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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8월 26일 수요일. 아로하는 역시 변태였다. 학교 다닐 때부터 여자를 그렇게 후리고 다니더니.... 짜증나. 수술한 여자만
열댓 명이면 대체 그 짓을 몇 명이랑 한 거야?? 더러워. 더러워. 더러워. 더러워! 그런 놈이랑 결혼 안해!!!!'
지지직- 책상 앞에 앉아 다이어리를 쓰다가 갑자기 너무 열 받은 나머지 들고 있던 펜으로 지익지익, 완전 엉망진창으로 다
그어버렸다. 그걸론 도저히 성이 안 차서 결국 펜을 냅다 바닥으로 집어던져버린 나. 혼자 코뿔소처럼 씩씩거리다가 신경질
적으로 머리를 헝클이면서 욕실로 들어왔다.
미리 받아 놓은 물에 아로마 오일을 몇방울 떨어트리려다가 아로하랑 이름이 비슷해서 괜히 기분이 나빠 집어 치우고, 로즈
버블볼을 집어 들었다. 오늘처럼 기분이 개떡같은 날에는 혼자 기분 전환도 할 겸 거품 목욕이 최고.. 욕조 안에 들어가 버
블볼로 신나게 거품을 내주고 마지막으로 장미꽃까지 적당히 뿌려준 뒤 절대 안정을 취했다. 1분, 2분 점점 시간이 지날 수
록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 평소에 즐겨 먹는 레몬 조각을 입에 물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십여분 정도 있다가, 샤워를 끝
낸 후 몸에 타올을 두르고 젖은 머리를 말리며 나오는데.. 내 방 곳곳에 제각기 자리를 잡고 있는 아씨 형제들을 보고 완전
기겁한 나.
아로하는 내 침대 위에 걸터앉아서 뒤로 누워 있었고, 아류는 내 책상 옆에 삐딱하게 서서 재밌는 얼굴로 무언갈 유심히 들
여다보고 있었으며, 아민인 이상한 공 하나를 들고 서서 벽에 던지며 놀고 있었다. 아무래도 탱탱 볼인 듯... 스물세살짜리
사내 놈이 가지고 놀기엔 뭔가 굉장히 유치하고 우스꽝스러운 맛이 있었지만, 아민이한테는 꽤 잘 어울리는 모습이였다. 완
전히 금발로 탈색한 머리에 개구쟁이 같은 모습. 셋 중에 제일 착하고 귀여운 성격의 소유자.
"어..? 홍아!!"
나를 항상 홍이라고 부르는 아민이가 제일 먼저 나를 발견하고 웃으면서 다가온다. 정말 다 좋은데, 아민이는 볼 때마다 입
술에 뽀뽀하는 몹쓸 버릇 때문에 탈이다.
"아 진짜!! 입술에 하지 말라니까."
"헤헤. 미안. 버릇이 되서."
어릴 땐 그렇다 쳐도 나이가 들면 철도 들어야 하는데, 하는 행동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사람. 근데 정말 일부러 그
러는 것도 아니고 이 사람은 본인 말대로 그게 버릇이다. 더군다나 웃는 모습이 워낙에 천진난만하고 순수해 보여서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항상 그냥 그러려니 하며 넘어가게 된다. 맨날 처음엔 짜증내고 그 다음엔 같이 웃어버리는 나.
그런데... '퍼억-' 어느새 누워 있던 몸을 벌떡 일으키고 앉아서 아민이 등짝으로 쿠션을 던져버리는 아로하.
"아!"
"미친새끼. 내가 경고 했지? 지애 입술에 뽀뽀하지 말라고."
"그랬나?"
"홍지애. 이리 안 와?"
그렇게 성난 얼굴로 오라고 하면... 내가 가고 싶겠니? 그리고!! 나도 지금 화났거든?? 뽀뽀는 내가 했나 지 동생이 했지.
왜 나한테 화 풀이야??
"싫어! 안 가."
"좋은 말로 할 때... 3초 안에 와."
"참나. 3초 안에 나가. 여기 내 방이야 왜 이래!"
점점 울그락불그락해지는 아로하의 얼굴. 오늘 낮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전혀 기억도 못 하고 있는 얼굴. 거지 같은 게..
집에 들렸다 나오면서 사복으로 좀 갈아입고 나오지 왜 아직도 정장 차림이야? 또 또, 혈압이 오르셨는지 인상을 팍 쓰면서
넥타이를 느슨하게 푸르며 내쪽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아로하다.
