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茶
글 德田 이응철
시월 초 사흘이다.
새벽부터 개천절이라고 공휴일을 깃발처럼 흔든다.
ㅡ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이 있고 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다.
개천절 노래가 나도 모르게 저절로 입에서 나오는게 아닌가!
예전에 국민학교 때 모든 공휴일은 학교가서 식을 하고 나서 쉬게 된다.
십여리가 넘어 산을 몇개씩 넘고 개울 건너 맨몸으로 즐겁게 달려와 식式을 하고 노래를 하고 간다.
토요일은 공일의 반으로 좋아하던 날이라 반공일이라 했다. 일재의 잔재로 거둬치웠지만 때문에 국경일 노래도 사라진 느낌이다.
시월들어 갑자기 기온이 급락한다.
어제 이어 오늘도 8.5도라 춥다. 나이드니 새벽이 빨리 찾아온다.
네 시 쯤 눈이 떠 이생각 저생각 온갖 친척들 걱정하며 꼼지락거리다가 읽어나 책 한줄로 위안을 삼는다.
따듯한 차 한잔을 위해 주방으로 나간다. 냉하다. 아직 어둠이 밖을 서성인다.
새벽이면 무슨 차를 마실까 늘상 망설여진다.
외국 나갔다오는 분들이 준 중국 차들이 건초처럼 쌓이고, 믹스커피가 광부덕에 오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어제였다. 채널을 몇번씩 돌리는데 그 때마다 환절기에 좋은 차를 주장하는데 초대된 의사들이 한결같이 레몬차를 권하는게 아닌가! 면역력을 강화 시켜주어 감기가 걸리지 않도록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시큼해 모두 산성인줄 알았는데 몸에 들어가면 알칼리란다. 요즘 잡다한 행사로 급격히 감기 몸살기가 괴롭히고 있어 단박에 이목이 집중되어 주의깊게 시청했다.
레몬ㅡ. 유치원생처럼 노란색에 향까지 좋은 수입 열매-. 비타민 C도 많고, 비타민B6(단백질을 분해하는 피리독신), 칼슘이며 Mg가 많다고 난리들이다. 레몬이라면 그저 생선회 먹을 때나 샐러드에 뿌리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 소화도 촉진되고 황산화로 암예방에 최고라고 한다. 마치 레몬을 판매하는 수입상들이 판매를 위한 궐기대회장처럼 레몬 칭찬 일변도에 놀랐다.
어제 한유閑遊한 틈을 내어 집앞 마트를 찾았다. 레몬 6개에 7천원에 판매한다. 레몬으로 만든 차는 별도로 판매되지 않았다. 시枾겁다는 이유로 아내는 아무리 효능을 설명해도 귀 밖이다. 사다 논 레몬 한개를 잘게 썰어 팔팔 끓는 물에 넣었다. 계속 끓이면서 한잔을 마신다.
대중매체에 약한 현대인의 표상인 것 같지만, 정보란 어디서 귀한 레몬 효능을 접하는가!
끓일수록 시지만 껍데기가 더 많은 효능이 있다고 한다. 무처럼 얇게 썰어 넣으니 훌륭한 차가 탄생되었다.
레몬차, 레몬 물이 뽀얗게 그 향과 함께 내게 안긴다. 목을 추긴 시월의 차이다.
기온이 내려가는 하얀계절이 밀물처럼 다가온다. 주로 마시는 시음차로 그저 만만한 것이 아메리카노 뿐이었다.
커피 한잔이면 물 두잔으로 채워야 한다. 수시로 책 한줄을 읽다가 건조해진 목울대를 적시는 차 한잔을 자신감있게 레몬을
권한다.
지난번 한방 차 한잔 거금을 주고 마신 게 생각 나 웃는다. 십전대보차가 만원 가까워 너무 부담스럽다.
언젠가 임어당이 생활의 발견이란 글에서 아직도 차와 관련된 문장이 남아 있다.
ㅡ혼자서 마시면 이속離俗이라는 말을 듣게 되고, 둘이서 마시면 한적閑適이라 일컫고, 서넛이 마시면 유쾌하다고 하며, 일곱여덟이면 경멸하는 비유로박애博愛라고 불리운다, 차는 적을수록 그 의미가 깊다라는 뜻이리라.
중국에는 녹차로 차례를 지낸다고 한다. 한동안 보성 녹차에 매료되어 즐겼지만 얕은 맛이 없이 무미 건조한 듯 해, 어느새 외면하고 그저 아메리카노 연한 것으로 그 향을 달래곤 했다.
시월 하늘도 푸르다. 산고수청이다. 천고마비의 계절, 간밤에 본 어느 외국 여자 배구선수가 흑마黑馬처럼 건강미가 넘쳐 가을을 힐끔 돌아보게 했다. 시월의 소녀는 사과 속에 숨어있다고 예찬하지만, 폭염으로 낙과하는 배를 한 트럭 실어다 버리는 농부의 입장을 헤아리면서 다시 느낀 것은 무엇인가? 인간은 모든 것을 설계하지만, 완성은 하늘이 한다는 조조의 말에 다시 실감한다
시월의 차 레몬을 그 누구앞에서나 권할 수 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