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 : 2009년 8월 2일
함께한 사람 : 명수,석희,치경
날씨 : 맑고 더웠음
지난번 아미산 등반때 내가 지나가는 말로 이곳은 야영하기 좋은 곳 이라고 했더니 명수가 다음에 이곳에서 야영을 하잖다.
그 동안에도 명수는 조금씩 야영 장비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번 시도해 볼만하다고 생각 해 왔는데 실제로 산에서 텐트 치고 잘려니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막상 야영에 필요한 준비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텐트와 취사도구, 침낭과 매트리스 그리고 최소한 두끼 분량의 음식 또 여벌의 옷과 양말등 배낭을 최소한 60L이상의 대형 배낭을 준비 해야 하고 식수까지 준비 할려면 부피와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이 무거운 배낭을 메고 가파른 산을 오르려면 많은 체력과 인내가 필요하나 그 고생을 하면서도 산에서 야영을 하는 이유는 산 속에서 잠을 자 보지 않은 사람은 그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까지 산에서 비박을 해 왔기 때문에 산에서 야영할 만한 텐트는 없고 아이들 어릴 때 계곡이나 바닷가에서 사용하던 8인용 텐트 뿐인데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이 텐트밖에 없기 때문에 텐트는 내가 갖고 가고 두 개의 폴은 명수와 석희가 하나씩 갖고 가기로 했다.
그런데 출발 당일 아침에 명수가 폴이 무겁다면서 다른 텐트를 구하기 위해 안산에 있는 몽벨 매장에 들르는 것이 아닌가.
매장에서 명수와 치경이가 각각 2인용 텐트를 구입한 후 바로 보령으로 직행했다.보령에 도착하여 우선 점심 식사를 하고 나서 산에서 먹을 음식과 과일 그리고 간단한 간식과 술을 준비한 후 아미산으로 출발하기로 결정을 했다.
보령에 도착한 후 우선 점심을 해결 해야 하나 마땅한 식당이 없어 대형 마트 앞 골목에 있는 밴댕이 조림 전문 집에서 식사하려 들어갔는데 밴댕이 조림 맛이 기가 막히게 맛있다.
명수가 어릴 때 어머니의 음식 맛하고 같다며 맛있게 먹으니 덩달아 나도 즐겁게 먹을 수 있어 좋았다.
벤뎅이 조림이 맛있어서 다음날 하산 하고서 다시 한번 더 들려 맛있게 먹고 서울로 올 수 있었다.
아미산 주차장에 도착 한 후 마트에서 준비한 음식을 정리하는데 부피가 많아 4명이 나눠 갖고 가기로 했다.
대충 짐을 정리한 후 출발 하려는데 배낭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이렇게 무거울때는 천천히 걷는 것이 체력 소모도 적고 힘도 들지 않는다.
드디어 2시 50분에 산행을 시작 할 수 있었다.
10여분 올라가다 오른쪽을 보니 산사태가 난 곳이 있는데 복구를 얼마나 잘 했는지 앞으로 100년 정도는 산사태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평상시 등산 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큰 배낭을 메고 잘도 걷고 있는 세 사람….
그러나 명수의 배낭이 좀 불안하다. 배낭 짐이 많을 경우는 무게가 무거운 짐은 위 쪽에 가벼운 짐은 배낭 아래쪽에 수납하는 것이 편하다.
그렇지 않으면 배낭이 자꾸 뒤로 넘어가는 느낌이 들어 힘이 많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출발한지 25분이 지나니 명수가 불편하다며 다시 배낭을 꾸리고 있다.
1시간 정도를 걸었을까 드디어 약수터가 나타나고 근처에는 넓은 공터가 있다.
아미산을 관리하는 임도의 종착지로 차를 회차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는데 땅도 편편하고 샘터도 가까워 야영지로는 좋으나 너무 습하고 모기가 많아 텐트를 치기에는 적당치 않아 능선 쪽으로 더 올라 가기로 했다.
그런데 이곳에 놀러 온 피서객들이 고기를 많이 구워 먹었는지 절에서 안내판을 붙여 놓았는데 산에 다니면서 이런 경고는 처음 본다.
드디어 등산을 시작한지 2시간 만에 능선에 도착한 후 야영하기 좋은 장소를 찾았는데 몇 개의 무덤이 있는 곳이라 석희가 무서워서 싫단다.
