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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뇌물을 보내 이득을 본 자는 반드시 탐학을 일삼고, 탐학을 자행하는 자는 반드시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기 마련이다. 고을 수령이 탐학을 삼으니 백성이 빼앗기는 것을 이기지 못했는데, 그중 경상도 진주가 가장 심했다. 그러자 민중들은 대나무를 깎아 창을 만들어 들고 관가에 쳐들어가 관리를 쫓아내니, 각 고을이 일시에 동조하여 순식간에 삼남(三南) 지방에 민란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성난 농민들은 익산군수를 삿갓가마에 태워 들판에 내팽개쳐 버리고, 그 군수의 어머니를 밖으로 끌어낸 다음 볏짚과 조개껍질 등으로 그녀의 생식기를 문지르며 소리쳤다.
“당신이 못된 아들을 낳아 우리들이 어이없게도 탐학을 받았으니, 그 해탈문(解脫門, 생식기)을 정결하게 세탁한다!”
그러고는 냉수를 끼얹으며 볏짚으로 세탁하니, 이것이 진주에서 처음 시작되어 삼남 지방으로 번진 조선의 민란이다.
-1부 중 <탐관오리 어미의 생식기를 세탁하다!> 중에서
이때 흥인군은 자신이 원했던 대로 뇌물이 날마다 창고에 들어와 쌓이는 것을 보며 마치 나라를 위해 땅을 개척한 업적을 이룬 것처럼 흥에 겨워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지팡이를 짚고 뜰에 있는 제1창고 문 앞에 가서는 청지기에게 자물쇠를 열게 하고, 잔심부름하는 상노(床奴) 아이에게 곳간 문을 열라고 한 다음, 그곳에 가득 쌓인 물건들을 보면서 턱이 빠지는 줄도 모르고 넋 나간 사람처럼 허허 웃어 댔다.
그런 다음에는 제2, 제3, 제9곳간에 이르기까지 제1곳간에서 하던 것처럼 일일이 문안 점검을 다 하고 나서야 비로소 들어와 세수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청지기가 그에게 말했다.
“제7곳간에 쌓아 놓은 날 꿩고기와 동태가 요즘 날씨가 따뜻해서 절반 이상이 썩어 곳간 밖까지 악취를 풍기고 있습니다. 마침 연말연시도 다가오고 하니 썩지 않은 것은 골라 친척이나 친구 분들 댁에 보내시고, 썩은 놈은 버리며, 반쯤 썩은 놈은 하인배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그러자 흥인군이 말했다.
“너는 먹는 것을 좋아하느냐? 나는 모여 쌓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고는 썩은 생선 단 한 토막도 내어주지 않았다. 그리하여 흥인군 집의 생선과 꿩고기 썩는 냄새로 이웃들이 코를 들 수가 없었다고 한다.
-1부 중 <흥인군의 노골적인 벼슬 장사와 곳간 점고> 중에서
전라도 보성군의 이씨 성을 가진 집에 재산이 많은 한 과부가 있었다. 이 과부 집에 개가 한 마리 있었는데, 그 개의 발이 노란색이어서 ‘황발이’라고 불렀고, 동네 사람들도 그 집을 말할 때는 아무개 과부 집이라고 하지 않고 ‘황발이네 집’이라고 불렀다.
이 부자 과부 집이 운수가 대통했는지, 한창 돈 주고 벼슬을 사고팔아 너도나도 벼락감투를 뒤집어쓸 때 어떤 자가 이 황발이를 개 이름이 아니라 그 부잣집 주인의 이름으로 착각했다. 그리고 매관매직을 본업 삼던 귀족 관료에게 소개하여 선공감의 최하위직 감역관 벼슬을 내리게 하고, 문서와 장부를 들고 황발이 집을 찾아갔다.
가 보니 바깥주인이 없는 과부 집인 데다 황발이는 그 집 개 이름이 아닌가? 어쨌거나 선공감 감역관 벼슬을 시킨 대가로 상납금 5,000냥과 중도금 500냥을 황발이 이름으로 바쳐야 한다고 말하니 주인 과부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덕이 크신 임금님이 계셔서 하찮은 가축에게도 은혜를 베푸시니 내가 감역관 벼슬을 한 것보다 더 큰 영광입니다.”
그러고는 돈 5,500냥을 내주고, 이후 자기 집 개를 황발이라 부르지 않고 정중히 ‘황감역’이라고 불렀다. 동네 사람들도 ‘황감역 집’이라고 부르며 과부가 그 집 개에게 대신 벼슬을 시킨 모양이라며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하곤 했다.
이렇듯 매관매직이 개에게까지 미쳤으니 참으로 웃지 못할 기막힌 일이다.
-1부 중 <과부 집 개 ‘황발이’ 벼슬 값 5,500냥> 중에서
이때 총리대신 김홍집의 시신은 종로 네거리 도자전(刀子廛 : 작은 칼과 패물 등을 파는 가게) 옆에 놓여 있었는데, 구경꾼들 중에서 한 사람이 뛰어나오며 말했다.
“능지처참해야 할 역적이로되 그리 되지 않았으니 분함을 누르기 어렵다. 내가 불로 지지는 포락형(?烙刑)에 처할 것이다.”
그러고는 불을 붙여 시신의 배 위에 던지니 살 타는 냄새가 고약하게 피어오르면서 불길이 맹렬하게 타올랐다. 이때 어떤 사람이 이 모습을 구경하다가 눈살을 찌푸리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죽는 것은 곧 개인의 문제이거늘 누가 이토록 잔혹하게 시신에 불을 붙였는가?”
