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름표
청주에서 태어나 가운데가 청(淸)
돌림자인 호(浩)
청주를 떠나지 말라고
아버지께서 주신 나의 이름
열 한살이 넘어서 이름을 풀어보니
액이 껴서 수시로 병치레한다고
한지에 붉는 음각의 도장 자국
신(申) 성(成) 호(浩)
교복 주머니에 꼭 넣고 다니라던 어머니
대기만의 성(成)자를 작명가한테 받아온 날
꼬쟁이 속주머니가 꺼내시며
백자사발 물 한 그릇 떠 놓고
빌던 그 이름
문장가가 되라는 엄마의 서원(誓願)이
나에게 당도하자 미신같은 이름 싫다고
언짢은 태도롤 부적을 던져 버렸다
절하며 보여주는 부담이 다가오
반항하며 청승(淸勝)이라 하였다
'청호는 무엇이든 승리한다'고
소소한 꿈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고
조치원 이모할머니가 왔다 간 뒤로
청승(淸僧)이란 사람이 나와
청승(淸勝)으로 이름을 지어
할아버지의 귀여움을 산다고 믿어
내 스스로의 싸움에 이겼다고
지금도 가족들은 '청승맞다'고 놀리지만
이순이 넘은 이 나이에
그래서인지 소소한 꿈을 이루며
도도하게 청주서 살아간다고
- 시 「너의 이름표」 전문
시인 신청호의 삶을 유추하면 고뇌와 긴장이 감지된다.
진즉 유일성과 생명임을 깨우친 것 같다.
생에서 인생관 구축기는 중요하다. 존재의 뿌리인 거대한
가문과 자기 이름에 오점을 찍을까 경계하여 의식과 행동을
통제한다. - 생략 - 손희락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