람들과 오래 사귈 수 있었던 길이었다. 우리는 사람에 혹했다가 실망하고, 지름신을 막지 못해 상품을 구매했다가 후회한다. 이것이 바로 나와 사람, 나와 상품 사이에 거리감이 무너지니까 일어나는 일이다. 경은 실망과 후회를 막는 자기 통제력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4. 공자의 교우론
안평중(안영)은 공자의 선배에 해당된다. 공자는 세상을 구할 기회를 찾는 사람이었고, 안평준은 제나라에서 탄탄한 정치적 기반을 갖춘 사람이었다. 공자가 제나라를 찾았을 때 경공이 등용하려고 하자 안평준이 이를 반대한 적이 있다.
'공자성적도'에서는 이를 안영저봉(晏嬰沮封)으로 그렸다. 공자는 이러한 악연에도 불구하고 선배 안평중이 사람을 사귀는 ‘교제’를 높이 평가했던 것이다.
공자도 '교우'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의 뒤를 밀어줄 신분도 없고 재력도 없는 상황에서 자신과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을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일반적인 인간관계나 친구관계에서 신뢰 또는 믿음을 강조했다. 서로 믿을 수 있다는 것이 공자가 힘겨운 삶을 버텨가는 힘이었던 것이다.
친구 사이의 믿음이 전제되려면 특별한 뭔가가 필요하다. 그저 친구끼리 놀고 마시며 함께 즐기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책선(責善)을 해야 한다. 책선은 친구끼리 서로 잘 되라고 자극하고 잘못하는 일은 못하게 충고를 하는 것이다.
자공이 친구 사귀기는 법을 물었다(子貢問友). 공자가 일러주었다. "진실하게 권해주고 착실하게 이끌어준다. 친구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 요구하여 스스로 모욕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子曰: 忠告而善道之, 不可則止, 毋自辱焉)." - 논어 안연편 23장
아무리 좋은 소리도 자주 들으면 잔소리처럼 귀찮아진다. 친구 사이도 그렇다. 친구가 잘 되게 하려고 좋은 말을 하지만 상대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 되풀이 하다보면 서로 다투게 된다.
이로 인해 오래 쌓아온 우정이 원수처럼 증오하는 사이로 변하기도 한다.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도 해도 결국 최종 결정은 당사자에게 맡겨두어야 하는 것이다.
5. 현대에 우정이 가능한가?
오늘날 우리는 안평중이나 공자가 말하는 교우론에 따른 우정(友情)을 나눌 수 있을까? 누구라도 두 사람이 말하는 우정의 가치를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삶의 현장, 예컨대 학교와 직장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우정은 좋지만 쌓기 어려운 일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교실은 내신을 올려서 대학 진학을 가능하게 하는 기지이고, 학원은 교실에서 모자라는 것을 보충해서 점수를 올리는 전진기지이다. 친구끼리 밥을 나눠먹고 한가하게 놀이를 하며 담소를 나누는 정경은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장면처럼 여겨진다.
밥 먹는 시간마저 줄여 취업 준비를 하는 캠퍼스 내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이 현실이다. 직장은 취업하기도 어렵지만 취업해도 언제 잘릴지 몰라 늘 불안이 감도는 전쟁터이다.
이렇게 기지와 전쟁터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가족끼리 따뜻한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사람도 없고, 짧은 시간이 있다면 성적과 재산 등 수치를 확인하는 소리가 들린다.
지금 우리의 삶은 분명 어렵고 나누는 것이 좋은 우정을 논할 여건에 있지 않다. 그렇다고 우정을 폐기 처분한다면 우리의 삶은 지금보다 더 척박하고 우울하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우정을 가능하게 하는 삶의 소중함을 돌아보고, 그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경쟁에 매몰된 주위 사람을 경쟁자 또는 잠재적 경쟁자로 바라보는 편향된 시각은 "이제 그만!"이라고 외쳐야 한다.
경쟁자의 관점에서 보면 모두가 어떻게든 이겨야 하는 경쟁자로 보이지만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료이다. 이렇게 동료로 보는 관점을 키우지 못하면 우리는 사람 사이를 거래하고 조정하는 기술은 키울 수 있을지 몰라도 사람 사이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연대에 영영 익숙하지 않게 될 수 있다. 이것은 치유할 수 없는 비극적 인간관계를 낳을 수 있다. 지금 비극을 피하려는 출발을 해야 할 때이다.
