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퇴원을 번복하거나 1개월간 입원치료도 기다려주지 못하고 앞당기려는 환우와 가족들, 또한 정신병적인 상태의 자식을 어렵게 천리길 멀리서 데려와서도 외래치료를 고집하는 부모들에게 경고성 언급을 드립니다. 이런 일들이 주치의를 얼마나 지치게 하고, 병원 근무자들의 진을 빼게 하는지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카페에 처음 오신 분이거나 조현병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분들이 많이 일으키는 곤란함입니다. 소생의 나이 이미 66세로 대부분 제가 죽은 이후에도 약을 복용하는 당사자에게는 가장 잘 소통하는 정신과의사를 찾아서 30~50년 더 치료를 받아야 하는 젊은이들의 만성질환입니다.
24년 가까이 정신과의원을 개업했다가 정신과전문의 봉직의로 지난 9년을 살았습니다. 참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별별 환자와 별별 가족들을 다 만났습니다. 별별 병원 운영자들을 다 만났습니다. 소생이 취한 행동은 어느 때나 당당했으며 언제나 한결 같습니다. 누구를 만나든 격의 없는 대화가 이어졌고, 부모에게 함부로 하는 젊은이를 보고는 그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나무라거나 꿇어앉혀서 부모님께 사과까지 하게 하였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가는 수상록을 처음부터 읽으신 분들은 이미 짐작하고 계실 것입니다. 병원 소유주가 힘들게 할 때는 떠날 때가 되었는지를 묵상하며 때로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창조주 하나님과 대화하는 모습도 보셨을 것입니다. 이런 일들은 어려운 게 아니었고 저절로 모든 일에 상식이 통하게 하려는 시도에 불과하였습니다.
전공의 시절부터 정신병적인 상태로 조현병 환자가 입원하면 1개월간 입원치료로 가급적 퇴원시켜서 그들에게 다른 분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일상을 살아갈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사실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고 1991년 처음 출판했었던 [정신분열병을 이겨낸 사람들] 책에도 적혀 있습니다. 소생이 아무리 최선을 다한 치료를 한다고 하여도 오진도 있을 수 있고, 환우들의 주변 여건을 잘못 판단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장기입원은 젊은이들에게 여러 반감을 불러일으키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여러 병원 운영자들이 아직 병실이 비었는데 2개월간이라도 붙잡아두면 어떠한가를 얘기했지만 꼭 필요한 당위성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가급적 1개월이면 대부분 퇴원까지 시켰습니다. 이는 의사로서 환자들을 위한 최선의 배려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러할진데 호전되었다고 2주만에 막무가내로 퇴원시켜서 데려가면 봉급을 받는 주치의 입장은 병원 운영자에게도 여간 송구한 생각이 드는 게 아닙니다. 주치의를 꼭 그렇게 곤란한 여건에 처하게 하여야겠는지요?
1개월간 병원에 머무르며 조현병에 대하여 공부시키고, 재발하여 다시 입원하지 않을 방법을 얘기해 주어도 또 단약하여 재입원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의사소통이 안 되던 자식이 입원 1주 후 면회하여 호전된 모습을 보면 처음 약속과는 달리 막무가내로 퇴원시켜 데려가는 부모가 왕왕 있습니다. 대부분 다시 재입원하거나 심지어 자살까지 초래시키기도 합니다. 부모의 막무가내 일방통행 결정은 그만큼 더 큰 불행을 태동시키고 있습니다. 입원 1주만에 면회한 다음 약물부작용을 없애기 위하여 매주 30% 가까이 감량하다보면 나빠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그렇지 않고 부드럽게 최소 유지용량까지 도달하는 경우도 70%가 넘습니다. 그런 환자나 그런 부모에게는 더 일찍 퇴원시켜 달라는 요구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주치의가 이제 66세 노인으로 자신의 삶을 젊은이들에게 노출시키며 '인생은 이렇게 사는 것'이다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런 노인 곁에 1개월이라도 그냥 함께 살도록 두고 싶지 않은지요? 꼭 그렇게 한두 주 앞당겨서 퇴원시키고 집으로 데려가고 싶은지요? 주치의와 환자 사이에 서로 믿고 의지하려는 믿음의 관계는 조현병 치료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얘기하여도 과언이 아닌데 다른 환자의 경우도 생각해 보고. 정신병원이란 곳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의 상황도 살펴보고,1개월이란 기간이 결코 긴 기간이 아닙니다. 병원 시설이 어떠하고.. 근무자가 어떠하고.. 내 자식에게는 맞지 않는 환경이고.. 이 모든 것은 처음 입원시킬 때 제정신이 아니던 모습에 비교하면 하나도 고려의 대상이 아닙니다.
