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떠난 농촌에서 인생 2모작을 준비하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이러한 궁금증을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귀농귀촌종합센터에서는 ‘철저한 준비’를 성공비결로 꼽는다.
경기 평택 포승읍에서 고구마 모종, 쌈채소를 재배하는 솔바위농원의 지난해 매출액은 2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농원의 손보달 대표(49)가 이제 4년차에 접어든 초보농부라는 점이다.
“LG전자를 거쳐 평택에서 15년 동안 고깃집, 보리밥집을 했어요. 귀농에 대한 관심은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식당 옆 텃밭에서 쌈채소를 길러 상에 내놓기도 했고, 우연히 TV에서 본 고구마 모종이 비싼 값에 팔린다는 것을 알고 조금씩 길러 인터넷으로 판매하기도 했어요. 2008년쯤부터 평택의 주요 기업인 쌍용자동차가 무너지면서 식당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죠. 귀농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힌 건 그때였어요.”
그렇다고 무작정 뛰어들진 않았다. 농촌진흥청과 평택시농업기술센터에서 재배기술과 함께 e-비즈니스, 마케팅 교육 등을 빼놓지 않고 들었다. 준비에만 2년 넘게 걸렸다.
귀농하자마자 시련 겪어
어느 정도 확신이 생긴 그는 2010년 8월말 귀농에 돌입했다. 시작은 거창했다. 나름 준비를 많이 했다는 자신감에서였다. 임대한 20동의 비닐하우스에 전부 오이를 심었다. 오이를 수확한 후 고구마 모종과 쌈채소를 기를 꿈에 부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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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보달 대표와 아내 김현주씨가 쌈채소를 수확하며 웃고 있다. / 사진:김민석
하지만 그의 꿈은 9월초 불어닥친 태풍 곤파스에 산산이 부서졌다. 비닐하우스는 강풍에 날아가 버리고, 무릎 높이 정도 자란 오이 모종은 모조리 부러졌다.
허탈했다. 그렇다고 그대로 주저앉을 순 없었다. 다시 비닐하우스를 세우고 고구마 모종을 키웠다. 2011년 4월, 고구마 모종을 출하하기 전까지 집에 돈은 한 푼도 가져가지 못했다. 고구마 모종 판매로 일어서기 시작한 그는 쌈채소를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에는 8265㎡(25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에서 고구마 모종과 쌈채소를 재배해 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단, 2년 만에 투자금까지 모두 회수했다.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고구마 모종은 틈새시장을 노린 품목이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고구마를 심어 한 달 반 정도가 지나면 20㎝ 길이의 고구마 순이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고구마 모종이다. 그는 일반 고구마 모종보다 비싼 호박고구마 모종만 재배·판매한다.
고구마 모종과 상추, 적겨자, 황근대 등 10여 품목의 쌈채소는 모두 친환경으로 재배된다. 판매는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이뤄진다. 인터넷으로 주문을 받는 즉시 수확해 바로 배송한다. 하루 평균 50건 이상의 쌈채소 주문이 들어온다. 배송은 주문에 따라 수시로 이뤄진다. 제때 신선한 채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2㎏들이 모듬쌈채소 한 박스의 가격은 2만원으로 시중보다 30% 정도 저렴하다.
“사실 처음에는 판매에 애를 먹었어요. 농수산물 시장의 도매상들은 친환경 쌈채소를 쳐다보지도 않더군요. 친환경 재배 작물은 비료와 농약으로 키운 작물보다 크기도 작고 상품성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죠. 2kg들이 한 상자에 2만5000원을 받는 적겨자를 3000원 밖에 받지 못했어요. 그 가격에는 도저히 팔 수 없었죠. 그래서 블로그를 이용해 보기로 했어요.”
그는 귀농 전 식당을 할 때부터 고구마 모종 등을 키워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판매한 경험이 있었다.
LG전자에 다니던 시절 사내 사진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익힌 사진기술을 십분 활용했다. 블로그는 글보다는 시각적인 요소가 더 잘 먹힌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그는 재배하고 있는 작물뿐 아니라 생활 속 풍경이나 소소한 일상생활 등을 블로그에 올렸다. 한 번, 두 번 그의 블로그를 찾던 방문자들은 그의 작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쌈채소를 사간 이들은 그의 블로그나 다른 사이트에 시식 후기를 올렸다. 다른 파워 블로거의 블로거에도 농원을 소개하고, 파워 블로거를 대상으로 무료로 쌈채소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펼치기도 했다. 인터넷을 통해 솔바위농원이 맛있는 쌈채소를 판다는 입소문이 삽시간에 퍼졌다. 이제 그의 블로그의 하루 방문자 수는 300~500명에 달한다.
인터넷 직거래 판매는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고객은 좀더 싼값에 구입할 수 있고, 그는 도매업자들에게 넘기는 가격보다 좀더 좋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었다. 상추뿐 아니라 적겨자, 황근대, 치커리, 로메인 등 10여종의 다양한 채소로 구성된 모둠쌈을 판매한 것도 인기 요인이었다.
지금은 쌈채소 포장과 배송을 책임지고 있는 그의 아내인 김현주씨(46)도 귀농을 결심할 때부터 적극적인 조력자였다. “삶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음식점은 밤늦게 끝나 아침 일찍 시작해야 하잖아요. 쉴 시간도 없고, 휴일도 없고요. 지금은 주5일 근무하고 있어요. 모종을 심어 자라는 것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입니다.”
그는 향후 쌈을 따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체험형 농장을 만들 계획이다. 요즘도 주말이면 그의 농장에 직접 채소를 따러 10여명이 온다고 한다. 음식점 경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그는 장소만 제공하고 체험객들이 쌈채소를 직접 따서 먹고 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농진청·지자체·선도농가 찾아 배워야
시련을 겪긴 했지만 단기간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그는 철저한 준비 덕분이라고 말한다.
“준비를 많이 해야 합니다. 농진청이나 지자체 등에서 하는 귀농교육에 참석하는 것은 기본이죠. 선도농가도 수십 번 찾아가는 수고를 들여야 합니다. 재배에서부터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몇 번이고 봐두는 게 좋습니다. 그래도 막상 귀농하면 안 되는 것들 투성입니다.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르죠.”
그는 귀농을 결심한 순간부터 지금까지도 재배에서부터 마케팅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 농진청과 농업기술센터의 직원들의 도움도 성공요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요즘도 틈만 나면 농진청이나 농업기술센터를 찾는다.
/이코노미 조선
글=장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