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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에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좀 의아하게 생각했던게, 공격이야 말할것 없겠지만 수비적으로 괜찮은가? 싶더라고요.
이게 최근 벅스 경기들을 생각해보면, 미들턴도 나름 공수겸장에 궂은 일 마다하는 선수가 아니였는데 최근에는 부상 여파 때문인지 수비쪽은 거의 즈루 몰빵이였죠. 원래대로라면 가드 쪽은 할리데이가, 스윙맨은 미들턴이, 빅맨은 쿰보가 막아주는게, 가장 자연스럽고 부담이 없는 형태였을껀데, 언젠가부터 가드고 스윙맨이고 어지간한 에이스들은 즈루가 도맡아서 수비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즈루 <-> 릴라드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수비 걱정이 먼저 든게 사실입니다. 클러치타임이 되면 약해지던 쿰보의 어깨에서 짐을 덜어준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릴라드는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선수 중에 하나임에 틀림없겠죠. 하지만 반대쪽 코트에선 거의 민폐에 가까운 선수라서 그 쪽으로 보자면 또 쿰보의 부담이 더 커진다고 봐야겠죠. 미들턴이라도 예전정도로 해준다면 모를까, 미들턴도 애지중지해줘야하는 나이라고 생각하면 릴라드의 수비는 상당히 부담스럽긴 합니다. 당장 다음 시즌 가드-스윙맨 에이스들을 누가 막아야할지 생각해보면 머리가 좀 아프죠.
알럽 내에서 나온 이야기는 아니지만 공수겸장 vs 공격 몰빵 선수들에 대한 토론이 좀 있었던걸로 아는데, 문득 그 생각도 들더라고요. 공수겸장 즈루 vs 공격몰빵 릴라드 라고 분류해서 본다면 과연 밀워키는 더 강해진게 맞는가?
그런데 즈루 vs 릴라드라면 릴라드가 더 나은 선수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그게 공격이 더 중요해서 혹은 수비가 덜 중요해서가 아니라, 즈루를 공수겸장이라고 불러도 되는지 살짝 의문이 있거든요. 수비는 말할게 없습니다. 가끔 올라오는 팀 관계자들이 뽑은 가장 강력한 수비수 이런데 이름 많이 올리는것도 그렇고 실제로 즈루는 누가 봐도 수비를 너무 잘하는게 맞거든요. 특히 밀워키를 지켜봐오신 분들이라면 밀워키의 우승 시즌 파이널에서 피닉스의 돌격대장 세기의 포인트가드 크리스폴을 혼자 풀코트 프레스로 압박하던 모습을 잊기가 쉽지 않을껍니다. 밀워키의 수비시스템 근간을 때려부시던 크리스폴+데빈부커의 매치업 헌팅을 즈루가 홀로 막아서지 않았다면 우승은 요원한 일이였겠죠.
제가 의문을 가지는건 공격입니다. 수비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궂은 일 잘하는 살림꾼 스타일의 선수인거 같지만, 공격에서의 즈루는 그냥 슈퍼스타 입니다. 거의 프리롤을 받은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과감하게 던지고, 어지간한 고난이도 슛도 아무런 망설임없이 공격적으로 시도하는 선수입니다. 또 들어갈때보면 풀업 3점부터 피지컬로 찍어누르는 포스트업까지, 대단히 막기 어려운 선수이기도 하죠.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안들어갈때가 많은데 슛셀렉션은 들어가던 안들어가던 똑같은 선수라는겁니다.
대충 숫자로 보자면 플레이오프에서 즈루는 16~20개 정도의 슛을 41% 정도의 확률로 넣는 선수입니다. 우승시즌 플레이오프를 살펴보면, FGA 16.9로 리그에서 22번째로 많은 슛을 던지는 선수입니다. 대충 팀의 2옵션급으로 던지는 선수라고 보면 될겁니다. 반면에 FG%를 보자면 .406으로 리그 83위였고요. 보통 이 확률로 저 정도 던지면 공을 뺏기는게 정상일껀데, 커리어 내내 저래온걸 보면 어느정도 프리롤을 인정받고 있다고 보는게 맞겠죠. 수비에서 이만큼 버니깐 공격에서 저정도 내다던져도 인정해주는건가? 싶기도 하고요.
역시나 가장 인상깊었던 파이널을 가져와보자면 파이널 전체에서 즈루는 6G 39/108로 경기당 18개의 슛을 던져서 6.5개를 넣었고 필드골 .361, 3점 .314로 16.7점을 넣었습니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보자면..
