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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대런 애쓰모글루 (MIT 경제학과 교수 ·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저자)
다가올 날들에 두고두고 참고하게 될 책. 믿을 수 있는 두 경제학자의 가이드를 따라가면 경제성장이 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우리의 삶이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불평등의 기원은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된다. 불어닥칠 빈곤의 미래를 걱정하는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할 책.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저자)
한 사회의 미래를 알고 싶다면 경제사를 공부해야 한다. 신석기 혁명 이후 인류의 1인당 소득은 1만 년 동안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그러다 19세기부터 갑자기 지속적인 상승세를 시작했다. 일부 국가는 눈부신 성장을 기록한 반면 상당수 국가는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부의 빅 히스토리』는 세계 최고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집대성하여 의문을 명쾌하게 풀어낸다. 경제와 역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 같은 책이다.
조엘 모키르 (노스웨스턴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성장의 문화』 저자)
모든 경제학과 학생들의 필독서.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 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질문을 파고드는 이 책은 변화의 큰 흐름을 꿰뚫어 볼 안목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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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세계가 어떻게 부유해졌는가”에 관한 몇 가지 특정 이론이 주목받으면서, 세계의 지식에는 두 개의 공백이 생기고 말았다. 이 책은 그 공백을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메우고자 한다. 지난 몇십 년간 사회과학자들은 냉철하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진전을 만들어왔다. 우리는 그 몇십 년간의 연구들을 빠짐없이 요약할 것이다. 이는 기존의 어떤 책도 하지 않았던 시도다. 우리 두 저자는 각자 지속적 경제성장의 기원에 관한 견해를 갖고 있지만(둘 다 이를 연구한 바 있다), 이 책의 목표는 우리가 선호하는 이론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다른 이론을 희생시키는 게 아니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관련 문헌의 논지를 파악하고자 하는 독자는 제각기 다른 가설을 내세우는 무수히 많은 책과 논문을 일일이 읽어야 했을 것이다. 비록 각 주장의 미묘한 차이까지 세세히 담아내진 못했지만, 주요 맥락을 알고 싶던 독자에게 『부의 빅 히스토리』는 유용한 책이 될 것이다.
34쪽_ 1장 세계는 왜, 언제, 어떻게 부유해졌는가?
지리는 과연 운명인가? ‘좋은’ 지역은 더 발전하게끔 운명지어져 있는 걸까? (...) 산업화 이전 세계의 양상을 설명할 때 지리의 힘을 부정하기란 불가능하다. 지리적 특성 덕분에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는 농업과 도시 생활이 등장했다. 강이나 해안과의 접근성이나 양질의 농토 같은 지리적 특징은 산업화 이전에 나타난 상대적 발전의 양상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리가 경제 발전의 차이라는 수수께끼에 완전한 답을 제공하는 건 아니다. 1800년 이전까지만 해도 생산성 면에서 좋은 조건을 갖춘 지역이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더 부유하지 않았다. 그저 인구밀도가 더 높은 경향이 있었다. 지리적 특성은 경제활동에서 나타나는 많은 변이를 설명해주지만, 완벽한 이야기를 들려주지는 않는다.
69쪽_ 2장 부자 나라는 지리 복권에 당첨된 걸까?
제도의 중요성을 분명히 보여주는 가장 설득력 있는 사례 하나는 북한과 남한이다(Acemoglu et al, 2005a). 여러 세기 동안 북한과 남한은 같은 언어, 문화, 종교 전통을 가진 한 나라였고, 근대화 이후에는 북부가 더 산업화하고 발전했다. 그러다 1948년 공산당이 북부를 장악했고 뒤이어 전쟁이 벌어진 이래 두 나라의 경제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다. 현재 너무나 대조적인 남한의 번영과 북한의 빈곤을 보면, 제도의 중요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시장에 기반한 남한과 공산주의 북한은 제도가 전혀 다르다. 밤에 우주 공간에서 두 나라를 찍은 사진인 〔그림 3.2〕를 보면, 이런 차이가 대번에 눈에 들어온다. 야간 조명은 경제 번영의 한 잣대다. 경제활동과 전기 보급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진에서는 남한의 경계선과 많은 경제 중심지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북한은 거의 캄캄한 암흑천지다.
