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는 말
오늘날 학교 현장과 관련된 주된 화제는 "교육의 개혁과 그 방향"이다. 이는 현재의 학교교육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해 주며, 실제로도 학교교육은 사면초가의 위기에 빠져있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고 해서 성급한 개혁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리는 그러한 개혁의 맹점을 숱하게 접해왔고 설령 합리적인 교육정책이 등장하더라도 현실적인 추진력을 결여한 채 사라진 경험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혁을 논하기 전에 현실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요구된다. 아래와 같은 세부적인 고찰을 통해 우리는 학교교육의 문제점을 보다 조직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며 아울러 올바른 개혁으로의 논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 학교현장의 문제점들
교육이 제대로 되려면 교원이 사명감과 책임감에 바탕한 자기 의지 그리고 유혹에 굴하지 않는 교육자로서의 윤리적 신념과 긍지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교직에 대한 불신풍조의 팽배, 교권의 실추 그리고 사회·경제적 지위 하락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최근에 부각된 학생에 대한 교사의 체벌금지와 촌지 수수의 문제는 교육 현실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들이다.
1) 체벌
최근 체벌이 교육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과거에도 체벌이 문제가 되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사회 문제로 부각되지는 않았다. 여기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을 것이다. 과거의 교육 전통이 맥을 잇지 못하고 서구 교육 중심으로 바뀐 교육 상황과 민주적 교육체제, 교육 주체로서 교사와 학생의 역할, 기성세대와 자라나는 학생들의 사고의 차이 등 사회 상황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요즘은 체벌로 인해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학생이 교사를 고발하고, 학부모가 교사에게 모욕적인 언행을 일삼고, 이를 경찰이 중재하는 사태로 번져갔다. 학교 당국도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고심한다. 한편으로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교사들에게 사랑의 매로 때려 달라고 호소하는 기이한 현상도 벌어졌다. 어찌 보면 이 모두가 우리 교육의 현실적 문제를 풀어가지 위한 방법들이다.
체벌은 교육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가?
우리 나라의 경우, 전통적인 서당 교육에서는 회초리가 용인되었다. 항상 교육적 차원에서 사랑의 매였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체벌금지]라든가, [체벌허용]의 문제가 아니라 체벌이 어떤 교육적 의미를 지니느냐이다. 체벌은 교육 상황 속에서 교육적 행위로 표출되어야 한다. 따라서 금지냐 허용이냐라는 극단적인 논리는 위험하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교육 정서를 충분히 참작하여 체벌의 교육적 의미를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2) 교사집단의 문제
(1) 도덕적 타락교사
최근 교사들의 권위를 땅에 떨어지게 만든 주된 요인은 일부 교사들의 '촌지수수' 때문일 것이다. 일부 학교에서 촌지 및 부교재 채택료 앨범제작 관련 사진관과 연계된 비리가 있다는 언론 보도와 학원 과외와 연계된 학교 부조리 등으로 마치 교육계 전체가 비리의 온상인 양 비춰지고 있다. 물론 일부 교원의 잘못에서 비롯된 현상이지만 그 결과는 교직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교실에서의 권위 상실로 이어졌다.
이제 학부모들은 내 아이만 잘 되면 된다는 좁은 틀 속에서 과감히 벗어나 나라의 미래를 깊이 생각하고 내 아이와 남의 아이를 동시에 염려하는 자세로 나아가야 한다. 교사들도 가족이기주의에 물든 학부모들이라고 외면하기 앞서, 그들도 잘못된 사회풍조 속에서 참교육을 받지 못한 피해자임을 인식하고 학부모를 어떻게 하면 더 나은 학교 교육의 길로 나올 수 있게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의 학교와 교사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학교는 교육 기능의 상당 부분을 다른 곳에 할애했고, 교사는 존경심을 잃었고 무엇보다 권위를 잃었다.
체벌금지와 촌지수수로 대표되는 교단의 위기는 일차적으로 교단 내부에 그 책임이 있다. 학교와 교사들이 먼저 책임의식을 가지고 냉정하게 자기 성찰을 해 보아야 한다.
(2) 일부 교사의 전문성 부족
이돈희 전 교육부 장관이 「2001 교육정책 워크숍」에서 『학교가 학원과 경쟁해 이길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학원교사들은 연구·교수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만 교사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무능력한 교사는 떠나게 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데 대해 찬·반 논란이 첨예하게 전개된적이 있다.
