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인구증가 압박, 코퀴틀람 저수지 확장만으론 역부족
대규모 인프라 확장도 ‘계량화’ 전제, 계획마저 차질 우려
‘물의 도시’ 밴쿠버가 10년 뒤 심각한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물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이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물 사용량을 줄일 핵심 장치인 수도계량기 설치 작업이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행정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대규모 인프라 확장 계획마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메트로 밴쿠버 수도위원회에 제출된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지역의 수도계량기 설치율은 사실상 정체 상태다. 15개 회원 지자체 중 계량기 설치를 완전히 마친 곳은 6곳에 불과하며, 전체 수도 연결의 35%만 계량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 실패의 배경에는 세계 최고 수준인 물 사용량이 있다. 메트로 밴쿠버의 1인당 하루 주거용 물 사용량은 246리터로, 샌프란시스코의 156리터보다 58%나 많다.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인프라 공사조차 ‘전면적인 계량화’를 전제로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메트로 밴쿠버는 2030년대 중반 완공을 목표로 코퀴틀람 호수 취수 시설을 확장해 공급량을 두 배로 늘리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지만, 이는 계량기를 통해 1인당 물 사용량을 줄인다는 예측 모델에 기반하고 있다. 계량기 보급이 계속 지연된다면, 막대한 돈을 들인 인프라 확장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문제 해결이 더딘 이유는 정치적 교착 상태 때문이다. 메트로 밴쿠버는 법적으로 지자체에 계량기 설치를 의무화할 권한이 있지만, 초기 설치 비용 부담을 꺼리는 지자체들의 눈치를 보며 결정을 미뤄왔다. 최근 회의에서도 일부 시 의원들은 공정성을 이유로 전면 계량화를 촉구했지만, 다른 의원들은 투자 대비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등 의견이 엇갈렸다.
수도계량기 도입의 이점은 명확하다. 우선 정확한 누수 지점 파악이 가능해진다. 현재 메트로 밴쿠버의 누수율은 20%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며, 밴쿠버시의 경우 이로 인한 손실액이 연간 2,000만 달러에 달한다. 또한 사용량 기반 요금제를 통해 자발적인 절약을 유도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계량기 설치만으로도 물 사용량이 15~25%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향후 급격한 인구 증가와 기후변화로 인한 강우량 감소는 물 부족 사태를 더욱 앞당길 수 있다. ‘비가 많이 와서 물이 풍부하다’는 안일한 인식을 버리고,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는 격언을 되새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