"오지마.. 짜증나! 나가라고!"
아민이 뒤로 몸을 숨기면서 축축하게 젖어있던 수건을 홱 집어 던지면. 순발력이 없는 건지 또 얼굴에 정통으로 맞고는, 아
주 어이없다는 듯이 한쪽 허리에 손을 올리고 '후' 입김을 불어 자신의 앞머리를 넘기는 놈. 어떡해, 뿔났다... 큰일 났다.
"너 오늘 잡히면 죽는다."
"아씨.."
바로 그 때였다. 내가 살 길을 찾아 어디로 도망갈까 눈을 굴리고 있던 사이. 내가 던지는 건 피하지도 못 하면서 발 빠르
게 다가와 내 손목을 덥썩 낚아 챈 아로하. 그리고 바로 그때, 여태까지 조용히 있던 아류가 입을 열었다.
"8월 26일 수요일... 아로하는 역시 변태였다! 학교 다닐 때부터 여자를 그렇게 양쪽으로 후리고 다니더니. 역시 위험한 놈
이다. 짜증나!!! 수술한 여자만 열댓 명이면 도대체 그 짓을 몇 명이랑 한 거야?? 진짜 궁금해 죽겠네!! 한 백명쯤 될까??
미친놈. 시발놈. 개놈. 재수 없는 놈. 더러운 놈!! 내가 왜 그런 놈이랑 결혼을 해야 되지?? 결혼은 미친 짓이야!!!"
머엉..... 지금 아류 손에 들려 있는 건 정확히 내 다이어리였다. 아까 일기 쓰다가 그대로 펼쳐놓고 샤워하러 들어갔던 건
생각도 못 하고 아류가 내 책상 옆에 서서 뭔가 보고 있을 때도 전혀 의심하지 못했는데. 젠장... 망했다. 게다가 저 놈 완
전 우리 둘 다 골려먹을 작정으로 없는 말까지 보태서 제 멋대로 읽어대는데... 진짜 미친 거 아니야??
"풉.. 푸하하하!! 홍아. 저거 니가 쓴 거야?"
아무리 저 중에 반은 아류가 지어낸 말이라고 해도 나머지 반은 내가 쓴 게 확실하니, 민망함에 빨개진 얼굴로 정색을 하고
있는데. 기어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트려버리는 아민이와, 아류한테 향해 있던 시선을 나에게 돌리는 아로하. 내가 못 살
아 진짜... 친구 만나러 간 사람, 선 보러 나갔다고 거짓말 한 것도 모자라서 이제 이런식으로 날 엿 먹여?
"형. 여자친구가 궁금해 하잖아~ 도대체 그 손길 스쳐간 사람이 몇 명이냐고."
"저 미친..."
"내가 알기론 중·고등학교 때 사귄 사람만 50명이 훌쩍 넘는데, 지금 나이로 봐선 100명 거뜬히 넘을거고. 우리 큰 형이
또 원나잇 문화를 무지 사랑하잖아? 이쯤 되니까 계산 딱 나오네~ 이백. 장하다 우리 형!!"
"미친 새끼. 너 안 닥쳐!?"
정말 형이고 뭐고 없는 놈. 막내라서 그런가? 더 겁 대가리가 없고 유난히 까불까불 거린다. 아류가 책상에 걸터 앉아서 계
속 깐죽대자, 흥분한 듯 잡고 있던 내 손을 놓아주고 아류가 있는 쪽으로 쌩 가버리는 아로하. 정말 어이가 없어서 두 손으
로 얼굴을 감쌌다. 터져 나오려는 한숨을 억지로 참고 있는데, 내 젖은 머리를 손으로 비비적거리며.
"괜찮아 홍아. 남잔 원래 다 그래."
라고 말 하는 아민이. 진짜 내가 못 살아... 지금 그걸 위로라고 하는 거야?? 번쩍 고개를 쳐들었다. 신경질적으로 톡 쏘아
보면, 이번에도 역시 방긋 웃으면서 '나 빼고' 라고 말 하는 어이없는 아민이.
"아아... 다 꼴도 보기 싫어! 나가!!!!"
.
.
.
잠시 후.
"넌 왜 안 나가?"
"설마 아류 말 믿는 건 아니지? 나 아니야 꼴통. 오빠 못 믿어?"