공자는 친구가 죽었는데 장례를 치를 사람도 장소도 없었다. 공자는 "우리 집에 빈소를 마련하자!"라고 말했다. 친구의 죽음은 경쟁자의 사망이 아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에 대해 따뜻하게 다가서는 것이다. 공자는 안평중의 거리감을 받아들이면서도 그 거리를 줄이는 발걸음을 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구이경지(久而敬之)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바로 인간관계 입니다. 주위 사람들과 조화로운 상태를 유지하면서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말처럼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모와 자식간의 원만한 관계, 형제간의 우애, 직장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화합, 이 모든 것이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크게 출세를 하고 돈을 많이 벌어도 주위 사람들과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그 성공이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논어에 보면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구이경지(久而敬之)의 자세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원만한 관계의 핵심은 '공경'이라고 힘주어 강조하였습니다.
안평중 선여인교 구이경지(晏平仲 善與人交 久而敬之)
안평중(晏平仲)이란 사람은 주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것은 주변 사람과 오랜 시간을 교류해도 서로 공경하기 때문이다. 구이경지(久而敬之), 오랜 시간이 지나도 공경을 잃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처음에 좋게 맺어진 관계도 시간이 지날수록 피차 공경하는 마음을 잃고 막 대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랫 사람이라고 막말을 하고, 오래 사귄 친구라고 공경하는 마음을 잃고 아무렇게나 대한다면 그 관계가 원만하게 지속될 수 없습니다.
세상을 산다는 것은 결국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가는 비결이란 서로가 서로를 공경하며,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특히 가까운 부부 사이일수록 공경해야 합니다.
당신은 당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을 늘 공경하는 자세로 대하고 있습니까? 오늘도 내가 건강함에 감사하고, 오늘 내가 일 할수 있음에 감사하고, 오늘 내가 누군가를 만남에 감사하고... 감사가 넘치다 보면 우리의 삶도 저절로 행복해 집니다.
구이경지(久而敬之)
사귄지 오래되어도 상대방을 공경하는구나(공야장)
子曰 晏平仲 善與人交 久而敬之
(자왈 안평중 선여인교 구이경지)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안평중은 남과 더불어 잘 사귄다. 사귄지 오래되어도 상대방을 여전히 공경하는구나."
안평중(晏平仲)은 제나라 이유(夷維) 사람으로 이름은 영(?), 자는 중(仲)이다. 안자(晏子)라고 존칭하여 불리며, 안평중이라고도 한다. 춘추시대 제나라의 상대부를 지낸 안약(晏弱)의 아들로, 제나라 영공 26년인 BC.556년에 아버지가 죽자 상대부 자리를 이어 받았다.
조정에서는 군주를 충직하게 보좌했고, 외교 무대에서는 당당하게 원칙과 예의를 지켜 제나라의 위상을 높였다. 이런 능력과 처신 때문에 제후국들 사이에서는 명성이 자자했다. 탁월한 정치가로 영공, 장공, 경공까지 세 왕을 도와 모시며 약 40년 동안 제나라 정치를 주도하고 외교활동을 이끌었다. 시호는 평(平)이다. 저서로 '안자춘추'가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사귄지 오래되면 상대방을 공경하는 마음이 줄어든다. 아니면 무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안평중은 사귄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상대방을 공경하는 마음이 줄어들지 않고 계속 유지되었다. 공자도 안평중의 그런 모습을 보고 인생의 후배로서 선배를 존경하는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면 안평중은 자신을 어떻게 가다듬었기에 상대방을 오랫동안 공경하는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그 이유를 공자의 다른 말씀에서 찾아보자.
자로가 "군자는 어떤 사람입니까?" 질문하니, 공자께서 "경(敬)으로써 자신을 수양한 사람이다"라고 하셨다. 자로가 "이것만 하면 됩니까?" 하고 질문하자, "경으로써 자신을 수양하여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하셨다. 다시 "이것만 하면 됩니까?" 하고 질문하자,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경으로써 자신을 수양하여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니, 경으로써 자신을 수양하여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은 요임금 순임금께서도 오히려 부족하게 여기셨다." (논어 헌문)
상대방과 오랫동안 사귀어도 공경하눈 마음을 한결같이 유지하는 방법은 위에 공자께서 말한 '경(敬)으로써 자신을 수양하는 것'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경(敬)의 의미를 살펴보면 공자는 "밥을 먹는 짧은 시간에도 순수한 마음인 인(仁)을 버리지 않아야 하고, 넘어지고 자빠지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순수한 마음인 인(仁)을 버리지 않는 것이다(논어 이인)"라고 하였다.
