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너무 이른 봄맛을 보았는가
하루종일 온 몸이 베베 뒤틀리는것이 어딘가로 길을 나서야만 할것 같은 기분이라
그렇다고 딱히 어디 갈곳이 있는것도 아니고
도시같다면야 볼링을 치러 간다거나 영화를 보러 간다거나
아니라면 더 큰 마음 먹고 멀리 여행이라도 가겠지만
이 촌이란곳은 딱히 문화생활 할 곳도 없거니와
그렇다고 촌에 살면서 또 촌으로 여행가는것도 웃읍고
마음은 이미 포기상태이나 몸은 계속 꼬이기 시작하여
일찌감치 들어가 누울까 하던 찰라
이웃 남편의 친구분인 털보씩 즉 김문금씨한테서 전화가 온다
남편은 나의 몸 컨디션을 알아차리기라도 한듯
"그래 올라갈까..."
그리고는 서둘러 컴퓨터를 끄고는 빨리 일어서라 재촉이다
그렇게 하여 털보씨네 가서 일잔하고 있는데
저 한 귀퉁이 소반에 놓여진 꽃다발이 보인다
옴마나 이쁘기도 해라
꽃꽂히 했나 봐아 했더니
숙아씨가 꽃꽂이 배우러 다닌지 벌써 일년이 훨씬 넘은듯 싶은데
숙아씨가 꽃꽂이 해온거란다
처음 꽂았을때는
백합이 안 피였더라니 오늘은 피였네....
이렇게 털보씨네서
이 꽃 저 꽃 보면서
남편은 갖은 포즈를 다 취하여 꽃사진을 담는다
나도 꽃 참 좋아하는데
요즘은 꽃 한번도 안 사주네 마음속으로만 중얼거릴뿐
사진을 담는 남편의 모습만 물끄러미...
이렇게 털보씨네 사랑방에 가서
밤이 늦도록 소주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음이 좋고
이미 지리산으로 들어와 살게 된지 23년이 훌쩍 지났다는 털보씨의
그동안 살아왔던 이야기를 듣는것도 즐겁고
또한 많은것을 배우면서
허심탄회한 웃음속에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 것
그로서 우리는 이곳 산청에 내려와 살면서 그닥 외로움을 못 느끼고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남들은 아무런 연고도 없는곳에서
외로워서 어찌 지내느냐 하지만
나는 외로움을 탈 시간도 그럴만한 여유도 없었다는 것이다
털보씨(김문금)부부의 환한 웃음이 참 멋지다
털보씨의 개궂은 입담도 즐겁고
부인인 숙아씨의 받아침도 즐겁고
참으로 털보씨의 부부는 천생연분 금실 좋고 서로가 이제는 부부라기보다
오누이같기도 하고 친구같기도 한 참 아름답게 사시는 분들이다
아마도 산속 깊은곳에 이웃도 없이
부부 달랑 두분이서 함께 서로 의지하며 오랜동안 살아왔기때문은 아닌가 싶다
첫댓글 운제이래담았어요..ㅎㅎ 모두 사는게 같아요... 다만 웃고 사는거지요...밤중에 비가 마이 오던데...
멋진 그대여
늘 맑은 웃음 맑은 눈동자 오래도록 함께 걸었으면 참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