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들 이야기 한다. 팀 전력의 80%이상이 투수력에 의해 결정되니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한 팀에 에이스 투수의 승률이 80% 이상만 되어 준다면 그 팀은 막강한 전력을 가진 팀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거기에 2선발의 승률도 70%이상만 되어준다면 최고의 원투펀치를 자랑하며 그 팀은 1,2선발만 가동되어 준다면 연승가도를 달릴 수 있기에 막강 투수라인을 가지고 충분히 정상을 넘볼 수 있을 것이다. WBC에서 한국 대표팀이 그랬고, 시즌 전 꼴찌 후보로 거론 되었던 두산이 한국 시리즈에서 정상을 넘보고 있을 수 있는 것도 모두 뛰어난 투수라인을 갖추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아는지? 야구에서 투수들의 운명은 마치 운명의 여신의 장난과도 같다. 1실점을 하고도 패전의 멍에를 쓸 수도 있고, 반대로 10실점을 하고도 승리투수가 될 수 있는 운명 말이다. 이들이 승리투수가 되기 위해선 물론 본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타선의 도움과 수비의 도움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심지어 투수의 최고의 영예라 할 수 있는 퍼펙트 게임이나 노히트노런게임도 타선의 도움 특히 수비의 도움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이렇듯 단체 종목에서 기라성 같은 선수 한명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좋아하는 족구는 어떨까? 초창기 시절, 족구는 틀림없이 '공격수 놀음'이었다. 당시만 해도 뛰어난 공격수 한 명만 있으면 충분히 승리를 거둘 수 있었기에 각 팀들은 뛰어난 공격수를 구하기 위해 혹은 키우기 위해 온갖 애를 써왔었다. 하지만 어느덧 뛰어난 공격수들이 많이 등장하며 공격수의 기량이 평준화 되어가면서 이제 더 이상 족구는 '공격수 놀음'이라고 하기가 어려워졌고, 결국 공격수의 능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띄움수의 능력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는 '띄움수 놀음'이 되었다.
'요즘은 공격수 보다 띄움수들의 몸값이 더 비싸다.'라는 우스개 아닌 우스개 소리는 족구인들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도 오래가지는 못했었다. 전국의 유명한 팀들은 이미 뛰어난 공격수와 뛰어난 띄움수를 보유하고 있고, 1부리그에서는 이미 공격수와 띄움수의 실력은 거의 평준화 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더 이상 족구는 '공격수 놀음'도 그렇다고 '띄움수 놀음'도 아니다. 이미 실력이 평준화 되어가고 있는 그들이 더 이상 승부의 변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족구는 수비수의 능력 여하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수비수 놀음'의 시대가 왔다.
약간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있을진 모르나, 전국 정상급 족구단 중 하나인 '현대자동차 족구단'을 보면 답이 극명하게 나온다. 물론 백경환 선수 역시 공격수로서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이지만 현대자동차가 전국대회에서 항상 정상급 실력을 유지할 수 있는것은 바로 임종일, 여상수라는 훌륭한 수비수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들의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로 그들은 어떤 공이든 네트 1m앞에 리시브를 올려주고 띄움수 김용호의 톡 갖다 올려주는 토스에 이은 백경환의 여지없는 스파이크는 임종일, 여상수라는 수비수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것이다.
이기면 공격수탓, 지면 수비탓이라는 풍토가 이미 짙게 배여있는 족구계...대회 MVP는 공격수의 전유물이 되어 버렸고, 수비는 잘해야 본전, 못하면 온갖 싫은 소리를 모두 들어야 하는 힘든 자리지만 그들은 상대 공격수의 최고의 공격을 최고의 수비로 받아 띄움수에게 올려주고, 띄움수는 그 공을 토스하고 공격수는 그 공을 최고의 공격으로 연결해야만이 게임을 이길 수 있는 것이다.
족구가 공격수, 띄움수 놀음이라고? 하지만 최고의 토스, 최고의 공격이 나오기 위해선 그 이전에 뒤에서 묵묵히 그들을 받혀주는 수비수가 있어야 함을 잊지말라. 현대 족구는 수비수 놀음이다.
주제넘는 글임을 안다. 족구를 알고 시작한지 이제 1년 남짓 밖에 되지 않아 실력도 형편없는 평범한 동호회의 평범한 선수 주제에 이런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주제넘는 것이니까...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하여 그들의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가 폄하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 주제넘게 이 글을 썼다.
수비수들이여~! 그대들의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로 최고의 공격이 만들어 지고, 최고의 팀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30m가까운 비거리를 자랑하는 상대방 공격수의 공을 몸을 날려 받아내며 맨바닥에 떨어지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 공격수의 공을 잡아내며 코트에 나뒹구는 그대들이 있기에 앞에 있는 공격수들과 띄움수가 얼마나 든든해 하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언제나 노력하는 그대들의 플레이에 700만 족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진정으로 박수를 보내며, 항상 응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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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업 기념으로 올립니다. 참고로 이 글은 예전에 제가 썼던 글입니다.
족구신문에서 좋게 봐주셔서 직접 실은 글이기도 하구요.
혹시나 괜찮으시면 제가 쓴 글 몇 개 더 올려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