즉 항상 어떤 순간이 일어나도 순수한 마음인 인을 버리지 않는 상태가 되면 상대방은 나를 믿고 따르게 된다. 그것이 임금이라면 모든 백성들은 임금을 중심으로 하나가 된다. 그러면 백성들의 마음이 편안해져서 자신들의 일을 열심히 하여 국가가 부흥하게 될 것이다.
안평중은 겉모습은 키가 작고 볼 것이 없었지만 내면은 순수한 마음을 잘 길러서 늘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 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처음 볼 때는 안평중을 무시했지만 조금 대화를 나누다 보면 모두 안평중의 따뜻한 마음에서 나오는 말과 상대방을 배려하는 몸가짐에 안평중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안평중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어서 안으로는 제나라에서 40년간 재상 자리를 유지하고, 밖으로는 다른 나라와 외교를 잘하여 제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공헌을 하였다.
구이경지(久而敬之)
공자는 제나라 대부였던 안평중(晏平仲)에 대해 "남과 사귀기를 참 잘하는구나. 오래되어도 공경하니!"라며 칭찬했다.
흔히 '공경 경'이라고 훈독하는 원문 속의 '敬'은 대개 주일무적(主一無適), 즉 '하나를 주로 삼아 집중함으로써 그로부터 떠남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한다. 그러므로 공자가 안평중을 평한 구이경지(久而敬之)란 말은 '사귐이 오래되어도 그 사람에게 집중하여 마음을 딴 데로 옮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마음을 딴 데로 옮기는 것이 곧 배반이다. 久而敬之라야 배반이 없다.
화호화피난화골(畵虎畵皮難畵骨), 지인지면부지심(知人知面不知心) 이라는 말이 있다. '호랑이 겉가죽 무늬는 그릴 수 있어도 뼈는 그리기 어렵고, 사람 얼굴은 알아도 마음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중국 명나라 때의 소설가 풍몽룡(馮夢龍)이 엮은 단편소설집 유세명언(喻世明言) 제1권에 나오는 말이다.
요즈음 우리 사회는 마음을 알 수 없는 배반이 횡행하고 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라는 말을 오히려 당연시하는 것 같다. 특히 정치판이 그렇다. 믿음이 없다. 믿음이 없이는 함께 미래를 설계할 수 없고, 미래를 설계할 수 없으면 망한다. 구이경지(久而敬之)의 믿음 회복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구이경지(久而敬之)
사람을 오랫동안 사귀어도 항상 공경으로 대하라!
구이경지(久而敬之)라는 말이 있습니다. 구이경지란 사람을 오랫동안 사귀어도 항상 공경으로 대하라는 뜻이지요. 그렇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바로 인간관계 입니다. 왜냐하면 주위 사람들과 조화로운 상태를 유지하면서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말처럼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요즘 인간관계가 심각한 경지에 이른 것 같습니다. 연인끼리 인연이 다했는지 남자가 폭행을 가하고 여자는 죽임을 당합니다. 그리고 배신을 밥 먹듯이 합니다. 논어(論語)에 보면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구이경지의 자세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원만한 인간관계의 핵심은 공경(恭敬)입니다. 제나라의 재상으로 5척 단신이며 검소하고, 주군에 대한 충성심으로 영공, 장공, 경공을 모신 춘추시대 최고의 명재상이 안평중(安平仲)입니다. 그 안평중을 두고 공자(孔子)님께서 '안평중 선여인교 구이경지(晏平仲 善與人交 久而敬之)'라 하신 것입니다. "안평중은 주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것은 주변 사람과 오랜 시간을 교류해도 서로 공경하기 때문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사람이 처음에 좋게 맺어진 관계도 시간이 지날수록 피차 공경하는 마음을 잃고 막 대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랫사람이라고 막말을 하고, 오래 사귄 친구라고 공경하는 마음을 잃고 아무렇게나 대한다면 그 관계가 원만히 지속될 수 없습니다.
세상을 산다는 것 결국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가는 비결이란 서로가 서로를 공경하며,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사람의 마음은 양파와 같습니다. 마음속에 가진 것이라고는 자존심밖에 없으면서, 뭔가 대단한 것을 가진 것처럼 큰소리를 칩니다.
