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참 말이 많습니다 선생님
민법과 상법의 난이도에서 심한 괴리가 발생한다는 주장이 많아 내년 시험에 민법 문제 가 어려워지거나 혹은 지저분해질꺼 같은 우려가 듭니다ㅜㅜ
선생님의 의견은 어떠하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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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법이 민법보다 난이도가 높은가?
개인적으로 상법이 민법보다 난이도가 높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통상적으로 법률과목에 대한 시험에서는,
쉽게 내고자 할 때는 조문을 중심으로, 조금 어렵게 내고자 한다면 판례를 중심으로, 출제합니다.
더 어렵게 낸다면 사례문제를 다수 배치합니다.
이번 2014년 상법시험이 어려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판례에 의함"이라는 단서가 붙은 문제는 불과 6문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조문문제입니다.
반면 민법은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판례에 의함"이라는 단서가 붙은 문제가 32문제,
나머지 8문제가 순수 조문문제 내지 기초이론에 관한 문제입니다.
사례문제도 상법이 민법보다 특별히 많은 것도 아니고요.
분량은 상법과 민법 모두 13페이지입니다(공단에서 공지한 문제 기준).
글자수는 상법이 조금 많이 보입니다만, 의미 있는 차이로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엔 민법 출제자가 민법 선택자를 배려해서 특별히 쉽게 낸 것도 아니고요.
오히려 상법 출제자가 상법 선택자를 배려한 것이라고 봅니다.
상법의 난이도가 민법수준으로 올라오려면 현재보다 판례문제가 훨씬 많아져야 합니다.
2. 상법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공부분량이 많은 것입니다.
결코 상법 난이도가 민법보다 높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해서, 세무사 상법은 법률과목 시험으로서 이보다 더 쉬울 수 없는 출제패턴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험생의 입장에서 상법으로 선택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핵심은 공부분량에 있습니다.
법률과목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은 조문입니다.
조문은 거의 달달 외우다시피 봐야 합니다.
그런데 조문공부는 판례보다 피곤합니다.
판례는 거의 대부분 이해로 해결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법을 공부할 때는 판례문제에 대해서 겁을 먹는 경우가 많지만,
공부가 일정궤도에 오르면 조문보다 판례문제가 오히려 반갑습니다.
반면 조문은 입법정책의 문제이어서 암기사항이 많습니다.
이해로 해결할 부분이 많지 않아서 시험 직전까지 죽어라 외워야 합니다.
그런데 회사법 조문분량은 민법총칙의 그것에 비해 정확히 6배 많습니다.
어마어마한 차이죠.
대신 상법은 판례를 적게 내고요. 민법은 판례를 다수 출제합니다.
결국 민법은, 184개 조문에 판례를 추가로 보면 됩니다.
상법은, 민법보다 6배 많은 조문을 봐야 하고, 판례는 적게 나오지만 무시할 정도까지는 아니어서 역시 봐야 합니다.
공부하기에 어떤 것이 편할까요?
3. 세무사 민법은 40분 시험입니다.
시험의 난이도는 주어진 시간에 비례합니다.
사법시험은 현재 40문제에 70분이 주어집니다. 그리고 민법은 사법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과목입니다. 그러니까 어렵지요.
그러나 세무사 민법시험에는 40문제에 40분이 주어질 뿐이고요. 민법은 주요과목도 아니고 선택과목일 뿐입니다. 어렵게 출제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어렵게 출제하면 수험생뿐만 아니라 출제자도 피곤합니다. 난이도 있는 문제는 그 만큼 출제하는 데 공이 많이 들어갑니다. 선택과목인데다가 선택자가 그리 많지 않은 민법 시험에 많은 공을 들여서 어렵게 출제하고자 하는 민법교수가 있을까요?
4. 세무사 민법은 쉬운 게 아니라 공부분량이 적은 것입니다.
통상적으로 민법은 어려운 과목이라고 말합니다.
그 정확한 이유는, 과목 자체의 난해함보다는 우선은 방대한 분량에 있습니다.
민법조문만 1,000개가 넘고요. 추가적으로 봐야할 특별법들도 많습니다.
판례분량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거기다가 그 내용들이 조각나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사법시험에서는 민법이 공부량의 절반을 차지한다고까지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세무사시험에서는 민법총칙만 출제됩니다.
물권법, 채권법, 가족법은 나오지 않죠.
공부분량이 현저히 줄어들고,
물권이나 채권까지 연관된 내용은 출제하기 어렵습니다.
민법총칙과 물권법, 채권법을 서로 엮어야 수준 있는 문제가 나올 수 있는데,
민법총칙만 가지고는 문제를 어렵게 내는 데 한계가 분명합니다.
그 어렵다는 사법시험도 민법총칙만으로 내용을 한정하여 출제한 문제는 세무사 수험생들도 충분히 풀만 합니다.
그리고 객관식 시험에서 민법만큼 기출문제가 풍부한 과목은 없습니다.
산업인력관리공단에서 관리하는 시험만 해도, 변리사, 감정평가사, 공인중개사, 행정사, 공인노무사, 주택관리사보 등이 있고, 그 밖에 사법시험, 변호사시험, 법원행시, 법무사 등, 그 동안 쌓인 기출문제의 양과 질은 다른 과목은 넘볼 수 없는 수준입니다.
이런 오랜 역사 속에 민법시험의 출제는 정형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그 동안 각종 시험에서 자주 나왔던 것이 또 다시 출제되는 것이죠.
그래서 세무사 민법시험에서는 민법총칙 조문 184개, 그리고 각종 시험에서 수없이 출제되었던 중요판례,
이것을 중심으로 보면 시험에서 배신이 없습니다.
5. 세무사 민법은 지금도 충분히 어렵고 지저분합니다.
세무사시험은 민법총칙이라는 한정된 분량에서 40문제가 출제됩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시험에 비해서 상당히 세밀하게 출제됩니다. 한마디로 지저분합니다.
그래서 범위가 좁은 대신 지엽적인 부분도 신경써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판례도 기초적인 것뿐만 아니라 상당한 수준까지 이미 거의 다 출제되었습니다.
아직도 출제되지 않은 중요한 판례는 몇 개 되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미 충분히 지저분하고 어렵습니다.
시간을 40분에서 50분 내지 70분 정도로 늘리지 않는 한, 현저하게 난이도를 높이는 것은 어렵습니다.
세무사시험뿐만 아니라 40분만 주어지는 다른 시험의 민법도 그리 높은 수준으로 출제되지는 않습니다.
6. 끝으로
민법과목은 폭탄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지요.
세무사 시험에 민법이 들어온 것이 2005년입니다.
이미 1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동안 터진다~ 터진다~ 참 말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폭탄이 터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럼 그 폭탄은 언제쯤 터질까요?
이 정도면 폭탄이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세무사시험에서 상법 선택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상법이 수월해서가 아닙니다.
민법이 위험해서도 아니고요.
수험생이 여러가지를 고려하여 합리적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상법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고 봅니다.
민법과 상법이 대등한 조건에서 수험생의 선택을 받는다면
상법선택자는 극소수에 불과할 것입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선생님 이제 주변 이야기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ㅋ
세법 강의만 바로 정리되면 민법 공부 시작할 생각입니다 세밀한 답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