"응."
"그럼 아류 말은 믿어?"
"응."
너무 쉽게 쉽게 '응' 이라고 대답하는 나를 보고 약간은 서운하단 눈빛을 보내는 아로하. 그러면 뭐해.. 이미 늦었어. 정말
그지 같지만, 믿고 싶지 않지만, 아류 말은 꽤 논리가 있었다. 우스워서 논리 같은 거 따질 말이 아니였는데도 꽤 설득력이
있었단 말이다. 게다가 아까 낮에 나한테 실수 했던 것도 그렇고... 내가 아는 아로하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을 거란 생
각이 드는 게 사실. 그냥 지금 솔직한 내 심정은... 이 놈을 갈기갈기 찢어서 죽여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근데 너네 왜 왔어? 왜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와서 행패야?"
"물 떨어진다."
왜 왔냐고 묻고 있는데, 내 말은 개똥으로 듣고 딴 소리만 하고 있는 아로하. 샤워 하고 나와서 아직 타올 드라이도 제대로
하지 못한 내 머리에서 물기가 뚝뚝 떨어지자, 머리카락을 제 손에 쥐고 물기를 짜주더니.
"머리카락이 왜 이렇게 미끌거려?"
"결이 너무 좋아서."
"제대로 안 헹군 거 아니야?"
"아니거든? 깨끗히 씻었어!"
"그럼 검사해볼까?"
"무슨 검사..?"
"깨끗히 씻었나 안 씻었나. 그럼 이거 벗어야 돼."
아.... 정말 내가 여자로 태어난 걸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는 중이다. 왜 이런 농락을 당하면서도 얼굴이 빨개져야 하는 건
지, 이럴 때 보면 나도 어쩔 수 없는 여자인가 보다. 내 몸에 둘러 있는 하얀 타올을. 젖은 머리카락 때문에 윗 부분이 젖
어 있는 하얀 샤워 타올을 살짝 손에 쥐면서 얘기하는 아로하. 허리츰에 놈의 손이 아주 살짝 닿았을 뿐인데 온 몸이 비상
이다. 그러고 보니까 지금 나... 속에 아무것도 안 입고 있었잖아!?
거기까지 생각을 마치니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후끈 달아 오른 얼굴 만큼이나 심장이 미친듯이 두근거려서 얼른 뒤로 한
발짝 물러서면, 씨익 웃으면서 다가와 내 머리 위에 손바닥을 올려놓고는 헛소리를 찍찍 내뱉는 아로하.
"어떻게, 이렇게 순진한 아가씨가 내 여자친구지?"
"...."
"꼴통."
"왜..."
"변하지마. 절대 변하면 안 된다?"
뭘 말이냐고 물으려 했던 내 입술 위로 길게 입 맞추는 아로하. 키스도 아닌 그냥 뽀뽀였지만... 처음 있는 일이였다. 그래
서 더 두근거리고 가슴이 설레이는 첫 뽀뽀. 겨우 뽀뽀 한번 하고 완전히 상기 된 얼굴로 넋을 놓고 있는 내게.
"오늘 일기 다시 써. 오빠랑 첫 뽀뽀한 날. 이렇게."
"헐..."
"빨리 옷 갈아입고 나와~ 밥 먹자. 오늘 아버님이 저녁 초대해주셔서 온 거야."
아로하가 먼저 방을 나가고, 잠시 동안 침대 위에 벌러덩 누워서 바보처럼 실실 쪼개고 있던 나. 얼른 편한 옷으로 갈아 입
고, 아로하 말대로 일기도 다시 쓰고 1층으로 내려갔다. 나만 빼놓고 벌써 식탁에 둘러 앉아있는 사람들. 그 가운데엔 아빠
가 있었다. 출장을 핑계로 어제 내빼고 없었던 우리 아빠가.
"아빠!!!!"
내가 자신을 보고 목청 높이며 달려가자 흠칫 하시는 우리 아빠. 놀래는 거 보니까 진짜 내뺀 거 맞네! 너무 괘씸해서 어제
어디에 있었냐고 막 따지려고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무섭게 달려가 무릎 위에 폭 앉아서는 볼에 뽀뽀를 해드렸더니 좋아서
하하하 웃으시는 우리 아빠. 무섭고 엄하기 보단, 친구같고 편해서 나랑 장난도 잘 친다. 우리 집은 오히려 아빠가 딸을 더
무서워 해서 큰일이다. 할아버지는 가끔 다 큰 딸이 아직도 아빠 무릎 위에 앉는다고 뭐라고 하시지만, 워낙에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탓에 부녀지간의 정이 너무 끈끈해서 탈.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우리 딸 보고 싶어서 일찍 왔는데. 아빠가 늦은 거야?"
