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아침 6:30 친구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새보러 가는데 같이 가겠느냐고..
오전10시 운길산역에서 만나기로 합니다.
서둘러 일어나서 아침밥을 해놓고 아침7:50분에 집을 나섭니다.
버스로 석수역
전철로 용산
용산에서 용문행 전철을 탑니다.
10시 5분전에 도착하고 친구와 세작을 만납니다.
몇년만에 보는 착하고 순수한 청년 세작은
그동안 군대도 다녀오고 북한산국립공원 에코가이드로 취직도 했다는데
여리고 수줍은 소녀같은 모습은 예전 그대로입니다.


운길산역을 나와 길을 건너 조안면 복지회관 맞은편에 남한경변에 공원이 있습니다.
공원으로 가는 도중 마진교에서 내려다보이는 곳에 중대백로와 흰뺨검둥오리가 보입니다.
공원에 사람도 없고, 햇살은 따뜻하고 하늘은 맑은 가을날씨 입니다.
공원입구 연꽃군락지에서 필드스코프로 짝짓기를 하는 잠자리를봅니다.
암컷은 수컷의 가슴과 배 사이 교미부속기에 생식기를 갖다대고 있고,
수컷의 배 끝에 있는 교미부속기는 암컷의 뒷머리를 꽉 잡고 있습니다.
책에는 암컷의 목을 잡는다고 되어있는데..
책이 얼마나 잘못된 정보가 많은지
직접 하나하나 경험해 보는 공부가 왜 중요한지를 설명해줍니다.
그 다음 새를 봅니다.
백로는 긴 다리로 서 있고 오리떼 가족이 줄을 지어 떠다닙니다.
멧비둘기 2마리.. 무슨 벌레를 연신 주워먹고 있습니다.
저 멀리 운길산에 있는 수종사도 봅니다.
쌍안경과 필드스코프로...
꽃도 봅니다.
육안으로 보는 것 보다 더 자세하게 보입니다.
필드스코프로 봐야하는 이유..
무엇이든 너무 가까이 다가가 대상의 아우라를 깨고 들어가면, 그것들이 놀라서
긴장하여 왜곡된 모습에 자연스런 모습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사람도 너무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어색하고 불편하고 잘보이려 꾸미고.. 자연스럽지 않지요.
그래서 어떤관계든 '아름다운 거리' 가 꼭 필요한 것이지요.
까치가 친구를 부르는 소리는 중저음 소리로 보통때의 까치소리와는 전혀 다른 소리를 냅니다.
3~4종류의 새소리가 들립니다.
지렁이 울음소리도 들어보기로 합니다.

자연공부는 왜 하는가? 에 대해 얘기를 나눕니다.
처음에는 이름알기
그 다음에는 왜 그 자리에 있는지.. 생태
그 다음단계는 생태와 나의 관계.. 자연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자연을 공부한다고 할 수 없지요.
본질에 대한 공부가 안된채 식생의 이름만 알아서 떠들다 보면 오히려 자연을 해치게 될수도 있으니까.
11시가 되니 새소리가 그칩니다.
이때쯤에 왜 새소리가 그칠까?
새소리가 그치면 왜 곤충은 더 활발히 움직일까?.
낮에 햇볕을 받고 있는 나뭇잎은 따뜻할까? 시원할까?
올 가을 유난히 나비가 많이 보이는 이유는?
이제 강변가 나무그늘아래 큰 돌의자에 앉아서 얘기를 합니다.
세작은 지금 여러가지 공부를 하는 중..
그동안 받은 과제를 잘 하고 있는지,
하기로 한 공부를 얼마나 했는지,
자연공부, 한자공부, 일기쓰기, 책읽기, 말의 개념 알기..
질문에 대답, 대답에 또 질문.. 세작은 답변을 하느라 땀을 뺍니다.
세작에게 하는 질문에 속으로 나도 대답을 해 봅니다.
말의 개념정리부터 말하는 법, 공부해야 하는 이유까지 설명합니다.
가만히 듣고 있으니
다 옳으신 말씀에, 그대로만 하면 공부를 제대로 해서 세작에게 평생의 힘이 될 것 같기는 한데
끙끙거리며 대답하는 세작이 힘들어 보입니다.
요즘 친구의 마음의 변화를 얘기합니다.
