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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서 온 글을 보내본다 스코트랜드 실수로 빨갱이 팀이(북한) 들어오는데 남한 국기를 들어보였다고 축하하랜다. ㅎㅎ스코트랜드가 남편의 고향이다
--------- 원본 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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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love? 얼씨구? 몇 자 쓰지 않는 메일에 이 정도인데 통화 할 때는 가당치도 않습니다. 친구가 동양식으로 "나혼자 즐겁자고 당신 혼자 둬서 미안하다." 하니 "당신의 잔소리가 그립다."며 애교를 떨던데 뻐터를 먹어서 그럴까요? 메스껍습니다.
그들의 역사래야 세계사 시간에 주어들은 간단한 것 뿐이어서 우리는 스코트랜드, 북 아일랜드, 웨일즈 그리고 일글랜드가 합쳐져서 유니온잭이 나왔다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자기네 국기가, 국가가 따로 있고 그 중에도 스코트랜드는 저돌적이고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숀 코네리는 훨씬 더 하다고 합니다.
런던 올림픽과 친구 부부.
'이안'은 스타킹에 커다란 체크무늬 스카트를 입고 백파이프 연주가 취미인 전형적인 스코티시입니다. 스코트시의 실수로 빨갱이(북한) 입장시 태극기가 걸렸고 so angry they walked out..... 그 남자의 메일을 보고 통쾌하게 웃었지요.
태극기와 유니온잭의 경기가 있던 날 홈그라운드 잇점속의 영국을 눌러 버리고 나니 이안 생각이 났습니다. 또, 애들은 어딜 응원했을까? 다음날 " 이안 기분이가 나빴겠네?" 했더니 월드컵이 아니어서 괜찮다고 했습니다. 올림픽 축구는 별로로 여기는데 더구나 스코트랜드도 아니고, 영국 단일팀이라 호흡도 맞지 않고 '신이여, 여왕을 보호하소서'하는 영국 공식 국가가 나오면 야유한다고 하니 모래알처럼 잘 엉키지 않는 관계인가 봅니다.
그보다 럭비 때는 온통 난리가 난다고 합니다. 럭비 경기장에선 그야말로 진풍경이 벌어지는데 경기 있기 며칠전부터 흥분해서
경기장에서 여자들은 브래져를 벗어 던지고 남자들은 알몸으로 경기장에 뛰어 들고 경찰은 담요를 들고 뛰어 가 덮어 버린다 합니다.
런던 올림픽 순위에 한동안 태극기 아래 유니온잭이 있었지요. 그 아래 프랑스가, 그 아래 독일이. 태극기 밑에 줄줄이 그런 국기들이 있던 항홀한 기분은 올림픽이 아니고선 불가능 했을 것입니다. 지금이야, 유니온잭이 태극기 위에 있지만 그래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꿈만 같습니다.
'감자 심고 수수심는 두메산골 내 고향에~' 오매불망 호박, 고추 뭐 그런 것을 꿈꾸며 코쟁이 남편 앞에서 '가련다, 떠나련다~'를 호기롭게 부르며 제 앞에 나타난 친구 얘깁니다. 그 남편도 자기 고국을 떠나 살기에 마누라의 기분을 익히 알고 있어서 그리고 자기 또한 은퇴 후 고향속으로 왔다리 갔다리 할 계획도 갖고 있어서 마누라의 희망사항에 협조적입니다.
두어달 여기서 지내는 동안 친구 생일이 있었는데 생일이벤트 해 준다고 날아온 그 남자에게 싹싹하게 해 줄 것을 당부했지요.
겸사겸사 휴가도 즐기고 가겠거니 했는데 일이 바빠 3일만에 가는 코쟁이 뒤통수에다 떨어져 사니 싸우지 않아 좋다고 턱도 없는 멘트를 날렸다지 뭡니까?
맨날 허니, 달링 하면서 뭐 때문에 싸우는데? 그랬더니 그 남자 수시로 집안을 손 보는데 애들처럼 온갖것 다 늘어 놓고 치우지를 않아서 그 게 싫다는 것입니다. 그 남자는 요리도 좋아해서 자기 식사는 거뜬히 해결하고 식구들 위해 에프론을 즐겨 입는데 자기가 해 준 요리가 맛이 없다하는 마누라가 섭하다고 티격태격한답니다. 싸우는 이유 소박도 하셔라.