"쫌. 근데 아빠 얘네는 왜 불렀어?"
"오빠들한테 말을 왜 그렇게 해? 자꾸 그러면 지애 혼나."
"치... 쟤는 1년 꿇어서 학년도 나랑 같은데 무슨 오빠야?"
"류가 지금 학년은 너랑 같아도 어쨌든 오빠는 오빠잖아. 앞으로 꼬박꼬박 오빠라고 불러. 알았지?"
"지금은 괜찮습니다. 그런데, 형이랑 결혼 해서도 지금처럼 반말하다가 지애가 어른들한테 혼날까봐.. 그게 조금 걱정이죠."
정말 사람을 벙찌 게 한다는 건 바로 이런 것일까..? 아류가 드디어 미쳤나 보다. 우리 아빠 앞에서도 맨날 까불까불 하면
서 격식 없이 대하던 놈이.. 갑자기 딱딱하게 다까체로 얘기하니까 적응이 안 될 뿐더러, 완전히 제 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보이기 시작 한다. 그건 나 뿐만이 아닌듯, 모두가 어이없게 자신을 바라보니 멋쩍게 웃으면서.
"역시 어색한가? 근데, 이제 사돈 되면 그렇게 말 해야 되는 거 아니야??"
"야... 진심. 완전 어색해. 당장 때려쳐! 그리고... 누가 너네 형이랑 결혼 한데? 우리 사돈 될 일 없거든??"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형수님?"
"야!!! 재미없으니까 진짜 그만 하라고!!"
"하하하. 이제 그만 하고 지애도 어서 자리에 가서 앉아."
"아빠~"
"어서! 다들 너 때문에 식사도 못 하고 기다리잖아."
"그냥 다 가라 그럼 안 돼? 얘네랑 같이 밥 먹으면 나 체할 것 같단 말이야."
"체하면 내가 손 따줄 테니까 와서 앉아."
아주 친절하게 옆에 의자까지 빼주면서 앉으라고 말 하는 아로하. 터덜터덜 걸어 가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힘 없는 목
소리로 '잘 먹겠습니다' 라고 말 한 후, 얌전히 국을 떠먹는 날 보고 살며시 미소 짓는다.
"근데... 원래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하는 거 아니야?"
가만히 앉아서 눈을 내리깔고 조용히 밥만 먹고 있던 내가, 밥 그릇을 반쯤 비워갈 때 처음으로 꺼낸 말이였다. 갑자기 찬
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진 분위기.
"난 아직 그게 뭔지도 모르는데... 너무 급한 거 아닌가 해서."
여전히 눈을 내리깔고 국을 한 번 떠 먹으면, 조용히 수저를 내려놓고 티슈로 입 주변을 닦는 아로하. 말 많은 류도 이번
엔 말이 없었고. 아민이도, 아빠도, 그저 침묵만 유지할 뿐이다. 그러다 결국 약 1분 만에 먼저 입을 여는 아로하.
"결혼 하기 싫어?"
"응."
"그럼 하지 말자. 나도 니가 싫다는데 억지로 할 생각은 없으니까."
엥...? 갑자기 이렇게 순순히 안 하겠다고 하니까 오히려 뭔가 더 찝찝한데? 무슨 꿍꿍이야??
"나도 조금 있으면 스물 일곱이고, 집에서는 부모님이 빨리 결혼 하라고 하시는데... 어쩔 수 없네. 선 봐야지."
"뭐?"
"손주까지 빨리 안겨드리려면 선 봐서 연애도 해야 되고, 결혼도 해야 되고, 내일부터 엄청 바쁘겠다."
"뭐라고??"
"멍청한게.. 왜 저렇게 말기를 못 알아들어? 어른들이 둘이 결혼 하라고 한 게 아니라, 집에서 결혼 하라고 하니까 형이 너
랑 하겠다고 한 건데. 니가 싫다니까 이제 딴 여자 만나겠다잖아. 이 띨띨아!! 아저씨는 너를 빨리 생산해서 아직 30대 중
반 밖에 안 될지 몰라도, 우리 엄마 아빤 벌써 50이거든??"
