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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이 책에 등장하는 주요 이론과 가설들.
기회비용(opportunity cost) -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다른 하나를 선택할 기회를 잃는 것.
로우 볼 테크닉(low-ball technique) - 낮은 볼을 던져 몸을 숙이게 만드는 마케팅기법이다. 낮은 가격이라는 미끼를 제시하여 구매의욕을 불러일으킨 후, 그 미끼를 제거하는 것.
레밍 딜레마(The Lemming Dilemma) - 레밍은 ‘나그네쥐’로 알려진 쥐과 동물인데, 무리의 수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불어나면 집단을 이루어 절벽이나 호수로 몸을 던져 죽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앞사람을 쫓아가는 현상이 ‘레밍 딜레마’. 군중이 행하는 대로 무작정 따라 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비판하는 것.
공짜점심(free lunch) - 미국 서부시대에 몇몇 술집에서 일정량 이상의 술을 마시는 손님들에게 공짜로 점심을 제공하던 관습에서 유래되었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점심이 공짜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그가 마신 술값에 점심값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공짜점심이 없다는 말을 경제용어로 풀이하면 ‘기회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없다’는 것이다.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하방경직성(stickiness) - 주식의 경우 거품이 꺼질 때 가격이 폭락하는 데 비해, 주택 가격은 중대한 경제적 위기가 오지 않는 한 좀체 내리지 않는다. 가격이 오를 때 급격히 오르지만, 한 번 가격이 오르면 잘 내리지 않는 것을 하방경직성이라고 한다.
생존편의(survivorship bias) - 과정을 무시한 채 눈에 보이는 결과만을 과신하는 심리적 편향. 이런 심리를 가진 사람들은 늘 좋은 결과만을 기억하려 한다. 연예인이 되고자 하는 청소년들의 심리가 그렇다. 연예인 지망생들은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팬들의 환호를 받는 스타들의 모습만을 선망한다. 연예계에 지망했다가 실패한 수많은 사람들은 애써 외면.
평균회귀 효과(regression effect) - 두 변수가 상관관계에 있기는 하지만 그 관계성이 불완전할 때, 한 변수가 극단적 값을 보이면 다른 변수는 보다 평균에 가까운 값을 보이는 통계적 경향을 말한다. 올 시즌 특별히 성적이 좋았던 프로야구팀, 혹은 경영실적이 뛰어났던 회사는 내년에 그만큼의 실적을 올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선발주자의 이점(first mover advantages) - 획기적인 신기술은 다른 경쟁자의 의지를 꺾어놓을 수 있고, 규모의 경제 또한 후발주자의 추격 의지를 무력화할 수 있다. 일단 시장을 선점하게 되면, 규모의 경제에 의해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가 나타난다. 점점 더 몸집을 불려나갈 수 있는 것이다.
경로의존(path dependency) - 한번 일정한 경로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에도 여전히 그 경로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고의 관습을 일컫는다. 브라이언 아서는 이 개념에 ‘잠금 효과(lock in effect)’를 더해 이 이론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었다. 잠금 효과란 일단 한 가지 경로에 진입하면 빠져 나오기 어려운 현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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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시장은 합리성이 아니라 욕망으로 움직인다
효용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이기적 인간이라는 가정 하에 간과되어 온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과 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한 경제 현상에 대한 탁월한 분석이 돋보이는 수작. 스미스와 프리드먼의 경제학에서 보드리야르와 부르디외의 소비분석까지 경제학과 심리학, 뇌과학과 철학을 넘나든 인문주의자의 경제 읽기!
왜 마감임박 상품이나 베스트셀러에는 없던 관심이 생길까? 벼락 맞는 것보다 확률이 낮은 복권은 누가 당첨되는 걸까? 어떻게 백화점은 할인과 경품을 내걸어도 손해 보지 않을까? 한없이 떨어지는 주식은 사게 되고, 파는 순간 오르는 까닭은 뭘까? 왜 친구의 보험가입 권유를 거절하지 못할까? 멀쩡한 사람들이 왜 피라미드에 넘어갈까? 어떻게 수백억 예산의 토목건설은 끊임없이 진행될까? 공공보험은 과연 민간보험보다 효율적일까? 경제학자들의 예측은 왜 적중할 때가 별로 없을까? 시장의 붕괴는 왜 일어날까? 개인의 사소한 경제행위부터 기업과 국가의 경제정책 및 세계경제의 흐름까지, 당신이 궁금해한 경제현상의 모든 것!
2012년 한국 간행물윤리위원회 출판지원사업 당선작!
출판사 리뷰
인간은 정말 합리적인 존재일까? 이 책은 이 물음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저자가 심리학과 경제학의 권위있는 저술들을 섭렵하고 시장을 살펴본 바에 의하면 ‘인간은 완전히 합리적인 존재도, 완전히 비합리적인 존재도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경제학자들은 인간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해왔다. 아니 인간이 부분적으로 비합리적이라는 구체적 진실을 외면해왔다고 봐야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 등 새롭게 개척된 분야에서는 “인간은 그다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p287)라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이 책은 모두 5부 23장으로 구성됐다. 각 장마다 심리학과 경제학의 문제적 저작을 발표한 학자들이 총출동하여 갑론을박하며 인간의 합리성을 따져본다.
1부는 ‘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이다. 시장은 인간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고 고도의 심리전이 펼쳐져 인간은 ‘불합리’하게 조종되고 만다는 것이다.
