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대선 2라운드’라고 불리우는 6·1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격전지를 중심으로 여야의 민심 쟁탈전이 치열하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격전지의 민심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의 전통적 텃밭인 ‘영호남’에 각각 보수 아성과 진보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도전장을 내민 출마자들의 ‘고군분투’기도 눈물겹다. 이들이 정치 일생 동안 지역구도 타파에 힘을 쏟으며 보수 강세 지역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바보 노무현’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즉생' 전남 이정현, 대구-서재헌 외로운 싸움중
-국힘 강세 ‘영남’-민주 강세 ‘호남’ 아성 뒤집기 주자들 면면
영남은 보수세가 강한 국민의힘의 전통적 텃밭, 호남은 진보세가 강한 더불어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이다. 이곳에서의 각 당의 내부 경선은 곧 본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금까지 내부 경쟁이 치열했다. 이 때문에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푸념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 계열의 정당에서는 지역구도 타파라는 ‘노무현 정신’을 내세워 ‘바보 노무현’을 자처하며 영남 지역에 도전장을 내민 인사들이 많았다. 또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서도 호남 민심에 노크하며 호남 지역에 출사표를 던지는 인사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선거에서 당장 패배하더라도 당 내에서 불모지에서 당을 위해 희생했다는 평가를 받아 다음 정치 행보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효과를 노렸다.
시간이 갈수록 지역구도가 약화되면서 ‘바보 노무현’ 도전에 성공하는 사례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고, 제3지대 정치의 상징과도 같았던 ‘안철수’라는 정치인이 국민의힘에 흡수돼 제3지대가 완전히 소멸되면서 ‘보수 대 진보’의 진영 대결 정치는 다시 극에 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영남의 국민의힘 강세와 호남에서의 민주당 강세 현상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영호남에서 지방선거 전망과 관련 국정 안정론과 정부 견제론에 대한 응답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영호남 ‘안정 對 견제’ 극명, 출마자들 ‘외로운 싸움’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 2∼4일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호남의 경우 지방선거에서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이 22%, ‘새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민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67%로 나타났다.
반면 부산·울산·경남(PK)에서는 ‘국정 안정론’ 65%, ‘정부 견제론’ 26%, 대구·경북(TK)에서는 ‘국정 안정론’ 80%, ‘정부 견제론’ 14%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같은 민심 흐름에 따라 호남에서 도전장을 내민 국민의힘 후보와 영남에서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그 어느 때보다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장 선거의 경우는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득표율 62.7%로 당선된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현 시장에게 민주당 후보로 변성완 전 부산시장 권한대행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행정고시 출신인 변 전 권한대행은 노무현 정부 대통령비서실 의전행정비서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부산시 행정부시장, 부산시장 권한대행 등을 지낸 인물이다.
변 전 권한대행은 현직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는 박 시장에 맞서 27년간의 행정 경력을 부각시켜 정책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변성완 전 권한대행은 지난 4일 오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부울경 메가시티 비전 발표 기자회견’에서 “부산을 남부권 수도로, 제2의 국가 성장축으로 만들어내겠다”며 “부산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누구보다 잘 알고 누구보다 잘할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영남 출마 민주 후보들, ‘정권교체 대선민심’ 넘어설까
울산시장 선거는 민주당 송철호 현 시장, 국민의힘 후보로 확정된 김두겸 전 울산 남구청장,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박맹우 전 의원 간의 3파전 구도가 형성되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 5일 박 전 의원이 사퇴하면서 양자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송철호 현 시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파가 계속되던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이 논란이 될 수 있고, 정권교체로 인해 정국 상황에도 큰 변화가 온 만큼 재선 도전에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남은 민주당 소속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 관련 혐의로 실형을 확정받고 지사직을 상실하면서 일찌감치 무주공산이 된 지역이다. 국민의힘은 창원시의창구 재선 의원을 지낸 박완수 전 의원을 후보로 확정했고, 민주당 후보로는 양문석 전 경남도당 부위원장이 출전한다. 양 전 부위원장이 대선에서 나타난 정권교체 표심과 도정 공백에 대한 ‘김경수 심판론’ 등을 꺾고 보수 강세 지역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보수의 성지인 대구에서는 최근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홍준표 전 의원이 ‘박심(朴心·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중)’이라는 변수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민주당의 최대 약세 지역인 대구에서 민주당 후보로 홍준표 전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민 사람은 서재헌 민주당 전 상근부대변인이다. 서 전 부대변인이 그렇지 않아도 보수세가 강한 대구에서 5선 국회의원과 대선후보를 지낸 홍준표 전 의원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서 전 부대변인은 최근 대구MBC 라디오에서 “(대구는)보수의 텃밭, 험지가 아니고, 제 고향”이라며 “대구를 위해, 제 가족이 사는 고향을 위해서 열심히 하는 청년 정치인”이라고 자신의 강점을 강조했다.
대구와 함께 국민의힘의 최강 ‘텃밭’으로 꼽히는 경북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로 이철우 현 경북지사가 재선 도전에 나선 가운데 민주당 후보로는 임미애 도의원이 전략공천을 받았다. 국민의힘 텃밭에서 현직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는 이철우 지사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어야 하는 임미애 도의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에서 이 도지사는 지난 4년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남 국힘 주자들, ‘정권견제론’ 꺾을 수 있나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광주에서는 최근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에서 이용섭 현 광주시장을 누르고 본선에 진출한 바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검사 시절 최측근 인사로 알려져 있는 주기환 전 광주지검 수사과장이 민주당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강기정 전 수석이 친문 인사라는 점에서 ‘신구 정권 대결’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주 전 수사과장은 민주당 견제론을 내세워 민심을 공략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YTN 라디오 뉴스 정면승부에서 “우리 광주도 이제는 민주당 독점 체제가 아닌, 견제와 균형을 갖춘 그런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앞장서서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새로운 광주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 출마를 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남에서는 민주당 전남지사 후보로 김영록 현 지사가 재선 도전에 나섰고, 국민의힘 후보로는 옛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이정현 전 의원이 출전한다. 이 전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 보수 정당 후보(새누리당)로는 처음으로 순천에서 재선에 성공한 인물이다.
이 전 의원은 최근 kbc 광주방송에서 “0.001% 차이로라도 꼭 승리하고 싶다”며 “그래서 제가 갖고 있는 역량을 우리 전남의 대변화를 일으키는 데 꼭 한번 발휘를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전북지사 선거에서는 송하진 현 지사가 공천 심사에서 탈락하면서 민주당 주자로는 김관영 전 의원이, 국민의힘에서는 조배숙 전 의원이 본선 경쟁을 벌이게 됐다. 두 사람은 모두 국민의당 출신이다. 이들은 과거 민주당을 탈당해 안철수 전 의원이 주축이 된 국민의당에 합류한 후 2016년 20대 총선에서 김관영 전 의원은 군산에서, 조 전 의원은 익산시을에서 배지를 달았다. 이들은 그러나 지난 20대 대선 과정에서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합류하는 길을 택했다.
전북이 민주당 텃밭이라는 점에서 김관영 전 의원의 우위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당색을 바꾼 조 전 의원이 호남에서 강한 ‘정권 견제론’을 극복하고 민심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 전 의원은 지난 4일 전주MBC에서 “윤석열 당선자는 호남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면서 특히 전북에 대해서도 많은 공약을 했다”며 “그것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그게 저의 출마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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