생산이라니.... 참 너다운 표현이다 아류. 어쩐지 조용하다 했는데 니가 가만히 있을 놈이 아니지! 어쨌든, 아류 말대로 우
리 아빤 고작 열아홉 살 나이에 나를 낳아서 지금 36살 밖에 되지 않았고, 얼굴만 안 팔렸으면 아직도 총각 행세를 하고 다
녀도 될 만큼 젊은 아빠다. 자기 관리를 어찌나 철저하게 하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아직도 20대 후반으로 볼 정도. 반면
아로하네 부모님들은 일찍 결혼하신 편임에도 불구하고 나랑 아로하랑 워낙 나이차가 있으니, 슬슬 손주가 보고 싶은 건 어
쩌면 당연한 일이였다. 그래도 그렇지.
"우리 아빤 아직 손주 볼 나이가 아닌데...?"
솔직히 요즘처럼 결혼 늦게 하는 시대엔, 이제 초혼으로 자기 애를 낳아도 될 나이에 손주라니... 말도 안 돼.
"30대에 할아버지 되는 건 쫌 그렇다. 오빠랑 나랑 8살 차인데, 장인어른이랑 사위랑 10살 차이면 그것도 쫌 구리지 않아?"
"거참.. 별걸 다 신경 쓰네."
"지애야. 아빤 괜찮으니까 너 하고 싶은 대로해."
"난..."
"로하가 다른 여자랑 결혼 한다고 하면, 너 축하해 줄 수 있어?"
"아니."
"그럼. 내일 당장 다른 여자랑 선본다고 하면, 너 잘 하고 오라 그럴 거야?"
"아니? 가서 엎어버릴 건데??"
그냥 솔직하게 말 했을 뿐이다. '아니' 라고 하기엔 오늘 내가 한 짓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솔직하게 말 헸을 뿐. 그런데
정면에 앉아서 아예 날 대놓고 비웃는 아류랑, 물 먹다가 뿜을 뻔 한 아민이. 살짝 미소 짓고 있는 아로하. 그리고 자상하
게 웃으시는 우리 아빠... 역시, 난 안 되는 건가? 어쩔 수 없이 아로하랑 결혼 해야 하는 건가??
"그래도... 이런 식으로 결혼하긴 싫었단 말이야."
"..."
"내가 먼저 결혼 하고 싶은 상대가 생기기 전까진, 절대 결혼 같은 거 안 하려고 했단 말이야...!"
여태껏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없고, 방금 말했듯 그런 상대가 생기기 전까진 하고 싶지도 않은 결혼이였다. 아직
사랑이 뭔지도 잘 모르겠고, 사랑 없는 결혼은 정말 끔찍한 거라고.. 굳이 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우리 아빠만 봐도
그러니까.....
남 주긴 아깝고 내가 갖긴 싫다는 말이 이럴 때 하는 말이겠지? 그냥 연애까지는 아주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좋아하니까 당
연히 사귀고 싶은 거라고 아주 단순하게만 생각했는데, 막상 결혼 얘기가 나오니까 왜 이렇게 머리가 복잡한 건지. 나는 아
직 자신이 없는데 아로하가 나 말고 다른 여자랑 결혼하는 꼴도 못 보겠다. 내가 너무 이기적인 건지 몰라도 아무튼 지금은
그래.
"버릇 없이 밥 먹다 말고 뛰쳐나가는 애가 어디 있어."
"...."
"너 또 울어?"
무작정 자리를 박차고 나와 방으로 올라와서, 고개를 푹 숙이고 침대 위에 걸터앉아 있는 내 눈에선 어느새 굵은 눈물이 뚝
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 내 앞에 무릎을 대고 앉아서 눈물을 닦아준 뒤, 끌어 안아 등을 토닥여주는 아로하.
"괜찮아, 울지마."
"으...흐으아앙. 뭐가 괜찮아 바보야! 내가 너랑 결혼 안 하면 다른 여자랑 한다는데, 뭐가 괜찮아!!"
"그러게 둘 다 싫으면 나더러 어쩌라는 건데?"
"지금 나한테 따지는 거야?"
"그래! 따지는 거다. 어떻게 할까? 어??"
