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발표된 문화관광부의 국립발레단 대표 겸 예술감독 선임을 둘러싸고
무용계가 시끄럽다.
신임 예술감독에는 외부 공개 모집과 전문가 추천심사위원회를 거쳐 김긍수(43)
중앙대 무용과 교수가 뽑혔다.
문화부는 “추천심사위가 응모자 7명중 2명을 최종 후보로 추천한 뒤 장관이
득표가 가장 많은 1순위 후보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추천심사위는 최태지 현 단장(42)과 김 교수를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
이번 인사가 국립발레단 사상 처음으로 공채와 심사위를 통한 추천 등 형식적으로
민주적 절차를 갖췄다는 점은 평가받을만하다.
문제는 무용계가 최 단장의 ‘낙마’를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최 단장은 6년간 재임하면서 러시아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작품을 공연
하는 등 한국 발레의 수준을 높였고 발레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심사위원회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최 단장이
96년부터 2년 임기의 단장직을 3차례나 연임한 게 부담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용계는 한국 발레를 대표하는 국립발레단의 위상을 감안할 때심사의
가장 중요한 잣대는 단장직의 재임 기간이 아니라 전문성과 직무성과이었어야
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해외 사례로도 본다면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30여년간 예술감독을 맡은 것을 비롯
예술 감독은 그 성과가 중요하지 ‘장기집권’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 외국의 직업발레단에서 대학 교수가 예술 감독이 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특히 이같은 비판아래 특정 후보와 심사위원간의 사전 접촉설 등 잡음도 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심사위원이었던 문화부 김장실 예술국장은 “이번 심사는 일방적 임명이 아니라
공채 시스템을 도입한 가장 투명한 인사”라며 “사전접촉설이나 특정 지역 후보
밀어주기에 관해서는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국립발레단(예술감독 김긍수)이 국립단체로는 이례적으로 14일 “객관적 자산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컨설팅 회사를 통해 국립발레단의 인적,물적 자산가치를
평가하겠다”고 밝혀 관심이 쏠리고 있다.발레단측은 컨설팅 결과를 대외적
으로는 국립발레단의 마케팅과 투자유치 등에 활용하고 내부적으로는 인적 자산의
재교육에 참고한다는 방침.발레 관객이 비약적으로 확대됐고 발레단도 질적으로
향상,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게 됐지만 아직 대외적으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자는 취지다.
발레단의 가장 큰 자산은 단연 인적 자산.국립발레단은 현재 이원국,김주원,
신무섭 등 주역급 무용수를 5명과 솔리스트 14명,데미(準) 솔리스트 10명,군무진
13명,준단원 5명,연수단원 12명과 문병남 지도위원 등 직책단원 6명으로 구성돼
있다.미국이나 유럽권 발레단의 경우 주역무용수는 주급 5000달러(600만원)
정도를 받을 정도로 최고급 인력에 속한다.국립발레단은 그러나 그나마 주역이
연봉 3000만원 안팎을 지급받고 있는 실정.
외국은 콩쿠르 등에 입상한 경력이 무용수 평가의 중요한 잣대인 점을 감안하면
국립의 단원 대다수가 국내외에서 입상경력이 있어 인력가치면에서 막대한 잠재
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공연경험도 인적가치 평가의 기준으로 발레단은
국립 예술단체중 공연횟수가 가장 많은 편이어서 그만큼 단원들의 훈련이 잘 돼
있다.
지난해 전 볼쇼이 예술감독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스파르타쿠스’ 등 세계적인
작품 세 작품과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등에서 확인해줬듯
작품 소화력이 뛰어난 점은 발레단의 자산가치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
세계적 발레단과 함께 작업해온 유리 감독도 국립 무용수들의 작품 적응력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고 밝힌 바 있다.현재 한국의 발레단이 세계적 레퍼토리
4개를 해냈다는 사실이 외국 발레단들에서는 큰 화제가 되고 있다.이는 대외적
위상 면에서나 무용수 개인의 능력평가에서 몇 해 전보다 훨씬 격상됐음을 의미
한다.국립발레단은 브랜드 가치도 만만찮다.실제 ‘국립’이라는 말이 관객
확보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고 작품을 외국에 수출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특히 국립발레단에 몸담기 위해 수백명의 무용수들이 오디션에 몰리는 만큼
향후 고급인재를 지속적으로 충원하는데에서도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국립발레단은 유형자산으로 옛 국립극장 시절부터 해온 70여작품의 무대세트와
소품,의상을 보관하고 있다.또 15만달러짜리 ‘스파르타쿠스’ 무대 등 세계에
당장 내놓을만한 레퍼토리의 제반 장비와 세트도 세 작품을 확보한 상태여서 향후
해외활동이 활발해지면 자산가치는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국립발레단 노동조합(위원장 박일)이 김긍수 단장
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27일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 단장은 발레단 기탁
금을 개인 판공비 명목으로 유용하고 과다업무에 따라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단원을
욕설과 함께 폭행하는 등 구시대적이고 권위주의적.독선적 방식으로 발레단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노조는 또 "단원들 의사에 거슬러 갹출한 단비를, 발레단 운영비로 써야 할 외부
초청 무용수 접대비와 간식비 등으로 썼다"며 "박봉에 시달리는 단원들의 주머니
를 털어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발레단에 의상 및 소품 담당자도, 이를 싣고 다닐 승합차도 없어 단원
들이 이를 모두 들고 다니는 실정인데 김 단장은 발레단 기탁금으로 수천만원짜리
고급 승용차를 사서 몰고 다니고 있다"며 분개했다.
