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초등학교 여름방학이면
지리한 긴 장마끝에
개울둑 강둑 무너져
다리 떠내려가 차도 끊어지며
걸어서 시오리 외갓댁을
동생과 고집하며 하루종일 걷는다
외할아버지 드리 엄마께서 주신
생선코투리 한줄 술한병을
동생 스무발자국
나 스무발자국 씩 나눠들며
산어귀 채 돌지못하고 지쳐
농익은 산딸기 만큼이나
빨개진 얼굴들
두살 터울 내 어린 남동생
결국 참아내지 못하고
울창한 고목나무 그늘밑 개울가로 내 달린다
고사리 같은 종지손으로 맑은 개울물 한켠 들이키며
누나도 오라 손사래질 한다
개울물속 송사리. 베틀 올갱이와
한동안 노닥거려
목마름도 더위도 식어지면
고개하나 넘어에 외기동네 단숨에 달려가듯 자신있어지고
뉘엿뉘엿 서산에 해지면
아우네 오일장에서 돌아오는
외가동네 어른들 두런두런.
어느새 고개마루
열여덟채 외가동네
굴둑마다에 저녁연기 피어오르고
저 건너 논둑에 소몰이 동네 어린이들
고샅고샅 마다에 분꽃. 봉숭아꽃 흐드러지고
풀냄새 흙냄새 질펀한 정감에
진종일 기다리시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이마의 굵은 주름엔
소박한 웃음이 가득
카페 게시글
시사랑
[창작시]
외가 가는길
홍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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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4.1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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