이 친구의 고민을 밝힙니다. 호박을 심어 잎도 무성하고 호박꽃도 무지 많이 피었는데 호박이 안 열려 여기저기 알아 보았답니다.
어떤 아저씨가 벌이 수정을 해 줘야 하는데 벌이 없어서 그러니 붓으로 이꽃 저꽃 꽃가루를 뭍혀 보라 했다며 제게 해 달라고 해서 원하는 대로 해 주었습니다. 호박이 곧 열리겠지 하고 기다려 봐도 꽃만 꽃만 피고 마는 게 아닙니까?
그 아저씨 보다는 좀 더 알겠지하는 사람을 만나 물어보니 호박은 암꽃과 숫꽃이 결정되어 태어난다고 했습니다. 아기가 태어날 때 남자고 여자이듯 말입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1센티도 채 되지 않은 동그란 호박 새끼 같은 게 있었습니다. 조그맣고 동그란 호박위에 입을 야무지게 다물고 있는 호박꽃 새끼 같은 것도 분명히 보았습니다. 며칠후 전화가 오기를 그 호박이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호박꽃은 엄청 피고 있다는데 그 집엔 전부가 남자 호박꽃이랍니까?
호박꽃 밑에 호박을 달고 있어도 수정이 되어야 호박이 큰대나? 어쩐대나? 동네 할매가 그랬다는 것입니다. 누군 태어날 때 남자와 여자가 결정 되는 것이니 수정여부와 관계가 없다 하고 농고 출신 아저씨는 붓으로 수정을 해 주라하고 호박을 깔고 있어도 벌이 날아와야 한다하니 저는 혼란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기왕에 호박이 달렸으니 그 게 그냥 커 주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할매의 말이 맞으려면 그 호박은 어디로 가 버린다는 것인지, 대체 달려 있던 호박은 어찌 되기에 그 위에 달린 꽃에게 수정을 해야 한단 말인가? 요즘은 벌이 많이 온다는데 벌이 와도 호박이 안 열리는 것은 왜 이며 기왕 달려 있던 호박은 수정이 안 되면 떨어져라도 버린다는 말씀인가?
농고출신 아저씨 말은 틀렸단 말인가? 토종식물이니 야생화니 하는 아저씨의 말-암꽃과 숫꽃이 타고날때 정해진다는 말-이 맞으려면 벌이 수정해 줘야 한다는 것이 틀려야 하고..... 참, 어렵고도 어렵습니다.
친구는 제게 숙제를 준 것이고 전혀 머뭇거리지 않고 어찌 된 것인지 며칠후면 소신껏 물어 볼텐데 걱정입니다. 다 그럴싸하게 들렸는데 대체 어떻게 해야 호박이 열리겠습니까? 그것이 알고 싶습니다.
브라질과 축구 경기를 앞두고 마음을 가라 앉히려 카페에 들어 왔다가 글을 쓰는 도중 경기가 시작되었고 어려우리라 예상은 했지만 브라질과 경기를 갖었다는 것으로 마음을 달래며 4강에 코리아를 넣어준 우리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또, 동 메달을 놓고 한일전을 치루는 11일 우리 선수들에게 무슨 말로 응원을 할까요. 체력도 체력이지만, 심장은 또 어떨꼬? 펠레가 브라질이 이길것이라고 예언을 했더라면 코리아가 이겼을텐데 펠레는 말을 아꼈는가? 그 옛날의 펠레는 어디로 가고 나 같은 사람에게서 이런 말이나 듣고 있나? 펠레여!
첫댓글 맛깔스럽게 쓰신글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소질이 뛰어나신 것 같습니다.
김종대 선생님! 꽁짜로 나가시면 어쩝니까? 호박은요?
호박꽃은 자체수정도 할 수 있고 또 안할수도 있습니다.. 사람에게도 자주는 아니지만 아주 드믈게 스스로 수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웰 다잉 -인생멋지게 내려놓는 방법>에 나와 있습니다.. 혜련님의 글 솜씨가 탁월하시군요.. 고맙습니다.