노조는 이와 함께 지난해 7월 노조 설립 이후 김 단장이 성실하게 단체교섭에
임하지 않았고 기탁금 지출내역, 단비 사용내역 등의 공개를 요구했으나 이에
불응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긍수 단장은 "기탁금은 애초 기탁자가 판공비와 차량 구입비로 쓰라
고 준 것으로 모두 발레단과 관련된 일에 썼을 뿐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은 없으며
당시 단원과는 임금에 관해 얘기하던 중 어깨를 밀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 단장은 또 "단원들에게서 걷은 단비 관리는 총무에게 맡겼고 나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단원들 경조사 부조금과 이따금 외국 트레이너 선물비 등으로 쓰인
것으로 안다. 또 차는 발레단 명의로 구입해 타고 다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단장은 "노조는 내가 노조를 탄압한다고 주장하지만 나는 원론적으로 노조와
상생하려 한다. 나 역시 발레단 출신으로 단원의 복리에 관심이 많다. 교섭에
임하지 못한 것은 사측 협상안을 마련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노조가 발레단
내에서 해결책을 함께 찾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박일 노조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기탁금이 애초 그런 명목으로 들어온 것은
우리도 안다. 다만 단원들은 휴게실도 없이 의상.소품까지 챙겨야 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데 단장이 이에 대한 개선요구는 외면한 채 어떻게 고급차에
많은 판공비를 쓸 수 있느냐"라는 말로 단장 사퇴를 요구하게 된 배경을 내비쳤다.
노조는 김 단장이 이같은 잘못을 사과하고 자진사퇴할 것과 특히 문화관광부 등
관계당국이 김 단장의 비리와 폭행 혐의 등을 철저히 조사, 진상을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또 발레단 전용연습실과 전용극장 마련, 경영자인 단장과 예술감독의 분리
등을 요구했다.
[막上막下]단장이 예술작품…작품성이 떨어지기 마련 - 2003년 11월 24일 (세계일보)
지난 17∼20일 예술의전당에서는 국립발레단의 새로운 실험이 선보였다. 한국과
미국 유럽 무용의 흐름을 한자리에 보여준다는 ‘트리플 빌’공연이었다. 금세기
최고의 안무가로 지목되는 조지 발란신의 ‘심포니 인 C’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도베 라 루나’, 김긍수 예술감독의 ‘결혼’이 나란히 한 무대에서
펼쳐졌다.
러시아의 정통클래식 발레를 소개해왔던 국립발레단으로서 현대 발레 2편과 한국
적 창작발레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던 공연은 절반의 신선함과 절반의
실망감을 동시에 안겼다. ‘애국심’으로 봐주기에는 외국 작품과 한국작품의
편차가 심각한 탓이었다.