1경기 4/14 .286 .000 10점
2경기 7/21 .333 .333 17점
3경기 8/14 .571 .500 21점
4경기 4/20 .200 .000 13점
5경기 12/20 .600 .500 27점
6경기 4/19 .211 .286 12점
이게 우승 시즌 파이널 기록이지만 그냥 즈루 커리어 전체라고 봐도 무방할겁니다. 들어갈땐 워낙에 강력한 피지컬이 근간이 되다보니 막기가 너무 힘든 선수이지만 터질 확률은 낮은 편이고, 안터지는 날이라서 주야장천 팅팅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늘 하던대로 던지는 선수라는거죠. 그래서 저는 즈루는 공수겸장이라기 보다는 수비가 더 좋은 선수라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그리고 저는 공수겸장 선수들의 큰 장점 중의 하나가 팀 짜는 난이도가 상당히 낮아진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상대적으로 수비가 약한 선수 리스트에 언급되는 릴라드, 커리, 요키치 같은 선수들은 파트너로 수비가 좋은 선수가 반드시 붙어주고 팀 적으로 그 구멍을 메울 시스템도 잘 갖춰져야만 하는데 그게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쉬운일도 아니라는거죠. 반면에 공수겸장이라고 불리우는 선수들은 본인이 공-수 모든 부분에서 축이 될 수 있기때문에 나머지 선수 구성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겁니다. 예를들어서 올라주원을 가진 팀은 저 놈이 4번이 맞나 소리를 듣던 로버트 오리를 세워도 상관이 없는거죠. 마찬가지로 마이클 조던 옆에는 공수 밸런스가 좋은 하퍼도 좋지만 스티브 커가 선다고 해서 발생하는 문제는 없죠. 또 공수 모두 완벽했던 시절의 크리스 폴을 생각해보면 가까이는 부커-하든 부터 시작해서 맷반즈-자말 크로포드-레딕 누굴 붙여도 상관없던 선수였었죠.
반대 예를들자면 요키치는 공격적으로는 이미 몇년전에 mvp인 선수였지만, 고든이 파트너로 붙고 팀 시스템이 갖춰지기 전까진 매치업 헌팅의 맛집이였습니다. 또 커리와 커리어를 함께한 선수가 탐슨-그린이 아니라 맥컬럼이였다면, 여전히 위대한 선수겠지만 지금의 커리어는 어림도 없었을겁니다. 아주 극단적으로 가자면, 아이버슨의 파트너로 커리를 붙여놓으면 그건 좋은 팀이 되기 상당히 어렵다고 봐야겠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옆에 파트너를 잘 붙이고 시스템적으로 커버한다면 위대한 선수들의 위대한 공격력을 극한으로 뽑아낼수 있기때문에, 수비가 약한 선수들의 가치가 낮다는 주장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조합을 가릴수 밖에 없고 조합의 난이도가 조금 더 올라가는것 같다.. 정도의 이야기입니다.
그런 면에서 볼때, 즈루-미들턴-쿰보에다가 로페즈까지 공수 모두 밸런스 있게 좋은 선수들로 구성되어있던 밀워키는 나머지 한명이 코너튼-포티스-터커-알렌까지 누가 나와도 강력한 팀이였습니다. 그런데 미들턴의 노쇠화와 수비의 한 축이던 즈루가 릴라드로 바뀌는 일이 겹치면서 시스템의 근간이 흔들린 상황이 되어버렸죠. 코너튼은 수비도 공격도 너무나 열심히 하고 누구라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선수임에 분명하지만, 릴라드의 수비까지 모두 커버해 줄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되진 않거든요. 물론 공격적으로는 한계가 보이는게 아닌가 싶지만 수비적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없는 쿰보와 릴라드의 조합 자체는 매우 좋습니다. 하지만 포지션의 한계라는게 있어서 1-3번 선수까지 쿰보가 다 막아 줄수는 없는 노릇이라, 조금 걱정이 되네요.
결국은 미들턴이 어느정도 수비에서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는건데.. 개인적으론 조금 회의적입니다. 전성기에도 미들턴은 열심히도 하고 나쁘지 않은 수비수였지만 수비가 위력적인 타입은 아니였다고 생각하거든요.
보스턴으로 넘어가자면, 호포드가 스타팅에서 빠지고 즈루-화이트-브라운-테이텀-포르징기스가 스타팅 라인업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아니면 스타팅은 즈루-브라운-테이텀-포르징기스-호포드로 나오되 호포드는 20분+만 출장하는 식으로 운영할 수도 있을꺼고요.