호박 글을 올릴때 심정은 호박 달리게 하기가 이리도 어려운데 대체 호박은 왜 그리 쌀까? 흔하고 흔한 것이 호박인데 내가 보고 있기에 호박이 안 열리는 것인가? 요즘 젊은이들이야 벼슬하는 것처럼 배 뿡~ 내 놓고 유세하고 다니지만 우리 때는 그저 부끄럽기만 하다가 시집에 가야 비로소 배 뿡 ..... 김진수 선생님의 글을 보고 답글 달기가 민망하던차 강순금 선생님께서 나타나셔서 용기를 갖고 찾아 왔습니다. 자체 수정도 할 수 있고 안 할 수도 있고 그렇다고요? 아이, 참 쑥스럽구먼요.
ㅋㅋㅋ 진즉 볼것을, 호박꽃은 암수는 작은 유리구슬정도 크기의 호박이 달려 그 위에 꽃이 활짝 피어요
숫꽃은 열매 없이 꽃이 활짝피지요 암꽃을 벌려 놓고,
활짝핀 숫꽃의 꽃잎을 벌려서 중앙에 거시기처럼 튀어나온 수술을 검지 검지로 끈어서 암수꽃에 살살 발라주세요 그 다음 날이면 호박이 크는 것이 보입니다.
울 집에 단 호박을 심었는데, 몇 개 접붙이고, 수꽃만 피어서 (암 꽃이 피지 않아서 4개로 마감함)
접붙이지 않으면 암꽃에 달린 호박은 자라지 못하고 누렇게 되어 떨어지고 말아요
무쟈게 달고 맛있네요
ㅎㅎㅎ 처음부터 조물주의 계획이랍니다.
채소도 암꽃이 수효가 절대 부족이네요
강순금 선생님 잘 오셨어요. 정말 구세주 같습니다. 처음엔 그저 궁금해서 앞, 뒤 안 가리고 글을 올렸고 제가 그리 간절히 원하는데 왜, 그냥 들 나가실까? 몹시 섭섭했습니다. 제 기억으론 호박 주위에 구덩이를 파고 인분을 묻어 두었지요. 계분이라도 묻어 주라는 영양가있는 답변을 기대했습니다. 벌 떼 같이 많이도 다녀 가셨더구만 야박스럽기 짝이 없다고 섭섭해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뭐를 쓴거야? 갑자기 머시기해졌지요. 이래서 댓글을 달기가 거시기 했으렸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니 미칠 지경이 되었지요. 날이 더워 내가 돈거야.
강순금 선생님! 호박꽃에 대해 얘기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선생님이 나타나기 전까지 앞으로 갈 수도, 뒤로 갈수도 없었답니다. 이 노릇을 어찌할꼬? 주어 담기엔 늦었고 나 이제 알았어요. 그럴 수도 없고 날씨만큼이나 확확 얼굴은 달아 오르고 그랬거던요? 그건 그렇다 치고 그 물건-호박꽃-은 괴상한 생리를 가졌군요. 개똥이, 쇠똥이 말이 다 맞았네요. 그렇죠? 무엇이든지 물어 보세요. KBS가 아니고 강순금 선생님께.
박정희님의 부부생활 (일상 살아가는 ) 이야기를 잠시 관음합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부는 살을 맞대고 같이 살아야 옳은 것인데~~.무슨 사연이 있길래~?
'Out of sight Out of mind" 안보면 마음도 멀어 진다. 멀리있는 친척이 가까운 이웃만도 못하다.
박정희마눌님 생일 축하차 다녀간 이안서방.호박 키우는 것도 좋지만 이안 키우는 것도 ~~ㅎ.
넝쿨식물 호박, 오이, 참외, 수박등은 태어날때부터 외관상 암수 성징를 갖고 태어나지요.
암꽃피고 빠른 시일내 숫꽃의 화분을 못만나면 낙과하지요.
여성이 XX염색체 배란후 XY염색체 남성의 정자를 만나지 못하면 죽어 생리로.
조물주의 종족보존의 법칙.호박과 생리라.