발레 애호가는 물론 국립발레단 홈페이지에조차 오른 관객들의 비판은 가슴아프다. “두번째 작품 ‘결혼’은 첫번째 작품과 달리 머리가 아플 정도로 무용수들이
움직였지만, 국립 발레단 작품이라고 보기엔 촌스럽고 두 작품에 비해 너무 차이
나게 수준이 낮았다. 무용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사실적인 표현 때문인지 연극이나
퍼포먼스를 보는 느낌이었다. 세번째 작품은 두번째 작품에 너무 충격을 받은
탓인지 막이 올라가자 마자 기분이 좋아졌다. ”
예술감상은 물론 개인 취향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홈페이지의 감상평이 대개는
주최측에 우호적인 고정팬들에 의해 작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의 지적들을
뼈아픈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문제는 근본적으로 국공립 공연단체들의 단장(대표)이 예술감독을 겸하고 있는
데서 나온다. 공연 관객은 전문화되는데,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은 전문화가 안
이뤄지고 있는 것. 예술감독은 작품자체의 완성도에 대한 전권을 갖고, 극장장
이나 단장이 기획·행정을 전담하는 체제는 작품의 객관적인 완성도를 위한
기초다. 유니버설발레단이 문훈숙 단장과 유병헌 예술감독 체제로, 국립극단이
박상규 단장과 김철리 예술감독 체제로 운영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물론
단장과 예술감독 사이의 갈등이 심심찮게 도마 위에 오르고 있긴 하지만 아직
영역별 분화가 덜 된 탓이지 제도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게 공연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는 국내 개별 공연 제작자들에게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페퍼민트’가 창작
뮤지컬로서는 드물게 가능성을 인정받았음에도 극작가가 제작자를 겸하면서
드라마가 불필요하게 늘어졌다는 비판,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작가가
작사를 겸함으로써 음악의 가사가 선율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결국 전문
인력의 미분화에 기원한다.
마사 그레이엄 무용단 주역무용수 출신으로 미시간대 무용과 교수인 피터 스팔링의
말이다. 그가 1993년 창립한 피터 스팔링 무용단은 두 번 길거리로 나앉았다. 한
번은 건물주가 건물을 신축한다며 쫓아냈다. 새로이 얻은 연습실은 화재로 전소
됐다. 그러다 지난해 9월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공장 부지를 얻어 탄성기능 바닥이
완비된 연습실 등 5,800평방피트(약 153평)의 무용단 전용공간을 만들었다는 소식
(월간 ‘춤’ 2월호)이다.
하지만 국립발레단은 국민들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예술적 성취에 대해 비판
해도 핑곗거리가 있다. 연습실이 막말로 ‘아우슈비츠 가스실’이다. 연습실이
좁은 데다 환풍·방진장치가 없고 바닥은 딱딱해서 점프를 하다간 허리·무릎·
인대가 온전하기 힘들다.
국립발레단 조남희 사무국장은 “전막 연습을 하거나 70~80명이 한꺼번에 무대
에서 뛰어다니는 ‘스파르타쿠스’ 등의 작품을 연습하려면 제대로 된 100평
이상의 연습실이 필요하다”면서 “환기도 안되는 좁은 곳에서 전단원들이 단체
연습을 하다 단원 하나가 질식해 앰뷸런스에 실려간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국립발레단 환경=국립발레단 연습실은 74평·67평·40평 등 3개가 있다. 이
가운데 40평 연습실은 중간막을 설치해 발레리나 탈의실로 쓴다. 예술의전당 내
시설좋은 정식 발레연습실(83평)은 국립발레단일지라도 1타임(3시간)당 33만원의
대관료를 내야 한다. 국내의 다른 발레단과 비교해도 연습실 환경이 열악한
편이다.
바닥도 탄성 장치가 설치되지 않아 무용수들이 잇달아 부상하고 있다. 오른쪽
발목 인대 파열로 병원을 다니는 수석무용수 장운규씨는 “체조선수가 시멘트
바닥, 축구선수가 맨땅에서 연습하면 실전에서 훌륭한 기량을 선보이기 힘들
것”이라면서 “국립발레단 연습실은 외국과 비교하면 비참한 수준이고 모교인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보다도 크기·바닥·환기가 다 열악하다”고 말했다.
허리 통증으로 통원치료를 하고 있는 신참 단원 윤모양도 뼈가 부러지지 않는
이상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하는 탓에 자비 부담으로 치료 중이다. 연습실이
좋지 않아 회복속도도 늦다는 게 단원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배경=국립발레단 환경이 ‘비참’해진 것은 2000년부터. 문화예술기관·단체의
‘경영개선’을 위해 국립극장·세종문화회관·정동극장 등 극장이 책임운영기관
으로 전환됐다. 국립극장 전속단체이던 국립발레단·오페라단·합창단이 재단법인
화돼 예술의전당 상주단체로 들어갔다.
이에 따라 국립발레단은 국고의 지원을 받는 ‘민간단체’가 돼 국립극장 시설을
마음껏 이용하던 주인 신세에서 예술의전당 세입자로 전락했다. 구조조정이란
이름의 살빼기가 아니라 전속단체라는 살을 떼내 다른 극장의 상주단체로 내던진
것이다.