75쪽_ 3장 모든 것이 제도 덕분일까?
개인주의 문화의 중요성은 사회가 지닌 교역의 유형과 금융기관을 넘어 확대된다. 개인주의 문화는 개인적 성취를 보상한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집단주의 사회의 혁신가보다 개인주의 사회의 혁신가가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는다. 고로드니첸코Gorodnichenko와 롤랑Roland(2011, 2017)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사회일수록 노동자 1인당 소득이 훨씬 높고, 그 소득의 대부분이 더 높은 생산성과 혁신에서 나온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중요한 발견이다. 7장과 8장에서 더 살펴보겠지만, 혁신은 근대의 지속적 경제성장을 낳은 핵심적 요인이기 때문이다
142쪽_ 4장 우리를 부유하게 하는 문화, 가난하게 하는 문화
네덜란드공화국은 ‘최초의 근대적 경제’로 치켜세워졌지만, 무역으로 추동된 네덜란드의 상업적, 스미스적 성장 양상은 19세기 이후 서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 나타난 지속적 경제성장보다는 앞선 시기에 나타난 일시적 성장에 더 가까웠다. 18세기에 네덜란드공화국은 여전히 부유했지만, 성장세를 계속 유지하지는 못했다. 정체를 낳은 요인은 여러 가지다. 불평등이 증대되었고,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한 상인들이 권력을 독점했으며,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같은 기관들은 소수 주주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다. 그리하여 네덜란드공화국은 무역에 힘입어 부유해졌다가 결국 정체하고 만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들(피렌체와 베네치아)과 비슷한 양상을 띠게 됐다. (...) 반면 영국은 18세기와 19세기에 이런 결합을 경험했다. 그 결과가 바로 최초의 근대적 경제였다. 경제성장이 역전되지 않고 지속되는 경제 말이다. 왜 영국이 최초였을까? 영국은 무엇이 달랐던 걸까?
241쪽_ 7장 왜 북서유럽이 먼저 부유해졌을까?
하지만 제도와 시장만으로는 모든 걸 설명할 수 없다. 영국만 그러한 제도와 시장을 가진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미 수많은 연구에서 산업화 이전 유럽 지역들의 시장 통합 수준이 비교적 높았다는 걸 밝힌 바 있다. 잉글랜드는 이미 중세 시대 말에 고도로 통합된 시장을 갖고 있었다. 시장 통합의 열풍은 이전에도, 그리고 세계 다른 지역에서도 있었지만, 혁신 활동의 지속적인 증가는 일어나지 않았다. 가령 청나라 시대의 중국은 비교적 높은 수준의 통합을 달성했다. 네덜란드는 소유권 제도도 상당히 안정적이었으며 대규모 국제시장 접근성도 확보했다. 그런데 왜 네덜란드는 산업혁명을 이루지 못했을까? 어째서 무역망과 물리적 자본, 인적 자본이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으로 이어지지 못한 걸까?
265쪽_ 8장 영국 산업혁명의 모든 것
20세기에는 세계의 많은 지역이 부유해졌다. 이 가운데 주요한 나라는 바로 ‘동아시아의 호랑이들’ 즉 홍콩, 싱가포르, 한국, 대만이었다. 〔그림 10.4〕는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1인당 국내총생산을 비교한 것이다. 두 나라의 소득 수준은 1960년대 초까지는 비슷했으나,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에 분기가 시작됐다. 당시 나이지리아는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처럼 내전과 군부 통치에 접어들었다. 또한 나이지리아는 1973년 석유 파동 이후 전반적인 성장 속도 저하를 경험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은 1970~1980년대 내내 계속해서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 따라잡기 성장에 필요한 것은 기술 수입뿐만이 아니다. 제도도 중요하고, 문화도 중요하다. 더불어 지리와 인구 변동, 식민지 경험을 포함해 그 사회의 역사도 중요하다. 동아시아의 네 국가는 과연 무엇이 달랐기에 대세를 거스르고 성장할 수 있었을까?
