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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12년 2월 28~3월 3일 |
거리 |
270 km |
장소 |
제주도 해안일주 |
참석인원 |
18명 |
내용 |
코스: 화명동 - 부산항 - 제주항 - 우도 포함 제주도 해안일주 (용두암, 곽지해변, 수월봉, 외돌개, 용머리해안, 주상절리, 세계 조가비 박물관, 정방폭포, 쇠소깍, 섭지코지 등) -제주항 - 부산항 - 화명동
화요일 오후 4시 제주 여행자들은 샵에 모인다. 뒷날 간식으로 준비한 바나나와 왕언니가 준비한 약밥을 받고 부회장 남편인 성대장 차에는 자전거를 싣는다. 회원들은 지하철을 타기로 했는데 전회장인 박선자 고문이 부두까지 태워주며 배웅까지 한다. 한쪽에서는 영옥이사의 지인이 봉고를 대기하고 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지만 주위에 고마운 마음들이 있어 회원들은 즐겁고 편하게 부두에 도착한다.
봉고가 먼저 부산항에 닿고 뒤이어 박고문의 차와 성대장의 차가 도착한다. 비를 맞아가며 자전거를 내린 후 대합실에서 영옥이사가 준비한 충무 김밥으로 저녁을 먹는다. 배웅을 나와 준 것도 고마운데 부두까지 편하게 이동까지 시켜주니 회원들 가슴에 작은 감동의 물결이 인다.
6시 반쯤 일반인들보다 먼저 자전거가 배에 오른다. 다다미 방 두 칸에 회원들이 나눠 들어간다. 한쪽 방에는 고스톱 판이 펼쳐지고 다른 방에는 안주거리와 소주가 가운데 자리를 차지한다. 하하 호호 웃어가며 술이 한잔씩 돌아간다. 젊을 때부터 술은 두잔 이상 마신 적이 없다는 성대장도 분위기가 좋은지 소주 두 잔을 마신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내일의 빡센 라이딩을 위해 잠자리에 든다. 흔들거리는 배 안에서 잠을 청하니 깊은 잠은 들지 않는다. 이럭저럭 아침 기상시간이 다가와 세수를 하고 하선 할 준비를 한다. 새벽 6시라 밖은 아직 어둡다. 라이트를 장착하고 제주항에서 가까운 식당으로 향한다.
식당 주인은 손님에 대한 성의가 없다. 뜨내기들만 상대해서일까. 새벽 같이 먹는 아침밥을 따끈하게 지어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일부 밥은 마른데다가 차기까지 하다. 서비스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못하는 사람 같다. 거기다 옥돔 탕의 옥돔은 흔적뿐이다.
먼저 내간 십여 명의 탕 그릇에는 고기가 한 마리씩 들어 있었다는데 뒤에 낸 그릇에는 흔적뿐이니 조용히 먹기란 애당초 무리다. 몇몇이 소리를 높이니 주인은 미안하다며 새로 한 밥을 내 주기도 하고 새 탕도 끓여 내기도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시원찮은 아침을 억지로 먹었더니 음식이 다시 올라오는 느낌이다. 운동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면 아마도 체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우리는 하루의 분량이 있으니 페달을 돌려야만 했다. 용두암을 시작으로 하얀 모래와 에메랄드 바다 빛의 해안로를 달리며 관광을 겸한다. 곽지해변과 과물 남녀 노천탕도 구경을 하고 간다.
애월읍 향하는 해안가에는 바위가 진흙 같다. 아이들이 조몰락거리다가 금방 뛰쳐나간 듯 한 해안 바위들, 바다는 예술가다. 해안은 밀물과 썰물 파도와 바람이 함께 어우러져 만든 아름다운 합작품이다. 하얀 모래와 파란 바다가 페달링을 멈추게 한다. 빙글빙글 도는 키다리 풍력발전기도 색다른 멋이다.
차귀도를 바라보며 페달을 돌린다. 이어 일몰이 아름답다는 수월봉水月峯에 올라 수월이와 만난다. 전설에 의하면 '수월이라는 처녀와 녹고라는 총각이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병에 들어 남매는 약초를 찾아 나섰다. 약초는 험한 바위 벼랑에 자라고 있었는데 수월이가 내려가 약초를 캐는 동안 녹고는 누나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런데 약초를 캐는 순간 너무 기쁜 나머지 그만 누나의 손을 놓고 말았다. 수월이가 떨어져 죽자 녹고는 너무 슬퍼 울었다. 녹고가 흘린 눈물은 녹고물이 되고 수월이가 떨어진 봉우리는 수월봉이 되었다.' 우리는 녹고물이 나오는 곳은 가보지 못하고 수월이만 만나고 돌아선다.
