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중부지방 홍수경보가 보도되고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울산을 비롯한 남부지방을 강타했던 장마전선이 북으로 이동한 탓이다. 대신 울산에는 장마에 이어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다음 이야기는 하나마나다. 무더위와 함께 태풍 소식이 잦아질 것이고, 태풍이 몰고 올 피해가 미리부터 걱정이다. 울산이 겪는 대표적 재해 가운데 하나가 물난리다.
조선시대 기록만 봐도 홍수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게다가 드물게는 강풍과 벌레, 지진 피해까지 등장한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울산태화강변 지역이 물난리를 자주, 그리고 크게 겪는 까닭은 강을 끼고 있는 원도심 지역 일부가 저지대이기 때문이다.
이들 강변 저지대 지역은 원래 하천부지였는데 일제가 이를 개발해 도심을 조성하다보니 `물난리 지역`으로 변모된 것이다. 때문에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울산 읍내나 병영성 일대는 모두 홍수선보다 높은 위치에 있어 강물이 범람해도 피해 정도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그런데, 우리가 일제 식민지지배를 받으면서 저들이 전국 각지에서 `수리조합사업`을 핑계로 강변 황무지를 개간해 국유농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강 가까이에 제방을 쌓았다. 그 결과 제방 안쪽에 조성된 도시나 마을은 오히려 더 심각한 물난리를 겪게 되었다. 이런 사정은 울산 중구 태화강변 쪽 도심에서도 마찬가지다. 제방이 생겨난 지 아직 100년이 되지 않았지만 그 때부터 울산 중심부 저지대는 홍수에 취약한 지역이 되고 말았다.
옛날 강변 농지가 60년대 이후 모두 시가지로 바뀌고, 건물이 들어서면서 이런 피해는 더 심각해졌다. 그나마 최근 들어 비가 많이 와도 구시가지가 침수피해를 덜 입는 것은 중구에 있는 지천과 태화강이 만나는 지점마다 배수펌프장이 있고, 평소 이를 잘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16년 태풍 차바로 인한 태화시장 일원 침수는 이와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이었다.
첫째, 비가 한꺼번에 너무 많이 왔고, 두 번째는 시장 아래로 유곡천이 지나고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이 골짜기 지형을 형성해서 물이 모여들었으며, 셋째 유곡천이 태화강과 만나는 곳에 배수펌프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태화강 수위가 높아지면 유곡천물이 아무리 잘 흘러내려 와도 수압 차이로 태화강으로 빠져나갈 수 없다. 이런 지역에 시장과 주택지가 형성돼 있었으니 피해 규모가 클 수밖에 없었다. 공간정보 오픈플렛폼에서 지도를 열고 울산시 중구의 <재해위험>지구를 검색하면 태화시장일대가 짙은 녹색으로 표시된다.
이렇게 공공데이터를 통해서 재해위험지구를 알 수 있지만,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렇다면, 과거의 재해 이력을 가장 쉽고 확실하게 알려주는 방법은 재해 현장에 몇 년도 몇월 무슨 태풍으로 수위가 이만큼 올라갔다 등의 표시를 해두는 일이 아닐까.
그런데 이렇게 하면 집 값이 떨어진다고 반대하는 이도 있다고 한다. 재해를 예방하고 재난에 대비해서 귀중한 재산과 인명 피해를 막는 것이 좋은지, 모르고 당하는 것이 좋은지 비교 선택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런데 다행히도 지난 7월 15일 자 지역일간지에 태화ㆍ우정시장 배수펌프장 난제가 풀렸다는 기사가 실려서 반가웠다.
유력 배수장 후보지 토지 소유주와 중구청이 행정소송 끝에 타결점을 찾았고, 배수장 설치사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라고 하니 무엇보다 상인들과 주민들이 앞으로 수재와 같은 걱정만큼은 크게 덜게 되었다. 과거 울산에서 있었던 큰 홍수 피해는 배수장 관리에 결함이 있을 때마다 예외 없이 발생했다.
예전 중유 발동기로 펌프를 돌릴 때는 평소 점검 부실로 유사시에 가동이 안 되거나 전기모터라도 강풍으로 전선이 끊어져서 모터가 멈추어서 시내가 침수된 일이 여러 번이었다. 모두 자연재해 같지만 인재라고 하겠다. 앞으로도 태풍은 닥쳐올 것이다. 자연재해라고 피해를 감수할 일은 아니다.
모든 지혜를 모아서 홍수로 인한 재난을 막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시민 한 사람 한 사람, 행정기관의 관계자 모두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 평상시의 펌프장 점검은 물론, 예비펌프까지 거듭 작동상태를 확인하고, 정전을 대비한 발전기도 24시간 가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구는 울산시 관내 5개 구ㆍ군 중 유일하게 국가산단이 없는 자치구다.
그 때문에 공장 폭발사고나 가스누출 같은 산단 재해는 거의 없다. 하지만 태화강변 수해재난이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고 있다. 이곳에 삶터를 꾸린 이상 수재와 싸워 이겨내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올해도 중구 원도심 일원이 큰 물난리 없이 평온하게 지내고 또 유곡천 배수펌프장이 하루빨리 완공돼 태화ㆍ우정시장 일대에 그려진 <재해위험지구> 표시가 깨끗이 사라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