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동에 부는 바람
동명동에 부는 바람은
늘 비릿하다
시간을 횡단해 온 해풍에
절인 갯내음 가득하고
어시장 노점상 좌판위에서
생을 끝낸
동중국해 조기 그 허망한 눈빛엔
내일이 없다
인도人道까지 점령한 생선들의 교수형이
지전紙錢 몇닢과 교환되기 위해
겨울, 저문 햇살에 건조되고 있는데
오늘도 동명동엔 바람이 불고
50cc 오토바이 뒷자석
젊은 미니스커트 하나가 커피쟁반 가슴에 안고
동중국해 생선되기 위해 미끼를 찾아간다.
먼훗날 그가
다시 동명동에 돌아왔을 땐
그도 빨래줄에 걸려서
겨울 해풍에도 맨살 드러내놓고
더 얆어진 지전 몇 닢을 부르겠지
동명동에 부는 바람은
인간마저도 비릿하다.
■동명동. 목포시 선창가에 위치한 동네 이름.
동명동 그곳엔 항상 소금끼에 절인 해풍과 생선들의 비릿한 냄새들이 젖어있다.
질박한 삶이 있고, 거래를 위한 아귀다툼이 있고,
동중국해에서 막 돌아온 낡은 어선이 있고,
배달 전문인 다방이 있고, 뒷골목 어디쯤엔 '쉬어가세요. 좋은 아가씨 있습니다.'를 호객하는
늙은 포주가 아직은 전설적으로 존재하고 있고,
오랜만에 여자 살이 그리워 커피 한잔에 한 10만원쯤 선뜻 내놓고
욕정을 해갈하려는 수염 듬성듬성한 어부가 있다.
인도人道위에 건조되는 생선은 인간의 입맛을 돋구고,
미니스커트의 다방 아가씨는 먼바다에서 막 돌아온 어부의 주머니에 입맛을 돋구고
나는 나내로 동명동의 그런 풍경에 삶의 입맛을 돋군다.
살아있음으로 볼 수 있는 눈물겨운 풍경을 동명동에서 본다.
*뜨락카페1 시절에 한 번 올렸던 글입니다.
그때 데미안누님께서 느낌이 참 좋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내륙인 대구에서는 구경할 수 없는 풍경이라 그리하셨겠지요.
그리고 다음에 혹, 목포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동명동 선창가를 찾아보시겠다고 하신 말씀 아직도 기억합니다.
저, 곧 다시 동명동이 있는 목포로 내려갑니다. 목포에서 자리를 잡으면 한 번 들려주십시요.
그리하여 광주 쪽으로 건너가 수가님, 가을 달님, 모악님도 만나뵐 수 있겠지요.
그런 날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윤승일
첫댓글 소금끼 배인 동명동 바람에 옷깃부터 여밉니다.. 춥습니다... 지금 창으로 불어오는 바람 또한 동명동을 휘돌아 여기까지 왔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바람에겐 그 어떤 벽이 없지요... 늘 떠 도는 마음,바람,...
바람되어 날으기도 하고 바람에 말라 오그라 들기도 하는 마음 우리 모두가 바람이지요.. 스쳐 가다가 멈추기도 하고 쉬기도 하고 오래 머물기도 하고.... 바람에 냄새가 배이기 시작하면 무거워질까요? 삶이 더께로 쌓이면 .... 쉬어야 하겠지요... 눈물겨운 풍경이지만 입맛돋구는 에필로그
우리는,,,내일이 없는 생선을 먹고..기운을 차리고.,,그기운으로 벌떡 일어나 빨랫줄에 빨래를 널수 있다고....목포..봐야 할곳이 많은디...그 카페리호인가 몬가도....쎅스폰 연주가 혼을 날려버린다며...? ㅎㅎ^^*
목포와 군산,비슷한 점이 많은 도시입니다.저는 군산입니다. 목포는 유달산, 군산은 월명공원. 목포는 동명동이 있으면 군산은 해망(바다를 바라보는)동이 있습니다. 처음 목포에 갔을 때 동명동을 보면서 비릿내나는 선착장의 어물전 모습.좋앗습니다.지금도 그 비릿내가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