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가 우려스러운 이유>
1.
누구나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소위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취하고 있다.
해방 이후 한반도의 남쪽은 미국의 영향력이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측면에서 지배적인 곳이다.
우리나라는 자발적이든 강압적이든 나라밖의
지역,
특히 미국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 팔고 그 대가로
미국에게 받은 외화를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다시 나라밖에서 수입하는 방식으로 경제가 발전해 왔다.
돈 가는 곳에 마음이 간다고 우리 사회의 지배층은
돈줄이 흘러들어오는 미국을 숭배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리고 솔직히 경제의 양적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런 방식의 경제성장이 그동안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2.
하지만 가끔 나는 우리나라 경제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여기에 어떤 가게가 있다.
이 가게는 허니버터칩,
신라면 등 몇 가지 품목만 진열해놓고 판매하고
있다.
다행이 그동안 진열한 몇 가지 품목이 인기가 좋아서
괜찮게 가게 운영을 했다.
이 가게 관계자들은 몇 가지 품목을 팔아 번 돈으로
다른 가게에서 식료품을 사먹으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좀 거친 단순화지만,
이 가게가 우리나라의 모습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수출주도형 경제구조인데다가
반도체,
조선,
석유화학,
자동차 등 몇 가지 수출상품에 대한 의존도가 무척
크다.
그렇게 벌어들인 외화로 중국 등에서 식량을 구입해
먹고 산다.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무척
낮다.
농민단체들은 20%수준으로 보고 있으며 정부의 통계에서도 40%대다.
3.
수출중심형 경제라는 것은,
간단히 말해 타인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 팔아서
생계가 유지되는 삶이다.
5천만에 가까운 대한민국 사람들의 목숨줄이 나라밖
사람들의 상품 구매 여부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요즘 수출과 관련한 조짐이 아주 좋지
않다.
스마트폰 판매도 시원치 않고 자동차도 마찬가지며
전체적으로 수출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
가게로 치자면 들여다 놓고 허니버터칩과 신라면이 안
팔리기 시작한다는 얘기다.
단순한 가게의 얘기라면 잘 팔리는 다른 물건을 빨리
구해다 놓으면 그만이지만,
이것은 한 나라의 얘기다.
그렇게 단순하게 해결될 리가
없다.
당장 우리가 잘 수출할 수 있는 다른 상품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4.
더 큰 문제는 앞서 언급한
식량자급률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식량자급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해외에서 식량을 조달하지 못하면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그런데 수출이 부진하면 외화벌이가 시원찮아지고 외화
부족으로 우리나라에 필요한 물품의 수입에도 큰 차질이 생기게 된다.
만약 설상가상으로 전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오기라도
하면 각 나라들이 ‘식량수출 금지령’을 내리게 될 텐데,
그때는 돈이 있어도 식량을 구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빠지게 된다.
지난 2008년 세계적으로 식량부족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을 때 밀 수출 대국인 러시아가
바로 밀 수출 금지령을 내리지 않는가.
만약 향후 세계적인 식량난으로 중국이 식량 수출
금지령을 내리기라도 한다면 우리는 집단 아사자가 발생할 지도 모른다.
식량난으로 힘겨웠던 북한의 식량자급율이
70%를 넘는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
북한은 미국이 달러를 끊어 수출이 봉쇄되고
자연재해가 겹치자 70%
수준의 식량자급률로도 버티기 힘들었던
것이다.
5.
이런 얘기를 하면 내가 무슨 폐쇄경제를 하자는
얘기로 오해를 할 까봐 첨언하는데,
물건 잘 만들어서 수출 잘 하면 좋은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다만 이렇게 수출에 몰빵하는 경제구조는 외풍에 너무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하는 것이다.
수출이라는 외생변수의 출렁임에도 어느 정도까지는
버틸 수 있는 내수중심의 경제 영역이 별도로 탄탄하게 구축돼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식량 자급률 부분은 심각하게 재고하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그런데 내수가 살려면 우선 갖춰져야 하는 것이
뭘까?
당연히 국민들의 구매력이다.
기업들도 국내에 팔아먹을 구석이 있어야 팔아먹지
않겠는가.
그런데 지금처럼 노동자의 임금을 비정규직으로
후려치려고 하고 청년실업문제를 방치하기만 해서는 도대체 무슨 구매력이 생길 수 있을까.
그런데도 현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나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서는 무기력을 넘어서 해결할 의지조차도 없는 상태다.
식량 자급률 문제도 결국 국내 농업을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데,
지금의 농업정책은 농업 포기 정책에 다름
아니다.
6.
기업이 잘 돼야 나라가 잘 된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개별 기업의 이익이 꼭 사회 전체의 이익과
조화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배치될 때가 적지 않다.
개별 기업의 이익이라는 차원에서는 당연히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을 쓰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인건비를 아낄 수 있을 터이니.
하지만 비정규직이 급속도로 늘어나게 되면 사회
전체의 구매력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숙련된 노동자가 감소하여 결국 부메랑으로 경제에 타격을 주게 된다.
개별 기업의 입장에서는 현 경제 상황에서 한 청년을
신입사원으로 뽑아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오히려 낭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면 그 사원에게 주는 인건비 이상으로 이윤을
뽑아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면 결국 사회
전체가 뿌리부터 흔들리는 결과를 야기한다.
이렇게 개별기업의 이익과 사회 전체의 이익이라는
것은 항상 싱크로 되는 것은 아니다.
7.
그렇다면 결국 이 문제는 개별 기업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국가와 공동체가 나서서 시장논리를 넘어서는 정치의
영역으로 풀어내야 하는 문제다.
수출에만 경도되어 있는 경제구조를 내수가 갖춰진 좀
더 탄탄한 경제구조로 바꾸고,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급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청년들이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여당이든 야당이든 기존의
보수정치세력들은 개별 기업들의 로비에 심하게 노출되어 이런 정책을 펼칠 능력도 의지도 없는 상태다.
앞서 언급한 조치들은 결국 개별 기업들의 이익을
침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8.
결국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예상되는 것은
경제의 구조적인 위기다.
그리고 역사를 통해 우리는 배울 수 있듯이 경제
위기가 오면 그것은 결국 정치의 위기로 다시 한 번 재현된다.
솔직히 김대중 씨가 대통령이 되면서 정권교체가 된
결정적인 계기도 IMF
외환위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수 년 안에 경제위기와 더불어 정치의 구조적인
위기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결국 핵심 관건은 이 위기에 해답을 내놓을 수 있는
이론적 조직적 준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