친구가 자기쪽 만남 때 가끔 저를 합석시키는데 위험수위를 들락날락하는 대화에 마음 졸이기도 했었지요. 착한 마음씨를 가져야 좋은 사람인 줄 알고 있었는데 서양사람들의 생활을 들여다 보니 그건 <좋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만나서 즐거워야 좋은 사람이랍니다. 배창랑 선생님의 말씀은 최소한 그들에겐 고전이고요, 상대가 원하는 것은 서로 인정하면서 굳이 자기 방식대로 끌어 들이려 하지 않더군요. 서방님이 언제언제 친구들 모임에 당신과 꼭 같이 가고 싶어 하면 "O,K" 그렇게 지내더군요. 늦 봄에 와서 한 여름이 끝날락 말락하면 걔는 돌아 갑니다. 이안 서방님 다 컸으니 호박만 잘 크면 되요.
야생화 답사 때 정진해 전 원장님께 물었습니다. 남자 꽃도 있냐고요. 모든 꽃은 다 여자라 하셨지요. "꽃이 지고 나면 씨를 맺으니 여자가 맞지요?" "아, 하 그렇군요." 어설픈 지식을 호박에 대입시킨 결과 모든 호박꽃에는 호박이 있어야 한다고 믿어버린 결과가 요모양으로 동네방네 풍기문란하게 하고 말았군요. 고요한 진흥원의 분위기 해친 죄 인정합니다.
양코배기 사돈 만나러 가는 건 구실이고요, 정작은 당신의 회갑을 자축하러 동유럽 가신 정진해 스승님을 욕되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꽃은 여자' 라기 보다 '씨를 맺는 모든 꽃은 여자'라 하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그러니까 전제를 까먹은체 진리의 한 도막만 들쳐 잡고서 맞느니, 안 맞느니 입방아 찧지 않았나 싶습니다.호박에게서 한 수 배웁니다.
오늘 새벽 동메달을 놓고 견주었다기 보다 한국과 일본의 전쟁이었습니다. 그 경기가 스포츠일 수 만은 없는 그 무엇이 있어 우리는 똘똘 뭉쳤고 이겼습니다. 그것도 완벽하게 이겼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때 부천역에서 빨간티 입은 우리 붉은 악마들 너나없이 어깨동무 하고 대~한민국 외칠 때 눈물이 났습니다. 알바 총 동원하여 새우버거(한 번에 새우패티 많이 튀길 수 있어 제일 빨리 만들 수 있슴)와 콜라, 가게 앞에 좌르륵 늘어 놓았습니다. 하도 많이 몰려 들어 사고 날까봐 나중엔 콜라만 뿌렸지요. 영국전에서 시작하여 일본전을 끝으로 또, 한일 월드컵 회상까지 뜨거웠던 순간들 가슴에 간직한 체 저 일상으로 돌아 갑니다
허허허, 드디어 옥상 텃밭을 가꾸는 도시농부의 의문이 풀렸나보네요. 내가 살던 동네에선 '농고'를 '똥통학교'라고 했지요. 인문이 실업의 어깨를 잡고 있던 시절 얘기죠. 그 농고 출신이 보다 확실하게 멘트를 했어야지....... 멍텅구리같이...... 그래서 똥통소릴 듣는개비네요. 최홍순입니다.
애시당초 희미하게 얘기하셨던 게 좀 꺼끄러워 그러셨나요? 저는 그 학교를 뒷 문으로 들어 가신 줄 알았답니다. 호박 얘기 잠깐만요. 어떤 언니가 자기도 친구처럼 똑 같은 경험이 있는데 찬바람이 나니까 호박이 열렸다면서 재래종은 다 그렇다 하옵니다. 자기 것도 재래종인가 하고 있는데 며칠전에 호박이 2개 달리더니 하루하루 크고 있다 하네요.작년에는 초록 호박이 달렸는데 제대로 크지도 않고 그만 늙어버려 힘에 부쳐 그런가 싶어 또아리를 받쳐주자 했더니 친구가 간신히 붙어 있는 목숨 건드리다 사고날라 하더니만 바로 가시더라고요. 무슨 놈의 호박이 청춘도 없이 유년기에서 노년기로 갔당가? 애통해 했었지요.이젠 알겠네요
펠레는 문딩이. 한 템포 먼저 한국과 브라질 때 브라질이 이길거라 해 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제발 다음에 브라질과 결승전에서 만나게 해 주소서! 또, 제발 그 때도 브라질이 우승할거라 해 주소서. '펠레의 저주'라 하지만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겠지요. 후두둑 한 줄기 스치고 가는 비가 런던올림픽 축구가 끝났다는 종을 치는 것 같습니다. 아~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독도 세레모니가 잘 해결되기를 기원합니다.