원래 보스턴은 브라운-테이텀 두 콤비가 공수밸런스가 좋은 타입의 선수이고, 또 다른 주축이라 할 수 있는 호포드도 굳이 따지자면 공수 밸런스가 좋은 쪽이지 한쪽으로 능력치가 쏠린 선수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공수겸장이 주축인것 까지는 좋은데, 나머지 선수들이 화이트-스마트-로윌삼 모두 수비적으로 강점이 있는 선수들이 붙으면서 공격적으로는 한계를 드러낸거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데려온게 브록던이였고, 브록던도 원래는 공수겸장에 가까운 선수이지만 보스턴에서는 보다 공격적으로 기능하는것 같은 느낌이였거든요. 근데 그래도 안되니깐 스마트까지 팔아가면서 포르징기스를 데려왔죠. 브록던-화이트-브라운-테이텀-포르징기스-로윌삼-호포드 라인업은 전 상당히 강력하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브록던을 즈루로 바꿔오면서, 저는 팀 밸런스 적으로는 다시 후퇴한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드네요. 위에 이야기했듯 즈루는 공수겸장이라기에는 공격적으로 조금 에러가 있는 선수라서, 결국은 또 보다 수비적인 선수가 들어온거라고 봐야될꺼고 그 파트너는 화이트죠. 화이트 역시 아주 좋은 선수이지만 공격적인 역량이 즈루의 아쉬운 부분을 채울 정도인지는 전 잘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로윌삼이 워낙 싸게 잡혀있는데다가, 호포드가 작년 플레이오프에 6.7점, .386 .298 밖에 기록하지 못하면서 노쇠화 느낌이 있어서 로윌삼이 건강하게 시즌 치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로윌삼까지 넘겨주면서 즈루를 데려온게 마음에 걸립니다. 원래는 테이텀 쉬는 시간 + 호포드 노쇠화를 포르징-호포드-로윌삼 세명이서 돌아가면서 시즌을 보내면 되는거였는데, 이젠 꼼짝없이 호포드-포르징 둘이서 4,5번 시간을 다 먹어줘야 되죠. 누구하나 다치기라도 하면 테이텀은 40분씩 뛰어야될지도 모르겠네요.
정리하자면 저는 보스턴의 트레이드의 성패는 결국은 포르징기스한테 굉장히 많이 달린거 같습니다. 보스턴의 문제가 브라운-테이텀 콤비가 플레이오프에서 두명만으로 팀 공격 전체를 소화할만한 역량이 안된다는거였는데, 그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데려왔던 브록던이 나가고 볼륨은 먹어줄지 몰라도 효율이 안나오는 즈루가 들어오다보니 가드진쪽에서는 크게 업그레이드가 되었다고 보긴 어려운거 같거든요. 그럼 결국 쳐다볼곳은 포르징뿐이겠죠.
게다가 수비적으로 보더라도, 스마트-브록던 대신에 즈루가 들어온 가드진은 그렇다치더라도 로윌삼이 빠지고 포르징이 들어온 빅맨쪽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상대적으로 수비는 아쉬울 것 같거든요. 그런 점까지 생각하면... 포르징기스는 큰 부상없이 정말 잘해줘야 될것 같긴 합니다.
이렇게 팀 구성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각자의 취향이 보이는게, 전 포지션도 딱딱 확정되고 피지컬적으로나 공수 모두 밸런스 있는 팀을 좋아하는거 같긴 합니다. 최근 팀 제가 좋아했던 팀이 라우리(밴블릿)-그린-카와이-시아캄-가솔의 토론토, 즈루-코너튼-미들턴-쿰보-로페즈의 벅스 같은 팀이라는걸 생각해보면 더 그런것 같아요.
제가 뭐 농구전문가도 아니고 지식이 있는것도 아니니, 결국은 그냥 다 취향따라 가는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니 혹시 제가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팀의 팬분들이 계시다면, 부디 노여워마시고 그냥 "얜 이런거 좋아하는구나.."정도로 받아들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덤 : 포틀랜드 일 개잘하는데요? 진작 좀 잘하지.. 싶은 생각도 들긴 하는데ㅋ 그건 그거고 브록던도 판다고 생각하면 진짜 꽤 괜찮은거 같습니다.
첫댓글 저도 개취지만 수비가 약한 헤비 온볼러 슈퍼스타에 대한 의문이 있어요.
