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열심히 일해도 보상받지 못하는 시대가 온다.
2007년 6월, 한 주요 일간신문에는 구조조정 여파로 권고사직을 당한 뒤 실업급여 수급 자격을 신청한 이들의 통계 자료가 실려 눈길을 끌었다. 조사 대상은 반평생 몸담았던 직장에서 쫓겨나 워킹푸어가 된 중장년들이었으며 통계 결과는 권고사직이 36.8%, 계약기간만료가 25.7%, 폐업 및 도산이 5.3%, 정년퇴직이 3.5%였다.
최근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들의 발표처럼 가계부채로 인한 우리나라 경제 위기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 우리의 아버지들은 갑작스러운 구조조정 통보라는 현실과 맞닥뜨리고 있다.
젊은 세대와는 달리 이직은 어렵고, 설사 이직했다하더라도이전과 같은 수입을 보장받기란 꿈같은 현실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가장들…. 가계 부채는 나라의 경제를 위태롭게 할 만큼 심각하다지만 구조조정으로 사회에서 버림받은 가장은 남은 주택융자금과 아이들을 위한 사교육비 걱정만으로도 잠을 이루지 못한다. 게다가 능력 없는 아버지, 남편이라는 이름은 ‘황혼이혼 증가’라는 결과의 주체가 되거나 ‘경제악화, 중년층 자살률 상승’이라는 새로운 통계 자료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시간이 갈수록 경기는 회복되고 있다하고, CEO대통령의 취임에 따른 국민들의 기대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커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일자리는 늘어나고, 곧 사람 살만한 세상이 될 거라 기대하지만 개인의 생활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저축이나 보험은 그저 남 이야기에 지나지 않으며, 어쩌다 몸이 아프면 치료비는커녕 먹고 살 길도 막혀버리는 직장인들의 고단한 삶이 현실인 세상. 노동시장이 세분화되면서 열심히 일해도 항상 배고픈 시대. 같은 일을 하지만 비정규직과 정규직으로 나뉘어 받는 돈도 다른 세상이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2007년 우리나라의 실업률(일주일 근무시간 15시간 이하)은 3.2%였고, 지난 해 국내 비경제활동인구 1495만 4천 명 가운데 일할 능력은 있지만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실업자는 무려 207만 7천 명(공식 발표된 실업자의 3배에 가까운 수치)이라는 통계청 발표도 있었다.
워킹푸어는 더 이상 일본이나 미국 등 다른 선진국,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할 능력이나 의지가 있고, 일은 하고 있지만 끊임없이 가난에 시달리는 워킹푸어…. 이 책의 저자인 카도쿠라 다카시는 워킹푸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첫 번째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기회 확대, 두 번째로 워크 쉐어링 정책 추진, 세 번째로 합리적인 세제정책 구축이 필요함을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있다. 특히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정책 검토와 추진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임을 지적한다.
계층 간 불평등 사상 최대 기록! 노동자 4명 중 1명은 생활보호대상 수준으로 살고 있다.
2007년 10월, 일본에서는 52세의 독신남성이 정부로부터의 생활보호(보조금 포함)가 중단된 후 죽은 지 한 달 만에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사망원인은 다름 아닌 아사(餓死)였다.
결혼을 미루고 혼자 사는 독신이 늘어나고 있다. 아이를 낳지 않는 가정(딩크족)과 기존세대의 고령화 진전, 사회 구조 변화에 따른 소득격차의 확대는 현재 워킹푸어가 우리의 삶 속에 얼마만큼 깊이 침투해 있는지 잘 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 소득은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소득의 계층 간 양극화나 소득불평등 정도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7년 연간 및 4분기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전국 가구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322만 4800원으로 전년 대비 5.1% 증가했다. 또 전국 가구의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 소득도 280만 5600원으로 전년 대비 5.0%나 증가해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상위 20% 가구의 평균소득을 하위 20% 가구 평균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은 지난해 7.66으로 전년의 7.64에 이어 또다시 최고기록을 경신, 소득양극화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치가 높을수록 소득불평등이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지니계수 역시 0.352로 전년보다 0.001 상승, 통계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고소득층이 늘어나는 것은 국가 입장에서도 매우 바람직한 일이지만 이 와중에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 사람들은 점점 더 가난해진다. 더 큰 부자가 되는 중산층보다 더 많이 가난해지는 중산층이 늘어나는 현실. 사회에 가난한 사람의 비율이 늘어나면 그만큼 소비 역시 억제되므로 중장기적인 경제성장 또한 이루어지지 않는다.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적 불안은 심각해지고, 세금 거두는 일도 어려워진다. 눈앞의 성장곡선만 따라가서는 좋은 사회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업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비정규직을 늘리고, 몇 달, 혹은 몇 년이라는 편리한 기간대로 사람을 고용하고 해고한다.
