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판장은 '먹을 복'이 참 많은 사람입니다.
신기하게도 '먹을 복'은 나누면 나눌수록 점점 배(倍)가 됩니다.
무슨 말씀인가 하면 '갑판장의 먹을 복'을 동경하여 그 복을 함께 공유하고픈 사람들이 갑판장과 친구의 연을 맺습니다.
유유상종이라고 그들 또한 각자의 먹을 복이 있는 인물들인지라
친구가 늘어날수록 갑판장의 먹을 복은 더욱 상승을 한다는 말씀입니다.
게다가 저마다의 소양과 식성이 달라 각기 내세울수 있는 입맛과 먹을 복이 다릅니다.
어떤 이는 주류에 밝고, 또 어떤 이는 토속적인 음식에 밝고, 또 또 어떤 이는 국제적인 입맛에 밝고 기타 등 등 기타 등 등...
암튼 자다가도 먹을 것이 생기는 인물들이 친구라는 연대감을 가지고 떼로 몰려 다니다보니
이틀이 멀다하고 귀한 식경험을 하게 됩니다.
갑판장의 친구중에 딸기아빠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그는 산, 들, 강, 바다에서 수렵 및 채취가 가능한 먹거리에 유독 밝습니다.
그래서 갑판장과 친구들은 그를 통해 봄나물의 으뜸인 옻순을 해마다 맛을 봅니다.
올해도 옻순소식을 학수고대를 하고 있었더니 옻순이 급상경중이라는 낭보가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기쁨을 채 만끽하기도 전에 여러 친구들이 깊은 시름에 풍덩 빠졌습니다.
하필이면 그 날이 어버이날과 겹친다지 뭡니까?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먹을 복이 그 쯤인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운 노릇이겠지만
먹을 복이 뻗친 사람들끼리라도 옻순을 제대로 즐겨줄 수밖에요.
(갑판장은 선장님과 딸아이를 대동하고 어린이날에도 어머니를 찾아 뵈었었고 어버이날 당일 낮에도 찾아 뵈었습니다.)
다른 식자재들과 마찬가지로 옻순도 채취되는 순간부터 급격히 생명력이 감소를 합니다.
그러니 가급적 서둘러 먹는 것이 상책입니다.
더군다나 갑판장이 매년 봄마다 옻순을 봤지만 올해 채집된 옻순이 여리기로는 으뜸입니다.
이런 상질의 옻순을 묵힌다는 것은 옻순에 대한 모독입니다.
옻순을 먹는 방법은 다양합니다만 갑판장과 친구들이 선호하는 방법은 '날로 먹기(生食)' 입니다.
옻순중에서도 여린 것만 추려서 날로 먹습니다.
맹으로 옻순만 먹어도 좋고, 된장이나 초장, 와사비간장, 소금, 심지어는 꼬릿한 치즈와 곁들여 먹어도 맛납니다.
돼지수육과도 합이 잘 맞습니다.
약간 웃자란 옻순도 생으로 먹습니다만 이건 통째로 먹기보단
잎파리 부분과 줄기 밑둥 부분을 구별해서 나눠 먹는 것이 두 가지 맛으로 구분이 된다는 사실을 이번에 우연히 채득했습니다.
올해는 사정이 있어서 강구막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옻순모임을 가졌는데
만일 강구막회에서 옻순모임을 했다면 갑판장은 아래와 같이 메뉴를 구성했을 겁니다.
- 아 래 -
죽염된장과 들깨로 맛을 낸 살짝 데친 옻순무침 + 막걸리
죽염된장을 곁들인 삼겹살수육과 생옻순 + 생옻순을 동동 띄운 막걸리
쌀가루와 밀가루 옷을 살짝 입혀 기름 두른 팬에서 바삭하게 지진 옻순지짐 + 생옻순을 동동 띄운 막걸리
그뤼에치즈와 生양송이, 구운 마늘, 올리브 오일, 천일염 등으로 맛을 낸 옻순샐러드 + 데일리 와인
생옻순을 듬뿍 얹은 마르게리따 핏짜(또는 코스트코 치즈피자) + 데일리 와인 또는 대동강맥주
올해는 남의 영업집(음식점)에서의 옻순모임이라 그 음식점의 메뉴를 곁들여 생옻순만 먹었기에 많이 허전합니다.
그래서 옻순 조리가 가능한 다른 영업집으로 이동을 하려 합니다만...
그 집의 사정이 어떤지 사전에 반듯이 확인을 해야 합니다.
아무 음식점에나 가서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는 옻순요리를 무작정 부탁드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입니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온 인물을 척후병으로 보냈습니다.
그 인물에게서 연락이 올 때까지 다른 친구들은 잠시 인근공원에 자리를 잡고 편의점에서 산 캔맥주를 들이켰습니다.
비록 서울 한복판이지만 도심속 공원이라 나름 정취가 있습니다.
광화문에서 명동으로 자리를 옮겨 기어코 옻순숙회와 옻순지짐을 맛봤습니다.
생옻순도 맛나지만 옻순지짐도 절대 빠뜨릴 수 없는 맛이니 꼭 맛을 봐야만 했습니다.
옻순지짐이 바삭했더라면 훨씬 맛나게 먹었겠지만 이것도 감지덕지입니다.