주치의를 보고 조현병도 정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는 것을 보며 입원시키러 병원에 왔지 대학병원 시설을 요구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다행히 현재 근무하는 안산연세병원은 시설면에서도 별로 나무랄 것이 없습니다. 서울대병원에 비하면 90% 절감된 입원비 부담으로 1개월만에 호전되어 약물부작용도 없이 퇴원시키고 있습니다. 사람이 일하는 곳이니 소생이 최선을 다하여 병원 분위기가 치료적인 공동체가 되도록 노력한다고 하여도 아직 시간도 더 필요하고, 앞으로도 모두 마음에 덜차는 현장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가족들도 근무자들이 내 가족이라고 생각해 보는 분이라면 해서는 안 되는 막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소생은 가는 곳마다 환자를 몰고 다녔을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대학병원에서조차 해결을 못 보던 환우들이 찾아와 병동을 소란스럽게 하고, 근무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여건이 자주 발생합니다. 보호사나 간호사의 안경이 부서지고, 팔뚝에 타박 흔적이나 치아에 물린 자국이 남기도 합니다. 정신병적인 상태로 입원하면 다른 환자들에게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니라 다른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기 일쑤입니다. 제정신이 들어서 조현병에 대해 생각도 해보고 [정신분열병을 이겨낸 사람들] 책도 읽혀서 조현병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1주 후 면회 오라고 하면 근무자들이 일할 수 없을 정도로 1주 내내, 하루 서너 번도 병동으로 전화를 하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정말 자기 자식만 알고, 근무자들의 입장은 생각할 줄 모르는 나쁜 사람입니다.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건강한 공동체를 생각하고 몇몇 원칙을 재차 천명을 하겠으니 입원시킨 부모들은 이를 꼭 따라주셔야 병원 분위기가 건강한 치료적인 공동체로 변모할 것입니다.
1. 입원시키고 1주 후 면회하기 전까지 병동으로 전화하지 마십시오. 하루 7명도 입원시킨 날이 있으니 근무자들도 덩달아 지칠 정도로 바쁘고, 퇴근 시각은 저절로 한두 시간 연기됩니다. 주치의도 환자를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니 카페 상담실에 상담글도 면회 후로 미루십시오. 부모도 빨리 입원시키지 않아서 고생한 시간들이 길었으니 병원을 믿고 쉬십시오. 입원 1주 후 면회 오기 바로 전날 오후 7시경 병동으로 전화하여 환자와 통화하면 호전된 모습임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필요한 물품이 있는가를 물어보고, 개방병동에 있게 할 생각을 하시면 핸드폰, 노트북, 운동화, 조깅복까지도 챙겨서 오면 더 좋습니다.
2. 지방에서 멀리 와서 입원을 결정하고 병동까지 올라갔다가 무슨 이유로든 입원을 취소하고, 도로 데려가려면 다시는 소생을 만나지 않겠다는 각오로 데려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적어도 6개월 이내에 다시 외래로 오더라도 저는 진료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본원에도 여러 전문의들이 있으니 다른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십시오. 소생이 가장 지치는 경우일 뿐만 아니라 바쁜 근무자들, 모두에게 여간 미안한 일이 아닙니다.