한국에서의 자살률 급증이 1990년대 이후 많은 사람들의 사회적 계층이 하락하고 빈곤층이 증가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한 정신과 의사의 분석처럼(2007년 4월 조선일보 기사 참조) 경제가 어려워지면 취약계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 일반 직장인의 평균 생애소득(평생 근로소득)은 현재 가치기준으로 19억 3400만 원이고, 7급 공무원의 평균 생애소득은 21억 600만 원이다. 그리고 일본의 일반 직장인의 평균 생애소득은 6천만 엔(원화 약 4억 8천만 원)이다. 그렇다면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애소득을 얻고 있거나, 얻었다면 당신은 확실한 워킹푸어에 해당한다. 이 책에서 워킹푸어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범위는 일하고 있지만 연소득 1천6백만 원이 채 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일본 후생노동성의 발표에 따르면 이러한 사람들은 2005년 5,460,860명으로 조사대상 노동자의 25%, 일본 노동자 4명 중 1명이다.
대한민국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가?
내 자식에게 가난을 대물림하기 싫어 뼈가 부서지도록 일하고, 가정의 안락함을 위해 어려운 가운데 융자를 얻어 집을 마련한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며 사용해야 하는 기본적인 비용 외에 사교육비 부담과 1천만 원 대의 대학등록금, 자녀 결혼자금 마련은 은퇴할 나이임에도 은퇴할 수 없는 비극적인 현실을 만들고 있다.
워킹푸어 문제는 단순히 소득이 적은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번 워킹푸어로 전락하면 구조적으로 그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벌어들이는 소득은 전부 기본적인 생활비로 사용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기업은 장기간에 걸쳐 고용을 보장해야 하는 정규직보다는 언제라도 쳐낼 수 있는 파견직을 선호하고, 우리는 언제 잘릴지 몰라 불안에 떨며 생활한다.
2007년 8월, 한겨례 신문에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의 중고교 사회과 교사 1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내용을 실었다. 이 내용에서 가장 눈여겨 볼만한 것은 한국 경제 및 경제 교육에 대한 인식에서 47.4%가 우리 경제 최대의 문제로 청년실업을 꼽았다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기업은 처음부터 잘하는 직원, 처음부터 능력 있는 직원을 원한다. 심각한 경쟁에 놓인 기업이 경험이 없는 신입사원보다는 전문지식이 풍부하고 바로 현장에 투입해도 무리가 없는 경력사원 채용을 우선으로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청년실업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향후 우리의 미래 경제를 지탱해 나갈 청년들, 이들이 자신들만의 노하우가 담긴 업무경력을 쌓지 못하고 비정규직만을 전전하게 되었을 때 이 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최저임금 재검토!! 2007년 대한민국 시간당 최저임금은 3,480원, 8시간 최저일급은 27,840원
최근 일본은 줄어드는 인구 비율에 따른 대책 방안으로 정년퇴직의 연령을 70세로 연장하고,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정년 퇴직자를 재고용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물론 여성이나 고령자의 취업을 늘리는 것은 어느 정도까지 노동인구를 유지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줄어드는 인구의 비율은 얼마만큼의 효력 기간을 갖게 될까?
다음은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청년실업의 문제점 가운데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는 3가지 현상을 정리한 부분이다.
1. 패러사이트 싱글(Parasite Single)
취직한 후, 혹은 결혼한 이후에도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않으려는 이들을 가리켜 패러사이트 싱글(Parasite Single), 캥거루족이라 부른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일본 총무성에서 조사한 국세조사에서도 친족과 동거하는 20~30대 미혼자는 남성이 651만 명, 여성이 569만 명이나 되었다. 이는 10명 중 1명에 해당하는 수치다. 2. 프리터(Freeter, Free+Arbeit)
대졸 취업난의 어려움, 청년들의 취업의식 변화는 일정한 직업을 갖지 않고 단기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려는 프리터(Freeter, Free+Arbeit)라는 새로운 계층을 만들고 있다. 일본 내각부의 집계에 따라 2020년의 프리터 인구는 412만 명에 달한다. 프리터 인구가 증가한다는 것은 노동생산성의 둔화뿐만 아니라 개인의 소득격차 역시 확대시키는 것으로 정부의 세수(稅收)감소에도 영향을 미친다. 젊은 청년들이 프리터가 되는 것은 고용환경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정부는 고용환경 개선에 앞장서 프리터 인구를 억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기업의 정규직 채용 확대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은 청년실업의 문제 심각성만을 내세우고 있을 뿐 국민들의 기대만큼 혹은 그 절반만큼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3. 워크 쉐어링(Work Sharing)
유럽을 비롯한 일본에서는 최근 워크 쉐어링(Work Sharing)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2007년 기업 락앤락에서도 단행한 조치로 정리해고 등의 손쉬운 방법 대신 근무 조 개편, 근무 시간의 개편을 통해 계속 고용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심각한 가격경쟁에 놓여 있는 기업, 제품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매출액을 위한 인건비 삭감은 기업의 수익확보를 위해서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물론 대부분의 기업은 정부가 정의하는 워크 쉐어링의 취지와는 달리 신규 고용창출은 무시하고 노동시간 억제 효과만을 노린 워크 쉐어링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줄어든 급여를 보충하기 위해 퇴근 후 아르바이트 등의 부업을 하는 정규직의 모습은 멀지 않은 우리의 미래다.
현재의 기업들은 직원들의 부업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의 도산이나 구조조정이 당연하게 발생하고 있는 지금, 근로자에게 있어 부업이라는 것은 인생에 있어 현명한 분산투자가 되는 현실이다. [인터파크 제공]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