직접적인 정치적 발언을 잘 하지 않았었는데 오늘은 흥분하여 울분을 토합니다.
이꼴저꼴 보기 싫어 그만 살고싶다고 합니다.
심정은 이해하나 그 전과 많이 다른 모습에 물어봅니다.
왜 그러냐고??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이 너무 어처구니 없어 참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오후1시가 되어 운길산역에서 친구의 고향친구를 만나 함께 양평에 있는 화덕피자집 ‘제로제‘로 갑니다.
현대적 건물에 꽤 넓은 실내공간, 깔끔한 인테리어가 마치 서울 시내 한복판 피자집 같습니다.
아이를 넷이나 낳고 아이들을 모두 혁신학교인 조현초등에 보내는 주인장부부,
넓은 실내에 손님이 꽉차서 한쪽 벽면 테이블에 겨우 자리를 잡습니다.
테이블 바로옆에 요리, 인테리어, 집짓기에 관한 책이 꽂혀있습니다.
그중에서 김영갑 사진첩이 눈에 띄어 꺼내서 봅니다.
고르곤졸라 피자와 프리마베라 피자, 이디오피아 커피를 시킵니다.
화덕피자라 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려서 핸드드립 커피가 먼저 나옵니다.
주인은 피자, 바리스타는 커피만, 한명은 서빙전담, 안주인은 전체 관리,
전 직원이 업무분담이 잘되어 빠르면서 공손히 손님을 대하고 활기있게 돌아갑니다.
세작을 위해서 햄이 들어간 카프리초사를 한 판 더 시키고 커피도 한 잔씩 더 합니다.
진한듯 부드러운 바디감, 오랫만에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마십니다.
이태리에서 직접 공수해 온 신선한 재료에 정성을 들여 깔끔하고 맛있는 최고의 피자를 만들어 냅니다.
맛있는 피자를 먹으니 이제 대화도 부드러워집니다.
친구의 또 다른 고향친구를 만나 같이 옥천에 있는 '까페블랑'으로 갑니다.
유기농빵과 핸드드립을 일품으로 내리는 '까페블랑'
들어가니 안주인이 송편 반죽을 하고 계십니다.
우리 일행이 받아서 반죽을 치대고 송편을 만듭니다.
오늘 만들 송편은 삶은밤을 송편속으로 넣어 만드는 밤송편..
여럿이 함께하니 금방 송편 한 쟁반을 다 만들어냅니다.
동그란 반죽안에 밤을 넣고 만드는데 각자 만들어 내는 모양이 다 다릅니다.
송편이 쪄지는 동안,
주인장이 도이창 커피를 내려서 가져오십니다.
도이는 산, 창은 코끼리, 즉 코끼리 모양의 산에서 나는 커피란 뜻입니다.
도이창 커피는 태국.버마.라오스 트라이앵글지역의 양귀비 제배하던 지역에서 생산되는 커피입니다.
태국왕실과 UN에서 양귀비 대신 커피를 제배하도록 지원을 해주고 버마탈출 소수민족이 생업으로 하는 것입니다.
도이창 커피를 2년 숙성된 것과 숙성되지 않은 것을 각각 마셔 봅니다.
각자 느낌을 얘기하고 맛을 비교해봅니다.
그사이 송편이 다쪄져 안주인이 가지고 나옵니다.
밤을 넣은 송편은 처음 먹어보는 것이라 긍금했는데 맛이 아주 좋습니다.
세작의 숙제검사가 또 계속됩니다.
하루에 한곡씩 노래연습을 하기로 했는데 노래를 하라고 하니 우물쭈물하기만 합니다.
생명에게 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노래는 왜 해야 하는지를 알면서도, 노래연습을 하지 않아서 또 야단을 맞습니다.
세작에게 시범을 보여주기 위해 졸지에 여울각시가 노래를 부릅니다.
한참을 더 얘기하다가 일어섭니다.
사람이 새로워지기위해서는
새로운 곳을 찾아다닌다- 여행
새로운 친구를 만난다
새로운 공부를 한다
‘새’를 보러 다닌다-‘새’는 늘 깃털을 다듬고 색이 변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오랫만에 새를 보며
자신과 자존, 언제나 당당할 수 있는 길은 공부임을!
세작의 과제가 나의 과제이기도 함을,
공부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 날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