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혜 선생님, 어제 수고 믾으셨습니다. 멀리 남양주에서 오셔서 학생 한 사람 데리고 차근차근 잘 가르쳐 주셨습니다. 여러 분들이 오셔서 저처럼 좋은 기회 가지셨으면 좋았을텐데... 좋은 강의 열어주신 김호성 선생님께도 감사 말씀 드립니다. 폐강되지 않아야 할텐데...
김호성 :
보살님, 감사드립니다. 세상이 어떻다 어떻다 해도, 선한 뜻을 세워서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친구가 있다라고 저는 믿습니다. 공자님께서 말씀하신, "덕있는 이는 외롭지 않다. 이웃이 있기 때문이다.(德不孤, 必有隣)"라는 말이 그것입니다.
또 저는 믿습니다. "완벽하게 외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무리 외롭게 보여도, 그 사람에게도 한 사람의 친구는 있다. 죽었을 때 울어주는 사람이 한 사람은 있다는 것을, 저는 압니다. 보살님께서 안 오셨더라면, 김근혜 선생은 더욱더 외로웠을 것입니다.
그날 김근혜 선생과 보살님의 '개인교수' 수업을 바라보면서, 제게는 저 과거로 밀쳐두었던 두 장면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시간강사로서 첫강의를 한 것이 아마도 1991년인가, 한 20년 전의 일입니다. 대전대학교의 어떤 교수님께서 저를 (당시 보조사앙연구원의 간사로 일하는 저를) 좋게 보시고, 그 학교의 야간수업 중에 '현대사회와 종교'라는 교양과목을 맡겨주었습니다. 이게 제 첫 데뷔무대였습니다. 그 선생님은 이후 작고하셨는데요, 당시 그 학교 교무처장이었습니다. 그때 저희 집이 의정부 용현동이었습니다. 거기서 대전시 동구 용운동의 대전대학교까지 차를 바꿔타고(택시, 전철, 기차, 다시 택시), 물어물어 갔습니다.
어두운 강의실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끝내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폐강(廢講)되었습니다. 이렇게 저는 데뷔 아닌 데뷔를 했습니다. 폐강의 추억 첫 장면입니다. 물론, 그날 들었던 경비는, 교통비와 식대는 그 누구도 지불해주지 않았습니다.
또 생각나는 한 장면은 몇 년 전인지 기억이 없습니다만, 아마도 홍 전총장 당시의 일로 생각납니다. 이분이 들어와서, 갑자기 전공수업의 폐강기준을 4명미만에서 6명미만으로 변경하였습니다. 6명의 학생이 와야 강의가 됩니다.
그런데, 학기 시작하던 당시 수강신청을 받아본 결과 제가 맡을 "인도의 예술과 미학"이라는 수업을 듣겠노라 신청한 학생이, 우리 과 학생이 단 2명. 김문형과 신현경입니다. 4명이라는 절대적인 숫자를 더 채우지 않으면, 폐강을 맞이합니다. 이때 구원투수로 불을 꺼준 것이 문형입니다. 당시 경영학과인가, 복수전공을 하고 있었는데 같이 수강하면서 친구로 알게 된 무역학과 학생 1명, 그리고 경영학과 학생 2명을 데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 과 당시 학과장 선생님께서 공대 학생 1명을 섭외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살아났습니다. 강의를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모인 외인구단이 어떻겠습니까? "인도의 예술과 미학"이라는 공부에 충실하겠습니까? 충신하지 않는다고 점수 안 줍니까? 교수는 이미 무장해제된 터에 말입니다. 적어도 우리 아이들, 문형이와 현경이는 매번 결석하지 않고 수업에 나와주어야 강의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어느날의 일이었습니다. 문형이는 어디를 갔는지, 현경이 혼자 덩그라니 앉아있더군요. 다행히도 말입니다. 75분 수업, 어느 때 보다 판서도 많이 하고 1 : 1 개인수업을 마쳤습니다. 이후 문형이는 졸업하고 제 희망대로 금융회사에 취직을 했는지 연락이 없고, 현경이는 이화여대로 편입을 갔고(어느 해 방학 끝나고 오니 아이가 없어서, 물어보니 이대 철학과로 편입을 했더라구요), 우리 아카데미 강의에도 한 번 나오더니 요즘은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학과장이나, 조교, 특히 학과 행정조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바로 이렇게 학과에서 개설된 수업의 폐강을 막는 것입니다. 강사선생님 수업도 물론이지만, 교수들 수업이 폐강되지 않도록 '사력'을 다해서 막아야 합니다. 그것이 가장 큰 임무(?)입니다. 조교는 학기초만 되면, 아이들 붙들고 "살려달라" 하소연합니다. 교수를 대신해서 하는 것이지요.
아이들도 할 짓이 아닙니다. 아니, 들어올 때는 불교대학 들어오면 복수전공할 수 있다고 하더니, 복수전공을 들을 수도 없이, 전공수업을 들어주어야 한다고 애걸복걸하고, 시달리게 된 것입니다. 이런 세월을 살았습니다.
작년에 불교대학 3과가 불교학부로 통합되었습니다. 이름이 '불교학부'입니다. 불교학과는 '불교학부'라는 이름으로 그 이름을 유지하였지만, 선학과나 인도철학과는 그 이름을 유지하지 못하였습니다. 이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습니다. 혹자는, 통합을 반대하는 사람이나 비판하는 사람이나 인도철학과 교수를 향해서 비난하는 말을 합니다. 학과가 없어지는데도, 통합을 열심히 반대하지 않았다고 말입니다.