첫째 날 오전에 70킬로를 넘기고 점심을 먹는다. 부드러운 제주 돼지고기 수육에 싱싱한 고등어찌개가 쌈 종류와 함께 나온다. 점심을 먹고 나니 라이딩도 바다도 다 귀찮아진다. 쉬고 싶은 마음뿐이지만 또 달려야만 한다. 120 킬로 가까이 채우고 첫날 숙소인 원더 리조트 근처에 도착한다. 숙소 근처 안동 국밥집에 들러 매운 쇠고기 국을 시켰는데 생각보다 맛이 있다. 맵싸한 국을 먹고 따끈하게 샤워를 하고나니 묵직했던 하루의 피로가 한순간에 달아난다.
첫날 라이딩이 너무 힘들거나 밥 생각이 없거나 몸이 불편해 숙소로 먼저 들어간 세 사람에게 매운 소고기국밥을 배달한다. 숙소는 깨끗하고 넓다. 두 사람이 쓰기에는 아까울 정도다. 방 안에는 1인용 침대와 2인용 침대가 놓여있고 여분의 방바닥도 있다. 우리는 두 침대를 마다하고 온도를 올린 따끈한 방바닥에 자리를 편다.
화장실도 깨끗하고 물도 꽐꽐 나온다. 누구는 물이 좋다는 이유로 밤새 입은 팬티도 아침에 또 빤다. 건물은 세운지 1년이 조금 넘었다는데 사장도 직원도 친절하다. 첫날 빡센 라이딩이라 둘째 날은 느긋하게 출발한다.
아침은 리조트 내 식당에서 먹는다. 양식과 한식의 미니 뷔페다. 삶은 계란도 있어 간식으로 한두 개씩 챙기고 누구의 사업 기질로 사장에게 초콜릿까지 선물로 받는다. 밖에서 준비 운동을 하고 리조트사장과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둘째 날 라이딩을 나선다.
둘째 날 오전은 느긋한 관광모드다. 외돌개를 만나고 세계 조가비 박물관에도 들린다. 조가비 박물관은 문을 연지 1년쯤 되었다는데 산호에 조가비를 붙인 작품을 전시해 놓은 곳이다. 조가비의 크고 작은 다양한 모양과 색깔들은 우리의 마음을 한 순간에 빼앗아 버린다. 색깔은 어찌 그리도 예쁜지 모양은 어찌 그리도 다양한지 지게꾼 조개는 왜 자기 살을 파여 가며 조개며 고둥들을 붙이고 다녀야 하는지를 구경한다.
용머리 해안에 들렸지만 파도가 높아 산책로는 들어가지 못한다. 지난여름에도 높은 파도 때문에 용머리 해안을 걷지 못했는데 아쉽다. 산방산 길을 달리고 주상절리로 간다. 주상절리柱狀節理는 사각 육각 칠각기둥들로 모양을 내고 있다. 용암이 흐르다가 바다와 만나 굳을 때 급격한 온도 변화에 의해 그런 모양이 되었다니 참 신기할 뿐이다. 마그마가 외부의 온도 하강으로 굳어진 벽을 뚫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져 수직방향으로 갈라져 기둥 모양이 되었다니 놀랍기만 하다. 주상절리는 단양의 죽순바위를 떠오르게 한다.
점심은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리에 있는 해녀 집이다. 빨간 양념의 갈치조림이 끝내 주는 집이다. 자그마한 가게에 손님이 많아 잠시 기다려 오른다. 음식이 맛있는 집이다. 제주항 근처 첫 식당만 아니었다면 퍼펙트 그 자체였는데. 하기야 직접 들러보지 않은 상태에서 한 집만 실패인 것은 박샘의 대단한 수완이다.
정방폭포에 들려 사진을 찍고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쇠소깍에 들어가 풍경을 만끽한다. 그리고는 해안을 달려 성산읍에 들어선다. 이틀 동안 뒤에서 묵묵히 따르던 몇몇 라이더들, 시원하게 달리기로 약속이나 한듯 하나 둘 셋 상체를 숙이고 다리에 힘을 싣는다. 나도 따 라 붙일까 말까 갈등하고 있는데 세 번째 선수가 지나간다. 에라 나도 달리자 하며 뒤를 따른다.
목적지가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페달을 밟다가 첫 번째 주자와 두 번째 주자가 멈추어 선다. 그 사이 세 번째 선수가 첫 번째 자리를 꿰찬다. 삼거리가 나오자 다시 첫 주자 멈춰서고 뒤를 따르던 성대장이 섭지코지 갔다 오자며 go를 외친다. 그 틈에 원래 첫 주자였던 그녀 다시 달린다. 얼마나 빠른지 아무도 그녀를 따라잡지 못한다.
10여분이나 지났을까. 뒤따르던 회원들이 섭지코지에 도착한다. 목적지가 섭지코지였다니. 몇몇은 그것도 모르고 우리만 갔다 오려 달렸더니 쯧쯧. 박샘은 몇몇이 총알(?) 같이 달리니 숙소에 가는 줄 알았다나. 박샘은 오해를 했고 우리는 비 때문에 일주일 연기되어 늦게 합류한 탓에 다음 코스도 몰랐으니. 시간이 흐른 후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섭지코지에서 처음으로 유채꽃을 만난다. 성산일출봉 아래로 가니 노란 유채 물결이 여기저기 넘실거린다. 성산모텔에 들어가 개운히 씻고 저녁을 먹기 위해 횟집으로 간다. 갈치회 초밥 멍게 생선 껍질 회무침 야채전 등이 나오고 한라산 소주도 맛본다. 첫잔이 달다. 매운탕에 밥이 나오지만 이미 배가 부르다. 담소 후 숙소에 들어가 다음 날 아침 일출 보러 가자며 각자 휴식을 취한다.