미국 콜롬비아대학의 사회심리학자 쉬나 아이옌거(Sheena S. Iyengar)와 스탠포드대학의 마크 레퍼(Mark R. Lepper)가 2000년에 재미있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캘리포니아 주 멘로 파크(Menlo Park)의 고급 식료품 가게에서 2주 연속 토요일마다 시식 코너를 마련했다. 이들은 맛과 가격이 비슷한 24종의 잼을 한 시간 동안 진열하고, 다음 한 시간 동안은 6종의 잼을 진열했다. 그런 다음 고객들에게 1달러가 할인되는 쿠폰을 나눠주고 잼을 시식하도록 유도했다. 테이블 앞을 지나간 247명의 고객 중 40%(104명)는 6종의 잼이 놓인 진열대를 방문했고, 60%(145명)는 24종의 잼이 놓인 진열대를 찾았다. 고객들은 잼 종류가 많은 진열대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6종의 잼이 진열된 곳에서 실제로 잼을 구입한 사람은 30%에 달한 반면, 24종의 잼이 진열된 곳에서는 단 3%만이 구입했다. -p16~17
이 실험은 선택할 대안이 많을수록 구매결정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시장의 정책담당들은 이런 것을 감안해 소비자를 현혹하는 것이다. 할인판매 역시, 소비자를 시장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꼼수일 뿐이다. 공짜점심은 당신이 구매한 다른 물품에 점심값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2부는 ‘파충류가 지배하는 시장’인데,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전제하고, 경제학자의 예측은 예측일 뿐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불확실한 상황일수록 사람들은 집단적으로 행동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집단이 결정한 의사가 틀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도, 선뜻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고 행동을 일치시키려 하는 것이다. 모든 사회적 동물이 그렇듯이, 인간도 집단에 동조하도록 진화했다. 집단에 의존하는 것이 생존 확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잘못된 신호가 집단 전체를 멸종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험에 직면했을 때, 혹은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파충류 시절의 뇌에 의존한다. 우리의 원초적인 뇌는 무리에 속해 있는 것이 좀 더 안전하다는 신호를 보낸다. -77
https://www.youtube.com/watch?v=e6-d3_ZGUso
미국의 경제평론가 찰스 월런(Charles Wheelan)은《벌거벗은 경제학(Naked economics)》에서 미국의 33대 대통령이었던 해리 트루먼과 경제학자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트루먼은 경제학의 애매모호함에 진저리를 쳤다고 한다. 경제학자를 불러 정책에 대한 자문을 구할 때면, 경제학자들은 한 손(on the other hand)으로는 정책을 제안하고, 다른 손(On the other hand)으로는 그 정책이 가져올 부정적 측면들을 설명하곤 했다. 더구나 경제학자들의 논리는 지루하고 재미없으며, 애매하고 모호하기 짝이 없는 수많은 가정들로 채워져 있었다. 트루먼은 짜증을 내며 ‘차라리 팔이 하나밖에 없는 경제학자를 데려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p94
3부는 ‘호모에코노미쿠스 신화’이다. 인간이 경제적 동물임을 강조하다보니 합리적 존재라는 가설이 생겼다는 것이다. 인간을 합리적 존재로 규정한 표준경제학은 조롱거리가 된다.
경제학 서적을 들춰보면 호모에코노미쿠스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처럼 사고하고, IBM 컴퓨터처럼 뛰어난 기억용량을 갖고 있으며, 마하트마 간디와 같은 의지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리처드 탈러 & 캐스 선스타인, 《넛지》 -p161
4부는 ‘심리학, 경제학에 따니 걸다’이다. 인간을 합리적 존재로 규정하고 호모에코노미쿠스 신화 운운한 표준경제학에 심리학이 딴죽을 걸고 나섰다는 것이다. 딴죽만 건 것이 아니라, 표준경제학에 의심을 품었다. 그리고 행동경제학이 탄생했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합리성, 자제심, 이기심을 부정하지만, 인간이 완전히 비합리적, 비자제적, 비이기적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완전 합리적, 완전 자제적, 완전 이기적이라는 점만을 부정할 뿐이다.
-도모노 노리오((友野典男), 《행동경제학(行動經濟學)》
5부는 ‘소비의 신화’이다. 인간은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이 비합리적으로 소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불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시스템의 문제이다. 시장을 만능으로 여기는 것은 결국 시장과 소비자를 붕괴시킬 뿐이다.
우리는 싼 가격에 중독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대는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우리가 싼 상품을 소비할 수 있는 것은, 노동자들의 값싼 임금 덕분이다. 이런 식으로는 시장원리주의자들이 원하는 성장도 이룰 수 없다. 엘렌 러펠 셸은 《완벽한 가격》에서 이 점을 정확히 지적했다. 그는 싼 것을 계속 고집해서는 국가도 성장할 수 없고, 밝은 미래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p388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을 이렇게 썼다.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에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내가 가진 것이 나라면, 가진 것을 잃을 때 나는 누구인가?’
그는 인류가 추구해야 할 목표는 많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풍요롭게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의하면, ‘존재’는 무엇을 소유하거나 소유하려고 탐하지 않고, 기쁨에 차서 자신의 능력을 생산적으로 사용하고, 세계와 하나 되는 실존양식을 의미한다.
그런 길은 정말 있는 것일까? 우리는 그런 길을 선택할 수도 있고,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작정 낙관적 견해를 피력하는 것은 무의미할 뿐 아니라 무책임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 첫걸음은 우리의 본성과 이성, 그리고 충동성과 합리성 사이에 샛길을 놓고, 서로 손을 내미는 것이다. -p393
이 책은 경제학의 여러 저작들은 물론 진화심리학, 소비자심리학, 뇌 과학 등의 여러 견해들을 편견 없이 끌어들여, 인간의 비합리적 행동과 의사결정에 대해 풍부한 증거들을 제시한다. 그 비합리성은 진화과정에서 형성된 인간 본성의 일부이므로 수긍하고 받아들여야 하며, 비합리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