그리고 그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고집부리고, 불평하고, 화내고, 싸우고 다툽니다. 사람이 자존심을 버릴 나이가 되면, 공허함과 허무(虛無)밖에 남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를 벗겨내는 데는 많은 시간과 아픔이 따릅니다. 사람이 세상에 나올 때는 자존심 없이 태어납니다.
그러나 세상을 살면서 반평생은 자존심을 쌓고, 다시 그것을 허무는 데 남은 반평생을 보냅니다. 그리고 힘든 인생이었다는 말을 남기고 갑니다. 우리를 자신 안에 가두고 있는 자존심을 허물 수 있다면, 우리는 많은 시간과 기회를 얻게 됩니다. 자존심을 허물 면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체면 손상 때문에 사람들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그리고 자신을 숨기기 위해서 고민하거나 긴장하지 않아도 됩니다. 더 많은 사람과 조화를 이룰 수 있으며, 마음이 상해서 잠을 못 이루는 밤도 없어집니다. 필요 없는 담은 세우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고, 세워져 있는 담이 필요 없을 때는 빨리 허무는 것이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비결입니다.
자존심은 최후까지 우리를 초라하게 만드는 부정적인 인식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세워오던 자존심을 버리면, 우리에게 많은 사람들이 다가옵니다. 그러면 그 순간, 그들과 편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지요. 위기의 인간관계를 끝내는 방법은 스스로 적응의 폭이 넓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 아홉 가지 방법을 알아볼까요?
첫째, 마음이 넓은 사람은 타인에게 너그럽고 자신에게는 엄격합니다.
둘째, 다른 사람의 험담을 해서는 안 됩니다.
셋째, 자신의 취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취미도 함께 즐깁니다.
넷째, 마음이 넓은 사람은 대개 어설프고 엉성합니다.
다섯째, 마음이 넓은 사람은 공경의 달인이 되어야 합니다.
여섯째, 자신의 희망과 누군가의 희망을 뒤죽박죽 섞으면 안 됩니다.
일곱째, 혼자 이겨서는 안 됩니다. 때로는 이기고 때로는 지는 것입니다.
여덟째, 매일 자존심을 조금씩 죽이면 더 행복할 수 있습니다.
아홉째, 느낌 좋은 사람은 인간관계의 적응 폭이 넓은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이 아홉 가지만 잘 지키면 위기의 인간관계에서 벗어나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에게 큰 보물이 하나가 있습니다. 즉 사람 인자 인보(人寶)입니다. 인간관계의 가장 기본이 되고 바탕이 되는 보물은 바로 세상의 주인인 사람이지요.
그 까닭은 크고 넓은 천지 가운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심오한 진리와 무한한 사물이 있지만, 사람이 없으면 한낱 껍데기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보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 짐과 참음과 인증’의 보배를 얻어야 합니다. 어쨌든 위기의 인간관계를 벗어나는 방법은 중화지도(中和之道)를 지키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중도가 천하의 큰 도이기 때문이지요.
우주에는 원형이정(元亨利貞)과 춘하추동(春夏秋冬)과 성주괴공(成住壞空)의 진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흥망성쇠(興亡盛衰)와 길흉화복(吉凶禍福)과 빈부귀천(貧富貴賤)이 있지요. 그러므로 언제나 때와 곳과 일과 사람에 치우치거나 끌리지 않고 과불급(過不及)이 없는 중화지도를 실천해야 위기의 인간관계도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사람은 사귀는 게 아니라 얻는 것이다
아버지와 겸상하고 숟가락을 들 때 집 전화벨이 울렸다. 결혼해 한집에서 살 때다. 거래처 대리 전화였다. 받자마자 그는 내가 퇴근할 때 물어본 일이 잘 진행되었다고 했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자기 상사에게 설명을 잘해 그 일이 성사된 거라고 공치사했다. 전화를 끊지 않고 이어 상사인 과장이 판단 실수한 때문이라며 요즘 자주 그런 비상식적인 행동을 보인다고 험담했다. 나도 “그렇긴 하더라구요. 내가 그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말입니다. 김 과장 결혼할 때 가서 축의금도 냈는데, 내 결혼식엔 오지도 않고 축의금도 안 보냈습디다”라고 응수했다. 그때 아버지가 숟가락으로 밥상을 내려쳤다. 놀라 전화를 바로 끊었다.