전날 저녁부터 내리던 비가 밤새 내리고 있다. 일출 보기는 취소가 되고 8시쯤 아침을 먹기 위해 해녀의 집인 성산읍 오조리로 간다. 찬은 별로였지만 전복죽 하나는 끝내주게 맛있다. 양도 많은 편이다. 진한 색깔에 진한 맛, 거기다 전복 덩어리도 몇 개씩 들어있다. 씹히는 맛이 부드럽다.
성산항에서 배편으로 15분인 우도로 간다. 우도 대합실에 도착해 일부 회원은 그냥 쉬기로 하고 일부 회원만 우중 우도 라이딩을 나선다. 비바람 속에 얼굴을 내어놓고 우리는 그냥 달린다. 섬 안의 섬이라 공기는 깨끗한데 쏟아지는 비 때문에 주마간산으로만 우도 풍경을 보아야 하니 아쉽기만 하다. 성대장 덕(?)에 잠시 바닷길로 내려서고 이끼가 있는 그곳에서 엎어진 김에 쉬어가라고 우리는 아름답고 귀한 추억을 남긴다.
열심히 달린 덕에 시간 여유가 있어 잠시 찻집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우도 땅콩을 맛보며 따끈한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또 다시 달려 대합실에 도착하니 우도 떠날 배 시간이 임박하다. 다시 성산항으로 나와 제주항 방향으로 페달을 돌린다. 해안도로를 달리니 비바람이 한 쪽 얼굴을 마구 두드린다. 때로는 맞바람도 친다. 다리에 힘을 더 싣는다.
해안 길을 달리다가 셋째 날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린다. 전복 뚝배기와 된장 뚝배기 그리고 생선튀김에 양념을 끼얹은 요리가 나온다. 튀긴 생선은 몸통뼈를 제외하곤 모두 먹으라 한다. 머리도 지느러미도 바삭한 것이 보기보다 맛이 있다. 시간 여유가 있어 식당에서 긴 휴식을 취하지만 젖은 옷으로 쉬는 것은 옳은 휴식이 되지 못한다. 몸이 추워진다. 할 수 없이 마른 윗옷을 안에 하나 더 껴입는다.
점심을 먹고 나오니 비가 조금 주춤거린다. 그것만 해도 페달링이 한결 수월하다. 오후를 달리며 바다를 본다.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 것은 자연인듯하다. 비가 내려도 바람이 불어도 바닷가 풍경은 좋다. 수시로 쉬며 사진을 찍고 제주항에 도착하니 17시다. 점심 식당에서 콜밴을 불러 타고 간 세 명이 반갑게 맞이하며 하이파이브를 외친다. 화장실에 들어가 간단하게 매무새를 고치고 제주항 구내에서 저녁을 먹는다.
부산 가는 배를 탄다. 젖은 옷을 벗고 몸을 씻은 후 각자 편안한 휴식을 취한다. 아침이 다가오자 집에 빨리 가고픈지 모두 내려와 하선할 준비를 한다. 그러나 배는 우리의 마음을 무시한 듯 기상악화로 50분이나 늦게 입항한다. 부산항에 내리니 영옥이사 남편과 유사장이 마중을 나왔다. 18대의 자전거를 부회장 남편 차에 차곡차곡 싣고 우리는 유사장의 봉고를 타고 화명으로 달린다.
햇살이 좋다. 며칠 만에 보는 햇빛인가. 부산이 밝은 얼굴로 우리를 품어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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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와~ 페달로 탐라도까지 누비시다니~
정말 멋진 여행, 축하합니다..사진속 '들꽃선생'모습도 아름답고요. 더우기 생생하게 기록한 '제주 해안일주기'를 읽으니, 저도 같이 다녀온 느낌이네요. 우리 주위에는 다양한 인생모습이 있지만 '산들강 MTB클럽'의 삶도 매우 멋진 모습이네요. 덧붙여 '아름다운 우리 조국의 풍경과 착한 국민들의 삶의 모습'을 자주 소개해주셔서, 시름에 잠긴 많은 국민들에게 활력과 용기를 주소서..이것도 훌륭한 愛國의 길입니다...雲中 拜
제주도. 이름만 들어도 설레이네요. 아직 가보지 못했거든요.ㅎㅎ 조만간에 기회를 만들어야겠어요. 볼거리와 먹거리가 많다고 하던데... 해안을 끼고 자건거로 달리는 기분. 날씨야 어쨌든 기분은 하늘을 나는 듯 했겠네요.
비바람 속을 달리다니~~ 그것도 겨울에!
얼어죽는 줄 알겠다.
우~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