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겁결에 결혼이라는 것을 하고...
유달산이 바라보이는 아파트가 둥지였다.
그곳은 목포에 3개밖에 없는 아파트 중 겨울 눈덮인 전망이 좋은
곳으로 내가 콕 찍어서 선택된 곳이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교통편 생활권보다
낭만이니 뭐니
그저 산언덕아래 마주 보이는 눈덮인 유달산의 정취가
크리스마스 카드같았다.
그런데 정작 학교는 젤 멀고
시장은 그 중간에 있고
그래서 아침 출근은 택시를 타고 가는데
집앞까지 안오니 10여분을 걸어가서 타고
퇴근때는 시장까지 버스타고 가서
시장보고 택시타고 오고
완전 멍출이 생활을 했지.
그런데 1월 결혼후 첫 여름
목포는 온통 물난리였다.
특히 우리집가는 길의 3호 광장은 수시로 잠겨서
택시는 안가고 버스로 먼곳에서 내려주고
나는 물잠긴 도로를 한참 걸어 집으로 가야했다.
흙탕물에 종아리정도 잠긴곳을 걸어가면
떠있는 것은 쭈쭈바 껍질, 낙엽은 그래도 좋았다.
으아,미이라가 된 쥐 죽은 것, 휘발유 같은 기름덩어리.
말도 마,
울고 집에 와서 스타킹 벗으면 그 스타킹 버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종아리로 빙둘러진 기름때랑 끈적한 것
그래서 씻으면서 또 울고
그럼 겨울이 되면 좋았냐.
말도 마,
유달산을 바라보는 서향집은 여름엔 덥고
겨울엔 광풍이 불어 추워서
집까지 걸어가면 날아갈 지경이었다.
처음 세상물정 모르고 살았던 시기였지.
절대 못산다고 해서
1년도 채 안되 산값보다 헐값으로 팔고 나왔다.
그 다음 간 곳이 근무하는 목여중 근처 시장이 가까운 곳.
애 키우기도 좋고
시장도 가까워 참 편리할 것 같았다.
그런데 웬걸
아침 새벽이면 쓰레기차가 시장 쓰레기 치워가면
새마을 노래를 어찌나 크게 틀던지
시끄러워 살수가 없었다.
그래서 간곳이....
남들은 부동산 굴려서 부자된다는데
나는 1년 간격으로 이사다니면서
까먹고 다녔다.
비가온다고 걱정해주는 친구 고맙다.
거기에 누군가 있다고 생각해주는 것,
쉽지만 마음이 가지 않으면 어려운 일인 것 알아.
나도 고맙지.
첫댓글 >_<,
맨날 까먹고...멍충이 맞네 뭐.
젊어서 많은 경험을 쌓은덕에 식구들 거느리고 제자들 거느리고 잘살지.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