제 기준으로 릴라드, 하든, 돈치치, 영, 어빙 같은 선수들인데요.
어지간히 시스템에 공들이지 않는 이상 우승하기가 어렵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릴라드를 품은 밀워키도 네임밸류는 화려해졌지만 쿰보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의문이 드네요.
수비는 수비대로 안되고 공격도 너한번 나한번 할것 같은 느낌 ㅎ
전 잘 어울릴 거 같아요. 확신합니다.
릴라드 쿰보 오~~ 하다가 수비는?! 이 생각부터 들더라구요
포틀이 이번에 장사를 잘하긴 했는데 드랩 3번 뽑고 릴라드가 나가면서 가진 자산이 많은 상태였던거라... 시즌 운영도 그만큼 잘할지는 딱히 믿음이 안가네요
좋은 분석글 잘봤습니다. 저도 보스턴의 문제는 핸들러의 공격역량 부족이라 생각하는데 선택이 의문이 들어요. 릴라드를 영입한다면 보스턴이 할꺼라 생각했는데... 릴라드까지 오면 팀의 시스템이 너무 바뀌는게 걱정이었던걸까요? 어째 옆그레이드만 하는거같아요
정성글 감사합니다! 포지션도 딱딱 확정되고 피지컬적으로나 공수 모두 밸런스 있는 팀을 좋아하는거 같다고 하셨는데 전 반대로 막 때려부수고 박살내고 그런 좀 압도하는 분위기를 가진 팀을 좋아해서 말씀대로 개취가 다들 있고 서로 이런 부분을 존중하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되네요^^
밀워키는 업그레이드라고 봅니다. 밀워키는 수비가 좀 마이너스되도 여전히 좋고 공격은 무조건 플러스라 팀오버롤은 더 올라갈거같네요. 심지어 전 릴라드 좋아하지 않는데도요. 느껴지네요.
보스턴은 말씀하신대로 포징이 한테 달린거같고 밀워키는 쿰보가 수비에 비중올리면 바로해결될 문제같습니다.
릴라드, 커리 같은 선수에게는 수비때문에 이렇다저렇다 하기 좀 그렇습니다;; 릴라드 쓰려면 팀에서 수비 방법을 찾아서 릴라드 수비 부담을 덜어줘야죠 그리고 자꾸 즈루를 공수겸장에 어쩌고저쩌고 하는데...즈루는 한때 너무 과소평가 되서 계속 과소평가된 선수 얘기를 많이 듣다보니 나중에는 오히려 좀 과대평가 되기도 한것 같습니다. 즈루 물론 좋은 선수죠 근데....그냥 릴라드와는 급이 다릅니다
충분히 일리있는 우려라고 생각됩니다.
밀워키의 정규리그는 문제 없을 것 같지만, 플옾에서 쿤보의 수비부담이 커질 것 같습니다.
스마트 보다는 즈루가 모든 슛팅 성공률이 높네요
저도 밀워키는 과연 업글인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에게 자존심이라는게 있는 한 클러치에 대한 부담은 나눠가져지는게 아니라 보거든요.
지난 시즌 32.2점을 넣은 커리 제외 최고의 슛터이자 어시도 7개 이상 기록할 수 있는 핸들러입니다. 즈루의 지난 3년간 플옵 TS가 47밖에 안 됩니다. 브릭이라 조롱당하는 러스보다 낮은데, 사실 Ts47이면 수비 없으면 쓰면 안 되는 수준이라 공수겸장 이미지는 나이가 든 지금은 허상입니다. 작년엔 야니스 부상도 있었지만, 결국 밀워키는 플옵에서 야니스만 잡으면 이기는 팀이 되어 2라 - 1라 탈락했죠. 릴라드가 수비 때문에 과소평가 되는 거 같은데, 최고의 클러치 슛터이자 하프라인 부터 압박이 필요한 선수로 야니스에게 넓은 공간을 줄 수 있습니다. 수비는 약하지만 백코트 파트너가 맥컬럼이나 사이먼스일 때 보단 밀워키 라인업이 팀수비로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보스턴은 두 올느바 원투펀치가 있으니 플옵 상위권은 맡아놓은 팀인데.. 결국 즈루+포징 in에 스마트, 브록던, 그윌, 로윌삼 out이 업그레이드인진 모르겠습니다. 포징이가 몸상태에 대한 의문이 항상 따라다니는 선수인 점도 우려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