337쪽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윌북 출판사 편집부 홍은비에게 연락 주십시오.
031) 955-3777 홍은비 silverrain@willbookspub.com
_ 10장 산업화와 그 결과로 탄생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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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총, 균, 쇠』를 잇는 현대 고전의 탄생!
* 경제성장의 기원과 요인에 관한 글로벌 사회과학 연구를 집대성한 최고의 해설서
유례없는 경제 위기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부유해질 수 있을까?
성장의 역사에서 번영의 시나리오를 찾다
올해 IMF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7%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 경제연구기관들도 줄줄이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경제성장은 각계각층 사람들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경제성장률이 1% 줄어들면 빈곤층은 약 15만 명 증가한다. 월별 개인 소득은 10만 원가량 줄고, 가계 부채는 657만 원 늘어나며, 일자리도 큰 폭으로 감소한다. 세계 경제는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한국이 경제는 정체하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봉착했다고 진단한다. 빈곤과 번영의 갈림길에 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관적인 추측이 아닌 경제성장에 대한 근본적인 분석과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플랜일 것이다.
시의적절하게 출간된 『부의 빅 히스토리』는 세계경제사를 낱낱이 살피며 성장의 진짜 요인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책이다. 서유럽은 어떻게 최초로 근대 경제를 이루고 가장 먼저 부유해졌을까? 후발 주자였던 미국은 어떻게 결국 유럽을 추월해 세계 경제의 선도자가 될 수 있었을까? 비슷한 계획경제를 시도한 소련과 중국은 왜 다른 길을 걷게 된 걸까? 한국이 급속한 따라잡기 성장으로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이런 경제사의 굵직한 질문들에 답을 찾다보면 세계 각국이 번영하고 쇠퇴한 진짜 요인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게 된다. 나아가 부국은 무엇이 다른지, 우리를 부유하게 하는 제도와 문화는 어떤 것인지 의미 있는 분석과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부의 빅 히스토리』는 최신 글로벌 사회과학계의 엄선된 성과를 오롯이 담은 책이다. 참고 문헌에만 550여 편의 논문, 책, 각종 보고서가 망라되어 있고, 70여 개의 그림과 도표가 수록되어 이해를 돕는다. 독자들이 개별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방대한 학문적 성취를 한 권에 모두 담았다. 출간 즉시 아마존 경제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대런 애쓰모글루, 조엘 모키르, 홍춘욱 등 국내외 최고의 학자들과 《이코노믹 히스토리 리뷰》 등 유수의 경제학 저널에서 찬사를 보냈다. 해외 언론과 독자들로부터도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총, 균, 쇠』 등을 잇는 역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리의 힘〉’이 전부는 아니다!
지리 × 제도 × 문화 × 인구 × 식민화
다섯 개의 프레임으로 보는 가장 완전한 세계경제사
이 책을 꿰뚫는 하나의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세계는 어떻게 이토록 부유해진 걸까?’ 실로 우리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부유하다. 불과 200년 전까지도 세계 인구의 90퍼센트는 오늘날의 극빈층과 비슷하게 살았고, 가장 부유한 곳의 평균 소득도 4달러를 넘지 않았다. 그러나 19세기의 어느 순간 북서유럽이 ‘지속적인 근대적 경제성장’을 이루며 가장 먼저 부유해졌고 이어서 다른 나라들도 줄줄이 부자가 됐다. 근대 경제의 결실은 놀라웠다. 앞선 두 세기 동안 전 세계의 극빈층 비율은 급격히 감소했고 지난 40년 동안 중국에서만 10억 명의 사람들이 극심한 빈곤에서 벗어났다. 한국 또한 세계사에서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아프리카로부터 원조를 받던 가난한 나라에서 1인당 국민총소득이 3만 5천 달러를 넘어서는 부자 나라로 거듭난 것이다. 이 같은 근대적 경제성장은 왜 시작되었고 어떻게 이뤄진 걸까? 왜 어떤 나라는 부자가 되었고 다른 나라는 여전히 가난한 걸까? 부가 어디서 창출되었는지 알 수 있다면 현재의 빈곤 문제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서는 대장정이다.