박종우 선수가 받을 상처를 생각하니 가슴 아프다. 16일에 좋은 결과가 나와 다른 선수들과 기쁨을 나눴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정몽준이가 큰 문제 없을거라 한 것이 우선 위안이 된다. 일본은 박종우 선수에게 항의하지 않겠다 하더라만 만약에 항의한다면 욱일승천기로 디자인한 고것들 유니폼을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야. 우리 선수들 기량이 이렇게 뛰어난데 우리가 36년 동안이나 식민지 생활을 했다니..... 호박이 제법 많이 달렸다. 얼마나 클지 날마다 날마다 들여다 보고 있다. 눈독 들지 않도록 살짝살짝 본다.ㅡ<호박 친구가 보내온 메일> 나의 답장ㅡ<쉽게 말해. 호박 보러 오라고>
친구들과 남도 여행 중 아침에 눈 떠 보면 호박 친구는 성경 베껴쓰고 있고 샤워하고 물기 말리는 동안에는 SUDOKU 합니다. SUDOKU 실력이 상당한데 아들의 힘인지 모르겠습니다. 지 엄마 머리 녹쓸까봐 그런지, 엄마의 취미생활을 돕는건지 그런 책을 막 사다 줍니다. 내사 그런 쪽에 관심도 없지만 엄마가 좋아하는 것 밀어 주는 아들이 예뻐 보입니다. 쟤 딱 유럽 할매네? 하는 생각이 가끔씩 듭니다. 나도 언젠가 그런 그림을 그리고 있을려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아직은 그런 쪽으로 가기 싫습니다. 호박 친구로 인해 여러가지를 생각해 봅니다.
'제법 많이 달렸다'는 몇 개인 줄 아십니까? 그것은 3개를 말합니다. 호박녀에게 내일 호박 문안 가겠다면서 "오늘 현재 몇 센티? " "센티는 무슨 센티? 손톱만해." "이런? 그것이 호박이냐? 손톱만하다고?" " 응, 새끼 손톱만큼 해" 벌써 알아 봤어야 했는데 제법 많이 달려다는 말에 그럼 그렇지 찬 바람도 나니 호박 달릴 때도 되었지, 너무나 쉽게 넘어 가버렸습니다. 한 마디로 싹수?가 없었던 일인데 미련 곰탱이 같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어쩌면 남의 자식에게 못 할 것도 없겠다 싶어 "그 녀석 참 잘 생겼네?" 마음에도 없는 공짜 멘트 날리듯 호박, 호박 하며 환호했던 일인데 환호받을 깜이 되지도 못 했던 지진아였네요.
"뭣이여? 분명 3개 였다고? 그리고, 지금은 1개 뿐이라고? 너 날 놀려? 앞 시간에 호박위에 앉아 있는 꽃이라 해도 숫꽃의 화분이 있어야 호박이 열린다 했던 강순금 교수님의 강의내용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읊었는데 제법 많이 달렸다 한 것이 3개였던 것도 맘에 안들고 눈독 들지 않도록 살짝살짝 본다는 것은 구미에 맞았다만 대체 새끼 손톱만한 것을 날마다 날마다 들여다 본다고 했었지? 그리고 2개는 분명 어제까진 있었는데 어디로 숨은 것 같다 그랬지? 너, 수업태도가 불량한거야. 강 교수님 학설에 의하면 숨은 게 아니고 떨어진 것이 분명해. 걔네들 숨바꼭질 하는 줄 알았어?