국립발레단 김긍수 예술감독은 “사실상 국립극장에서 강등돼 나온 것으로 이름만
국립이지 ‘사립’이나 마찬가지”라면서 “공연장 이용도 어려워 정기공연을
주말을 뺀 월~목요일에 하는가 하면 매년 초 열리는 ‘신년 갈라쇼’를 올해엔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본의 아니게 상주단체를 받아들이게 된 예술의전당측도 곤혹스러워한다. 예술의
전당 고희경 공연기획팀장은 “국립단체가 상주단체로 들어온들 예술의전당에 대한
국고지원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국립단체와 예술의전당간 ‘윈·윈
전략’을 뒷받침해줄 제도적 장치가 없는 한 국립단체가 오면 올수록 예술의전당은
손해”라고 말했다.
설계 당시부터 전속단체의 연습을 위한 공간으로 지어진 국립극장과 달리 예술의
전당은 공연 목적으로 지어져 연습실 환경이 좋지 못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망=국립예술단체는 어떤 식으로 운영체계와 조직이 개편되든 전용 공연장·
연습실의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드물다. 전세계적으로
국립예술단체라면 전용 공연장·연습실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최근 문화관광부가 참여정부의 문화정책 비전과 추진
전략을 담은 ‘문화비전 중장기 기본계획’(가칭) 초안(草案) 가운데 국립극장의
전속단체를 이합집산하는 ‘로드 맵’에서는 전용 공연장·연습실 문제를 도외시
해 국립극장측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미 ‘방치상태’에 놓인 국립
발레단의 전용 공연장 확보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무대 크기의 연습실과 맘 편히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일은 ‘국립’(National) 예술단체에 대한 국가의 최소한의 의무가 아닐까. 군인을
전쟁터로 내보낼 때 밥이라도 배불리 먹이면서 연병장에서 제식훈련 정도는 제대로
시키고 등을 떼밀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낮 12시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4층 국립발레단 연습실.
오전 연습을 끝낸 발레 단원들은 주저앉았다. 축구경기보다 에너지 소비량이
많다는 발레 연습이니 긴장이 풀리며 피곤이 몰려와 그럴까.
잠시 후 연습실 안팎은 식당으로 변했다. 안쪽은 발레리나 차지였다. 몇몇 발레
리나들이 가방에서 빵·우유·초콜릿 등속을 꺼냈다. 일부는 슬로 모션으로 일어나
자판기 음료수를 하나씩 빼들었다.
연습실 밖 창고를 개조해 만든 휴게실과 복도는 발레리노들의 공간이 됐다. 일부
남자단원들은 ‘예술의전당 내 음식물 반입금지’란 규정을 어긴 채 김치찌개나
자장면을 주문했다. 일부는 복도 내 소파 주위에서 컵라면 등으로 허기를 때웠다.
남자무용수들은 뭔가를 먹으려 애썼다. 하지만 많은 여자무용수들은 굶었다.
발레단원 박일씨는 “점심시간이 1시간인데 땀 씻고 옷 입은 뒤 식당에 갔다
오기가 빠듯하다”면서 “샤워실이래야 남녀 각각 수도꼭지 두 개씩 있고 탈의실
마저 연습실 한 쪽을 막아쓰는 ‘야전군대’ 스타일이라서 차라리 굶거나 복도
에서 먹는다”고 말했다.
땀냄새에 전 연습복 차림으로 구내식당에 가면 극장 관계자와 내방객들에게 눈총을
받는다. 이를 무릅쓰고 식당에 가더라도 극장 직원들은 2,000원짜리 식권을 내는데
발레단원은 외부인과 똑같은 4,000원을 내야 하는 ‘설움’ 때문에 밥맛을 잃기
일쑤란다.
‘식사시간’ 후 러시아 볼쇼이발레단에서 초빙된 트레이너의 지도 아래 단원들이
오후 연습에 들어갔다. 중학생들이 국민체조나 태극1장을 하기에도 넓어보이지
않는 74평 공간. 팔·다리가 길기로 소문난 ‘국가대표’ 무용수 80명이 사용하는
가장 큰 연습실이다.
그나마 엉망이다. 바닥에는 스티로폼·합판·고무판만 깔렸다. 호흡기 질환과
인대 손상 등을 예방하기 위한 ‘방진(防塵) 고무’가 깔리지 않았다. 환기시설도
없다. 발레단원들이 잔기침을 하거나 무릎·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주된 원인이다.
게다가 발레단원들은 바닥 각목이 너무 촘촘히 깔린 탓에 바닥의 탄성력이 약하
다는 사실을 몸으로 알고 있었다.