지금까지 많은 학자가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즉 세계의 번영과 빈곤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해 숱한 논쟁을 벌여왔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지리’나 ‘제도’를 결정적 요인으로 꼽는 주장이다. 그러나 『부의 빅 히스토리』의 저자들은 이러한 설명에는 모두 빈틈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 나라의 경제성장을 결정하는 요인은 결코 하나가 아니며, 하나의 요인으로 역사의 모든 지점을 설명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여러 요인이 역사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통합적으로 살필 때 비로소 완전한 답을 얻을 수 있다고 역설한다.
이 책은 지리, 제도, 문화, 인구, 식민주의가 각 나라의 경제 궤적을 어떻게 좌우했는지 분석한 연구를 총망라하고 그 핵심만을 요약해 소개한다. 그리고 각 이론 사이의 연관성을 살피며, 하나의 측면만 볼 때는 알 수 없었던 부의 기원에 관한 수수께끼를 빈틈없는 논리로 명쾌하게 밝혀낸다. 이는 기존의 어떤 책도 하지 않았던 시도로, 이처럼 탄탄한 데이터와 통섭적인 관점으로 세계경제사를 그려내는 책은 앞으로도 쉽게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지리|부자 나라는 지리 복권에 당첨된 걸까?
우리는 흔히 ‘좋은’ 지리적 조건이 부자 나라를 만들었다는 설명에 익숙하다. 저자들은 지리로 인한 역사의 전환점을 일목요연하게 짚으면서도, 이러한 통념에는 의문을 던진다. 그리고 지리가 제도와 문화, 인구와 식민주의의 형성에 골고루 영향을 미쳤으며, 그로 인해 역사 속 다양한 ‘반전’ 사례들을 만들어냈음을 보여준다. 예컨대 천연자원은 보통 경제성장에 유리한 요인이지만, 오늘날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난한 축에 드는 지역은 천연자원이 더 많은 곳이다. 풍부한 자원 탓에 식민주의가 정착하기 더 쉬웠기 때문이다(이른바 ‘지리의 저주’다). 유럽이 앞서나가는 데 도움이 되었던 권력의 분산과 의회의 발달도 산맥과 능선으로 조각조각 나뉜 유럽의 지형 때문으로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반대로 중국은 토지 생산성이 높은 드넓은 평원이 있었고, 이는 강력한 전제 권력을 지닌 황제와 정치적 통일체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제도|성공한 나라의 제도, 실패한 나라의 제도
이 책은 제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사례로 남한의 번영과 북한의 빈곤을 꼽는다. 같은 언어, 문화, 종교를 지닌 한 나라였던 남한과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서로 다른 정부와 제도가 들어섰다는 이유로 지금의 차이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제도는 ‘게임의 규칙’이다. 어느 나라든 성장하려면 그 구성원들이 학교에 진학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사업을 벌이고, 투자를 해야 한다. 제도는 사람들이 이런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게도 하고, 경제를 망치는 선택을 하게도 만든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부유했던 중국이 유럽보다 뒤처지게 된 이유, 20세기 초에 가장 빠르게 성장했던 소비에트 경제가 실패한 원인, 영국이 최초의 근대 경제를 이룬 결정적 요인이자, 서유럽이 오늘날 여전히 앞서가는 이유. 이 모든 답이 ‘제도’라는 걸 이 책은 보여준다.
https://www.youtube.com/watch?v=u4nI3WCWHFE
문화|우리를 부유하게 하는 문화, 가난하게 하는 문화
문화 역시 경제 발전을 좌우하는 강력한 요인이다. 사람들은 문화를 프레임 삼아 세상을 인식하며 행동하기 때문이다. 문화는 제도가 기능하는 데도 영향을 미치며 결혼과 출생률도 좌우한다. 이 책은 세계경제사를 훑으며 사람들의 가치관, 신념, 종교가 사회의 경제적 잠재력에 미친 영향을 톺아본다. 유럽의 개인주의와 중국의 친족 기반 문화는 시대에 따라 경제 선도국이 바뀌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단순히 기독교 국가가 다른 종교를 믿는 나라에 비해 부유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교육을 중시한 프로테스탄트는 경제를 발전시키는 강한 힘이 되었다. 한때 유럽을 한참 앞질렀던 중동이나 중국이 아닌 서유럽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도 혁신적 과학기술을 개발하고 추동했던 계몽주의 문화의 덕분이 컸다.
