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不異空(색불이공) 空不異色(공불이색) 色卽是空(색즉시공) 空卽是色(공즉시색) 受,想,行,識 亦復如是(수상행식 역부여시)’는 오온개공(五蘊皆空)을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서 말해놓은 것인데, 이것을 간단히 말하면, ‘오온이 없다’는 말이다.
‘오온이 없다’는 말은 ‘오온이 작동(作動)되지 않는다’는 뜻
그럼 ‘오온이 없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오온은 본래 없는 것인데, 우리가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는 말인가? 아니면 있었던 오온이 다 없어졌다는 말인가? 아니면 오온이 있긴 있는데, 그 실체가 없다는 말인가? 우리는 이런 의문 때문에 많이 헷갈린다. 구마라습이 번역한 반야심경을 보면, 이 의문이 깔끔히 해소된다. 구마라습 번역을 보면, 이 부분은 다음과 같은 뜻으로 번역돼 있다.
“사리자여, 몸의 물질현상[色]이 없기에 괴롭고 무너지는 현상이 없고, 느끼는 작용이 없기에 느끼는 것도 없으며, 인식작용이 없기에 아는 것도 없고, 업 작용이 없기에 업을 짓는 것도 없으며, 식별작용이 없기에 지각하는 것도 없느니라. 왜 그런가? 사리자여, 몸의 물질현상은 없는 것과 다르지 않고, 없는 것은 몸의 물질현상과 다르지 않으며, 몸의 물질현상은 없는 것이고, 없는 것이 몸의 물질현상이기 때문이다. 느낌, 인식, 업 지음, 식별도 또한 이와 같다.”
이 구마라습 번역본에는 다른 번역본에서 찾아볼 수 없는 밑줄 친 부분이 들어있다. 이 부분은 대단히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구절이다. 이 부분을 유심히 보면, 오온이 작동(作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사리자여, 몸의 물질현상[色]이 없기에 괴롭고 무너지는 현상이 없고, 느끼는 작용이 없기에 느끼는 것도 없으며, 인식작용이 없기에 아는 것도 없고, 업 작용이 없기에 업을 짓는 것도 없으며, 식별작용이 없기에 지각하는 것도 없느니라.”
이 말은 관찰수행을 통하여 무아(無我)의 진리를 깨달음으로써 ‘나’에 대한 집착이 완전히 소멸되었고, 그럼으로써 원래 있던 오온의 작동이 멈춰, ‘오온이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뜻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 하고, 현대 양자물리학 이론을 들먹이며, 色卽是空(색즉시공)에 대해 ‘물질은 없는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완전히 엉뚱한 데로 빠지게 된다. 또 色卽是空(색즉시공)에 대해 무비 스님처럼 ‘현상인 색과 본질인 공에 대한 체험적 결과를 설명하는 구절’이라고 말해서도 안 된다.
<유마경> 제자품에 “모든 존재, 즉 오온이 마침내 존재하지 않는데, 이것이 공(空)의 의미”라는 말이 나온다. 이것은 空(공)의 의미와 五蘊皆空(오온개공)의 의미를 분명하게 확인해주고 있다. 유정(惟淨)이 번역한 반야심경에는 “만약 보살이 여섯 감각기관의 식별 중에서 인식 없음[無相]의 법을 알게 되면, 괴로움이 저절로 멈추고, 모든 인식이 고요하게 된다”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을 봐도 ‘오온이 없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다. 五蘊皆空(오온개공)은 ‘오온이 없다’는 말이고, ‘오온이 멈춰 작동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色卽是空(색즉시공)은 ‘몸의 물질현상이 없다’는 말이고, ‘몸의 물질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 이 글은 <위빠사나금정선원> 원장 관정의 글입니다. 이 글을 카톡으로 주변의 귀한 분들께 전해주시기 바라고, 유튜브에 들어가서 관정 스님 반야심경 강의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반야심경을 깔끔하게 번역해 놓았습니다. 여태껏 반야심경은 번역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이상한 말로 횡설수설하던 경이었는데, 소승이 14년 간의 연구 끝에 약 1600년만에 최초로 완전하게 번역을 해냈습니다. 누구든지 통도사 오시는 걸음이 있으시면, 금수암에 들러 차 한 잔 얻어마시고 가시기 바랍니다. 사문 관정 합장