연습실 출입문 맞은편 벽면엔 ‘마사지실’이란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복도에
마사지 침대 하나가 놓인 것에 불과했다. 침대에는 ㅎ클리닉이라는 병원측이
놓고 간 ‘무용인의 스포츠 손상-무용활동 중 발생하는 부상과 치료’라는 팸플릿
이 굴러다녔다. 팸플릿에는 “무용실 바닥 상태, 보호장구, 무용장 주변의 기온
등 주변환경이 무용인의 부상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연습하다 질식해 쓰러지고, 툭하면 인대가 늘어나며 점심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국립’ 발레단원. 아름다운 호수에 떠있는 우아한 백조의 수면 밑 분주한 발
놀림을 보러 갔다가 차마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듯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종호 기자 = 유니버설발레단(UBC. 단장 문훈숙)은 올해
창단 20주년을 맞아 각종 공연과 기념책자 발간, 후원회 활성화 등 다채로운
기념사업을 펼친다. 1984년 '신데렐라'를 가지고 국내 최초의 민간발레단 출범을
선언했던 UBC가 세계무대를 누비고 다니는 어엿한 성년으로 자라났음을 상기
시키는 행사들이다.
우선 3월 8-10일에는 '라 바야데르'(La Bayadere)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올리고 4월에는 '백조의 호수'를 경기지역(군포시민회관, 의정부 예술의전당,
오산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한다.
6월 25-27일 '컨템포러리의 발레의 밤'(리틀엔젤스예술회관)에서는 지난해 초연
해 좋은 반응을 얻었던 나초 두아토의 '숲'과 하인츠 슈푀를리의 'All Shall Be'
및 신작 1편을 묶어 공연, 현대발레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제고
시킨다는 계획이다.
10월 29일부터 11월 3일까지는 창작발레 '심청'(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공연
하고 12월에는 의정부 예술의전당과 서울(세종문화회관), 군포에서 연말무대
'호두까기 인형'을 준비한다. 특히 '심청' 공연은 2001년 9월 부상으로 무대를
떠났던 문훈숙 단장의 복귀 무대가 될 수도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월 25일에는 'UBC 20주년 기념 심포지엄'(리틀엔젤스예술회관)을 열어 UBC의
존재가 한국발레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앞으로 한국발레가 나아갈 길을 비춰
보는 자리를 마련하는 한편, 20주년 기념책자, 문훈숙 공연화보집도 발간한다.
10월 22일에는 20주년 기념 대만찬을 열어 UBC에 대한 문화계와 사회 전반의
관심을 높이고, 이를 계기로 후원회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해외공연(로미오와 줄리엣)은 7월 27일부터 8월 18일까지 미국 뉴욕 스테이트
극장,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 샌프란시스코 젤러바흐극장(총 9회)으로 잡혀 있다.
문훈숙 단장은 "성년을 맞아 고전발레의 심도를 더하는 한편 현대발레를 새로운
지향점으로 설정, 해외 유명 현대발레의 소개와 국내 안무가들의 창작발레 공연
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문 단장은 또 발레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팬들의 사랑을 극대화하기 위해 후원
회 활성화, 네티즌 서포터즈 출범, 아름다운 가게 참여 등 공연 외의 일에도 관심
을 쏟겠다고 밝혔다.
'UBC 네티즌 서포터즈'는 인터넷 동호회 가운데 발레인구로 개발할만한 20곳을
골라 'UBC 네티즌 서포터즈'로 제휴, 온라인 및 오프라인상에서 조직적으로
UBC의 브랜드 홍보 및 마케팅을 진행하자는 취지다.
현재 무용동호회를 비롯해 포털사이트, 포도주동호회, 음악.미술동호회, 패밀리
레스토랑, 식도락동호회, 쇼핑몰 등을 대상으로 협의중이며 공식 결성식은 3월
UBC 홈페이지가 새단장을 마친 후 가질 예정이다.
국내 무용단으로는 최초로 공연실황 DVD 제작에도 착수한다. 지난해 10월 예술
의전당에서 공연했던 '돈키호테' 실황 DVD가 곧 출시되며, 3월 '라 바야데르'
공연실황도 DVD로 담아내는 등 앞으로 계속 UBC의 주요 공연을 디지털화해 발레
콘텐츠 개발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사람이, 지도자가 문제입니다..예술을 하는 존재는 사람이기에......
차떼기하는 돈 한번만 갖다주면 상존하는 부상위험 속의 무용수들을 구해낼
수 있을 텐데...
얼마전 서울발레씨어터의 주역무용수였던 나인호 씨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암담
함에 레오타드를 벗고 과천시 시설관리 공단의 극장운영 직원으로 변신했죠.
하지만 현실은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자에게만 달라지는 법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남겨진 숙제입니다.
첫댓글 항상 좋은 기사 올려줘서 감사합니다... 현실이 이정도인지는 정말 몰랐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