우리는 그의 견해를 충분히 재고해보아 한다. 많은 교사들이 정년을 보장받는다는 안일한 생각때문에 연구·교수활동을 소홀히 하는 것도 사실이고, 교단활동에 헌신적인 교사와 아무런 차별없이 그들에게 동등한 보수를 지급하고 승진·승급도 시키는 철저한 연공서열식 시스템 탓에 교직사회 전체를 경쟁개념이 없는 무기력한 조직으로 만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이 같은 교직사회의 하향평준화가 「교육붕괴」까지 초래하는 요인이 됐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현재의 교사양성과 임용제도, 열악한 학교환경이 교사의 자질에 불신을 초래한것은 차치하더라도 과다한 업무와 바쁜 일정만 탓하며 자기개발을 게을리한것은 분명 교사 자신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당국에서도 전문적이고 유능한 교사로 거듭나도록 연수기회를 많이 제공하도록 해야한다
(3) 지나친 승진경쟁
요즘 교사사회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승진문제다. 새 정부 들어 교사 정년이 단축되고 경쟁체제가 도입되면서, 대다수 교사들은 승진에 조급해지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사람들은 그런 세속적인 가치를 초월하라고 주문하지만, 우리 사회에선 아직 평교사로 정년을 맞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많은 교사들이 이를 치욕으로 느끼거나 무능교사로 낙인찍혔다는 피해의식에 휩싸인다. 이렇다 보니 교사들의 승진경쟁은 대학입시를 방불케 한다. 승진은 철저하게 점수에 좌우된다.
총점은 200점이나 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경쟁자들이 비슷한 점수대에 몰리기 때문에 소수점 이하의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예가 허다하다. 자연히 교사들은 0.01점이라도 더 받기 위해 할 수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0.75~1.25점의 큰 가산점이 주어지는 주임(부장)교사, 벽지학교 근무, 특수학교 근무를 하려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벽지학교에 가서도 1.25점 만점을 다 받으려면 5년을 꽉 채워야만 한다. 교사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명제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으나, 이처럼 과도한 경쟁이 빚어지다 보니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수업 소홀로 인한 학생의 피해다. 승진에 목표를 둔 교사는 실제로 학생을 잘 가르치기 위한 교과연구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는 것이 일선 교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교육의 질을 높이자고 도입한 교사의 경쟁시스템이 오히려 교육의 질을 위협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 요즘의 학교 현장이다.
3). 학생 집단내의 문제점
(1) 집단 따돌림 현상
원만한 인간관계의 발달은 청소년기에 매우 중요한 발달과업이다. 청소년들은 또래집단의 영향을 그 어느 시기보다도 많이 받는다. 자기 이미지 획득이나 진로 선택, 취미생활 등을 하는 데 있어 또래집단의 영향을 강하게 받게 된다. 즉, 비슷한 연령의 또래집단은 청소년기 행동의 기준과 모범이 되고 또한 사회적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이들의 사회성 및 성격발달의 가장 중요한 매개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데 최근들어 우리 학생들 사이에 조화로운 인간관계를 위협하는 따돌림 현상이 만연되는 것은 이들에게는 매우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따돌림의 원인은 우선 획일화된 교육제도이다. 이런 교육풍토는 학생들의 비인간화를 조장할 뿐이다. 교과교육에 발이 묶여 있고, 또한 인성교육이나 도덕성 발달 교육 등의 인간교육에 대한 적절한 교육방법과 내용이 제공되지 못한 학교와 지극히 이기적인 자기 중심화 경향을 지닌 학생들이 생활하는 학교에서 따돌림 현상은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교사의 학생지도능력의 부족과 전문 교사의 부족도 하나의 원인이 된다. 학생들이 따돌림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교사들과 의논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리고 교사들이 학생들의 발달 특성을 연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을 적절히 지도 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학교마다 전문 상담교사를 배치하여 학생집단내의 갈등을 사전에 발견하여 대처하고 발생사안을 신중하고 원만하게 처리하여 학생들사이에 조화로운 인간관계가 유지되도록 해야한다.
(2)학교폭력
학교폭력문제가 특별법을 제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착잡하기만 하다. 실제로 교육이민을 떠나거나 떠나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는 학교폭력을 이유로 꼽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의 학교폭력은 중고교생에서 초등학생으로, 남학생에서 여학생으로 번지고 있으며 단순한 탈선을 넘어 조직화 범죄화되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인터넷 폭력사이트를 모방한 범죄로 피해를 보는 학생도 많다. 이 때문에 숨지거나 자살 정신질환 등에 이른 경우가 늘고 있다. 사건이 알려지면 학교의 명예에 손상이 가고 학교장이나 교사가 문책을 받을 것을 우려해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감추기 일쑤이다. 그래서 가해 학생은 오히려 떳떳이 학교를 다니고 피해 학생은 학교를 옮겨야 하는 모순이 빚어지고 있다. 피해 학생들도 사건을 알리면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보복을 당한다며 신고조차 꺼리고 있어 학교폭력은 늘어만 가고 있다는 것이다.