3. 단약으로 나빠졌거나 초발로 정신병적인 상태로 입원시키면 1개월간, 과량의 약물로 약물조절을 위하여 개방병동에 입원하면 3주간 입원기간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면 다른 병원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위에 장황한 설명을 했음에도 허구한날 이런 것으로 스스로를 지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카페 회원들이 1만명을 넘어가면서는 소생의 일상이 없어질 정도이고, 종일 면담하느라 새벽부터 오후 5시가 되어도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환자가 많아서 예약이 불가합니다. 가능하면 아침 일찍 조금은 한가한 오전에 외래진료를 받으면 덜 기다리게 됩니다. 오후 3시45분 외래진료 접수는 마감하고 오후 4시에 다시 병동으로 들어가 입원환자들과 면담할 기회를 가지겠으니 협조를 당부합니다.
또한 지난 9년간 잦은 이동으로 개인 핸드폰번호를 소지한 분들이 있는데 퇴근시간 이후에는 제발 전화하지 말기를 원합니다. 깊은 잠을 자는 초저녁 시간은 더욱 괴롭습니다. 낮에도 병원 전화를 이용하십시오.
금요일은 오후 12시에 외래접수를 마감합니다. 앞으로 오전에는 예약이 없어도 12시까지 오시면 오전진료를 받을 수 있고, 점심시간인 오후 1시30분까지 대기자수가 늘어나 많이 기다리는 일이 발생하니 가급적 오후 2시~3시30분 사이에 내원하면 좋습니다.
2017.5.13. 아침 7:07
첫댓글 좋으신 말씀입니다
열심히 읽고 참고해 밝은 삶을 살겠습니다
권샘께서 밤잠을 설치시면서 환우들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시는모습은 제가 잘알고있습니다~
약조절을 위해 입원시킨 아들을 권샘께선 21일만에 퇴원하라고 하셨는데 전 일주일을 더 버티고 최소유지용량으로 조절하고 퇴원했습니다~오히려 권샘계신곳이 편하고 안심이 되었던곳이지요~고대병원 일주일 입원비가 백삼십만원이 나왔지요~권샘병원은 입원비도 싸고 믿고 의지할수있는 권샘이계시기에 전 감사할뿐이였습니다~권샘을 믿으시고 따라가보세요~
그리하면 환우들의 건강은 물론 덤으로
평생 감사하며 살아갈것입니다 저처럼요~~
동감합니다.
카페를 통해 조금씩 배우고 알아가는 중이지만,,,
권선생님 애쓰심에 뭐라 다 표현할수가 없습니다!!!!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1주일만에 면회하였을때 퇴원시켜달라고 그렇게 졸랐던 딸이 1개월간 입원후에 퇴원한 후 지금은 2주가 지났고 너무 좋아졌습니다. 아플때와 달리 같이 대화를 많이 하게 되는데 그때 자기가 1개월간 입원한것이 다행이었다고 하더군요. 푹 쉰다고 생각하면서 비교적 규칙적으로 생활했던 것이 지금 회복하고 좋아지게 된것 같다고 하더군요. 처음 입원 1주일후에 면담했을때 아이한테 단호하게 말씀해주신것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이제부턴 열심히 잘 따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한달이 너무 길게 느껴졌지만...ㅎ
그 한달동안 많은 분들을 보고 만나면서,
여러가지를 느끼고 깨달았습니다.
권선생님을 만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권선생님,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이런 추석 연휴에도 입원1주만에 면회온 부모가 퇴원을 요구하며 근무 간호사를 괴롭히는 부모가 있었습니다.
이런 무모한 부모는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이며 우리카페와는 인연이 없는 사람들로 할 것입니다.
저또한 무지한 부모가 되지않을까 늘 고민해왔습니다...
카페에 들어오거나 원장님의 책을 읽어서 알아야 올바른 생각과 행동을 할수있는데..권원장님함께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스크랩 해가요
항상 고생 많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