"나도 몰라. 막말로 내가 너랑 결혼했다가 딴 사람이 좋아지면, 그땐 어쩔 건데!"
사실은 그게 제일 중요한 문제였던 것이다. 아직 제대로 된 연애 한번 못해본 나에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
"꼴통... 너 지금 장난하냐? 그걸 말이라고 해??"
"난 아직... 어리잖아."
"어린게 무슨 벼슬이라고. 그런게 걱정되서 결혼 못 하겠으면 다 때려쳐."
"뭐?"
"그렇게 무책임한 마누라는 필요 없으니까."
"됐어!! 그냥 하면 되잖아, 하면!!!"
"...진심이야?"
"대신 조건이 있어."
"뭔데?"
"약혼식부터 하고, 결혼 전에 내가 바람 나면 그땐 파혼해줘."
"이게 진짜 미쳐가지고!"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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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달아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
첫댓글 완전귀여운말을하네욯ㅎㅎㅎ>//<아로하가 화를내야해!!!그게 맞는것같아욯ㅎㅎㅎ아로하는완벽한남자니깐,,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완벽한 남자 ㅋㅋㅋㅋ 아로하를 완벽하게 봐주시다니 넘 감사해요 ㅠ ㅋㅋㅋㅋ
재밌어효>0< 로하랑지애랑 언능 결혼했음 좋겠어요~~~
ㅋㅋㅋㅋㅋ 둘이 무사히 결혼까지 할 수 있을지 ㅋㅋㅋㅋ 감사합니다 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완젼 귀여워~~ ㅋㅋ
ㅋㅋㅋㅋ 지애랑 로하커플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해용 ㅋㅋㅋㅋ
벌써부터 파혼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애 완전 엉뚱
ㅋㅋㅋㅋㅋ 지애가 좀.. 별 걱정을 다 하죠 진짜 ; ㅋㅋㅋ 감사합니당 ㅋㅋㅋ
ㅋㅋㅋㅋ 지애가 은근 귀엽네영~꺄꺄ㅋㅋㅋ 아민이 뭔가 끌려여!! 귀여운남자~
지애 ㅋㅋㅋ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ㅋㅋㅋㅋ 아민이는 3형제중 유일하게 귀여운 남자랍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밌어요
감사합니다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애귀엽다진짜!!벌써부터바람필생각??파혼까지생각했어
지애 ㅋㅋㅋ 생각이 너무 앞서가죠? ㅋㅋㅋㅋㅋㅋ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
너무, 귀여워요악
꺄악 ㅋㅋㅋ 감사합니다~~~ ㅋㅋㅋㅋ
아둘이너무기여워요 !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둘 다 귀엽게 봐주셔서 넘 감사해용~~ ㅋㅋㅋ
ㅋㅋ아 근데 왜 지애는 안하겟다는거야!!!!조아하면서!!!
자기만 너무 많이 좋아한다고 생각해서요 ㅋㅋㅋㅋㅋ 귀엽죠?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둘다 너무귀여워요!! 바람필생각까지하고있고ㅋㅋㅋㅋㅋㅋㅋ지애짱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지애가 쫌 철이 없죠? ㅋㅋㅋ 그래도 귀엽게 봐주세요 ㅋㅋㅋㅋㅋ
ㅇㅇㅏㅇㅇㅏㅇㅇㅏㅇㅇㅏ기여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당 ㅋㅋㅋㅋ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 쫌 그렇죠 ㅋㅋㅋㅋ 아직 철이 없어서 ㅋㅋㅋㅋㅋ
진짜 재미있네요~ㅁㅋㅋㅋㅋ
ㅋㅋㅋ 재미있다니 다행이에요 감사합니다 ㅋㅋㅋ
ㅋㅋㅋㅋㅋㅋ아융 귀엽네요
ㅋㅋㅋㅋ 귀엽나용? 감사합니다 ㅋㅋㅋ
아류 볼수록 류이름이 너무 이쁜것같아요 ㅋ
그쵸 ㅋㅋㅋ 저도 류라는 이름 너무 맘에 드는데 주인공이 아니라서 아쉽다는.. ㅋㅋㅋㅋ
마지막 말 대박이다.
울다가 딱 마지막 진지하게 하는 말이잖아요. 그말이..
바람나면 파혼해달라는 말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지애가 좀 철이 없어요 ㅠㅠ ㅋㅋㅋ
뭐지. 많이 공감되요 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