작년 일입니다. 화분에 호박 심어 놓은 후 날씬한? 대나무 반쪽을 찔러 놓고 호박더러 그 대나무 타고 올라 가라 했건만 올라가긴 커녕 겨우겨우 숨만 쉬고 있다는 호박을 보러 갔었지요. 햇빛이가 너무 강하다고 우산을 받쳐 주었더군요. " 주렁주렁 달렸다는 호박은 어디 있능겨?" " 이거야" "정말 이거야 ?"하는 소리가 나고 모르게 나왔지요. "설마 이걸로 호박나물을?" 호박을 따는 소리가 뚝이 아니고 질기디 질기게 들렸습니다. 정말로 호박 나물을 해 주더군요. 그렇게 불쌍한 몰골을 보아버렸는데 그게 넘어 갔겠습니까? 작년부터 호박땀시 마음 많이 썼으면서도 처량한 기억뿐이더니 끝내 호박이 저를 실망시키고 맙니다.
작년에 호박이 주렁주렁 열렸다고 보러 오래서 큰 기대를 안고 갔었지요. 그 때의 소감을 어느 모임에서 말했답니다. "주렁주렁 열렸다는 호박이 달랑 2개였습니다. 그것도 10센티도 채 안 된 애 늙은이 호박이었습니다." 그랬더니 " 맞네요, 3개였으면 주렁주렁주렁 했을텐데 주렁주렁에 2개 달렸으니 맞네요." 누군가 그러더군요. 이제, 호박은 그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호박이 열리리라 기대하셨던 선생님들께 많이 죄송합니다. 알고보니 호박 모양을 갗춘 애기였을 뿐 아직 혼례도 올리지 못한 풋나기를 호박죽 운운하고 기다렸던 호박녀와 부화뇌동한 대책없는 저희 두 사람의 얘기를 읽어주신 선생님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입에서 호박 냄새가 풀풀 납니다. 아이, 참~
고추 따서 장아찌 담고 가지 따서 나물 무치고 내리는 비 바라보며 행복에 빠졌다며 내가 바라는 행복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는 호박녀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자기 윗 동네 호박 순례에 나섰는데 다~들 옛날의 자기처럼 숫 호박꽃만 피어 있다는 것 입니다. 며칠 새 자기 집엔 여자 호박꽃 새끼들이 몽땅 대기하고 있으니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 합니다. 끝이 난 줄 알았던 호박 사랑이 끈질기기도 합니다. 고추와 가지는 아주 쉽게 성공했지만 호박도 기어히 맺게 하고야 말것 같습니다. 맺어야 끝이 날 지독한 호박사랑에 할 말이 없군요.
흙에 꾹꾹 꼽아 놓은 파가 예쁘게 싹을 틔웠다 합니다. 어렸을 적 기억에 채송화 둘러쳐진 마당의 손바닥만한 텃밭에 예쁜 쪽파가 있었습니다. 언제 화분에 그걸 심어보려니 그 간단한 소망을 그 친구 오고 나서 그 집에다 꾹꾹 꼽고 있는데 멀쩡한 파의 이마를 가위로 싹뚝해서 뭘 어쩌자는 거냐고 어떤 아저씨의 핀잔을 받았답니다. 파 씨 아주머니가 꼭 위를 잘라서 심어야 한다고 주의를 줬다 했더니 자른 윗 부분에 물이 들어 가면 썩는데 무슨 짓을 하느냐고 혼났지요. 이미 싹뚝 다 잘라 놓은 다음인데 말입니다. 그래? 다 망쳤군.
그게 다북하니 5센티쯤 올라 왔는데 정말로 예쁘다 합니다. 제 기억에 5센티 정도가 제일 예뻤는데 지금 가장 예쁠때인가 봅니다. 저는 그 아저씨 말을 듣고 이미를 자르지 않고 그냥 화분에 꼽아 두었더니 삐쭉하니 파씨에서 잎이 달랑 2개씩만 올라 와 전혀 볼품이 없던데 그 친구것이라도 예쁘다 하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릅니다. 당장에 쪽파씨를 또 사서 이마를 싹뚝 자르고 빽빽하게 꼽아볼 것입니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 중에 그것도 있었는데 언제 쓸려고 아끼고? 있었는지 제 자신이 미욱스럽습니다. 하고 싶은 것, 그렇게 쉬운 것도 해 보지 못한 것, 나의 게으름 탓인가? 아니면 맹목적인 아낌 정신이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