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집사람하고 갑자기 대천해수욕장으로 넘어와 자게 되었다.
휴가철 단 하루도 쉬지 못하는 형편이었는데 이렇게라도 아쉬움을 달래본다.
아침에 일어나서 해수욕장을 내려다보니 막 해가 비치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저마다 물가를 따라 산책을 즐기고 있다.
백사장으로 내려가는 한켠에 샌들을 벗어놓고 바닷물과 만나는 경계면을 따라 남쪽 방향으로 달려가본다.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큰 규모의 해수욕장이니 흔히들 말하는 '명사십리'급인데 과연 백사장의 폭은 얼마나 될런지 직접 달려서 알아보는걸로다가
남쪽 맨 끝 바위가 시작되는 부분에서 반환하며 트랭글을 돌려봤고 북쪽 짚트랙 타위가 있는 곳 역시나 바위가 이어지는 부분까지 가보니... 앵 2.7Km 밖에 안되네??
자료를 찾아보니 백사장의 폭이 3.5Km라 서해안 해수욕장 중에선 안면도 꽂지를 빼곤 탁월하게 넓다고 했는데...
아무튼 어디까지를 기준으로 해서 나온 정보인지는 잘 모르겠고 난 양쪽 끄트머리를 왕복했으니 아쉬울 것이 없다.
이리저리 해서 6Km는 충분히 넘었으니 됐고.
바닷물이 막 빠지는 모래밭이 단단하게 굳어진 바닥이라 달리기에는 좋은데 사람들도 피해야 되고 또 온전히 백사장만 있는건 아니다보니 때론 발이 빠지기도 하고 또 물에 들어가기도 하면서 여튼 버킷리스트 하나를 졸지에 엉겁결에 채웠다.
트랭글 말고 자동으로 기록된 삼성헬스에서는 아침에 달린 거리가 무려 9Km가 넘는다고 나오니... 이것 또한 황당.
아무튼 트레이닝을 할 목적으로 달린것도 아니고 뭐든 괜찮다.
달리기를 마칠 즈음에 집사람을 불러내고 무릎정도까지 차는 물가를 걸으며 아침의 여유를 즐기고 있는데 패트롤이 사발오토바이를 타고 순찰을 돌다가 확성기로 경고를 한다.
아직 입수시간이 되지 않았으니 당장 물에서 나오라는 얘기.
우리는 바로 밖으로 나왔지만 앞에가던 한 중년남성은 극악하게 화를 내며 난리를 치더니 끝까지 마이웨이~
결국 패트롤과 격앙된 실랑이가 벌어지는 걸 점점 멀어지며 바라보게 되었다.
하지 말라면 안하면 될일인데 저사람도 참 딱하네!
한편으로 보면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너무도 크다는게 피부로 느껴지기도 하고, 질서를 지키라고 규칙이 만들어졌으면 자신이 좀 불편해도 따라주는 게 필요한데 똥고집을 피우는 꼰데는 어쩔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