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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마산 장군바위. 윗부분이 돌화살촉처럼 생긴 3층 바위인데, 형상이 구석기 시대 거석유물을 연상케 한다. |
- 대한 정류장~장군바위~용주암
- 총거리 11㎞로 4시간30분 소요
- 지장암·묘지 지나 한 시간 오르자
- 나무 휘감은 주홍빛 담쟁이넝쿨
- 23년 전 대형 산불의 상처 보듬어
- 정상은 숲에 가려져 되돌아 하산
- 김유신 장군 전설 서린 장군바위
- 구석기 시대 거석유물 연상케 해
죽음이 아름답게 기억되는 것은 헛되이 스러져 소멸하지 않고 새로운 삶의 밑거름이 될 경우이다. 산에 갈 때면 늘 죽음이 삶을 뒷받침하고, 삶이 죽음을 껴안는 경이로운 생명의 현장을 목격한다. 비바람에 쓰러지거나 인위적으로 잘려나간 나무줄기와 가지, 그루터기는 물론 떨어진 잎사귀 하나도 그냥 사라지는 것은 없다. 주검을 바쳐 버섯과 이끼 따위의 뭇 생물에게 삶의 터전을 내주거나 썩어 흙으로 돌아가 씨앗을 품고 새싹을 틔우는 자양분이 된다.
삶과 죽음의 이런 선순환적 관계는 특히 산불 현장에서 인상적으로 드러난다. 시커멓게 불탄 나무줄기나 등걸과 그곳에 뿌리내린 짙푸른 이끼의 강렬한 보색대비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번 산행지인 경북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의 명마산(鳴馬山) 자락에서 이를 확인했다. 1992년 4월 불이 나 임야 3㏊를 태웠던 이곳에는 아직 피해 잔해가 일부 남아 있었지만, 화마가 휩쓸고 간 대부분의 땅에 길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숲이 우거져 있었다. 생사가 서로 스며들어 통일체를 이룬 숲 속에는 생명의 도도한 물결이 일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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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홍빛 담쟁이넝쿨이 아카시아나무에 칭칭 휘감겨 있다. |
이번 산행은 그래서 '체험 자연철학 강좌'라고 할 수 있다. 산행은 명마산 정상(501m)과 장군바위(620m)를 거쳐 팔공산 갓바위 아래 용주암에서 하산하는 코스다. 총거리는 약 11㎞, 4시간30분가량 걸린다. 산행 코스의 전반부는 숲이 울창한 육산이지만, 후반부는 기암괴석이 즐비한 암산이어서 지세가 다른 두 개의 산을 타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명마산 능선에는 화강암이 풍화한 마사토가 깔려 있다. 산 아래로 흐르는 박사천(博沙川)은 마사토가 하천 양안에 퇴적되어 모래밭을 형성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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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마산 능선에서 바라본 팔공산 갓바위(정상). |
김유신(595~673) 장군이 소년시절 인근 무학산(575m) 불굴사 원효굴에서 삼국통일의 대업을 위해 이루기 위해 수련하고 나왔을 때, 맞은편 산(명마산)에서 백마가 큰 소리로 울며 승천하는 것을 봤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명마산이란 지명은 이 전설에서 유래했다.
산행은 대한리 엄마네식당 옆 골목으로 진입하면서 시작한다. 골목에 들어선 뒤 30m가량 떨어진 지장암을 지나 직진한다. 5분쯤 후 묘지에서 왼쪽으로, 30m가량 후 나오는 묘지에서는 오른쪽으로 길을 잡는다. 30분쯤 후 철탑에서도 오른쪽으로 진행하다 15분가량 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10분쯤 후 키 큰 아카시아나무들을 만난다. 주홍빛 담쟁이넝쿨이 녹색 잎사귀가 치렁치렁 달린 나무줄기를 칭칭 휘감고 있다. 23년 전 발생했던 그 산불 현장이다. 이곳 생명들은 그날의 아픔을 잊지 못하는 것일까. 나무 밑동에서 줄기와 가지로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듯한 모양새의 담쟁이 넝쿨이 지난 상처의 기억을 호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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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공산 용주암의 돌불상들 |
산불 피해 구간은 그동안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끊어지는 바람에 길을 식별하기 어려우니 국제신문 리본을 확인하지 않으면 헤맬 우려가 크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15분쯤 후 만나는 갈림길에서는 왼쪽으로 진행한다. 50m가량 더 가면 명마산 정상이다. 정상은 숲에 가려 '시계 제로' 상태다.
정상에서 앞선 갈림길로 되돌아와 오른쪽으로 하산한다. 15분가량 가파른 내리막길이 이어지니 미끄러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30분쯤 후 갈림길에서 직진하다 10분가량 후 나타나는 갈림길에선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3분쯤 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5분가량 걸으면 너럭바위가 나온다. 여기서 비로소 시야가 트인다. 무학산과 환성산, 대구와 경산의 경계인 능성고개가 눈에 들어오고 산세도 암산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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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 명마산 기슭의 화재 현장 |
30분가량 후 우뚝 솟은 장군바위가 산행팀을 맞는다. 김유신 장군의 전설이 서린 이 바위의 형상이 기묘하다. 윗부분은 돌화살촉을 닮았다. 게다가 맨 아래 길쭉한 바위 위에 평평한 돌을 받친 뒤 돌화살촉 모양의 바위를 올려 쌓은 3층 구조여서 구석기 시대 거석유물을 연상케 한다. 장군바위를 뒤로하고 100m가량 능선을 타고 올라가면 갓바위가 보인다. 이후 50분가량의 거리에서 만나는 두 곳의 갈림길에선 모두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가면 용주암에 닿는다. 용주암과 갓바위의 거리는 1㎞쯤 된다. 용주암에서 임도를 따라 50분가량 내려오면 산행 종착지인 약사암 입구 정류장에 이른다. 출발지로 돌아가려면 여기서 803번 버스를 타고 대한리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 교통편
- 부산역서 하양·경산역행 열차
- 버스 환승 대한리 정류장 하차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부산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하양역에서 내린다. 이어 하양역 건너편 정류장까지 400m가량 이동해 803번 일반버스를 갈아타고 대한리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다른 방법은 부산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해 경산역에 하차하는 것이다. 그 후 서부1동주민센터 앞 정류장까지 270m가량 이동한 뒤 역시 803 일반버스를 갈아타고 가다 대한리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803번 버스는 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문의=스포츠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