상을 물린 아버지는 옮기기도 어려운 욕을 하며 심하게 나무랐다. 두 가지를 지적했다. 하나는 김 과장한테 할 얘기를 아래 직원에게 하느냐는 것이고, 김 과장이 부조하지 않은 이유가 있을 텐데 그 사정을 들어보지도 않고 섣불리 둘 사이의 일을 발설하느냐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바로 전화해 설명하라고 했지만, 집 번호를 모른다고 하자 내일 출근하자마자 찾아가 상황을 설명하라고 했다. 아버지는 “축의금 안 냈다고 비난하지 마라. 왜 안 냈느냐고 물어보긴 뭣하지만, 그도 그럴 만한 사정이 있을 거다. 네가 100을 줬다고 상대가 반드시 100을 주지 않을 수 있다. 그게 정 서운하면 네가 그의 봉투를 만들어 축의금을 접수하면 될 거 아니냐”라며 옹졸함을 책망했다.
아버지는 “모든 사람이 네 마음과 같지 않다. 더욱이 네가 다른 사람의 행동을 네 기대에 맞춰 정형화하는 건 위험하다.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다르다. 천 사람이면 천 가지 방식이 있다.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지만, 꼭 사귀어야 한다면 상대의 방식을 따라라. 네가 원하는 방식으로 상대가 해주기를 기대하는 데서 균열이 생기는 거다. 인간관계가 어려운 이유다”라고 일러줬다.
이튿날 출근길에 거래처에 들러 김 과장을 만났다. 상황 설명을 하자 그는 집안에 일이 생겨 참석하지 못했다며 “축의금은 아래 직원에게 부탁했어요. 지방에서 제가 결혼식 할 때 일부러 시간 내서 와주셨는데 못 가봐 아쉽고 미안합니다”라며 축하 인사를 다시 했다. 그의 말대로 결혼식 방명록에 그의 이름이 있었으나, 축의금 봉투는 없었다. 퇴근 무렵에 확인되었지만, 부탁받은 직원이 방명록에 봉투를 낸 여러 사람의 이름은 남겼으나 유독 김 과장 봉투에는 이름을 적지 않고 접수하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었다.
집에 돌아와 기다리던 아버지께 자세하게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사람은 사귀는 게 아니라 얻는 것이다. 혈연, 지연, 학연이나 직연(職緣) 등의 연처럼 공유하는 가치가 클 때는 사귀기 쉽다. 웬만한 틈은 함께 느끼는 가치가 커서 메워주기 때문이다. 그런 가치가 희미하면 상대의 방식으로 철저하게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구분해 가르쳤다. 이어 “마음을 얻는 유일한 방법은 포용심(包容心)이고, 그게 너의 도량(度量)의 크기를 결정한다. 그 크기가 크면 클수록 담을 사람 수도 늘어난다”라고 설명했다.
아버지는 포용을 파자해서 중요한 말이라는 설명을 이어갔다. ‘포(包)자’는 ‘싸다’나 ‘감싸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다. ‘쌀 포(勹)’자와 ‘뱀 사(巳)’자가 결합했다. 태아의 팔과 다리를 생략하고 자궁과 태아를 함께 그린 것이다. ‘얼굴’이나 ‘용모’라는 뜻을 가진 ‘용(容)’자는 ‘집 면(宀)’과 ‘골 곡(谷)’자가 결합해 ‘보관하다’라는 뜻으로 많은 물건을 담을 수 있듯이 많은 표정을 담을 수 있는 ‘얼굴’을 뜻한다고 했다.
“만나는 사람을 공경해야 한다. 그들을 빛나게 해야 네 교제가 빛난다”고 강조한 아버지가 인용한 고사성어가 ‘구이경지[久而敬之]’다. 논어(論語) 공야장(公冶長)에 나오는 공자 말씀이다. 원문은 “안평중은 남과 더불어 잘 사귄다. 사귄 지 오래되어도 상대방을 여전히 공경하는구나[晏平仲 善與人交 久而敬之].” 안평중은 제(齊)나라의 탁월한 정치가로 영공, 장공, 경공까지 세 왕을 모시며 40년 동안 정치를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남과 사귀되 아무리 오래돼도 공경하는 태도를 잃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이 처음과 나중이 변하지 않아야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안영은 사람과 사귐에 자기의 사사로운 이익을 관련짓지 않았다. 언제나 공평한 마음으로 공익만을 생각했다.