그 말씀이 옳기는 합니다. 열심히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아닙니다. 저의 경우에는 아예 백지수표를 통합을 위한 학과 대표(당시 학과장 선생님께)에게 위임하였습니다. 무조건 찬성이었습니다. 경영학과 학생 빌리고, 회계학과 학생 빌리고, 공대 학생 빌리고 해서, 그러고서도 한 학생 데리고 강의했던 형편에, 우리를 지켜줄 학생들이 없는 형편에, 무슨 이야기를 더 합니까?
학과통합이 이루어진 뒤에는 이러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통합 이후는, 통합을 하면서 과목 수를 줄인 덕분도 있어서인지 폐강 걱정은 안 하고 삽니다. 하지만, 강단에 서는 사람을 언젠가 습격할 수 있는 맹수가 폐강입니다. 그 공포와 불안에 시달리면서, 오늘까지 20여년을 살아왔습니다.
김근혜 선생의 '개인수업'을 보면서, 이제는 우리 조교들이 했던 일을 제가 해야 될 것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교편을 직접 잡는 선생님은 그런 일은 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차라리 폐강을 당할 지언정, 학생들에게 직접 구걸을 하는 것은, 모셔와서 가르치는 것은 아니랍니다. 그런 일은 "조교"들이 해주는 것이고, 다른 학생들이 해주는 것이고, 우리 아카데미에서는 저나 다른 보살님들이 하는 것이지요. 아시겠어요? 무슨 말인지, ---가 그런데 김여정 씨와 김영목 선배는 일본어를 조금이라도 배워본 적이 있나요?
감사합니다. 날짜는 매주 목요일 저녁 7시입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일본어 잘 하시지 않나요? 어차피 공부하시려면 김춘호 선생님의 원전강독으로 가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물론, 거기가 더 수준높은 수업입니다. 일본어 수준에 따라서 중급이나 원전이냐 갈리거든요. 알아서 판단하세요. 우리는 환영입니다. 멀어서 고생스럽겠습니다만 --- 나무아미타불
하하하, 그럴 것입니다. 대개 '영감'들은 사실은 '아이'들이거든요. 영원한 아이 ---. '엄마'가 있어야 합니다. 엄마 치마를 붙잡고 한바퀴 돌면서, 칭얼대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제대로 돌아갑니다. 철이 안 들어요. 우리 '영감'들 말입니다. 아마 금생에는 어려울 것입니다. '엄마' 노릇도 잘 해주셔요. 그것이 관음의 구제행입니다. 나무아미타불
첫댓글 어제 1기생부터 3기생 중에서 '기초일본어', '초급 일본어'를 들으신 분들께 두루 전화를 한 덕분에 7명이 출석해 주시겠다는 약속을 얻어냈습니다. 다들 오신다면 문제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나무아미타불
저도 전화 돌리고 있습니다. 우선 저는 2명 확보했습니다.(김여정 선배와 김영목 선배) 나무아미타불
교편을 직접 잡는 선생님은 그런 일은 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차라리 폐강을 당할 지언정, 학생들에게 직접 구걸을 하는 것은, 모셔와서 가르치는 것은 아니랍니다. 그런 일은 "조교"들이 해주는 것이고, 다른 학생들이 해주는 것이고, 우리 아카데미에서는 저나 다른 보살님들이 하는 것이지요. 아시겠어요? 무슨 말인지, ---가 그런데 김여정 씨와 김영목 선배는 일본어를 조금이라도 배워본 적이 있나요?
김여정 김영목 두 분은 중급에 들어올 형편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새로 배워야 할 입장이더라구요. 나무아미타불
히라가나 부터 배울 사람은 안 됩니다. 명색 중급이 아닙니까? 중급보고 오는 분들에게, 메이와쿠(迷惑, 폐)가 되면 안 되잖아요? 레벨보고, 전체평균에 안 맞는 사람은 오지 말라 하세요. 나무아미타불
저라도 들으면 안될까요? 격주 수업도 괜찮은데....(논문 땜에 준비가 부실할 수도 있겠지만 일주일에 한 번은 어차피 산스크릿 스터디 땜에 밖으로 나오는 지라 날짜만 맞으면 참가가 가능하지 싶어요. 근데 서울대에서 동국대까지 오가려면 만만치는 않겠네요.)
감사합니다. 날짜는 매주 목요일 저녁 7시입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일본어 잘 하시지 않나요? 어차피 공부하시려면 김춘호 선생님의 원전강독으로 가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물론, 거기가 더 수준높은 수업입니다. 일본어 수준에 따라서 중급이나 원전이냐 갈리거든요. 알아서 판단하세요. 우리는 환영입니다. 멀어서 고생스럽겠습니다만 --- 나무아미타불
저녁 7시면...좀....애들(중2, 고2)이랑 영감이 귀가하는 시간이라 힘들 것 같군요. 아쉽네요. 저녁 제대로 안차려주면 마누라한테 자신이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요ㅡ.ㅡ;;
하하하, 그럴 것입니다. 대개 '영감'들은 사실은 '아이'들이거든요. 영원한 아이 ---. '엄마'가 있어야 합니다. 엄마 치마를 붙잡고 한바퀴 돌면서, 칭얼대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제대로 돌아갑니다. 철이 안 들어요. 우리 '영감'들 말입니다. 아마 금생에는 어려울 것입니다. '엄마' 노릇도 잘 해주셔요. 그것이 관음의 구제행입니다.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