그래서 정상 쪽으로 조금 걸으니 운동장 같은 넓은 공터에 아늑하고 바람도 없는 곳으로 최고의 장소다.
오늘 새로 산 따끈따끈한 텐트를 치고 있는 세 사람.
그런데 집에서 푹신푹신한 침대에 마누라 품고 자는 게 더 편할 텐데 왜 이 고생을 할까? (5시 12분)
텐트를 치고 잠자리를 정리한 후 명수가 오늘의 최고 술 안주를 만드는데 마트에서 산 오징어를 물에 데친 후 잘게 썰어서 치경이가 집에서 준비한 골뱅이 무침과 섞어서 먹으니 술 맛이 저절로 난다. (5시 47분)
명수가 안주를 만들고 있는 중에 기다리기가 지겨운지 먼저 한잔씩 하고 있는 석희와 치경이 (5시 47분)
맛있는 골뱅이 무침은 순식 간에 동이 나고 삼겹살 구이로 전환하는 명수 (6시 17분)
소주를 한 모금 마신 후 깻잎에 삼겹살과 마늘 한쪽을 먹으며 즐거워하는 명수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 가랑이 찢어 진다고 세 명이서 어찌나 맛있게 술을 마시는지 그 분위기에 젖어 볼려고 달려 들었다가 소주 두 잔에 맛이 간 채로 텐트 안에 갇힌 나. 얼굴이 완전히 홍당무네. (7시 38분)
준비한 술이 동이 나고 커피도 마시면서 둘러앉아 정다운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시간은 흐른다. 그런데 석희 왼쪽 가슴에는 모기 퇴치용 패치를 붙이고 손에는 볼펜 인줄 알았더니 볼펜이 아니고 담배다. 그런데 왠 담배가 그리길까?
언젠가는 치경이가 작게 나오더니 이번에는 담배가 볼펜처럼 길게 찍히는 것이 아무래도 내 카메라가 문제 있는 것 같다.(7시 39분)
한 시간 정도 이야기 꽃을 피우고 난 후 석희가 준비 해온 카드로 명수의 지도하에 “기루다”를 하는데 나는 아직도 술에 취해서 가물가물하다. (8시 31분)
저 멀리 반달은 은은하게 비추고 밤은 점점 깊어만 간다.
명수는 이날 하루 종일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9시 11분)
이후로 나는 술에 취해서 먼저 잠이 들었으나 11시 30분경에 세 사람은 잠자리에 들었다.
밤새 바람이 심하게 불었으나 우리의 텐트에는 주위의 큰 나무들에 싸여 있어 전혀 바람이 들어오지 않고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아침 5시경에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니 맑은 공기에 온 몸이 상쾌하다.
몸도 마음도 편안하고 은쟁반 위에 옥 구슬 구르는 소리 같은 새소리를 들으니 이것이 바로 지상낙원이 아니겠는가?….
이 맛에 등산하는 사람들은 산에서 야영하고 싶어 지는가 보다.
아침은 치경이가 준비한 돼지고기 김치 찌게에 밥을 말아 먹으니 이루 말 할 수 없는 별미라 꿀 맛이다.
아침을 먹은 후 텐트 걷고 주변의 쓰레기를 모두 정리한 후 하산 준비를 마치니 10시가 다 되었다.
출발에 앞서 기념 사진을 찍는데 밤새도록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편안한 잠을자서 그런지 모두들 표정이 편안해 보인다.
그리고 각자의 개인 사진을 찍는데 어제보다 배낭 무게가 가벼워 진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내 배낭 옆에 매달린 병에는 술이 담겼었을까? 아니면 물이 담겼었을까?
평상시 하산은 항상 즐거운 것이지만 오늘 따라 오래 전 부터의 꿈인 산에서의 야영을 무사히 마쳤기 때문인지 발걸음도 가볍고 힘도 들지 않는다.
도중에 잠시 휴식을 하는데 나뭇잎 위에 매미가 허물을 벗고 난 후 빈 껍데기만 남겨 놓고 간 것이 보인다.
사람도 늙으면 매미처럼 빈 껍데기만 남기고 다시 젊게 태어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만의 생각일까?
그리고 곧고 굵은 나무에 흰 천 두 개로 묶어 놓았는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혹시 요새 유행하는 수목장이 아닐까?
하산후 보령 시내에서 사우나로 피로를 풀고 어제 점심을 맛있게 먹었던 벤뎅이 조림 집으로 가니 이 아니 기쁠 수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