마음이 넓은 사람은 타인에게 너그럽고 자신에게는 엄격하다. 다른 사람의 험담은 금물이다. 인간관계의 적응 폭을 넓히자면 자존심을 죽이고 포용심을 늘려 남을 공경하는 달인이 되어야 한다. 처음과 끝이 한결같은 사람이라야 사람을 끌 수 있다. 사람 사는 세상에 올바른 삶을 살자면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손주들에게도 일찍부터 가르쳐야 할 인성이다.
▶️ 久(오랠 구)는 ❶지사문자로 乆(구)의 본자(本字)이다. 사람 인(人)에 파임 불(乀)을 합친 글자로서, 사람의 뒤 또는 엉덩이에 붙어 잡아 끄는 모양이며 잡아 끌고 오랫동안 놓지 않는다는 데서 오래다를 뜻한다. ❷지사문자로 久자는 ‘오래다’나 ‘길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久자는 측면으로 누워있는 사람의 등과 뜸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久자는 본래 ‘뜸질’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뜸은 약물을 몸의 특정 부위에서 태우거나 김을 쐐 자극을 주는 치료방법을 말한다. 뜸을 놓은 이후에는 약효가 스며들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해서 久자는 후에 ‘오래다’나 ‘길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여기에 火(불 화)자를 더한 灸(뜸 구)자가 ‘뜸질’이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久(구)는 사람을 만류하다, 거기에 머물게 하여두다, 길다, 오래되다, 등의 뜻으로 ①오래다, 길다 ②오래 기다리다 ③오래 머무르다 ④가리다 ⑤막다 ⑥변(變)하지 아니하다 ⑦오랫동안 ⑧오래된, 옛날의 ⑨시간(時間), 기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미륵 미(彌), 멀 유(悠), 길 영(永), 멀 하(遐), 멀 원(遠), 길 장(長)이다. 용례로는 오래도록 평안함을 구안(久安), 일을 오래 맡김을 구임(久任), 기간이 긺을 구구(久久), 오래 끎을 구연(久延), 어떤 일에 오랫동안 힘써 옴을 구근(久勤), 오래 사귐을 구교(久交), 오랜 해를 구년(久年), 오랫동안 머무름을 구류(久留), 앓은 지 오래되어 고치기 어려운 병을 구병(久病), 끝없이 오램을 영구(永久), 연대가 길고 오램을 유구(悠久), 길고 오램을 장구(長久), 변하지 아니하고 오래 감을 항구(恒久), 꽤 오래나 한참 지남을 양구(良久), 여러 해가 지나 꽤 오래됨을 연구(年久), 그 동안이 그리 오래지 아니함을 미구(未久), 오랫동안 버티어 견딤을 지구(持久), 매우 오래를 허구(許久), 오래 견딤을 내구(耐久), 오래 걸림을 적구(積久), 앞으로 올 때가 오래지 아니함을 불구(不久), 오랜 세월을 겪어 옴을 역구(歷久), 완전하여 오래 견딜만 함을 완구(完久), 어떤 일을 오래 해낼 수 있는 힘을 지구력(持久力), 영구히 변하지 아니할 만한을 항구적(恒久的), 영구히 변하지 아니할 만한을 영구적(永久的), 오래 견디는 성질을 내구성(耐久性), 젖니가 빠진 뒤에 다시 나는 이를 영구치(永久齒), 오랫동안 서로 보지 못함을 구불견(久不見), 오래도록 공경함을 구이경지(久而敬之), 오래도록 소식이 없음을 구무소식(久無消息),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를 구한감우(久旱甘雨), 세월을 헛되이 오랫동안 보낸다는 뜻으로 긴 세월을 보내고 나니 헛되이 세월만 지났다는 말을 광일지구(曠日持久), 하늘과 땅이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물이 오래오래 계속됨을 이르는 말을 천장지구(天長地久), 날이 오래고 달이 깊어 간다는 뜻으로 무언가 바라는 마음이 세월이 갈수록 더해짐을 이르는 말을 일구월심(日久月深) 등에 쓰인다.