인구|흑사병과 유럽적 결혼 양상이 소득에 미친 영향
노령화와 인구 감소만큼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것도 없다. 이로 인해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지는 이미 오래고, 도저히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기 전에 실질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 책은 인구가 왜 경제에 중요하며, 다른 경제 발전 요인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한다. 단순히 인구가 많으면 좋은 것일까? 이 책은 다양한 이론을 살펴보며 결국 중요한 것은 인구 자체보다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임을 지적한다. 흑사병으로 인한 농업 자본주의의 부상과 여성이 늦게 결혼하고 아이를 적게 낳는 이른바 ‘유럽적 결혼 양상’이 근대적 경제에 한 발 더 다가가는 과정이었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식민주의|식민화의 명과 암
식민화는 식민 제국이 먼저 근대적 경제를 시작할 수 있던 이유이자, 식민 지배를 경험한 나라들이 오늘날까지 ‘따라잡기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 중 하나다. 저자들은 식민화의 영향에 관한 근본적인 의문, 왜 어떤 나라들(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홍콩 등)은 식민 지배를 경험하고도 부유해졌고, 다른 나라들(동남아시아,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은 여전히 가난한 것인지부터 ‘영국이 식민지와 노예무역으로 얻은 이득 없이도 산업혁명을 이룰 수 있었을까?’, ‘인도와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는 식민지가 되지 않았어도 빈곤할까?’ 등 가상의 역사를 추론하는 주제 등을 넘나들며 답을 제시한다.
『부의 빅 히스토리』는 하나의 요인에 초점을 맞춘 기존의 접근법으로는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던지며 더없이 논리적인 분석으로 답을 제시한다. 장별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세계사의 맥락들이 머릿속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무엇이 지금과 같은 빈부격차를 낳은 원인이었는지, 무엇보다 부국의 기회를 잡은 나라들의 공통점은 무엇이었는지 알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성장의 필수 요인은 무엇인가
격변하는 세계 경제의 길잡이가 되어줄 책
한국은 서구나 일본 등 먼저 앞서나간 나라들에서 첨단기술과 새로운 발상을 수입하며 급속한 ‘따라잡기 성장’을 이루었다. 한국의 경제성장은 정부 주도로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장려하고 자유로운 발상을 촉진하는 제도를 형성하는 일은 최우선순위가 아니었다.
그러나 경제를 선도하는 나라들의 역사를 관통하는 가장 결정적인 키워드는 단연 ‘혁신’이다. 산업혁명은 정책 입안자들이 사전에 계획하거나 강제력을 행사하여 이룬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개인들이 새로운 생산적인 기술을 실험하거나, 신규 공장을 건설하거나, 다양한 부문을 기계화하면서 만들어낸 ‘혁신’의 결과물이었다.
19세기에 유럽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부유해질 수 있던 이유도 ‘혁신’을 촉진했던 계몽주의 문화로 설명할 수 있다. 당시 유럽은 다원주의 문화와 아이디어 경쟁이 결합된 사회였다. 유럽 각국의 과학자, 작가, 지식인들은 ‘편지 공화국(Republic of Letters)’을 만들어 편지를 주고받으며 공론을 펼쳤고, 기존의 정설을 뒤집는 새로운 견해를 제시하고, 첨단기술을 수정하고 보완해나갔다. 이러한 혁신적 성장의 문화 덕분에 거대한 경제적 변환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지금 세계 경제는 전쟁, 공급망 붕괴, 감염병 여파 등 복잡한 원인으로 얼어붙었다. 위기를 뛰어넘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의 청사진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역사의 파편을 곱씹으며 우리 사회를 다각적으로 고찰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이 그 일의 단초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