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김명희
3월은 느티나무 우듬지로 온다
얇은 햇살도 가지 끝으로 기대어 선다
이직은 잔설이 남아 발이 시리다
나는 가끔 발이 시려 잠을 설치곤 한다
발아래 식구들 모여 살았던 곳
잔뿌리로 길을 내며 살을 비비고
온몸으로 물을 나르는, 사이사이
유난히 싱그럽게 깨어나는 가지가 있다
그러나, 아직은 뿌리에 물을 모으는 시기인지도 모른다
서둘러 몸만 빠져나간다고 해서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보는 게 아닌가 보다
숨 가쁜 시간이 지나가고
흔들어 깨우는 바람이 몇 차례
지나가고 난 후, 가까스로 눈을 뜨는 나는
시린 두 손 합장하며 안도의 숨을 쉰다
작은 벌레 한 마리
점자로 가만가만
뿌리의 숫자를 더듬는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