그러자 몰려 있던 뭇 대중들이 매우 성을 내며 말했다.
“이놈은 어느 놈이냐! 너는 녹원의 불길(민비 시해 사건을 이름)을 망각하고 역적에게 포락을 가한 것을 애석해하느냐? 너야말로 역적을 감싸려는 마음을 가진 자가 아니냐!”
이렇듯 군중의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그는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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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조선은 스스로 붕괴되고 있었다! 백성들의 시선으로 본 망국사의 진실!
https://www.youtube.com/watch?v=8-5-w9caHlg
- 고종의 숙부 흥인군은 곳간에서 꿩고기와 동태가 썩어나갈 정도로 백성들을 수탈했다.
- 대원군은 권력을 되찾기 위해 며느리의 시신이 없는데도 국상을 반포했다.
- 대원군이 머물던 운현궁에서는 폭약 테러 등 암살 기도가 이어졌다.
- 익산군수의 폭정에 분노한 농민들은 그 어머니의 생식기를 볏짚으로 세탁했다.
- 고종 시대에는 매관매직이 너무 심해 심지어 개에게까지 벼슬을 팔았다.
- 보은현감 이규백의 부인은 단발령에 항거하여 스스로 자결했다.
- 군대가 반란을 일으키자 백성들은 민비가 정치를 잘못한 탓이라며 그녀를 조롱했다.
- 친일 내각의 수장 김홍집이 처형되자 백성들은 그의 살을 베어 먹었다.
- 친러파 김홍륙은 커피에 아편을 넣어 고종과 황태자를 암살하려 했다.
- 친일파 대신 어윤중은 신변 안전을 꾀하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가다 백성들에게 맞아 죽었다.
- 무장 김재풍은 비명에 간 국모의 복수를 꾀하다 계획이 발각되어 끝내 처형되고 말았다.
백성들의 시선으로 본 반성의 역사
지금으로부터 꼭 100년 전 우리 민족은 역사상 유래 없는 치욕의 날을 맞았다. 경술국치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경술국치 100주년을 맞아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백성들의 마음이 살아 숨 쉬는 역사서는 찾아보기 드물다. 이 책은 조선의 마지막 지사 윤효정(1858~1939)이 백성들의 피와 눈물과 웃음을 담아 쓴 살아 있는 구한말사이다. 윤효정은 갑오개혁 후 탁지부주사로 있었으며 1898년 황태자 대리청정 기도 사건이 발각되자 일본으로 망명, 그 곳에 피신해 있는 명성황후 시해 사건의 관련자 우범선을 고영근을 시켜 죽이게 하고 귀국했다. 그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망국의 현장을 지켜보는 백성들의 마음을 똑똑히 기록함으로써 훗날의 경계로 삼기 위한 것이었다. 단순히 일본의 침략에 의해 조선이 멸망한 것이 아니라 조선의 권력층이 썩었기 때문에 일본 제국주의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백성들의 시선으로 본 반성의 역사이다.
지배층에 대한 조롱에서부터 국모 복수 사건까지 진실의 조각들
이 책은 크게 4부로 나뉘어 있다. 1부 <헌종부터 고종까지 망국의 역사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 2부 <파란의 세월을 살다간 대원군과 민비>, 3부 <정변과 전쟁, 그리고 요동치는 백성들의 마음>, 4부 <망국을 주도한 역적들과 민중들의 희망 독립협회>이다. 1부에서 저자는 탐관오리 어머니의 생식기를 세탁한 민중들의 봉기, 돌팔매질로 외국 군함을 물리친 민초들의 분투, ‘윤장작·이도끼·장풀무’로 불린 비리 재상들에 대한 조롱 등 기존의 망국사 뒤에 숨겨진 생생한 이야기들을 보여준다. 2부의 주인공은 대원군과 민비이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대원군과 민비의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던 것들과는 사뭇 다르다. 조선의 국모로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했던 것으로 알려진 민비는 벼슬자리를 판 돈으로 연회를 즐기고 자기 소생의 원자를 세자로 책봉시키기 위해 정치 전략을 세운다. 대원군 역시 정치권력을 위해서라면 친형이라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3부에서는 김홍집 친일 내각에 대한 백성들의 분노, 황태자 대리청정 모의 미수 사건 등 역사의 틈새에 가려져 있는 이야기들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4부에서는 이완용, 송병준, 어윤중 등 거물급 인사들에 대한 백성들의 분노와 함께 민중들의 희망이었던 독립협회가 어떻게 세워지고 또 어떻게 투쟁했는지가 자세하게 묘사된다. 여기에서도 고종 독살 미수 사건, 국모 복수 의거 사건 등 굵직한 비사들이 소개됨은 물론이다.
민초들의 혼이 담겨 있는 역사라야 진정한 역사다!
민초들의 혼과 숨결이 담겨 있는 역사라야 진정한 역사이다. 지금까지 역사학자들은 갑신정변이니 을사보호조약이니 하는 박제된 단어들로 대한제국기를 재단했다. 이 때문에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우리 역사는 텅 빈 공백지대로 남게 되었다. 이 책에서 윤효정은 우리가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로 독자들을 데리고 가면서, 혼란과 격동의 사건들 속에서 돌을 던지고 야유를 퍼붓고 웃음을 터뜨리며 박수를 쳤던 민초들의 감정을 되살려 낸다. 망국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나라가 바로 선다. 지금 나라의 장래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