4). 학부모의 학교교육참여 제도화
학교운영위원회는 그것이 어떠한 권한과 기능을 행사하든지 간에, 그 동안의 폐쇄적인 학교운영을 공개함으로써 학교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그러나 현재 학교운영위원회가 학부모가 부담해야하는 껄끄러운 역할인 학교발전기금의 조성 및 운영을 제외하고는 의결기능이 없는 협의기구의 성격을 띠는데 의문을 제기하면서 시작부터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기구라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우선 학교운영위원회가 빠른 시일 내에 보다 활성화되고 정착되기 위해서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운영을 지원하는 업무를 학교의 업무분장으로 규정하고 학교운영위원회 주임 교사를 신설하여야 한다. 둘째로 학교운영위원의 대표성을 확보하도록 선출시 민주적 적법 절차를 강구하여야 한다. 셋째로 학급단위 학부모회와 교직원회의를 활성화하고 학생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창구나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운영위원이 그저 개인적 수준에서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하는 폐단을 막아야 한다. 넷째로 학교에서는 학교운영위원회에 대한 홍보를 수시로 하여 보다 많은 학교 공동체 구성원들이 학교운영위원회에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여야 한다. 이렇게 할 때 공개 원칙의 회의를 참관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일과시간 중에 회의를 개최하여 생업에 종사하는 주체들의 참여를 제한하고, 학생들의 학습 및 생활지도에도 지장을 주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다섯째로 학교운영위원회에 대한 올바른 연수를 실시하여야 한다.
5).교육기자재의 낙후성
교육투자의 영세성은 한국특유의 거대한 학교, 과밀한 학급, 열악한 시설로 나타난다. 가정과 학교의 1인당 주거공간을 비교하면 가정에서 1인당 8평에서 10평의 공간에서 생활하던 학생들이 학교에서는 0.5평도 안되는 공간에서 생활해야 한다. 교육 기자재 또한 정보화 사회라 이르는 현대사회에서 예를 들어 컴퓨터는 386을 가지고 학습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여 시설의 열악함은 이루 열거할 수가 없다.
시설의 낙후성은 교육비와 직결된다. 교육비의 정부부담수준은 국방비의 부담, 경제 발전의 투자로 뒷전에 밀린 채 심한 저조를 보이며 국제 비교에서도 훨씬 뒤쳐진다는 사실은 쉽게 드러난다. 특히 고등교육에서는 정부의 지원이 더욱 저조하여 1997년 사립학교 교육비의 80% 이상을 학생이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장의 시설과 관련한 문제는 교육에 대한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인데 경제적인 상황과 맞물려 문제점을 지적하기만 할 뿐 더 이상의 논의는 불가능하여 교육문제가 단순히 교육분야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3.한국의 사교육비 문제의 현실
한국의 사교육비 문제는 과열 입시 경쟁과 맞물려 계속하여 문제시 되어왔다.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하여 부모들이 선택한 것은 과외라는 수단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고액과외가 성행하고 과외 공급자의 상혼과 맞물려 망국적 폐해를 낳기도 하였다. 게다가 요즘은 초·중등학생의 사교육은 굳이 입시를 위한 것만 아니라 다양한 예체능 교육에까지 사교육이 급속도로 번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일례를 들자면 1997년 5월 19일자 한국교육신문의 사설을 인용하자면, 우리나라 초 중등학생의 59.4%가 평균적으로 매달 21만 7천 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하고 있어 총과외비는 '97년 GNP의 2.2%에 해당하는 9조 4천여 억 원이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과외를 시키고 있는 가정은 평균적으로 가계비의 16.5%를 과외비로 지출하고 있는 것도 밝혀졌다.
이는 한국의 일년 공교육비 예산에 맞먹는 수치이며, 사교육비의 과다한 지출이 가져다 줄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영향은 그 페해가 심각하리라고 본다.
4. 나오는 말
이상에서 교육의 문제점을 여러 가지의 범주로 나누어 살펴보았는데, 이러한 구분은 다분히 편의적이며 다른 많은 문제점들을 배제할 우려가 있다. 학교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서며, 경제성장도 국가발전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학교가 교육력을 회복하고 교원이 긍지와 사명감을 가지고 교단에 설 수 있도록 근원적인 처방을 해야 할 것이다.
(1) 학교 교육의 정상화
(2) 과외 수요를 줄이기 위한 교육과정의 감축
(3) 학업위주가 아닌 전인적 평가 방식의 도입
4) 방과후 학교 교육의 확충
한국의 교육과정은 일제 해방 이후 서구에 대한 교육적인 식민지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어느 나라든 풍토가 다르듯, 교육 역시 그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풍토와도 같은 기본적인 사상과 철학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교육과정 속에서는, 우리들의 사상과 철학 따윈 없다. 자신의 사상과 철학이 없는 상태에서, 서구의 교육과정을 뒤쫓기만 급급할 뿐이다. 지금의 우리 교육은 교과 중심의 교육과정의 한계를, 인간에 대한 관심과 개인 존중적인 경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서구의 교육과정으로 노력 없이 다시 받아 들이려 한다.
그렇다고 그들의 교육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서구의 교육과정은 그들의 사상과 철학을 바탕으로, 그들이 주체가 되어 오랜 시간 동안 연구 개발하고 시행착오 과정을 통해 형성된 노력의 결과이기에 문제시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의 교육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서구의 교육을 뒤쫓기보다는, 우리의 색이 있는,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 맞는 교육과정을 우리의 생각으로 우리가 주체가 되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한국 교육이고 교육과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