▶️ 而(말 이을 이, 능히 능)는 ❶상형문자로 턱 수염의 모양으로, 구레나룻 즉, 귀밑에서 턱까지 잇따라 난 수염을 말한다. 음(音)을 빌어 어조사로도 쓰인다. ❷상형문자로 而자는 ‘말을 잇다’나 ‘자네’, ‘~로서’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而자의 갑골문을 보면 턱 아래에 길게 드리워진 수염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而자는 본래 ‘턱수염’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지금의 而자는 ‘자네’나 ‘그대’처럼 인칭대명사로 쓰이거나 ‘~로써’나 ‘~하면서’와 같은 접속사로 가차(假借)되어 있다. 하지만 而자가 부수 역할을 할 때는 여전히 ‘턱수염’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한다. 그래서 而(이, 능)는 ①말을 잇다 ②같다 ③너, 자네, 그대 ④구레나룻(귀밑에서 턱까지 잇따라 난 수염) ⑤만약(萬若), 만일 ⑥뿐, 따름 ⑦그리고 ⑧~로서, ~에 ⑨~하면서 ⑩그러나, 그런데도, 그리고 ⓐ능(能)히(능) ⓑ재능(才能), 능력(能力)(능)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30세를 일컬는 이립(而立), 이제 와서를 이금(而今), 지금부터를 이후(而後), 그러나 또는 그러고 나서를 연이(然而), 이로부터 앞으로 차후라는 이금이후(而今以後), 온화한 낯빛을 이강지색(而康之色) 등에 쓰인다.
▶️ 敬(공경 경)은 ❶회의문자로 등글월문(攵=攴; 일을 하다, 회초리로 치다)部와 苟(구)의 합자(合字)이다. 등글월문(攵)部는 급박하여 다가온다는 뜻이다. 혁은 엄격하게 격려한다는 뜻으로 말을 삼가는 뜻이 있는데 다시 등글월문(攵)部를 더하여 敬(경)은 한층 더 게을리하지 않음을 뜻으로 삼가다, 조심하다의 뜻이 있다. ❷회의문자로 敬자는 '공경하다'나 '정중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敬자는 苟(진실로 구)자와 攵(칠 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苟자는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개를 그린 것으로 '진실로'나 '참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진실되다'라는 뜻을 가진 苟자에 攵자가 결합한 敬자는 '진실하도록 하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니까 敬자에 쓰인 攵자는 예의를 갖추도록 만든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강제성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고대에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글자가 많다. 그래서 敬(경)은 성(姓)의 하나로 ①공경(恭敬) ②예(禮), 감사(感謝)하는 예(禮) ③공경(恭敬)하다 ④삼가다(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마음을 절제(節制)하다 ⑤정중(鄭重)하다, 예의가 바르다 ⑥훈계(訓戒)하다, 잡도리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공손할 공(恭), 공경할 흠(欽), 공경할 지(祗), 공경할 건(虔)이다. 용례로는 노인을 공경함을 경로(敬老), 공경하는 마음을 경의(敬意), 존경하고 사모함을 경모(敬慕), 남의 말을 공경하는 태도로 듣는 것을 경청(敬聽), 공경의 뜻을 나타내는 인사를 경례(敬禮), 존경하여 일컬음을 경칭(敬稱), 초월적이거나 위대한 대상 앞에서 우러르고 받드는 마음으로 삼가고 조심하는 상태에 있음을 경건(敬虔), 공경하고 중하게 여김을 경중(敬重), 공경하고 사랑함을 경애(敬愛), 존경하여 높이어 부르는 말을 경어(敬語), 속마음과는 달리 겉으로는 존경하는 체하면서 속으로는 멀리함을 경원(敬遠), 공경하여 삼가 답장한다는 경복(敬復), 존중히 여겨 공경함을 존경(尊敬), 삼가서 공손히 섬김을 공경(恭敬), 존경하는 마음이나 예의가 없음을 불경(不敬), 숭배하고 존경함을 숭경(崇敬), 공경하고 두려워함을 외경(畏敬), 더욱 공경함을 가경(加敬), 항상 마음을 바르게 가져 덕성을 닦음을 거경(居敬), 부모를 잘 섬기고 공경함을 효경(孝敬), 씩씩하고 공경스러움을 장경(莊敬), 공경하되 가까이하지는 아니함 또는 겉으로는 공경하는 체하면서 속으로는 꺼리어 멀리함을 이르는 말을 경이원지(敬而遠之), 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함을 이르는 말을 경천애인(敬天愛人), 하느님을 받들고 백성을 통치하기를 게을리 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경천근민(敬天勤民), 신을 공경하고 조상을 숭배함을 일컫는 말을 경신숭조(敬神崇祖), 노인을 공경하는 생각을 일컫는 말을 경로사상(敬老思想),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일컫는 말을 경외지심(敬畏之心)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 즉,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지남지북(之南之北)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