오랫만에 느닷없이 들이 닥친 친구들을 위해서 기꺼이 옻순을 조리해 준 땡땡주방장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맛나게 잘 먹었습니다.
바라기는 땡땡주방장네 가게가 번창해서 오래도록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덟이 다섯이 되고,
다섯이 넷이 되더니,
이번엔 셋이 남았습니다.
좋은 옻순을 맛 본 여흥을 길이 보존하고자 의기투합하여 홍대쪽으로 장소를 옮겼습니다.
각자의 취향껏 맥소, 소맥, 소콜을 제조하여 마셨습니다.
갑판장은 소맥파입니다.
갑판장표 소맥의 제조방법은 간단합니다.
1. 소주잔에 평소와 같은 양의 소주를 채웁니다.(7~8할)
2. 잔의 남은 공간(2~3할)을 맥주로 마저 채웁니다.
3. 마십니다.
선수들만 남았으니 이제부턴 열심히 달려야 합니다.
그래서 재밌는 게임을 했습니다.
셋이서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와사비를 듬뿍 얹은 광어회 한 점을 먹는 것인데
갑판장이 연달아 세 번을 졌습니다.
세 번째는 광어회 없이 와사비만 먹기 였습니다.
윗 사진의 한복판에 보이는 와사비가 바로 그 와사빕니다.
2초후에 빨간눈물이 맺힐 지경으로 짜릿한 맛입니다.
갑판장의 불운을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애써 태연한 척 지켜 본 인물들은 자신들에게도 그런 불운이 닥칠 것이 두려워서,
연거푸 세 번씩이나 불운의 주인공이 된 갑판장은 쓰린 속을 달래고자 맥주집으로 공간이동을 했습니다.
창문 밖으로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 재밌습니다.
'홍대'라 통칭되는 동네에 대한 갑판장의 추억시계는 1983년에서 멈춰져 있습니다.
그 때도 좋았지만 지금도 즐겁습니다.
갑판장에게 있어 토요일은 해방일입니다.
다음 날인 일요일이 강구막회의 정기휴일이라 일에 대한 걱정없이 밤문화를 즐길 수 있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하룻밤이지만 음식점의 종업원이란 신분에서 벗어나 일반인(손님)으로서 행세하는 것은 삶의 활력소가 됩니다.
맘껏 즐겼으니 그 다음 날 아침에는 해장이 절실합니다.
그런데 선장님이 돈까스가 드시고 싶으시답니다.
은근슬쩍 평양냉면으로 해장을 하고픈 내색을 비췄음에도 불구하고 선장님은 눈 한 번 깜짝이지 않으십니다.
선장님은 돈까스카레를 딸아이는 고로께카레로 브런치를 즐기셨고,
갑판장은 그나마 덜 뻑뻑해 보이는 야채오무라이스로 해장을 했다는 술 푼 다음 날의 속 쓰린 소식입니다.
ㅠ.,ㅠ;;
집에서 6일간의 달콤한 휴가보내고 다시 철딱서니센타로 복귀하는 딸아이를 동서울터미날까지 배웅을 했습니다.
산촌유학을 하는 다른 아이들의 부모들도 배웅을 나왔는데 아이들을 배웅하는 모습이 한결같이 밝습니다.
아이들 입장에선 달콤했을 6일간의 휴가가
그 뒷바라지를 감당해야 했던 부모들에게는 피 빨리는 기간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암튼 이래저래 기사회생의 명약이 필요했던 갑판장은 딸아이를 배웅하고 나서
단골 카페인 '망명정부'로 곧장 달려 갔습니다.
한낮에 즐기는 두 잔의 맛난 커피가 갑판장에게는 기사회생의 명약입니다.
선장님과의 한낮 데이트도 즐거웠습니다.
<기사회생한 갑판장이 씀>
& 덧붙이는 말씀 :
아주 오랫만에 대낮에 귀가를 한 선장님과 갑판장은 각자 내키는대로 귀한 휴일의 나머지 시간을 즐기고 있습니다.
선장님은 TV 앞에서 간혈적으로 'ㅋㅋ'거리시며 휴일의 평온함을 즐기고 계시고,
갑판장은 부재중인 딸아이의 방에 콕 틀어 박혀 손가락 여섯 개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이 포스팅을 올리고 있습니다.
첫댓글 이번 옻순 어버이날이라 먹을 쌧뽁이 없어서 맘 아픈 와중에 염장샷으로 확인 사살 하시더군요,,, 내일을 기대해 봅니다
에효~ 안습이구만요. ㅠ.,ㅠ
어버이날 부모님의 사랑에 감사하며 보낸 하루 였기에 옻순을 먹고자 하는 마음을 가슴 한쪽 깊숙히 침잠시킬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블러그 보니 침잠시킨 마음이 머리 위까지 올라 오네요................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참 잘하셨구만요. ^^
평안도 만두집 -> 한잔 하자! 코스 인가요? 예의껏 염장까지 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
당연히 해드려야 할 것을 해드린 것 뿐인데 감사하긴요. 뭘~ ^^
형님의 먹을 복은 광어&와사비 까지 주욱~ 유지되는구만요. 옻순까지는 부러운데 그 다음 와사비까지는... ㅋㅋ
먹을 복이 많은 것은 좋은데 뽑기 운이 없는 것은 안타깝구먼...그러게 세상은 공평하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