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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고려 충숙왕 때 월송사(月松寺) 부근에 세워져있던 것을 조선시대 중종 반정의 주역인 박원종이 반정 전 강원도 관찰사였을 당시 중건한 이래 계속 돌보지 않아 오랜 세월동안 퇴락한 것을 지방 유지들이 다시 중건하였다.
그러나 구한말, 군사요충지라는 이유로 일본군이 다시 철거했다가 해방 후인
1969년에 재일교포들이 정자를 신축했는데 옛 모습과 같지 않아서 다시 해체하고
1980년 7월 당국에서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하는 등 해체와 신축을 거듭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현재 현판 글씨는 최규하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 전에 썼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박원종에서부터 신돌석, 최규하에 이르기까지 이 조그만 정자 하나에
정말 많은 역사 인물들이 얽혀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박원종 하면 연산군을 폐하고 중종을 옹립한 희대의 사건인 중종 반정의 주역 중에 주역이다. 일설에는 월산대군 사망 후 수절하고 있다가 연산군에게 능욕당한 월산대군의 처 승평부대 부인 박씨가 자살하기 전에 친정 동생인 박원종을 불러 원수를 갚아줄 것을 눈물로 호소한 후 목을 매어 자살하자 원통한 누이의 원수를 갚기 위해 박원종이 중종 반정을 결행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부부인 박씨가 사망한 해가 바로 중종반정이 일어난 1506년이고 보면 시기상 야담의 이야기와 썩 일치하지 않고 있다.
월송정은 박원종이 중종반정이 일어나기 전 연산군의 미움을 받아 좌천당해 한직인 강원도 관찰사를 역임했을 때 중건했으니 추측컨대 이 때부터 박원종은 이 월송정에서 바다를 굽어보며 마음속으로 반정의 밑그림을 차근차근 그리지 않았을까?
그러나 나름대로 개혁을 꿈꾸며 중종반정에 성공한 그도 말년에는 무소불위한 권력의 맛에 길들여져 초호화판 주택을 짓는 등 개혁과는 담을 싼 호사스런 생활을 하다가 중종 5년에 생을 마감하였다. 그의 삶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초심을 지닌 채 살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망양정 솔숲에 들려오는 파도소리
天根(천근)을 못내 보와 望洋亭(망양정)의 오른 말이,
바다 밧근 하날이니 하날 밧근 무서신고.
갓득 노한 고래, 뉘라셔 놀내관대,
블거니 쁨거니 어즈러이 구난디고.
銀山(은산)을 것거 내여 六合(육합)의 나리난 닷
五月 長天(오월장천)의 白雪(백설)은 므사 일고.
정철 / 관동별곡 中
숙종이 겸재 정선이 그린 관동팔곡 화첩 중 망양정 그림을 보고 감탄하여
'관동제일루'라는 현판을 내린 것으로 유명한 망양정은 원래 기성면 망양리 해변언덕에 있었다.
조선 세종 때 채신보가 망양정이 오래되고 낡았다고 해서 망양리 현종산 기슭으로 옮기고
그 후 1858년(철종 9년)에 성류굴 앞으로 흘러내리는 왕피천을 끼고 동해의 만경창파를
한눈에 굽어 볼 수 있는 현 위치로 옮겼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정철의 관동별곡이나 숙종이 '관동제일루'라 칭한 망월루는
지금의 모습이 아니다. 그러나 이 곳 또한 높은 곳에서 바다를 아우르는 특유한
모습이 있는데 바로 파도소리 같은 솔숲소리였다.
바람 부는 망양정을 오르려다 보니 어디선가 파도소리가 애절하게 들린다.
이 애절한 파도소리의 정체는 다름아닌 솔숲에 부는 바람소리였는데 듣기만 하면
영낙없는 파도소리로 오인할 만큼 비슷했다.
비록 정철의 관동별곡 속 망양정이 이 곳이 아니라 해도 파도소리를 닮은 솔숲의
바람소리와 함께 저 멀리 보이는 바다는 정말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모를 정도로 광활했다. 문득 고래를 볼 수 있을까 두리번거렸지만 오라는
고래는 보이지 않고 간간이 물고기를 낚는 고깃배만 보일 뿐이다.
솔숲의 바람소리를 파도소리로 착각하여 배를 타고 나가는 상상에 빠졌다가
상상에서 깨어나 죽서루를 향해 출발해야 할 시간이었다.
말 디쟈 학(鶴)을 타고 구공(九空)의 올나가니, 공중옥소(空中玉簫) 소리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잠을 깨여 바다를 구버보니, 기픠랄 모라거니 가인들 엇디 알리.
명월(明月)이 천산만락(千山萬落)의 아니 비쵠 대 업다.
정철/관동별곡 中
첫댓글 지난 10월13일 서예유적탐방시 찍은 사진입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좋은 자료 올려 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덕분에 울진 월송정과 망양정의 해설까지 붙여놓은 서예자료를 잘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