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꽃이 피고 새싹이 돋아난다. 남보다 먼저 봄을 맞이하는 버드나무에도 물이 올라
애기연두부터 녹색의 모든 것을 하나씩 내보이며 봄을 즐긴다.
가을을 뒤로 겨울잠을 자던 수골에도 봄은 여지없이 와서 하나둘 사람들을 불러 들이고
땅을 활짝 열어 새봄의 새생명을 기를 준비를 마친다.
올 해에는 쉬려고 했던 텃밭을 남궁선생의 성화로 다시 시작했다.
사월의 첫날 올해 분양받은 텃밭도 확인하고, 내친김에 고랑과 이랑도 만들었다.
올해도 두 구좌 10평을 분양받았다. 5평당 두 포의 퇴비를 뿌리느라 네 포의 퇴비를 포당 3000원씩 주고 샀다.
농민에게는 싸게 나오는데 그 원가대로 주는 주인집이 고맙다.
처음 텃밭을 할 때에는 한 구좌당 5만원에 퇴비도 한 포 주었는데
불과 4년 사이에 50%가까이 올랐다.
한 시간 남짓 노동을 한 끝에 밭이 제법 모양을 갖췄다.
무엇을 심을 지를 미리 결정하면서 구획을 나누고 그에 따라 고랑을 파니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이랑이 되었다.
오늘 감자까지 심을까 했는데 종묘상에 감자가 없어 파종은 다음에 하기로 했다.
김장김치가 너무 맛있고 심심해서 많이 먹었기에 올해는 열무를 좀더 많이 심기로 했다.
벌써 상큼하고 시원한 열무김치가 입맛을 돋군다.
10평의 땅이나마 내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러한 밭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게다가 밭에서 일하는 남궁선생이 있으니
이제 일을 마쳤으니 수골 여행을 떠나야지 언제나 눈돌리면 그곳에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니
굳이 먼 곳을 가지 않아도 나만의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수골은 낮지만 세 방향이 산으로 둘러싸여 골밖 동네보다는 기온이 낮다
봄이 왔지만 본격적으로 봄이 시작하기에는 조금 이르다.
멀리 버드나무가 애기연두의 고운 속살로 들을 장식하고 산비둘기 구구대며 골짜기를 울린다.
겨우 핀 꽃도 애기고 순만 겨우 피워 올린 꽃과 나무들이 봄의 입구를 겨우 열어 보인다.
작년 내가 관리하든 밭에 부추가 싱싱하게 자랐다. 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고 오늘을 맞이한 것처럼 보이는데
이밭 주인이 가져다 심었을 수도 있다.
엄나무 순
바깥 동네 양지녘에는 벌써 함박스러운 핀 목련화가 겨우 봉오리를 맺었다. 다음 주 일요일이면 꽃을 피울까 기대가 된다.
여리고 여린 저 봉오리에서 어찌 그렇게 화려하고 커다란 봄의 여왕같은 백색의 꽃을 피울까.
물김치가 시원한 돈나물도 겨울을 이겨내고 싹을 피워 올렸다. 이제 시간의 숙성을 거치면 밥상에 오를 만큼 크겠지.
박주가리 무엇이 아쉬워 품안의 자식 날려보내지 못하고
아직도 지난 시절의 영화 훈장처럼 달고 있나.
사철나무 새순
두릅 순
멋을 아는 밭주인이 심어 놓은 수선화가 청초함을 뽐내며 피어있다.
매화나무 그늘 아래 숨듯 피어있는 수선화를 볼 사람은 몇일까
시장 저잣거리에 앉아 있는 문수보살의 본 모습을 볼 수 있는 밝은 눈을 기다린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그 자리에 피어있다. 겨울을 나느라 수고했다.
추워 움추리지 않으면 절대 꽃을 피우지 못하는 수선화
겨울이 이불처럼 구근을 감싸고, 그 냉기를 안으로 안으로 삭이어 피어낸 수선화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고
꽃의 화려함만큼 붉은 열정을 피어올린 작약.
말 안해도 다 알 민들레.
꽃받침이 뒤집혀 발랑까진 서양민들레
쑥쑥 잘 커 순식간에 쑥대밭을 만들어 버리는 쑥
모과나무에도 싹이 트고 저것이 커서 꽃도 피고 모과도 달리고 추운 겨울 모과청은 감기에도 좋고
해가 드문 매화가지에는 이제야 꽃송이 맺히고
산골짜기 어울리지 않는 해당화 바다가 가까움을 증거하고
길영희 선생님은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민족의 나갈 길을 가리키고 계시네.
탱자나무 가시에는 아직 봄은 멀고 지난 가을의 흔적이 남아 있네.
그러나 세월을 이길 장사는 없어
조만간 이곳에도 꽃은 피겠지
꽃이 져도 개나리
꽃이 펴도 개나리
그러나 꽃이 진 개나리
사람들은 모르지
꽃이 피지 않아서
청매실은 청색꽃을
황매실은 황색 꽃(?)을
길영희 선생님 동상을 조각하신 조우성 작가의 집에는 꽃나무를 고정하는 끈도
조각품에 매어있네.
순록인가 사슴인가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은 마차 대신에
남천을 붙들고 있다.
작가의 집앞에 핀 꽃잔디
만개의 봄을 기다리고 있다.
광대나물
나르시스가 죽은 그 자리에 피었다는 수선화
작가의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
자기 자리인듯 자리잡았다.
신비, 자존감, 고결이란 꽃말을 가진 수선화
예술가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꽃
무리지어 피었다.
2018년 4월1일 수골 푸른두레생협 생태텃밭을 여행하고 쓰다.
첫댓글 새로운 생을 시작하는 봄 식물을 생생하게 담으셨네요.
덕분에 생명의 아름다움을 느껴봅니다.
이러한 느낌이 너무 빨리 끝나는 게
이러한 장면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게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